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메르손 피티팔디(Emerson Fittipaldi), 니키 라우다나 재키 스튜어트같은 명 드라이버와 같은 시대를 살며 F1에서 활약했고, 1972년과 1974년 드라이버 월드챔피언이었던 남자의 이름이다. F1 이후에는 미국 인디 500에서 다시 두 번 챔피언 자리에 올랐으니 모든 레이스카 드라이버의 꿈을 이루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에메르손 피티팔디에게는 F1 월드챔피언이 되겠다는 꿈 이외에도 또 하나의 목표가 있었다. 바로 자신이 직접 GT카를 만드는 것이었고, 이제 70세가 된 이 전설적인 드라이버의 꿈이 현실로 이루어지려 하니, 바로 올해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된 그의 이름을 딴 슈퍼카 ‘피티팔디 EF7 비전 그란 투리스모’의 등장이다.

물론 자동차 메이커가 과거의 명 드라이버의 이름을 붙인 한정모델을 출시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피티팔디는 자신의 이름만을 붙인 차가 아닌, 직접 GT카의 제작에 참여하고자 했고, 특히 레이서가 아닌 일반인도 레이스카를 모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고자 했다.

피티팔디는 처음에 쉐보레 코르벳의 파워트레인을 이용한 차를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GM은 피티팔디에게 콜벳의 파워트레인을 제공해줄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고, 대신 피티팔디는 독일의 HWA AG와 함께하기로 했다. HWA는 1998년 AMG에서 분사해 창립되었고, 포뮬러3 엔진을 공급할 뿐 아니라 메르세데스-AMG의 DTM 레이스카의 엔진을 책임지고 있는 엔지니어링 기업이다.

HWA는 레이스에서 갈고닦은 실력으로 600마력의 출력을 내는 4.8리터 V8 자연흡기 엔진을 개발했다. 이 엔진에는 6단 시퀀셜 트랜스미션이 장착되며, 트랜스미션 기어박스에 리어서스펜션 암이 부착된다. 트랜스미션과 리어 휠이 일직선 상에 놓여 바로 동력이 전달되는 구조로, F1 카와 똑같은 방식을 적용한 것이다. 

엔진의 무게는 197kg에 불과하며, 고출력 엔진으로서는 굉장히 가벼운 무게다. 경량화된 차체중량으로 뛰어난 운동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중요한 부분이다. 여기에 HWA는 피티팔디에게 엔진을 차체 중앙에 탑재하는 미드십 방식으로 재설계할 것을 건의했다. 사실상 설계를 처음부터 새로 해야 하는 작업이었지만 이를 감행했고, 9개월에 걸쳐 작업을 진행했다. 

피티팔디 EF7에 적용된, 레이스카를 닮은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섀시다. 차체 전체에 카본 모노코크 기술을 적용해 가벼우면서도 높은 강도를 내도록 했고, 레이스에서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한 롤 바의 역할을 하도록 카본 셀이 운전석 지붕을 통과하도록 해 뛰어난 보호능력을 갖췄다.

디자인은 이탈리아의 피닌파리나가 담당했다. 피티팔디는 ‘상어와 같은 스타일링을 원한다’고 주문했고, 피닌파리나는 상어를 떠올리게 하는 앞모습과 실루엣을 가진 유연하면서도 강한 인상을 지닌 디자인을 완성했다. 상어를 닮은 매끄럽고 공격적인 라인은 공기역학적으로 우수하며 그 결과 놀랄 만큼 아름답고 순수한 디자인이 나왔다는 것이 피닌파리나의 설명이다.

또 피티팔디는 과거 자신이 운전했던 레이스카 중 페라리 458이 최고의 차였다고 말한다. F1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콤팩트한 V8 엔진을 탑재했음에도 현재의 페라리 599보다 더 빠른 피오라노 랩타임을 기록했던 모델이다. 피티팔디 EF7에도 이러한 요소가 반영되었다. 앞뒤 무게배분은 48:52이며, 콕피트의 사이즈는 페라리 458과 거의 같다.

피티팔디 EF7은 피티팔디의 레이스 커리어를 의미하는 숫자인 39대가 만들어질 예정이다. HWA의 슈투트가르트 공장에서 조립되며, 피티팔디 EF1을 주문한 고객은 공장을 직접 방문해 차를 완성하는 마지막 공정에 직접 참여해야만 한다.

인테리어는 차량의 운전에 불필요한 요소를 최대한 배제한, 순수하게 달리기에 집중할 수 있는 형태다. 가장 이상적인 운전 포지션과 전방시야를 위해 운전석의 시트는 고정된다. 대신 EF7의 시트 패딩을 이용해 오너의 몸에 완벽하게 맞도록 세팅하며, 스티어링 휠과 페달 박스를 조절하게 된다.

또한 피티팔디 EF7는 레이스 서킷을 달리기에 충분한 성능과 안전성을 갖췄을 뿐 아니라 대규모 엔지니어링 팀 없이도 내장형 에어 잭으로 차체를 들어 올려 휠을 교체하고, 특별한 오일 주입과 워밍 없이 바로 9,000rpm으로 엔진을 회전시키며 뛰쳐나갈 수 있는 스포츠카로 디자인되었다고.

피티팔디는 EF1 소유자의 트랙 레이스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을 할 계획이다. 페라리의 코르사 클라이언티 프로그램처럼 차량 소유자의 전 세계 레이스트랙으로 이동을 지원하며, 24시간 기술지원 뿐 아니라 에메르손 피티팔디의 개인 코칭까지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피티팔디 레이싱 클럽을 통해 전 세계 유명 레이스클럽을 경험하도록 하며, 향후 피티팔디 슈퍼카 오너들의 레이스를 개최할 계획이다.

전설적인 레이서의 꿈이 만들어낸 슈퍼카, 피티팔디 EF7을 소유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한정되어 있다. 하지만 간접적이나마 이를 경험할 방법이 있다. 피티팔디는 폴리포니 디지털에 EF7의 데이터를 전했고, 플레이스테이션의 레이스 시뮬레이터 그란 투리스모를 통해 누구나 ‘피티팔디 EF7 비전 그란 투리스모’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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