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폭스바겐으로 시작된 디젤게이트가 우리나라에서 닛산 캐시카이 등 일부 모델들을 중심으로 문제점들이 드러나면서 다시 한 번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배출가스 저감장치 불법 조작을 주제로 환경부와 닛산측은 팽팽하게 진실공방을 펼치고 있으며, 이를 지켜보는 눈은 점점 늘어나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는 중요사건이 되어가고 있다.

진실여부를 떠나 디젤자동차에 관한 인식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고, 이미 유럽에서는 노후 디젤차에 관한 규제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역시 서울시와 경기도, 인천시, 환경부가 협의한 ‘수도권 미세먼지 개선대책’으로 공해차량 제한을 실시할 예정이라는 보도도 눈에 띈다.

최근 디젤엔진으로 큰 인기를 누린 건 수입 준·중형세단들이지만 디젤엔진과 더 오래 호흡을 맞춘 것은 따져보면 SUV들이다. 큰 덩치와 무게 때문에 떨어지는 연비를 잡고 높은 토크로 뛰어난 견인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활용도 높은 공간과 도로를 내려다보는 시트포지션은 SUV의 인기가 높아지게 된 요소다. 

하지만 디젤엔진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지는 이때 대안은 없는 걸까? 아니다. SUV에도 휘발유를 사용하는 모델은 꽤나 존재한다. 물론 디젤 차량보다는 종류가 적지만 국산 SUV 중 휘발유를 사용하는 자동차는 현대자동차를 제외하고 제조사별로 대부분 한 대씩 존재한다. 반면 수입차는 다양한 차종이 판매 중이고 라인업도 많기에 모든 차를 소개하기 어려워 국가별로 분류했으며 이태리, 일본, 미국, 스웨덴에서 각각 한 대씩 추려봤다.

국산차

현대자동차에서 선보인 가솔린 엔진 SUV는 ‘맥스크루즈’와 ‘투싼’이 있다. 먼저, 맥스크루즈는 현재 현대자동차가 판매중인 SUV 중 가장 큰 모델이다. 엄연히 따지면 긴 모델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싼타페에서 허리와 엉덩이를 늘린 모델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베라크루즈가 빠진 현대차의 SUV 중 기함역할을 하다 보니 엔진도 그에 걸맞은 제품이 들어갔다. 3.3리터 V6 GDi 엔진을 사용했고 최고출력 290마력을 발휘한다. 6기통 엔진을 사용하니 매끄러운 엔진감각은 기본이고 배기량이 크다보니 토크 역시 적지 않다. 다만 당연하게도 좋은 연비를 기대하긴 어렵다.

다음은 투싼 1.6 터보다. 투싼 라인업 중 가장 저렴하며 최근 TV광고에서도 등장하듯 열심히 홍보중인 모델이다. 저유가 기조에 맞춰 등장해 디젤 대비 정숙한 모습과 매끄러운 성능 등 나쁘지 않은 반응이다. 1.6 터보 엔진에 최고출력 177마력 최대토크 27.0kg.m를 발휘하고 7단 DCT를 사용해 복합연비는 리터당 11km 이상을 보여준다.

기아자동차에서는 과거 스포티지 R에 2.0 가솔린 터보엔진을 얹어 K5 터보와 함께 뛰어난 달리기 성능을 자랑했었다. 다만 원하는 판매량이 나오지 않았는지 새로 나온 스포티지에는 디젤엔진만 나온다. 이전에 적용됐던 가솔린 엔진이 고성능을 표방했다면 이번 가솔린은 친환경이다. 바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등장한 니로에 적용됐기 때문이다.

기아 SUV 라인업의 막내를 자처하는 니로는 1.6리터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해 시스템 최고출력 141마력 최대토크 27.0kg.m를 발휘한다. 여기에 리터당 19.5km의 디젤 부럽지 않은 연비도 자랑한다. 

쉐보레는 트랙스를 도입함으로써 소형 SUV 시장을 개척하려 했지만 디젤엔진의 부재와 다소 높게 책정된 가격정책 때문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후 디젤엔진을 도입했으나 이미 경쟁자들이 시장에 진입해 마음껏 매력발산을 할 수 없긴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렇게 가솔린 엔진을 재조명할 순간이 올 줄은 몰랐다. 

트랙스의 가솔린 엔진은 1.4 터보엔진으로 최고 140마력의 출력을 발휘하며 20.4kg.m의 최대토크도 보여준다. 특히 최대토크 발생시점이 채 2,000rpm을 넘지 않으며 5,000rpm까지 꾸준히 유지되기에 가속력에 있어 부족함 없는 성능을 보여준다.

르노삼성에서는 QM5가 디젤엔진도 없이 가솔린 엔진 하나만으로 분투중이다. 세월의 흔적을 지우기도 어렵고 성능도 뛰어나다고 하기 어렵다. 또한 동생격인 QM3가 잘나가서 빛을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QM3 역시 배기가스와 관련해 주목받는 만큼 두 모델 다 상황이 좋지 않다. 

자연스레 시선이 향하는 곳은 르노의 중형 SUV 콜레오스다. QM5의 후속이 될지 SM6처럼 QM6라는 이름으로 등장할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르노삼성이 QM3와 SM6로 만든 흐름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빠른 도입이 필요해 보인다. 또한 콜레오스의 경우 가솔린과 디젤 라인업을 갖추고 있는데 국내 시장에서도 모두 적용될지 지켜볼 부분이다.

힘든 시기를 보내다 티볼리의 큰 인기 덕분에 회생중인 쌍용자동차. 티볼리는 넘어진 회사를 일으켜 세울 만큼 확실한 상품성을 갖고 있는 SUV다. 

