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0.18 금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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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호의 F1 스토리 PART 22 - F1 카를 망치는 손쉬운 방법

 

엔진 파워, 브레이크 토크, 공기 저항 계수, 기어박스 효율, 서스펜션 스트럿 강도 등 실험실에서 측정이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최고로 증명된 자동차 요소들 만을 한데 모아 고성능의 자동차를 완성했다고 가정하자. ‘이 자동차는 실험실에서 최고로 증명된 것들만 사용하여 만들었으니 트랙에서도 당연히 가장 빠른 레이스카이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현실은 (외부로부터 잘 격리된) 실험실과는 많이 다르다.

 

 

각 파트에 대한 실험실의 계측 결과와 계산을 빠짐없이 더하는 것 만으로 완성된 레이스카의 트랙 성능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F1을 비롯한 수많은 모터 레이스 팀, 자동차 테스트 그룹들이 그렇게나 많은 현장 인력을 쓸 이유가 없다. 숫자로 예측된 레이스카의 잠재력을 트랙 위에서 실제 성능으로 100 % 재현하는 것은 수많은 테스트와 시행착오, 때로는 행운이 따라야 달성 가능한 골치 아픈 작업이다. 따라서 레이스카는 실제로 달려 보기 전까지 진짜 성능을 그 누구도 쉽게 단정지어 말할 수 없다. 이것이 모터 레이스가 스포츠란 형태로 매력적일 수 있는 근본적이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잘 만든 레이스카를 최악의 레이스카로 둔갑시키지 않을 방법은 어렵지 않다. 최악의 레이스카를 만드는 것은 스포츠 신이 관장하는 운명의 영역이 아니라 그 보다는 논리적인 엔지니어링 신의 영역이다. 만약 레이스카를 망치는 방법을 터득한다면 그 반대로만 해도 최악은 면할 수 있다. 이쯤에서 자신이바퀴를 하나 빼버리면 되지”, “기름통에 몰래 구멍을 뚫지”, “핸들을 뽑아버려따위의 답을 하고 있다면 자신의혼이 정상인지를 반드시 의심해보자. 나는 지금우사인 볼트의 질주를 방해하는 것들을 되짚어보자는 것이지그의 다리를 부러뜨려 주저 앉히는 아주 손쉬운 방법을 찾자는 것이 아니다.

 

무능한자에게 운전대를 맡겨라

 

 

1996 년 가을 경으로 기억한다. 철부지 대학생이었던 나는 그날 저녁도 별 생각 없이 AFKN을 틀었다가 우연히 에릭 클랩튼의 콘서트 실황을 보게 됐다. 그의 빼어난 기타 플레이에 빠져들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고 급기야 나도 저렇게 기타를 연주를 하고 싶다는 무모한 충동이 솟구쳤다.

 

그날 이후 내가 원했던 것은 오직 블랙 보디에 화이트 피크 가드를 두른 에릭의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Fender Stratocaster)였다. 세상의 다른 그 어떤 기타로도 에릭의 기타 사운드는 흉내 낼 수 없거니와 이 기타만 있으면 나도 에릭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의 음악에 빠져 혼이 비정상이었던 탓인지, 나는 고향에 계신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일렉 기타 사게 돈 좀 주세요하고 뻔뻔하게 들이댔다. 그런데 평소 같았으면 무섭게 꾸짖으셨을 어머니께서 다정한 목소리로얼마나 필요한데?” 하시는 것이었다. 당황한 나는이렇게 된 마당에 큰 금액을 부르자하는 생각에 대뜸백만원이요라고 대답했다. 마치 어느 천재 기타리스트의 탄생에 얽힌 일화에 등장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기묘하게, 어머니는 알았다. 곧 은행 계좌로 부쳐줄게하시는 것이었다. 나는 혹시라도 어머니가 변심할까 두려워 쏜살같이 은행으로 달려가, 백만원을 찾아 들고 낙원 상가로 향했다.

