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M3’와 메르세데스-벤츠 ‘C63 AMG’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꿈과 같은 차다. 매력적인 달리기 성능, 우렁찬 배기음. 심장을 뛰게 만들 요소들이 가득 들어차 있는 모델들이다. 사실 국내에는 두 모델을 대적할 만한 차가 없었다. 하지만, 캐딜락이 ‘M3’와 ‘C63 AMG’의 앞 길을 막아서 버렸다. 그 주인공은 고성능 콤팩트 세단 시장의 신흥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ATS-V’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캐딜락의 ‘V’ 알파벳이 주는 감동은 상당했다. ‘V’만의 강1력한 성능, 과거 미국차와 다르게 재미있는 코너링 성능, 거기에 경쟁 모델 대비 착한 가격은 이 차의 큰 매력이다. 운전의 즐거움을 주는 차, ATS-V와 함께한 시간은 말 그대로 황홀했다.

멀리서도 느껴지는 캐딜락의 진한 향기

“우와 캐딜락 멋있다” 실제로 시승하는 동안 만난 일반 시민이 던진 말이다. 개인 소유의 차도 아니었지만 나름 뿌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ATS-V’는 곳곳에 캐딜락의 진한 향기가 녹아져 있다. 거기에 카본 패키지까지 적용되어 있어 일반 ATS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다.

낮게 깔린 앞모습은 언제라도 튀어나갈 것 같은 공격적인 이미지가 강렬하게 풍긴다. 캐딜락의 시그니처 방패형 메시 그릴이 적용돼 정체성을 살린 모습이다. 거기에 V-시리즈만의 날렵한 디자인의 범퍼가 자리 잡고 있고, 시승차는 카본 패키지가 적용된 모델이라 후드 에어 인테이크와 범퍼 하단에 립이 추가돼 경량화와 스타일을 동시에 잡은 모습이다.

옆에서 느껴지는 라인들은 기존 ATS와 크게 다르지 않다. 날렵한 직선 캐릭터 라인들이 그대로 입혀졌고, 도어에 ‘V’배지가 달린 점이 다르다. 또 휠 하우스를 꽉 채우고 있는 18인치 휠은 무시무시한 성능을 표현하는 요소 중 하나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18인치 휠의 디자인은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뒷모습에서 느껴지는 포스는 심상치 않다. 하늘로 한 것 솟아오른 스포일러를 비롯해 범퍼 아래쪽에 자리 잡은 네 개의 배기구는 이 차의 성능을 짐작게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 앞서 말했듯이 카본 패키지가 적용되어 카본으로 제작된 디퓨저가 달려있다.

실내에서 느껴지는 감성은 기존 모델과 조금 다르다. 16 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한 레카로 퍼포먼스 시트를 비롯해 스웨이드로 감싼 스티어링 휠과 기어 레버 등이 눈에 띈다. 계기반의 구성은 기존 ATS와 같지만 속도계가 330km까지 새겨져 있는 점이 다르다.

센터페시아의 구성도 다르지 않다. 캐딜락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CUE’가 적용됐고, 다양한 편의장비가 적용되어 운전자를 돕는다. 전방 충돌 경고 기능을 비롯해 차선 유지 기능, 사각 지대 경고 기능 등 첨단 기능들이 적용됐다. 물론 이런 기능들은 기존 ATS에서 경험할 수 있는 기능들이다.

미국냄새 물씬 풍기는 힘

‘M’과 ‘AMG’를 대적할 ‘ATS-V’의 성능이 어떨지 궁금했다. 수치상으로는 오히려 더 좋은 모습이다. 하지만 실제로 주행할 때 느껴지는 여러 가지 부분은 제원상 수치만 가지고 알 수 없기 때문에 얼른 달려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ATS-V 보닛을 열면 ‘V’ 배지가 달린 심장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엔진은 3.6리터 트원터보 V형 6기통으로 최고출력 470마력(@5,800), 최대토크 61.4kg.m(@3,500~5,000)에 달하는 강력한 성능을 낼 수 있다. 경쟁 모델들을 충분히 긴장케 할 성능이다. 여기에 8단 자동 변속기가 변속을 도와준다. 이 변속기는 캐딜락 변속기 중 가장 빠른 변속 속도를 자랑한다는 게 캐딜락의 설명이다. 캐딜락이 공개한 제원에 따르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3.8초, 최고 시속은 302km에 달한다. 이는 경쟁 모델들을 비롯해 어지간한 고성능 세단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수치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달려봤다. 470마력의 힘은 충분하다 못해 일반 도로에서 타기에 넘치는 힘이었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마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이 묵직한 배기음을 내며 몸을 시트로 파묻히게 했다. 초반부터 밀어붙이는 힘은 말 그대로 짜릿했고, 추월 가속력도 경쾌했다. 계기반에 왜 시속 330km까지 새겨져 있는지 이해가 될 성능이다.

