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를 자동차 강국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없으리라 본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이 "아랍에미리트에서도 자동차를 만드나?"라는 의문을 가지겠지만, 이곳에도 스포츠카를 생산하는 어엿한 자동차 메이커가 여럿 있다. 중동 부자들을 위한 사치의 극한을 달리는 하이퍼카 메이커도 있지만, 반대로 주행에 불필요한 것을 일절 배제한 순수한 스포츠카를 만드는 메이커가 있으니 바로 ‘자나렐리(Jannarelly)’가 그 주인공이다.

창립자인 프랑스 출신 디자이너 안토니 자나렐리는 아랍에미리트의 또 다른 스포츠카 메이커 W모터스에서 ‘라이칸 하이퍼스포트’를 디자인했다. 슈퍼카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해외 슈퍼카 뉴스에서 종종 라이칸이란 이름을 종종 들어 익숙할지도 모르겠다. 라이칸 하이퍼스포트를 디자인한 그였지만 자신의 이름을 건 자동차메이커 자나렐리는 보석과 귀금속으로 장식한 화려한 하이퍼 스포츠카가 아닌, 도로를 달리는 레이스카처럼 ‘날것에 가까운 탈 것’에 가깝게 만들어 냈다.

자나렐리는 지난 2015년 겨울 ‘디자인-1’이라는 스포츠카 콘셉트 이미지로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자나렐리 디자인-1은 경량의 차체에 미드십 방식으로 엔진을 탑재한 후륜구동 로드스터로 디자인되었고, 마치 1950년대의 페라리 레이싱카를 떠올리게 만드는, 항공기를 닮은 여성스러운 곡선과 볼륨감있는 동체가 특징이다.

자나렐리 디자인-1 로드스터의 실차는 작년 5월 알을 깨고 세상으로 나왔다. 자나렐리 디자인-1 로드스터에서 마치 ‘AC 코브라’와 같은 원초적인 스포츠카의 모습을 보았다면 정확하다. 페라리 250 테스타로사와 AC 코브라에서 디자인적인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자나렐리 디자인-1 로드스터는 소위 ‘럭셔리카’와는 다르다. 콕핏을 살펴보면 그야말로 달리는 데 필요한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스페이스 프레임 구조의 강철 섀시가 그대로 드러나 있고, 인테리어를 카본으로 꾸몄다기보다 가죽이나 알칸타라 같은 장식을 하지 않아 카본이 맨살을 드러냈다고 말하는 편이 정확하다.

그러나 자나렐리 디자인-1은 스포츠카의 본질을 그대로 보여주는 원초적인 매력이 있다. 늘씬하고 아름다운 실루엣에는 치밀한 수학적 계산과 아름다움이, 레트로 감성과 최신 기술이 함께 녹아있다.

카본파이버 복합소재로 만든 경량 차체, 그 안에는 닛산이 공급하는 3.5리터 6기통 자연흡기 VQ엔진이 탑재된다. 최고출력은 304마력, 최대토크는 38kg.m로 스포츠카치고는 대단할 것 없지만, 710kg밖에 안되는 가벼운 차체를 4초 만에 시속 100km/h까지 밀어내고 최고속도는 220km/h에 이른다.

이렇게 중동 하늘 아래 탄생한 이 멋진 로드스터의 가격은 5만 5,000달러, 주문제작 스포츠카의 가격치고는 결코 비싸지 않다. 자나렐리 디자인-1 로드스터는 이미 판매목표였던 20대의 주문서를 받아 제작 중이며, 추가 주문이 밀려있는 상태라고 한다.

한편 자나렐리는 작년 12월 디자인-1 로드스터에 지붕을 장착한 하드탑 쿠페의 이미지를 공개했다. 둥근 지붕이 차체의 실루엣과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디자인-1 하드탑 쿠페는 다시 한 번 경량 스포츠카 마니아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아직 이것만으로 놀라기에는 이르다. 이 멋진 하드탑 쿠페만의 차별화된 특징, 도어가 아닌 윈드실드와 루프 전체가 전투기의 캐노피처럼 앞으로 들리며 열린다. 이런 스포츠카라면 슈퍼카가 아님에도 그들 사이에서 결코 꿇리지 않는 강렬한 존재감을 어필하지 않을까? 자나렐리가 렌더링이 아닌, 이 멋진 스포츠카의 실물을 어서 빨리 공개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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