 

하지만 백만원과 수중의 용돈이 전부였던 내 예산은 애타게 갈망했던 에릭 클랩튼의 펜더 커스텀 모델을 사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대신 에릭의 기타 모양을 똑 닮은 블랙 & 화이트 펜더 아메리칸 스탠다드 한대와 20W짜리 싸구려 기타 엠프를 구입했다. 예산에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택한 차선책이었지만 Made in USA 펜더 기타는 아마추어가 첫 기타로 선택하기에 꽤나 고급이고 현재 물가로 따져도 일렉 기타에 백만원짜리 태그는 결코 부담 없는 가격이 아니다. 당시 긴머리를 찰랑이며 친절하게 도와주던 악기사 점원 형은 이 기타 모델로도 얼치기였던 나를 홀리기에 충분히 황홀한 기타 사운드를 뽑아 냈다. 그걸 지켜본 나는 나도 곧 저렇게 연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행복했다. 하지만 자취방 구석에서 이 녀석이 내는 소리는 나의 기대를 완벽하게 저버렸다. 기타 연주가 처음은 아니었지만 내 품 안에서 펜더 기타가 내는 사운드는 에릭의 사운드에 비하면 허접 쓰레기였다. 나는 그제서야 깨달았다. 진짜 에릭 클랩튼의 기타를 내 손에 쥐어 주어도 나는 그가 만드는 한 노트의 사운드도 흉내 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예술, 스포츠, 엔지니어링을 막론하고 사람이 개입하는 창조의 과정에선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모터 레이스 역시 드라이버의 운전 실력이 매우 중요하다. 페르난도 알론소나 세바스찬 오지에 같은 특급 드라이버들에게 잘 다듬어진 레이스카를 맡기면 이들은 레이스카는 잠재력을 거의 완전하게 활용한다. 야생마처럼 반응이 예민한 레이스카를 맡기더라도 이들은 금새 적응하여 잘 달린다. 좋은 레이스카를 망치는 가장 간단하고 쉬운 방법은 무능한 드라이버에게 운전대를 맡기는 것이다. 당신이 한 레이스팀의 보스라면 막대한 개발 비용이 투입되고 많은 이들의 노력으로 탄생한 레이스카를 무능한 드라이버의 손에 절대 맡기지 않을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운전대보다 더 위험하고 중요한 것들이 부적격자의 손에 턱턱 맡겨지는 일이 다반사이니 현실을 속단하는 것이 조심스럽긴 하다.

 

 

사실 동일한 레이스 클래스에서 겨루는 프로페셔널 드라이버들 간의 실력 차이는 레이스카들 간의 기계적 성능 차이를 월등히 능가할 정도로 결정적이지 않다. 비슷한 경력과 실력을 갖춘 드라이버들의 레이스 승패를 결정짓는 것은 90 % 이상이 레이스카의 성능 차이다. 그렇다면 레이스카의 성능 자체를 망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단 얘기다

 

신용 등급을 떨어뜨려라.

 

 

이전에도 여러 번 강조했지만, 레이스카의 핸들링 성능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자동차 요소는 타이어다. 앞 바퀴로 방향을 바꾸고 네 바퀴로 달리는 모든 자동차는 그것이 최고급 스포츠 카든, 패밀리 밴이든, 소형 화물차든 차종에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동일한 운동 법칙(Dynamics)을 따른다. 모든 자동차의 속도를 바꾸는 힘의 본질은 타이어와 도로 표면 사이에 발생하는 마찰력이다. 이 속도의 변화를 방향에 따라 가속, 감속, 코너링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민첩한 레이스카를 만들기 위해 레이스카 엔지니어들은 타이어가 모든 방향에서 가능한 큰 접지력을 낼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한다. 하지만 타이어의 접지력이 커진다고 해서 레이스카 핸들링 성능이 저절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레이스카에서 가장 정복하기 어려운 성능은 아마도 ‘Drivability’일 것이다. ‘Drivability’는 사전을 뒤적여 조종성정도로 번역할 수는 있겠으나 이 단어로는 이 용어의 의미를 유추하기 조차 어렵다. 이 자동차 용어는 드라이버의 컨트롤에 대해 자동차가 얼마나 예측 가능하게 반응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에 “반응 예측 가능성이 더 정확한 표현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상에서 접지력이 가장 뛰어난 자동차라 하더라도 같은 조작에 대해 때에 따라 반응이 달라 움직임을 예측할 수 없거나, 접지력의 한계가 너무 분명하여 의도치 않게 이를 넘었을 때 낭떠러지에서 발을 헛디딜 것처럼 접지력이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한다면 이 자동차는 결코 좋은 레이스카가 될 수 없다. 혹시라도 타이어가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미끄러지기 시작한다면 드라이버가 다음 동작을 예비할 수 있도록 가급적 완만하게 미끄러지는 것이 좋은 레이스카의 덕목이다.

