올해 초 박동훈 사장이 참석한 르노삼성자동차 기자간담회가 끝나고 관심이 쏠린 두 모델이 있다. 바로 ‘클리오’와 ‘트위지’다. 기자간담회가 열리기 전까지 어떤 모델이 국내에 투입될 것인지 기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이런저런 질문에 박동훈 사장이 자연스럽게 대답을 이어나가면서, 결국 르노삼성자동차가 당분간 집중할 모델은 클리오와 트위지로 정해졌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기자간담회 이전에는 르노삼성자동차가 판매량에서 고전하고 있는 플래그십 모델에 대한 계획이나 메간 같은 모델의 SM3 교체설, 혹은 SM4 출시설 등의 얘기가 시장에 한창 나돌았다. 실제로 이 같은 소식은 일부 매체에 의해 기사화되기도 해 르노삼성자동차의 입장에서는 정확한 입장표명을 해야 할 시기이기도 했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올해 주인공이 클리오와 트위지라고 했을 때 실질적인 주인공은 클리오라고 봐도 무리가 없다. 트위지도 전기자동차라는 새로운 시장에서 많은 활약이 기대되기 하지만 트위지는 어디까지나 전기라는 특화된 시장에서 상징적인 모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시속 90km 이상의 도로 접근에 제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에서의 판매나 소비자의 선택 면에서 봤을 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2017년 르노삼성자동차의 실질적인 주인공은 클리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클리오는 지금 시점에서 그만큼 의미 있는 모델이고 또 중요한 역할과 책임을 맡고 있는 모델이기도 하다.

기자간담회에서 박동훈 사장은 클리오의 출시시기를 이르면 올해 상반기라고 설명했다. 서울모터쇼가 4월 초에 열리니 르노삼성자동차의 부스에 국내에서 판매할 클리오가 전시된다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과연 모터쇼 프레스컨퍼런스 자리에서 정보를 어디까지 공개를 할 것이냐가 궁금증으로 남을 뿐이다. 물론 모터쇼 프레스데이까지 앞으로 며칠 남지 않은 상황이라 조금만 기다리면 답은 나올 것이다. 그러나 박동훈 사장이 클리오를 가지고 해치백 시장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것이라는 표현을 공식 석상에서 한 만큼 공격적인 발표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클리오는 글로벌 시장에서 일찌감치 베스트셀러로 입지를 굳힌 모델로 전 세계 해치백 시장에서 상당한 점유율을 보여주는 르노의 효도 모델이다. 해치백의 무덤, 혹은 불모지라 불리는 우리나라에서는 존재감이 다소 미비할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해치백의 인기가 높은 유럽 에서는 클리오의 인기나 인지도는 생각보다 훨씬 높다. 1990년대 최초로 출시된 이래로 누적 판매대수 천만대 이상을 기록한 것은 말 그대로 확실히 검증된 모델인 셈이다.

해외 매체의 모델 비교 기사를 보더라도 동급 세그먼트의 다른 해치백 모델과 비교에서 뒤지지 않는 뛰어난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이 무척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디자인과 연비라는 요소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모델이다. 지난 얘기이기는 하지만 해치백을 좋아하는 일부 사람은 QM3가 국내에 투입되던 2013년에도 차라리 QM3대신 클리오를 투입하지 그랬냐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었다.

물론 그간 우리나라 자동차 시장에서의 해치백이 유난히 판매가 저조하고, 어려운 모델이라는 선입견이 있어 과연 클리오가 성공하게 될지에 대해 의문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박동훈 사장은 오히려 기자단에게 반문했다. 과연 우리나라 시장에서 해치백을 제대로 팔아보려 노력을 해본 적이 있었느냐고 말이다. 즉,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해치백의 무덤이니 불모지니 하고 말을 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런 박동훈 사장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보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르노삼성자동차의 QM3가 비슷한 상황에서 성공한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사실 국내시장에 QM3가 나오기 전까지 국내 자동차 메이커는 소형 SUV에 대해 무척이나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현대기아차도 이렇다 할 모델을 개발하지 않았고 쉐보레나 쌍용 같은 다른 메이커 역시 소형 SUV 시장만큼은 적극적으로 공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틈새시장을 노린 르노삼성자동차가 QM3를 내놓으며 배에서 내려놓기가 무섭게 완판 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지금은 소형 SUV가 가장 뜨거운 시장이 됐다. 박동훈 사장은 QM3의 사례로 봤을 때 클리오처럼 확실히 검증된 모델이라면 지금은 판매 대수가 잘 나오지 않는 침체한 해치백 시장이라도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설명했다.

