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6일, 현대차가 영입을 밝힌 벤틀리 외장 및 선행 디자인 총괄 디자이너 이상엽에 대중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인 디자이너로서는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졌고 쉐보레 카마로와 콜벳, 벤틀리 컨티넨탈 GT, 벤테이가, EXP 10 스피드 6 등 다양한 디자인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수행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 자동차 업계에서도 그가 벤틀리 디자인을 맡는 동안 브랜드 정체성을 디자인에 반영하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다음 달부터 현대디자인센터에서 스타일링 담당 상무로 활약하게 될 스타 디자이너 리. 이 창작자의 손을 거친 차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는지 되짚어봤다.

 

범블비로 유명세 탄 쉐보레 카마로

 

 

2007년 작, 트랜스포머에서 주인공 샘 윗윅키의 든든한 애마로 활약했던 카마로 콘셉트. 5세대 카마로의 바탕이 된 차로 머슬카다운 남성미 넘치는 디자인으로 많은 이의 높은 관심을 받았었다. 시작부터 성공적인 출발을 한 셈이었고, 자연스레 이 차를 디자인한 한 인물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바로 디자이너 이상엽에게 말이다. 당시 그는 “지극히 미국적인 차에 가장 미국적인 디자인을 가미하고자 했고, 그것이 바로 카마로 탄생으로 이어졌다”고 말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이 차는 ‘2010 월드 카 디자인 오브 더 이어’에서 시트로엥 C3 피카소, 기아 쏘울 등을 꺾고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며, 굿 디자인 카로서의 명성을 쌓아갔다.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일까. 지금의 6세대 카마로도 전작의 디자인 방향성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모양새다. 역시 명작의 생명력은 긴 법이다.

 

여백의 미 구현하다, 벤틀리 플라잉스퍼

 

 

담백했다. 그러면서도 화려함을 잃지 않았다. 과거에서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일관된 디자인 언어를 차분하면서도 힘있게 개선한 생김새였다. 지난 2014년, 국내에 출시된 벤틀리 플라잉스퍼 V8에 대한 짧은 감상 평이다. 디자인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지만, 비전문가의 눈으로 봐도 매혹적인 하나의 작품이었다. 벤틀리만의 디자인 요소인 4개의 원형 헤드램프와 매시 타입 라디에이터 그릴은 독창적인 캐릭터를 과시하고, 차 곳곳을 훑고 지나가는 단순하면서도 날카로운 라인이 럭셔리카만의 우아함을 은은하게 드러냈다. 벤틀리 장인정신이 바탕이 되면서 차에 멋을 부리기 보다는 럭셔리의 본질을 담아내는 여백의 미를 구현했다는 것이 벤틀리 외관 및 선행 총괄 디자이너 이상엽의 설명. 진정 멋진 진화라고 말할 수 있겠다.

 

최고라 부를 수 있는 차, EXP 10 스피드 6

 

 

2015 제네바 모터쇼에서 벤틀리 콘셉트카 EXP 10 스피드 6는 ‘최고’였다. 앞면에서 뒷면까지 이어지는 유려한 선과 면의 향연은 벤틀리 디자인의 미래를 대변하기에 손색 없었고, 그 안에 살아 숨쉬는 각종 디테일 요소는 걸작의 탄생을 예고하기에 충분했다. 인테리어는 전통과 미래가 공존했는데, 역동적인 레이아웃을 질 좋은 가죽으로 마감해 이중적이면서도 조화로운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결국 이런 아웃풋은 2015 콩코르소 델레간차 빌라 데스테 최고의 콘셉트카 상, 2016 독일 디자인 어워드 금상 등의 결과로 이어졌다. 디자이너 이상엽은 “차 좋아하는 모든 이가 흠모할 만한 콘셉트카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창작자의 노력은 물론이고 시장의 높은 평가까지 받은 이 콘셉트카의 양산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벤틀리의 새로운 시작, 벤테이가

 

 

벤틀리의 새로운 시작을 예견하는 동시에 디자이너 개인에겐 마지막 프로젝트가 된 모델이 벤테이가다. 앞면은 벤틀리 디자인의 핵심인 4개의 원형 헤드램프와 큼직한 매시 타입 라디에이터 그릴이 버티고 있고, 장르에 알맞은 옆면이 우아한 캐릭터 라인과 함께 시선을 홀리는 형국이다. 실내는 럭셔리카다운 고급스러움은 살리며 현대적인 레이아웃을 가미했다. 여기에 나무와 가죽, 금속 소재의 마감재로 특유의 장인정신까지 잃지 않았다. 즉, 브랜드만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조형적 완성도를 높였다는 뜻이다. 디자이너 이상엽 역시 “벤틀리 첫 SUV를 디자인한다는 것에 큰 책임감이 따랐고, 모든 이가 만족할만한 차체 디자인을 구현하기위해 부단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한국인의 손길이 녹아든 이 럭셔리 SUV는 영국 크루 공장에서 제작되며, 외신에 의하면 양산 1호차는 엘리자베스2세 영국여왕에게 돌아갔다고 한다.

 

현대차 및 제네시스 디자인 이끌 기대주

 

 

미국의 아이코닉카는 물론 영국의 럭셔리카 전반을 다룬 실력파 디자이너 이상엽. 그의 행보를 돌이켜보면 현대차 및 제네시스 브랜드 디자인 역량 강화에 큰 획을 그을 것이 분명하다. 현대차도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데 있어서 언제나 혁신을 주도해 온 그의 디자인 성향은 현대차 DNA에 잘 부합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다양한 럭셔리카를 디자인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제네시스 브랜드 디자인 경쟁력 강화에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에 대해 디자이너 이상엽 역시 “제네시스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포함해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 디자인을 확고히 하는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현대차나 디자이너 이상엽 모두에게 새로운 시작이다. 탄탄한 내실과 훌륭한 실력이 만난 격이다. 여기에 루크 통커볼케 현대디자인센터 전무라는 또 하나의 든든한 무기가 있다. 심지어 이상엽과 루크 통커볼케는 이전 직장에서 한차례 호흡을 맞춘 사이. 앞으로 이 회사가 내놓을 자동차 디자인에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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