 

 

동일한 조작에 대한 반응이 일정하고 예측 가능한 레이스카는 드라이버에게 신뢰감을 주기 때문에 트랙 마일리지가 늘수록 드라이버가 잠재 성능의 최대치에 더 가깝게 도전하고 학습하는데 용이하고, 그 결과 더 빠르다. 드라이버가 레이스카를 신뢰할 수 있으면 경기 흐름, 자동차의 상태, 타이어의 컨디션, 다음 구간의 예측 등의 여러 상황 변화에도 신경을 쓸 수 있다는 보너스도 생긴다.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드라이버는 트랙을 벗어나지 않고 달리는 것에도 전전긍긍할 수 밖에 없다.

 

 

레이스카의Drivability는 레이스카의 신용 등급이다. 레이스카 엔지니어들의 궁극적 목표는 트랙의 전 구간에서 네 개의 타이어가 모두 가능한 높은 접지력을 생성하고, 이들 사이의 접지력 배분을 가급적 일정하게 유지함으로써 레이스카의 신용 등급을 최대로 만들 수 있는 셋업(Set-up)을 찾는 것이다. 레이스카의 셋업은 샤시, 브레이크, 디퍼런셜, 엔진, 기어박스, 서스펜션, 타이어를 망라한 모든 변수의 조합을 의미한다. 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네 개의 타이어를 내리 누르는 하중이 항상 골고루 분산된다면 가장 이상적이다.

 

 

주어진 트랙에서 가속, 감속, 코너링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즉 핸들링 성능이 우수한 셋업을 찾는 일은 이 모든 재료들이 가장 맛있는 맛을 낼 수 있는 최적의 배합 비율을 찾는 것과 유사하다. 모든 재료의 배합 비율이 1:1:1...로 모두 같아서 맛있는 음식은 세상에 흔치 않다. 주어진 트랙에 가장 적합한 레이스카 셋업을 찾는 일은 무수히 많은 미지수가 동반되는 복잡한 방정식이고 그 해는 변한다.

 

발란스는 산술적 균형이 아닌 황금 비율

 

 

자동차의 핸들링 성능을 평가하거나 언급할 때 자동차의 발란스(Balance)’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우리말의 균형이라는 단어로 바꾸어 쓸 수도 있지만우리 오늘 나이트 갈까?”우리 오늘 춤추며 술 먹으러 갈까?”로 바꿨을 때 느껴지는 어색함처럼 균형이란 단어는 물리적 평형의 뉘앙스가 짙어 발란스의 어감을 대체하기에 뭔가 부족한 느낌이 있다.

 

자동차 엔지니어링에서 발란스의 의미는 물리적 평형보다는 황금 비율에 가깝다. (발란스를 굳이 밸런스로 바로 잡을 필요는 없다. 발란스는 한글 그대로 읽어도 아주 정확한 Balance 의 영국식 발음이다. Orange를 오렌지, Tomato를 토마토, Banana를 바나나, Glass 를 글라스로 읽어도 마찬 가지다. “어우륀지, 토메이도, 버내너, 글래스의 강박이 있는 독자들이밸런스의 강박을 느낄지 몰라 하는 첨언이다. 세상에는 수 많은 영어가 존재하고 영어는 본래 영국의 말이다.)

