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기엔 같다 . 하지만 경험해보면 다르다 . 오랜 시간 곁에 있으면 그 차이는 더 명확해진다 . 쌍둥이 얘기다 . 이번에 시승한 렉서스 NX 300h와 200t F-Sport가 딱 그 모양이었다 . 처음엔 차이를 쉽게 알아차리지 못했다 . 그런데 막상 몰아보니 너무나 달랐다 . 이름만 같았지 추구하는 방향은 딴판이었다 .
달릴 때 더욱 확실한 두 차의 차이
가속 페달 밟는 느낌부터 다르다 . 300h는 ‘윙 ’ 전기 모터 소리를 내며 조용히 나아갔고 , 200t F-Sport는 ‘그르렁 ’ 터프한 엔진음을 내뿜으며 거친 움직임을 보였다 . 속력을 내면 낼수록 두 차의 성격 차는 두드러졌다 . 확실히 모는 맛은 200t가 앞선다 . 자동 6단이 만들어낸 빠른 변속감은 무단 변속기에선 느낄 수 없는 짜릿함이 있었다 .
반면 , 300h는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변속감과 엔진 소리로 자연스럽지 못한 주행질감을 드러냈다 .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된 300h만의 매력이겠지만 200t F-Sport를 먼저 경험한 탓이다 . 물론 , 이런 느낌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고 주관적이다 . 그렇지만 같이 달려보면 감성 차이가 있을 뿐 ‘달리기 실력 ’은 차이가 없다 . 두 차 모두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7.8초 , 최고시속은 200km다 . 잘 달리는 만큼 브레이크 성능도 강했다 . 2톤에 가까운 차를 안정적으로 멈춰 세웠다 .
서스펜션은 프론트 맥퍼슨 스트럿 , 리어 위시본 세팅이다 . 노면의 정보를 부드러운 진동으로 바꿔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 하지만 다소 강한 요철을 만나면 차체가 위아래로 출렁거리고 , 급격한 코너에선 기우뚱한다 . 그래도 금세 자세를 유지한다 . 하체가 부드럽다 . 렉서스 가변식 4륜구동 시스템도 적용돼 안정적인 주행을 돕는다 . 평소엔 앞바퀴에만 힘을 주다가 상황에 따라 뒤 바퀴에 최대 50%까지 힘을 나눠준다 . 덕분에 접지력이 상당하다 .
주행모드는 에코 , 노멀 , 스포츠가 있다 . 300h엔 전기모터로만 구동되는 EV모드가 더 있다 . 200t F-Sport는 어떤 모드를 선택해도 답답함 없는 주행성능을 보여줬다 . 하지만 300h는 약간 달랐다 . 에코 , 노멀 모드에선 나긋나긋한 주행질감을 드러냈다 . 계기반도 푸른색이고 회전계 대신 하이브리드 상태를 알려주는 CHARGE, ECO, POWER가 표기됐다 . 다이얼을 돌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 효율이란 가면을 벗어던지듯 민감한 가속 응답성을 드러냈다 . 200t F-Sport만큼은 아니지만 속도감을 느끼기엔 충분했다 .
연료 효율은 확실히 300h가 좋았다 . 배기량이 200t보다 큼에도 복합연비는 리터당 12.6km(도심연비 리터당 13.0km, 고속연비 리터당 12.2km). 200t F-Sport(복합연비 리터당 9.5km)보다 리터당 3.1km 더 갈 수 있었다 . 300h 실연비는 리터당 12.2km쯤 됐다 . 공인연비와 별 차이가 없었다 . 그렇지만 200t F-Sport는 공식 수치보다 낮은 연료 효율성을 보여줬다 . 약 600km를 주행하는 동안 트립 컴퓨터에 표시된 연비는 리터당 8.3km. 당연히 두 차 모두 연비주행은 하지 않았다 .
제원도 비교해 봤다 . 300h에는 2.5리터 앳킨슨 사이클 엔진 +전기모터가 장착돼 최고출력 199마력 , 최대토크 21.0kg·m(@4,400-4,900rpm)를 발휘하고 , 200t F-Sport에는 2.0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이 탑재돼 최고 238마력 (@4,800-5,600rpm), 최대 35.7kg·m(@1,650-4,000rpm)의 힘을 냈다 . 이밖에 차의 길이 (4,630mm), 너비 (1,845mm)는 같았으나 , 높이는 200t F-Sport가 5mm(1,645mm)높았다 .
디테일에서 큰 차이를 보이다
성능을 체크하고 나니 디자인이 눈에 들어왔다 . 둘 다 NX니 당연히 생김새는 같다 . 강렬한 헤드램프 디자인과 입체적인 스핀들 그릴 , 거기다 과격한 차체 디자인까지 .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차이점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했다 . 일단 , 엠블럼 컬러가 다르고 , 프론트 그릴과 리어 범퍼 , 그리고 휠 디자인이 같지 않았다 .
실내로 들어가면 그 차이가 더 분명하다 . 300h는 브라운 컬러로 따뜻하고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 200t F-Sport는 블랙 컬러와 레드 스티치로 강렬하고 젊은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 차의 성능을 인테리어로 잘 표현한 건 200t F-Sport였다 . 패들시프트가 달린 스티어링과 스포츠 시트 , 거기다 알루미늄 페달이 장착돼 ‘스포티 ’한 멋을 살렸다 . 모는 맛뿐 아니라 타는 맛까지 신경 쓴 모양새다 .
렉서스가 드러낸 다름의 미학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두 차였다 . 300h는 진중했고 , 200t F-Sport는 화끈했다 . 생김새는 비슷했지만 성격은 놀랍도록 달랐다 . 차를 몰 때 손과 발끝에서 오는 감각은 다른 차를 타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 하이브리드는 조용하고 안락했으며 , 터보는 손에 땀을 쥐는 박진감을 선사했다 . 렉서스가 하나의 차종에 ‘효율 ’과 ‘성능 ’을 모두 집어넣었다 . 서로 다른 재미를 지닌 ‘NX’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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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서우 msw@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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