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푸조 308이 회사에 온지 3개월이 넘었다 . 내 차는 아니지만 가끔 타는데도 불구하고 정이 들어버렸다 . 볼 때마다 묵묵히 회사 일을 돕는 것 같아 고마운 마음마저 든다 . 한 동안 관리를 제대로 해주지 못한 탓에 차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 미안한 마음에 세차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게다가 서비스 경고등도 들어와 서비스 센터에도 다녀왔고 , 우연한 계기로 이 녀석의 숨겨진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
관리가 필요하다 !
“세차 좀 하지 … ”
빠듯한 일정 때문에 신경을 못썼다 . 전국 방방곳곳을 누비다 보니 ‘정말 ’ 더러워져 있었다 . 아무래도 회사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다 보니 서로 세차를 미루는 눈치였다 . 이 참에 세차를 하기로 마음 먹고 망설임 없이 세차장을 찾았다 . 동전을 바꾸고 실내 매트를 빼고 차에 시원하게 물을 뿌렸다 .
휠에는 브레이크 분진이 많이 묻어 있었다 . 세차장에 놓인 솔 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 손 걸레나 세차 용품을 써서 완벽히 닦을 수 있으니 큰 걱정거리는 아니다 . 외관은 광이 날 정도로 완벽했다 . 문제는 실내 . 세차장에 있는 진공청소기로 다 빨아냈다 . 속이 다 후련했다 . 조만간 전문가의 손길을 빌려 묵은 때를 다 벗겨낼 거다 .
또 한번의 서비스 센터 방문
“또 서비스 경고등이 들어왔네 , 무슨 문제가 생긴 건가 ?...”
두 번째 서비스 경고등이 들어왔다 . 처음 경험하는 일이 아니어서 당황하지 않았다 . 바로 성수동 푸조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걸어 상담하고 , 예약을 했다 .
예약한 날 성수동 푸조 서비스 센터를 방문했다 . 이곳은 1층에서 접수를 한 뒤 차를 6층 정비장으로 올린다 . 차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야 했다 . 신선했다 . 6층에 마련된 ‘고객 라운지 (Customer Lounge)’에서 차를 정비하는 동안 쉴 수 있다 . 이 곳에는 고객들을 위한 편의시설이 있다 . 마사지 기계를 비롯해 컴퓨터 , 각종 잡지까지 있다 . 또 음료도 무료로 마실 수 있다 .
“최근에 서비스 경고등이 들어와 점검했는데 왜 또 들어온 거죠 ?”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담당 직원에게 물었다 . 직원은 계기반 누적 거리를 확인하더니 1만 km 점검 등이 뜬 거고 , 엔진오일 교환 주기라고 설명했다 . 그는 고객 라운지에서 편히 쉬고 있으란다 . 하지만 궁금한걸 못 참는 성격이라 차가 있는 곳으로 갔다 . 차는 리프트에 올려져 오일을 빼고 있었다 .
직업정신 (?)이 발동해 카메라를 들고 셔터를 눌렀다 . 새로 넣을 오일도 살펴봤다 . 오일은 ‘토탈 쿼츠 INEO FIRST 0W-30’이다 . 정비사는 또 질문할 걸 알았는지 ‘디젤 엔진에 적합한 합성유 ’라고 설명했다 .
“엔진오일은 교환 주기가 어떻게 되나요 ?”, “엔진 플러싱은 안 해도 괜찮을까요 ?”
귀찮을 정도로 정비사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다 . 정비를 계속하면서도 친절하게 대답해줬다 . 합성 엔진오일을 사용하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플러싱을 할 필요가 없단다 . 또 연료 필터를 잘 교환하면 연료분사 노즐이 막히는 확률이 적다고 설명했다 .
엔진오일을 바꾸고 교환 주기를 새로 세팅 했다 . 평균적으로 12개월 1만 km 주기로 엔진오일을 갈아 주는 게 좋다 .
2500km 쯤에 해야 하는 초기 서비스 점검은 말 그대로 출고 후 주행하면서 차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 이번 1만 km 서비스는 중요하다 . 엔진오일을 교환하고 엔진에 관련된 초기 정비 주기기 때문이다 . 어떤 사람들은 1만 5,000km가 넘어도 상관 없다고 하지만 , 도로 상황이 다르고 날씨도 다르기 때문에 1만 km에서 점검하는 것이 차 컨디션을 유지하기에 좋다 . 특히 회사차로 이용하고 있는 308은 여러 사람이 다른 운전 습관으로 차를 몰기 때문에 더욱 중요한 점검이기도 하다 .
교환 주기는 계기반에 있는 버튼을 약 10초간 누르고 있으면 오일교환 주기와 요소수 교환주기 창이 뜬다 . 계기반을 통해 운전자가 직접 확인할 수 있으니 오일 교환 주기를 놓칠 걱정은 덜었다 .
