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6.7 수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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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큰 선물, 푸조 208 GT라인

 

푸조 208은 작은 차다. 겉모습으로 크기를 가늠해도 작고 정확한 제원표상 숫자를 봐도 그리 높지 않다. 넓은 크기를 가진 국산차와는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벌써부터 실망하기에는 이르다. 크기는 작지만 차가 갖춰야 할 기본기는 물론 운전 재미와 편의성, 몸으로 느끼는 공간감까지 모두 동급 이상이다. 여기에 프렌치 감성 짙게 묻은 소재와 마감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작지만 큰 선물을 안겨준 자동차, 그중에서도 세련된 감각으로 돌아온 푸조 208 GT라인을 만났다.

부분변경을 거친 208이지만 바뀐 부분을 찾기가 쉽지 않다. 얼핏 보면 “도대체 달라진 게 뭐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구석구석 찾아보면 꽤 많은 부분이 변했다. 헤드램프 형상은 같지만 은색 커버를 씌워 한층 단정해진 모습이고 그릴은 불필요한 테두리를 없애 더욱 커 보이는 효과를 줬다. 안개등 주위에도 검정색 플라스틱 보호대를 통해 통일감을 살렸다. 또, 굵은 LED 라인을 그려 넣은 테일램프는 이제야 제법 성장한 사자의 앞발을 보는 것 같다. 

역동적인 감각을 자랑하는 GT라인답게 곳곳에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커다란 17인치 휠은 언제 봐도 시선을 끈다. 그릴 안쪽 무늬와 음각으로 새겨진 푸조 알파벳에는 빨간색으로 포인트를 줬고, 앞 바퀴 뒤 펜더와 트렁크에는 GT라인 배지를 넣어 차별화했다. 작은 변화지만 차의 첫인상을 180도 바꿔줄 만큼 강한 매력을 풍긴다. 마냥 귀여운 막내일 것 같았는데 제법 어른스러운 흉내를 내는 208이 기특해 보인다. 

GT라인의 특징은 실내에서도 이어진다. 두툼한 버킷 시트와 손에 쥐는 맛이 좋은 D컷 스티어링 휠에는 빨간색 스티치를 넣었다. 안전벨트와 문짝 안쪽 손잡이에도 빨간 줄을 그어 신선한 느낌이다. 하지만 소소한 몇 가지를 제외하면 예전 208과 다른 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디자인은 물론 센터페시아를 감싼 소재, 계기반 속 숫자모양과 위치도 모두 그대로다.

아담한 소형 해치백이지만 실내에 들어서면 작다는 느낌을 받지 못한다. 바퀴를 최대한 바깥쪽으로 밀어 넣은 탓에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실제 휠베이스(앞-뒤 바퀴 사이 거리)는 2,540mm로 국산 경쟁차종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숫자다. 여기에 넓은 면적의 유리창과 큼직하게 뚫어놓은 수납공간이 시원스럽다. 뒷좌석 공간도 차급을 생각하면 부족하지 않다. 트렁크 역시 안으로 깊게 파 놓아 제법 합리적인 공간이 나온다. 작은 차에서 의외의 매력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더 큰 재미는 차를 몰았을 때 나온다. 신형 208에 들어간 1.6리터 블루HDi 엔진은 조금 성능이 높아져 최고출력 99마력, 최대토크 25.9kg.m를 발휘한다. 가속감은 기대 이상이다. 박진감 넘치게 차를 밀어붙이지는 않지만 언제든지 필요할 때 원하는 힘을 발휘한다. 예전 208과는 다른 상쾌한 느낌이다. 여기에 한번 탄력을 받으면 고르게 숨을 쉬며 효율도 꼼꼼히 챙긴다. MCP 변속기는 늘 그렇듯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지만 많이 개선되어 울컥거림이 덜해졌다. 여러모로 파워트레인 부분에서는 수정과 보완을 통해 부단히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구불구불한 코너를 돌아나갈 때도 수준급이다. 민첩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작은 차체와 푸조 특유의 유연한 핸들링이 만나 코너를 빠르고 정확하게 통과한다. 마치 산길을 휘젓고 다니는 ‘날다람쥐’처럼 와인딩 도로를 내달렸다. 고성능 해치백의 스릴이나 대배기량 스포츠 세단의 재미와는 또 다른 짜릿한 즐거움이다. 오히려 적당한 수준의 출력이 차를 더 자신감 있게 몰 수 있고, 그 속에서 208의 숨은 매력과 강한 믿음도 받을 수 있다. 외모만 보고 판단하면 큰코 다친다는 말이 다시 한 번 실감 나는 순간이다.

푸조 208은 작고 동글동글한 생김새와 반대로 당돌하고 거침없는 성격을 보여주었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성능과 효율 사이를 적절히 오갔고 감각적인 디자인과 공간 활용성은 차급 이상의 느낌도 받을 수 있었다. 사리분별 뚜렷한 이 차를 단순히 작다고만 판단하면 큰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다. 대견하고 뿌듯한 소형 해치백, 당찬 자신감이 매력적인 차가 푸조 208 GT라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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