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스포티지 1.7 vs 2.0 비교시승

 

 

성격 다른 두 녀석이었다. 직접 보기 전까진 큰 차이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똑같이 생겼는데 꼼꼼히 살펴보니 다른 점이 꽤 많았다. 형은 화려하고 나서는 걸 좋아하지만 동생은 실속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용한 성격이다. 분명히 엇갈리는 매력이다.

 

형 못지않은 아우

 

 

스포티지 U2 1.7리터 모델은 R 2.0리터 모델보다 늦게 출시됐다. 1.7리터 U2 E-VGT 디젤 엔진과 7단 DCT가 탑재돼 최고출력은 141마력(@4,000rpm), 최대토크 34.7kg·m(@1,750~2,500rpm)의 힘을 발휘한다. 먼저 태어난 형님(R 2.0 디젤)과 비교하면 출력은 45마력, 토크는 6.3kg·m 낮다. 큰 펀치력은 형님보다 부족하지만 대신 날렵한 몸놀림이 특징이다. 7단 DCT가 재빠르게 힘을 바퀴에 전달하고, 몸무게가 80kg나 가벼워서 핸들링과 연비에 유리하다.

 

 

1.7 이나 2.0이나 둘 다 운전하기 편한 차다. 실용 영역에서 기분 좋은 가속력을 보여주고, 정숙성도 만족할 만하다. 수입 디젤 SUV와 비교해도 크게 부족하지 않은 성능이다. 물론 지향점이 다르기에 느껴지는 감성의 차이는 분명 있다. 1.7 모델은 힘을 조금 뺐음에도 답답하지 않았다.

 

고속에선 출력이 높은 2.0 모델이 한결 여유로웠다. 일상적인 주행에선 크게 아쉽지 않지만 스포티한 주행에선 힘이 센 2.0 모델의 당연한 승리다. 사람이 가득 타고, 짐을 잔뜩 실었을 땐 2.0 모델의 풍부한 토크가 빛을 발할 거다.

 

 

핸들링 감성은 어떨까? 서스펜션은 같다. 둘 다 프론트 맥퍼슨 스트럿, 리어 멀티 링크를 쓴다. 그렇지만 코너를 공략할 때 1.7 모델의 머리 부분이 조금 더 경쾌하게 움직인다. 엔진 무게가 가벼워서 그렇다. 대신 2.0 모델은 발 사이즈를 키워서 흔들림을 잡았다. 19인치 휠과 더 넓은 타이어(245/45R19)가 접지력을 높여준다. 1.7 모델의 타이어는 225/55R18규격이었다. 얇고 넓은 19인치 타이어보다 노면의 충격이 한결 부드럽게 전달된다. 차 옆모습을 볼 때 19인치 휠보다 비례감이 좋게 느껴진다. (어디까지나 취향이다)

 

 

연료효율성은 1.7 모델의 압도적 승리다. 가벼운 몸무게와 7단 DCT의 조합 탓에 고속도로에서의 효율은 생각 이상으로 뛰어났다. 18인치 휠 기준으로 복합연비는 리터당 14.6km. 19인치 휠을 끼운 2.0 모델의 복합 연비보다 1.3km높다.

 

약 400km를 아주 열심히(?) 달려 기록한 실제 연비는 차이가 컸다. 1.7 모델이 리터당 15.7km를 기록했고, 2.0 모델은 10.7km이었다. 절대(?) 연비 운전을 하지 않았을 때 수치다. 일정한 속도로 달리자 격차는 더 커졌다. 시속 90km로 약 25km를 달릴 때 기준으로 1.7 모델의 트립 컴퓨터가 보여준 연비는 리터당 23.0km. 2.0 모델은 리터당 16.4km였다.

 

 

주행 모드는 에코, 노멀, 스포츠 중 하나를 고를 수 있다. 유럽 브랜드처럼 모드의 특성이 명확하진 않지만, 이전 세대보다는 확실히 달라졌다. 스포츠 모드는 운전대가 무거워지고 엔진 회전수가 올라갔다. 상황에 따라 대략 300에서 800rpm쯤 더 올라가는 것 같다. 변속 시점이 달라질 뿐, 변속되는 시간이 더 빨라지진 않는다. 서스펜션 강도도 달라지지 않는다. 에코 모드로 놓으면 차가 힘을 쭉 뺀다. 가속페달을 밟아도 더디게 가속된다.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는 효율 우선 모드다. 앞으로는 모드 별로 달라지는 점을 시각적으로도 표현해 운전자가 제대로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가격에서 오는 차이

 

 

이번에 시승한 두 모델은 트림에 따른 옵션 품목이 대부분 들어있었다. 이른바 ‘풀옵션’ 차였다. 그렇지만 두 모델을 나란히 놓고 비교해보니 세부 품목 차이가 느껴졌다. 차에 타서 곳곳을 살펴보면 2.0은 반짝거리는 블랙 하이그로시 마감을 많이 썼다. 최상위 트림에서만 고를 수 있는 품목이다. 1.7에선 고를 수 없다. 대신 무광 소재가 주는 차분한 느낌은 질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안전운전에 도움을 주는 품목 몇 가지도 차이가 있다. 2.0 최고 트림인 노블레스 스페셜에선 드라이빙 세이프티 팩(PACK, 167만원)을 고를 수 있지만 1.7엔 노블레스 트림까지만 마련돼 추가할 수 없다. 이 패키지엔 긴급제동 보조시스템(AEB), 후측방 경보시스템(BSD), 차선이탈경보시스템(LDWS), 하이빔 어시스트(HBA), 어드밴스드 주차조향보조시스템(Advanced SPAS) 등의 첨단 품목이 들어있다. 1.7에서도 세이프티 패키지를 선택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시거잭 개수에도 차이가 있었다. 2.0은 뒷자리에 2개가 설치됐지만 1.7은 한 개다. 패들시프터와 D컷 스티어링휠은 똑같다. 1.7에만 있는 칼라 패키지도 있다. 인테리어 포인트 컬러와 시트 색이 달라진다.

 

철저한 실용주의자

 

 

스포티지 U2 1.7 디젤 모델은 성격이 분명하다. 철저한 실용주의자다. 화려한 형님 덕에 멋을 내는 법을 안다. 그렇지만 몸에 딱 맞는 이탈리아 정장보다 이런저런 매칭이 가능한 프랑스 블루종에 가깝다. 높은 연료효율, 합리적인 가격, 넉넉한 크기, 힘을 뺀 내 · 외관은 한결 편안하게 다가설 수 있는 스포티지 1.7의 가장 큰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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