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땀이 나기 시작한다. 쉴 새 없이 깜빡이는 트랙션 컨트롤 경고등. 거기에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둔탁한 배기음. 조금이라도 긴장을 놓으면 이내 차가 운전자를 지배한다. 평범하게 생긴 알파벳 ‘S’는 ‘Scheusal(괴물)’을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질리도록 강력한 성능을 내는 ‘더 뉴 메르세데스-AMG C63 S 에디션 1’.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고성능 D 세그먼트 모델 중 가장 강력하지 않을까 싶다. 그도 그럴 것이 C63이라는 이름 뒤에 ‘S’라는 알파벳을 하나 덧댔기 때문이다. 거기에 ‘에디션 1’이라는 특별함까지 추가됐다. 소위 말하는 ‘M 빠’들 귀에는 거슬리게 들리겠지만 경쟁 구도에 있는 ‘M3’보다 한발 앞서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들만이 느끼는 감성까지 이긴다고 장담할 순 없지만 서류상으로는 압승이다.

길거리에서 흔하게 보이는 C-클래스의 외모를 생각하면 오산이다. ‘AMG’ 배지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디자인으로 탈바꿈시켰다. 낮게 깔린 차체, 툭 튀어나온 휀더와 보닛, 핏빛으로 물든 브레이크 캘리퍼. 완전히 다른 녀석이다. 시승차는 무광으로 멋을 낸 회색의 옷을 입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회색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눈에 콩깍지가 씐 탓일까? 꽤 괜찮다. 엉덩이는 상당히 귀여워 보인다. 하지만, 트렁크 위쪽에 한자리 차지한 작은 스포일러, 크롬으로 멋을 내고 ‘AMG’로고를 찍어낸 머플러, 디퓨저, ‘AMG’ 엠블럼은 이 차의 성격을 대신해서 말해주고 있다. 괴물 같은 성격을 가졌으니 까불지 말라는 뜻인가?

실내로 들어오면 사치스러움이 가득하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S-클래스가 떠오를 정도다. 붉은색 카본으로 멋을 낸 센터페시아가 자꾸 눈길과 손길이 간다. 심지어 가운데는 ‘IWC’ 아날로그 시계까지 달아놨다. 사치스러움 속에서도 스포티함이 강조된 부분이 있다. AMG이기 때문에. 시트를 비롯해 대시보드, 도어에 붉은색 스티치를 넣었고, 안전벨트도 붉은색을 사용했다. 스티어링 휠은 스웨이드로 감싸놨다. 과격한 주행에도 스티어링 휠을 놓칠 일은 없어 보인다. 시트는 버킷 타입으로 운전자의 몸을 꽉 안아 흔들리지 않게 도와준다.

물론 이 무시무시한 차는 오로지 달리는 것만 목적으로 만들어진 모델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무리 없이 탈 수 있도록 편의장비를 넣었다. 부족함이 없다는 말보다는 넘치도록 꽉 채웠다는 것이 맞겠다. AMG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물론이거니와 충돌방지 어시스트 플러스, 프리-세리프, 사각지대 어시스트, 360도 카메라, 8.4인치 커맨드 디스플레이와 터치패드 컨트롤러, 부메스터 서라운드 사운드 시스템… 일일이 다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일단 달려보자. V8 엔진이 내뿜는 사운드는 그 어떤 음악보다 기분 좋게 들린다. 단, 차와 친해질 시간이 필요하다. 무턱대고 내달리다 보면 아찔한 상황이 연출된다. 그렇지만 ‘재미’ 있다.

촬영도 모두 끝났고 이제는 달려보는 일만 남았다. 본격적으로 달리려니 가슴속 깊은 곳에서 긴장감이 몰려온다. 하지만 긴장감은 이내 희열로 바뀌었다. 이 녀석의 보닛을 열면 꽉 들어찬 4.0리터 V8 엔진이 숨어있다. 이 엔진은 최고출력 510마력(@5,500~6,250), 71.4kg.m(@1,750~4,500)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메르세데스-AMG C 63’ 대비 약 30마력쯤 더 높다. 물론 토크도 높다. 이 막강한 힘을 이용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4초, 최고 시속은 290km에 달한다. 

일단은 ‘컴포트’ 모드로 주행. 이 녀석과 친해지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했다. 점차 달리다 은근슬쩍 ‘스포츠’ 모드로 바꿨다. 그러자 점차 태도를 바꾸기 시작한다. 가속감은 가히 폭발적이다. 계기반에는 쉴 새 없이 바퀴가 미끄러지고 있다는 메시지를 띄운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쉽게 차가 스핀하게 방관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찰나에 도움을 줘 짜릿함을 선물한다.

어느덧 시간이 자정이 되자 완벽히 이 녀석과 친해진 느낌이다. 과감하게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바꿨다. 차의 반응은 한층 더 민감해졌다. 발끝에 살짝만 힘을 줘도 무섭게 치고 나간다. ‘AMG 스피드 시프트’ 멀티 클러치 7단 스포츠 변속기의 반응도 상당히 빠르다. 변속 충격도 거의 느낄 수 없다. 내친김에 ‘레이스’ 모드로 다시 한 번 변경. 등골이 오싹해진다. 가속페달을 살짝 깊게 밟으면 뒤가 미친 듯이 날뛴다. 오로지 운전자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이 부담스럽지는 않다. 오히려 웃음이 나니 말이다. 그렇지만 일반 도로에서는 레이스 모드를 추천하고 싶지 않다. 서킷이라면 모를까…

우렁찬 V8 엔진의 배기음을 듣고 달리면 그 어떤 음악도 생각나지 않는다. ‘우르르르’ 이 사운드를 글로 표현하지 못하는 필력이 그저 한탄스러울 뿐이다. 한번 이 소리에 중독되고 나면 쉽게 헤어 나오기 힘들 것이다. 참고로 ‘스포츠 플러스’ 모드에서 배기음은 한층 더 중독성이 강하다. 하지만 AMG 퍼포먼스 배기 시스템이 기본으로 장착돼 센터 콘솔에 있는 배기구 모양 버튼을 눌러 일반적인 주행에서도 우렁찬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좌우로 굽이치는 길에서 움직임을 어떨까. 뒷바퀴 굴림에 70kg.m가 넘는 토크를 가지고 있어 쉽사리 가속하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착각이었다. 깔끔하게 라인을 그려나가는 느낌이 인상적이다. 살짝살짝 뒤가 흐르는 느낌을 받기는 하지만 전혀 불안하지 않다. 계속해서 굽이치는 길을 달리고 싶을 정도다. 

확실히 ‘M’과 ‘V’랑은 성격이 다르다. 아니, 노선이 다르다고 표현하고 싶다. 자극적이기도 하지만 편안한 고성능이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이지만 C63 S 에디션 1은 어딘가 다른 고성능 차임이 틀림이 없었다. 자극적인 달리기 성능만 뽐내는 것이 아닌 S-클래스 뺨칠 정도의 편의 및 안전장비를 비롯해 우아한 외모가 조화를 이뤄 고급스러움까지 느껴졌기 때문이다. 단, 이런 호화스러움 때문에 다소 높아진 가격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오랜 시간 동안 ‘AMG’와 ‘M’의 싸움을 통해 두 브랜드 모두 눈부신 성장을 이룩했고 앞으로가 더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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