발군의 달리기 실력
라이드 매거진이 롱텀 시승을 하고 있는 ‘푸조 308’. 이 차를 타고 신나게 달려볼 일이 거의 없었다 . 그런데 마침 좋은 기회가 생겼다 . 물론 일 때문이다 . 멋진 스포츠카 촬영을 위해 와인딩 성지라 불리는 ‘중미산 ’을 찾았다 . 배기량이 낮은 차를 타고 중미산에 온 건 처음이다 . ‘과연 따라갈 수 있을까 ?’ 300마력이 넘는 스포츠카를 어떻게 따라갈지 걱정이 앞섰다 .
타이어 열을 올리기 위해 적당한 (?) 속도로 차를 몰았다 . 업힐 (Up Hill)에서 나름 경쾌하게 치고 나갔다 . 의외였다 . 이 녀석을 너무 과소평가했던 것 같다 . “뭐야 , 꽤 달리네 ?” 1.6리터 디젤엔진을 탑재한 차가 이 정도 달리기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
이 차는 유로 6 기준을 충족시키는 BlueHDI 1.6리터 디젤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 최고출력은 120마력 , 최대토크는 30.6kg ㆍ m의 힘을 가졌다 . 수치만 놓고 보면 뛰어난 건 아니다 . 하지만 직접 차를 몰아보면 120마력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의 힘을 낸다 . 변속기는 6단 자동변속기 ‘EAT6’가 장착돼 꽤 부드럽다 .
중미산 정상에 올라 잠시 휴식을 취했다 . 타이어를 만져보니 어느 정도 열이 올랐다 . 모든 준비가끝났다 . 다시 차에 타고 시동을 걸었다 . “좀 더 달려봐 ” 무전기 너머 선배의 말이 들렸다 . 코스도 익숙해지고 타이어 열도 오르고 자신감이 붙었다 . 다시 촬영에 돌입했다 . 이번에는 다운힐 (Down Hill)이다 . 기어레버를 수동모드로 옮겼다 . 스티어링 휠에 달린 패들 시프터를 이용했다 . ‘스포츠 ’ 모드로 바꾸는 것도 필수다 . 인위적이지만 스피커에서 만들어진 사운드가 귀를 자극했다 . 차 안에서만큼은 V8 스포츠카 부럽지 않다 .
“조금 더 , 조금 더 , 따라잡을 수 있을 거 같은데 ?”
앞서가는 스포츠카와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 가속페달에 힘을 더 주니 의외의 즐거움이 찾아왔다 . 재미있었다 . 좌우로 계속 이어지는 코너를 달릴 때 나름 짜릿한 맛도 있었다 . 부드러웠던 서스펜션이 단단하게 버텨준다 . 과격한 움직임에도 불안한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 다만 노면 상태가 좋지 않은 구간에서 뒤가 살짝 미끌리기도 했지만 불안하지 않았다 . 동급 차들과 함께 달리면 절대 밀릴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 .
브레이크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 중미산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동안 쉴새 없이 브레이크를 강하게 밟았지만 지치는 모습을 보긴 어려웠다 . 날씨가 선선한 편이고 , 쿨 -다운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
그리고 일반적인 주행을 할 때는 불만이 전혀 없지만 와인딩 코스에서는 개인적인 아쉬움이 있었다 . 내리막에서는 큰 불만이 없었다 . 몸놀림도 좋고 브레이킹도 좋다 . 그런데 오르막에선 원하는 타이밍과 기어비가 맞지 않았다 . 차 성격을 따져보면 그리 큰 불만을 제기할 것도 아니다 . 1.6리터 디젤차라는 점을 잊은 채 가솔린 스포츠카와 함께 열심히 달리다 보니 욕심 탓에 이런 느낌이 든 것 같다 .
또 한 가지 장점을 찾아내다
보통 차가 가지고 있는 매력은 뚜렷하다 . 적재 능력이 뛰어나거나 , 달리기 성능이 우수한 것처럼 . 푸조 308은 타면 탈수록 장점이 잘 드러나는 것 같다 . 훌륭한 연비에 나름 짐도 많이 실을 수 있다 . 그런데 장점이 또 하나 추가됐다 . 의외의 달리기 성능이다 . 극한 상황까지 차를 몰아도 지친 기색 없이 따라와 준 점에 대해서는 칭찬을 아끼고 싶지 않다 . 꾸준히 우리의 발이 되어 주는 308. 왠지 오늘따라 더 든든하고 예뻐 보인다 .
글
허인학 heo@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라이드매거진은 자동차, 모터사이클, 자전거 등 다양한 탈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드는 전문매체입니다. 각 탈것들의 전문적인 시승기부터 국내외 관련뉴스, 행사소식, 기획기사, 인터뷰, 칼럼, 대중들과 호흡할 수 있는 문화 이야기까지 다양한 볼거리들을 제공합니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덱스, '파니갈레 V4 S 탄다' 두카티 코리아 1호 엠버서더 위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