시기적으로 봤을 때 클리오의 국내 데뷔가 임박한 지금 이번 모터쇼에서 가장 실질적인 관심을 받을 차량 중 하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모터쇼에서 클리오보다 더 크고 화려하고 눈길을 자극하는 모델이 많겠지만 일반 소비자로 하여금 가장 현실적인 구입 가시권에 있고 출시 이후 그만큼 많은 사람이 선택을 고민할 만한 모델이기 때문이다. 과연 르노삼성자동차는 이번 서울모터쇼에서 클리오에 대해 얼마만큼의 정보를 공개할까? 아마도 르노삼성자동차가 공개할 정보와 전략이 몹시도 궁금한 것은 소비자뿐만이 아니라 경쟁사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과연 클리오는 르노삼성자동차의 SM6, QM6의 작년 돌풍을 이어 2017년 르노삼성의 파죽지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클리오는 어떤 차?

클리오는 르노를 대표하는 소형 해치백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큰 판매가 이루어지지 않는 해치백 시장이지만 유럽에서 르노는 클리오 만으로 연간 판매량 30만대를 기록한다. 1세대는 1990년 출시했고 가장 최신 모델은 4.5세대 모델이다. 지난 6월 편의 장비와 디자인 및 상품성이 일부 변경된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모델은 바로 이 4.5세대 모델로 알려져 있다.

클리오 이야기를 하면 자꾸 폭스바겐 골프와 현대자동차 i30가 언급되니 이 두 모델과 경쟁모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세그먼트로 구분하자면 사이즈가 그보다 살짝 작아 한 단계 아래 등급 모델이다. 실질적인 경쟁모델은 기아자동차의 프라이드급이며 폭스바겐의 폴로, 푸조의 208 등의 모델이다.

차체 사이즈는 전장 4,063mm, 전폭 1,732mm, 전고 1,448mm, 휠베이스 2,589mm이며, 리어시트 폴딩 시 최대 1,146리터까지 확보되는 트렁크의 공간은 300리터다. 국내 판매되는 클리오는 QM3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배기량 1461cc 4기통 디젤엔진과 6단 듀얼클러치 변속기가 적용된 모델로 알려져 있다. 최고출력은 90마력, 최대토크 22.4kgm로 연비는 17.0km/ℓ(도심 16.2, 고속 18.0)이다. QM3와 동일한 파워트레인이 적용되어서 차량의 특성이 비슷할 것으로 생각하지만 세팅이 달라 승차감에서는 분명 차이점이 있다.

국내 시장에는 처음 선보이는 모델이지만 클리오는 해외 시장에서 나름 기본기가 탄탄한 차로 평가받는다. 르노의 소형차 만드는 기술력은 이미 세계 시장에서 어느 정도 인정을 받은 상태이고 4세대를 이어가며 계속 발전한 클리오는 다양한 부분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있다. 특히 기본 골격부터 짜임새 있게 탄탄하고 달리고 서는 기본적인 요소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을 처음 가본 누군가가 거리에 죄다 소형차가 가득이니 이렇게 소형차를 많이 만들어보고도 못 만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니냐는 말을 할 정도로 르노의 소형차 만드는 실력은 정평이 나있다.

이번 페이스리프트에서 가장 눈여겨볼 개선사항은 풀 LED 헤드램프의 적용이다. 세그먼트로 봤을 때 고급 사양으로 볼 수 있는 이 헤드램프는 풀 LED를 적용해 시인성이 이전 모델대비 확실히 개선됐고 한결 고급스럽다. 그 밖에 개선된 디자인이 그릴, 범퍼, 휠 등에 적용됐고 실내도 조금 더 고급스러운 재질을 적용해 개선됐다. 인포테인트먼트 시스템도 개선됐지만 국내에서는 어떻게 적용될지 확인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수동은 빼고 자동변속기 모델만 들어올 것으로 예상되며 유럽에서 자동변속기가 적용된 1461cc 디젤엔진의 dCi 90가 들어올 것은 확실해 보이고 1197cc 가솔린엔진이 장착된 TCe 120의 판매 가능성은 아무래도 낮아 보인다. 또한 클리오의 정식 판매 소식이 알려졌을 때 많은 사람이 높은 관심을 보인 고성능 트림인 클리오 R.S와 R.S 트로피 220의 발매는 박동훈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것처럼 인증 등의 문제 때문에 시간을 가지고 순차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참고로 클리오 RS는 1.6리터 터보 엔진을 얹고 최고출력 200마력을 발휘하며, 트로피 버전은 220마력에 이르는 고성능 모델이며 핫해치라 불린다. 특히 국내 레이스에 관심 있는 일부 사람들이 클리오 R.S와 R.S 트로피 220이 정식으로 발매되면 원메이크레이스를 열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는데 투입 시기가 늦어져 아쉬워했다는 후문이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클리오의 가격은 유럽 현지에서 동일한 파워트레인이 적용된 QM3보다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는 중이라 별다른 이유가 없는 한 국내에서도 QM3보다 저렴하게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국내에서 발표될 트림의 정확한 종류와 얼마나 고급스러운 기본 옵션이 적용될 것인지에 대한 르노삼성자동차의 최종적인 발표가 나와 봐야 가격을 따져볼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번 클리오에도 박동훈 매직이라 불리는 새로운 전략으로 QM3의 론칭 때만큼이나 파란을 일으키며 국내 시장이 해치백의 무덤이라는 그릇된 선입견을 없애주길 기대하고 있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