티볼리 역시 트랙스와 마찬가지로 출시 초반에는 가솔린 엔진만 판매했으며 이후 디젤엔진 투입으로 더 많은 소비자를 유입시켰다. 쌍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 3월 티볼리 에어도 출시하며 세를 확장하는 모습이다. 다만 가솔린 엔진의 경우 티볼리만 선택 가능하며 1.6리터 배기량에 최고출력 126마력 최대토크 16.0kg.m를 낸다.

수입차

해외 각지의 사정은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나라에 비해 휘발유 값 부담이 적은 나라도 있을 것이고 문화 특성상 디젤엔진을 선호하지 않는 나라가 있다. 따라서 각 문화권에서 찾아온 각양각색 SUV 들 중에는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SUV가 꽤 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대로 모든 차를 소개하긴 어려우니 앞서 소개한 나라들의 SUV 4대를 뽑아봤다.

피아트가 최근 출시한 ‘500X’는 앙증맞은 소형차 500을 뻥 튀겨 놓은 듯 동글동글한 분위기 그대로 크기를 키웠다. 이탈리아 자동차들의 특징은 시선을 사로잡는 매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페라리나 람보르기니는 당연하고 피아트 500도 시선을 잡아끈다. 500X도 마찬가지. 소형 SUV로 나온 차치고 꽤나 큰 부피감을 자랑하는 500X도 귀여움이 한 가득이다. 자연스레 시선이 모인다.

디젤과 가솔린 버전으로 나온 500X는 가솔린 엔진이 더 저렴한 가격표를 달고 있다. 2,990만원인 ‘팝 스타’ 트림은 2.4리터 멀티에어2 엔진을 탑재하고 최고출력 188마력, 최대토크 24.2kg.m의 힘을 낸다. 여기에 연비를 높이기 위한 9단 자동변속기를 채택했다.

국내서 예전과 같은 위상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차, 혼다 ‘CR-V’는 튀는 모습 하나 없이 반듯한 외관과 단순한 실내구성으로 운전자에게 편안한 느낌을 전달한다. 화려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는 요즘이지만 CR-V의 내·외관은 직관적이고 단순한 구성으로 피로감을 덜어준다. 일본차 특유의 정갈함이 부담 없이 다가온다.

직렬 4기통 직분사 i-VTEC 엔진은 2.4리터 배기량을 바탕으로 최고출력 188마력과 최대토크 25.0kg.m를 낸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11.6km로 전형적인 가솔린 엔진의 연비를 보여주며 가격은 두 개 트림으로 EX-L 3,840만원, 투어링 4,020만원이다.

수입 SUV 중 크고 박력 있는 외모와 뛰어난 가성비로 사랑받는 모델 포드 ‘익스플로러’. 전형적인 미국식 여유가 담긴 SUV다. 푸근하고 넓은 공간은 정통 SUV란 이런 것이라며 증명하고 동급 최고 수준의 안전·편의 장비는 이 차를 더욱 알차게 만들어준다. 

V6 3.5리터 자연흡기 엔진과 직렬 4기통 2.3리터 에코부스트 엔진으로 구성된 라인업은 어느 쪽을 선택해도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제시한다. 풍부한 질감을 자랑하는 V6 3.5리터 엔진은 자연스러운 반응과 함께 최고 294마력의 출력을, 최대 35.3kg.m 토크를 낸다. 다운사이징 트렌드를 쫓아 등장한 2.3 에코부스트 엔진은 터보를 장착해 최고출력 274마력, 최대토크 41.5kg.m를 내며 부족함 없는 힘을 자랑한다. 가격은 3.5리터 엔진이 5,540만원, 2.3 에코부스트가 5,690만원이다.

마지막은 프리미엄 브랜드 그 이상으로 재도약을 준비 중인 볼보의 ‘XC90’이다. 토르의 망치를 넣은 헤드램프와 담백하면서도 럭셔리한 실내를 자랑하는 XC90은 북유럽 디자인의 정수다.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는 볼보지만 이제는 멋스러움도 놓치지 않는다. 당당한 체구에 카리스마 있는 디자인은 누구나 XC90을 탐내게 만드는 요소다.

XC90은 디젤과 가솔린 엔진을 포함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도 준비했다.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T6와 T8은 디젤모델 대비 비싼 가격대를 형성해 9,390만원에서 시작 최고 1억 3,780만원의 몸값을 자랑한다. 

T6의 경우 2.0리터 배기량에 슈퍼 차져와 터보 차져를 결합해 최고출력 320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자랑하며 T8은 동일 배기량에 터보와 전기모터를 합쳐 합산최고출력 400마력, 최대토크 40.8kg.m를 뽐낸다.

지금까지 국내외 SUV 중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모델들을 만나봤다. 끊이지 않는 디젤엔진 관련 이슈와 그에 밀접한 차종이 SUV기 때문이었다. 소음과 진동만 참아내면 환경도 아끼고 주머니 사정도 돌봐주는 유능한 엔진으로 평가받던 디젤엔진이 하루아침에 신세 역전이 된 것이다. 환경 문제도 꾸준한 이슈고 정부에서 중 장기적으로 디젤의 연료비를 올릴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으니 미운오리새끼 취급을 받던 가솔린 SUV의 가치가 재평가 받는 시기가 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SUV를 구입할 예정이라면 이런 여러가지 상황들을 잘 인지하고 자신에게 어떤 엔진이 적합하고 잘 맞는지에 대해서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차분히 알아 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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