인기가 두터운 고성능 브랜드를 경쟁 모델로 삼은 ATS-V의 자신감은 차를 타는 순간 고스란히 느껴졌다. 과거 미국 태생의 고성능 모델은 직선에서만 강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ATS-V의 경우에는 이 말이 절대 해당되지 않는 모습이다.

ATS-V에는 1초에 약 1000번 이상 노면을 읽어 댐핑력을 조절하는 ‘마그네틱 라이드 컨트롤(Magnetic Ride Control)’이 적용되어 있다. 과격하게 주행을 하거나 코너를 돌아나갈 때 이 기능이 빛을 바랐다. 서스펜션이 댐핑력을 조절해 좌우로 움직이는 롤을 최대한 억제해 불안함 없이 코너를 빠져나갈 수 있었고, 스티어링 휠 반응 역시 뛰어났다. ZF 사의 ‘R-EPS’ 스티어링 시스템이 적용된 이 모델은 즉각적인 반응으로 차의 앞머리를 돌려줬다. 더 이상 미국차가 코너링과 핸들링 성능이 좋지 않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ATS-V 앞에서는 말이다.

놀라운 점은 또 한가지 있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천천히 달리고 있으면 고성능 모델을 타고 있는지 일반적인 세단을 타고 있는지 혼돈이 될 정도로 편했다. 귀를 자극하는 배기음도 들리지 않고 최대한 부드럽게 차를 움직일 수 있었다. 서스펜션을 비롯해 모든 부분이 편안했다. 여기에 16 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한 레카로 퍼포먼스 시트는 운전자의 몸을 꽉 움켜지고 있어 빠르게 달리거나 여유롭게 달려도 전혀 불편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고성능 모델을 타고 있지만 부담스럽지 않다는 점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을 정도다.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고성능 모델일수록 제동 성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무시무시한 가속력을 가지고 있어도 제대로 서지 못한다면 고성능은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ATS-V의 브레이크 성능은 제동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줬다. 초반부터 꾸준한 제동력을 보여줬고, 여러 번 강하게 브레이킹을 시도해도 쉽게 지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저속에서는 ‘끼익’거리는 소리가 살짝 들리긴 했지만 귀에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행 중에 나타나는 단점도 있었다. ATS-V에 적용된 8단 자동변속기가 간헐적으로 ‘쿵’하는 변속 충격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변속 순간마다 느껴지는 충격은 아니지만 다소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부분이었다. 또 한가지 단점은 연료 효율성이다. 제원상으로는 복합연비를 기준으로 리터당 8.1km(도심 7.0km/l, 고속 10.2km/l)로 나타나있지만 실제로 주행 시 느껴지는 효율성은 조금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데일리카로 이용할 수 있는 모델이라면 낮은 연료 효율성은 단점으로 지적할 만한 부분이다.

새로운 캐딜락의 공격형 무기로 충분

ATS-V의 등장은 고성능 콤팩트 시장을 뒤흔들기에 충분해 보인다. 때로는 편안하게 탈 수 있는 데일리카의 모습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성능은 마치 지킬 앤 하이드 같은 이중인격을 가진 모습이다. 또 날렵한 디자인은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ATS-V의 가장 큰 매력은 ‘가성비’를 꼽을 수 있다. 경쟁 모델 대비 저렴한 가격은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카본 패키지를 더해도 약 9천만 원을 지불하면 짜릿한 성능을 맛볼 수 있다. 다양한 매력을 가진 ATS-V의 팬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경쟁 모델들과의 싸움에서 어떤 결과를 이룰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V-시리즈만의 매력을 지켜나가고 있는 ATS-V를 조용히 응원하고 싶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