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가 수입 준중형 해치백 시장의 왕관을 내려놓은 지도 어느덧 3개월가량이 지났다. ‘범 없는 골에 삵이 범 노릇 한다’는 세상의 이치처럼 이 시장에도 새로운 선두가 이름을 올렸다. 스웨덴에서 건너온 해치백 볼보 V40이 그 주인공이다.

2016년 7월 판매량 95대를 끝으로 수입차 판매실적에서 종적을 감춘 골프. 강자의 몰락은 후발주자에게 새로운 기회가 되었다. 업계는 포스트 골프가 될 모델에 주목했고, 볼보 V40, 푸조 308, 포드 포커스 등이 거론되었다. 그러나 지난 8, 9월 수입차 판매실적을 살펴보면, 골프의 영광은 이중 누구에게도 돌아가지 않았다. 소비자 선택이 골프의 대안이 아닌 타 세그먼트로 분산되었기 때문. 골프의 위상이 생각 이상으로 높았고, 경쟁 모델 상품성이 골프에 한참 못 미쳤다는 것을 재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결과적으로 시장은 대폭 축소되었다.

시장이 작아졌다 해도 선두는 나오는 법. 2016년 8월 수입차 판매실적 상 수입 준중형 해치백 시장 정상은 총 53대를 판 볼보 V40이 차지했다. 9월도 마찬가지였는데, 53대가 판매되며 다시 한 번 선두에 이름을 올렸다. 두 달 연속 왕좌를 차지한 셈이다. 또한, 새로운 강자가 탄생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런데 이것이 막상 좋아할 일도 아닌 것이, 사실 이 차는 만년 2위였던 모델이었고, 골프가 떠나기 전부터 매달 평균 50대가량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었다. 시장의 기대와는 다르게 후발주자의 판매량 변동은 없었다는 얘기다. ‘어부지리’란 사자성어가 딱 들어맞는 형국인 셈. 즉, 폭스바겐과 환경부와의 싸움에서 얼떨결에 볼보 V40이 시장의 선두를 꿰찬 격이라고 볼 수 있다.

분명 이상적인 모양새는 아니다. 월평균 600대를 팔던 골프에 한참 못 미치는 선두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유야 어찌 됐건 현 시장은 볼보 V40의 천하다. 이는 골프가 재인증을 받기 전까지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매달 판매량도 안정적이고, 경쟁 모델인 푸조 308과 포드 포커스가 이렇다 할 힘을 못 쓰고 있어서다. 아울러 지난 7월 페이스리프트를 거치며 형성된 신차 효과도 시장을 형성한 타 모델을 압도 중이다. 무엇보다 볼보만의 명확한 이미지인 ‘안전’도 이를 탄탄히 뒷받침하고 있다. 여러모로 긍정적인 상황이고, 판매량만 높아지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시점이기도 하다. 향후 활발한 마케팅만 더해진다면, 소비자 머릿속에 확실히 각인될 수 있는 볼보 V40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하는 바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