 

 

자동차가 곡선 구간을 무사히 통과하려면 타이어가 미끄러져 트랙을 벗어나는 일이 없어야 한다. 타이어가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타이어 접지력이 뚝 떨어지기 보다 점진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좋다. 이렇게 되면 드라이버가 대처할 시간이 길어져 사고를 모면할 가능성이 커진다. 좌회전 코너를 통과하던 중 타이어가 버틸 수 있는 접지력의 한계에 도달하여 타이어가 코너 바깥으로 미끄러지기 시작한다면 전후륜 타이어가 거의 동시에 같은 속도로 미끄러지는 것이 가장 좋다(Neutral steer).

 

어떤 자동차의 핸들링 발란스가 좋다고 하는 것은 타이어가 접지력의 한계에 도달했을 때 앞뒤 타이어가 비슷한 속도로 동시에 미끄러지기 시작함을 의미한다. 반대로 핸들링 발란스가 나쁘다는 것은, 전후 타이어 중 어느 한쪽이 먼저 미끄러져 차체가 회전하려는 경향이 큰 상태를 의미한다. 만약 전륜 타이어가 먼저 미끄러지면 (Understeer), 자체의 머리가 트랙 바깥쪽으로 쏠리는 경향이 심해지고 스티어링 휠을 아무리 이리저리 틀어도 반응이 없는 통제 불능 상태에 이르면 트랙 이탈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반대로 먼저 미끄러지는 쪽이 후륜 타이어라면 (Oversteer), 차의 꼬리 부분이 코너 바깥으로 쏠리고 심하면 중심을 잃고 코너 안쪽으로 스핀을 일으킨다.

 

 

핸들링 발란스는 변화가 적을 수록 좋고 변화하더라도 그 정도가 완만해야 한다. 그래야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령 코너 입구에서 전후 접지력 배분이 50:50 이었던 것이 코너 출구에서 80:20으로 갑작스럽게 변한다면 뒷바퀴가 상대적으로 미끄러움에 매우 취약하게 되고 드라이버가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스핀을 일으킨다. 레이스카의 발란스는 정지 상태에서 각 타이어에 배분된 하중 분포에 비례해 타이어의 접지력이 상승 혹은 감소하는 방식으로 유지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정지 상태에서 어떤 자동차의 하중이 전륜에 40%, 후륜에 60% 배분된다면, 코너링 시 타이어에서 발생하는 접지력 배분도 가급적 40:60 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이 좋다.

 

발란스를 조절하는 방법들

 

 

레이스카의 발란스를 조절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당장 타이어의 공기압이나 캠버 각을 조정하면 인위적으로 각 타이어의 접지력을 쉽게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최상의 접지력이 보장된 상태에서 이들 사이의 힘의 배분이 균일한 상태를 원하는 것이지 단순히 발란스만을 맞추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발란스만 맞추는 것은 불평등을 해소한다며 모두를 가난하게 만드는 꼴이니 참 의미 없는 짓이다.

 

 

현대 F1 카 타이어의 접지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서스펜션과 공기 역학이다. 우선 서스펜션은 하중 이동의 분담, 타이어와 도로의 물리적 접촉 시간, 타이어 컨택트 패치의 형태를 바꾸는 방식으로 접지력을 조절하는 수단이다. 서스펜션으로 조절 가능한 타이어의 접지력을 통상 기계적 접지력(Mechanical Grip), 이 기계적 접지력의 전후 배분을 기계적 발란스(Mechanical Balance)라 칭한다.

 

 

서스펜션의 부품을 이용해 타이어의 기계적 발란스를 튜닝하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서스펜션 튜닝은 코너링 시 타이어에 전달되는 하중 이동의 크기를 조절함으로써 타이어의 접지력 발란스를 맞춘다. 전후 안티롤바는 이를 위한 가장 중요한 발란스 조절 장치다.

 

안티롤바는 차체의 롤 모션에 대한 저항력을 조절한다. 앞뒤 바퀴축 중 어느 한쪽에 더 강한 안티롤바를 달면 전체 하중 이동 중 더 많은 비중을 이 축이 부담하기 때문에 안쪽 바퀴가 들릴 가능성이 커지고 따라서 접지력도 낮아진다. 앞 서스펜션의 안티롤바를 강하게 하면, 앞쪽 타이어의 접지력이 낮아져 언더스티어 경향이 커지고, 반대로 강도를 낮추면 오버스티어 경향이 커진다. 뒤 서스펜션의 안티롤바를 강화하면 오버스티어 경향이 커지고, 반대로 강도를 낮추면 언더스티어 경향이 커진다

 

 

서스펜션 스프링의 강도를 바꿔도 핸들링 발란스를 조절할 수 있다. 서스펜션 스프링은 자동차의 하중을 지탱할 뿐만 아니라 도로의 경사, 요철 등으로 인한 수직 하중을 완충한다. 더 단단한 스프링이 달린 바퀴 축은 완충 작용이 덜 해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스프링이 달린 바퀴축 보다 접지력이 떨어진다. 만약 더 단단한 스프링을 앞쪽 서스펜션에 부착한다면 언더스티어 경향이, 그 반대인 경우 오버스티어 경향이 나타난다. 후륜 구동 레이스카는 가속 시 뒷바퀴의 접지력이 큰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언더스티어 경향이 강하도록 서스펜션을 설정해야 하는 것이 좋다.

 

 

F1 카의 공기 역학적 디자인이나 앞뒤 날개를 통해 유도된 다운포스를 활용해 타이어를 누르는 수직 하중을 인위적으로 증가시킴으로써 타이어의 접지력을 높일 수도 있다. 공기 역학적 다운포스로 유도된 접지력을 공기 역학적 접지력 (Aerodynamic Grip)이라고 부르고, 공기 역학적 접지력의 비율을 에어로 발란스 (Aero Balance)라고 칭한다.

 

공기 역학적 다운포스는 매우 복잡한 과학이 얽혀 있지만 극히 단순화하면 앞뒤 바퀴축에서 측정한 지표면과 차체 사이의 공간, 일명 라이드 높이(Ride Height, 지상고)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다운포스는 라이드 높이가 낮을 수록 증가하고 그 결과 타이어의 접지력도 커진다. 라이드 높이가 낮으면 좌우 하중 이동도 줄어들어 좌우 타이어 사이의 접지력의 변화도 줄어든다. 공기 역학적 다운포스의 분배는 F1카 앞뒤 날개의 각도로도 미세하게 조정할 수 있다. 날개의 각도가 클 수록 공기와 부딪히는 면적이 커져 다운포스가 커진다. 앞쪽의 다운포스가 크면 오버스티어 경향이, 뒤쪽의 다운포스가 크면 언더스티어 경향이 강해진다

 

 

브레이크도 중요한 발란스 조정 수단이다. 브레이크 발란스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을 때 앞뒤 축에 가해지는 브레이크 토크의 비율이다. 앞뒤 브레이크 토크의 크기는 앞뒤 브레이크 유압 실린더의 압력 배분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 앞 바퀴 브레이크에 더 강한 제동력이 필요하면 앞바퀴 브레이크 피스톤에 상대적으로 더 큰 압력을 가하는 것이다. 브레이크 발란스 조정의 목적은 브레이크가 완전히 잠기는 현상, 즉 브레이크 로킹(Brake Locking)을 피하는 것이다. 뒤 바퀴의 브레이크가 너무 강하면 감속 시 뒤 바퀴가 쉽게 잠겨 타이어가 미끄러지기 때문에 레이스카의 꼬리 부분이 튕겨 나가 코너에서 스핀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앞 바퀴에 브레이크 노킹이 발생하면 앞 타이어가 미끄러져 감속 시 방향 전환 능력을 상실할 수 있다.

 

 

정성스레 잘 만든 레이스카를 망치고 싶지 않다면 지속적으로 적절한 분배 방법을 찾고 그 영향을 확인해야 한다. 무지막지한 엔진 파워와 고가의 부품으로 레이스카를 무장한다 하더라도 분배의 균형이 무너지면 레이스카는 머리 없는 닭 (Headless Chicken)”꼴을 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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