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K3 쿱 챌린지 레이스에 출전 중인 이승원 선수. 그는 치과의사다.

“카레이싱요? 후배 따라 시작했어요. 처음 탔을 때 정말 짜릿했거든요!”

KSF K3 쿱 챌린지 클래스에 출전 중인 치과의사 이승원(40) 원장은 카레이싱에 도전하게 된 계기로 후배의 권유를 꼽았다. 평소 차에 관심이 많았고,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트랙데이를 통해 서킷 주행의 재미를 맛봤다. 이후 학교 후배(최시원 선수)가 KSF 아반떼 클래스에 출전한다는 소식을 들으며 본격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배기량도 낮고 재미가 없을 줄 알았어요. 그런데 같이 타보니까 완전 다른 세상인 거예요.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래서 바로 아반떼를 사서 개조했고, 지난해 무한도전 팀이 카레이싱에 도전할 무렵에 저도 같이 도전한 셈이죠.”

 5라운드 경주장면

이승원 씨는 2014시즌 첫 출전에서 23위를 기록했고, 이후 성적을 조금씩 올려가기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K3 쿱으로 클래스를 올려 1차전에서 무려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성적이 갑자기 오른 비결은 함께할 ‘동료’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치과가 있는 천안 지역에서 다섯 명이 함께 K3를 탄다. 그리고 이 씨가 꼽은 카레이싱의 매력은 ‘긴장감’, ‘스릴’이다. 다른 차와 경쟁하며 느끼는 짜릿함은 혼자 트랙을 돌 때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고.

“K3 쿱이 출력도 높고, 함께하는 분들과 같은 차여서 훨씬 즐거워요. 서로의 노하우도 공유하면서 점점 실력이 느는 거 같아요.”


“안전하게 달리는 걸 좋아하죠”

이승원 씨는 충청남도 천안에서 치과를 운영 중이다. 카레이싱이 위험하다고 생각하기에 가족들의 우려가 있었지만, 그는 무한도전 덕(?)에 카레이싱에 비교적 쉽게 입문할 수 있었단다. 당시에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된 데다, 안전한 스포츠라는 게 알려진 덕이다.

원장실에 들어가니 ‘탈 것’의 흔적이 꽤 많다. 자전거 프레임이 걸려있고, 평범했던 첫인상은 온데간데 없다. 자전거도 좋아하고, 모터사이클도 좋아하고, 자동차도 좋아한다. 그야말로 ‘탈 것’ 마니아다. 그런데 요즘엔 몸에 큰 무리가 가는 운동을 할 수가 없어 비교적 움직임이 적은 카레이싱에 전념하는 중이다.

“연습은 시합 때 시간을 내서 금토일 서킷에서 살아요. 그 외엔 가끔씩 트랙데이에서 연습하고 있죠. 송도 서킷은 연습하기 쉽지 않고, 사고 위험도 크고요, 인제나 영암 서킷 둘 다 마음에 듭니다. 인제는 고저차가 재밌고, 영암은 코스가 평탄해 보이지만 테크니컬 코너가 많아서 재밌거든요.”

그와는 KSF(코리아스피드페스티벌)가 열리기 전 10일(목요일) 점심, 그의 치과에서 잠시 짬을 내 첫 만남을 가졌다. “내일 서킷 가야 해서 짐 쌀 게 많네요…” 한창 들떠있는 모습이 소풍을 기대하는 아이를 보는 듯했다. “주말에 뵐께요”


서킷에선 ‘174번 이승원 선수’로 기억해주세요
 

 서킷에서 만난 그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사흘이 지난 13일 오후, K3 쿱 챌린지레이스 결승전이 열리기 전 그를 다시 만났다. 레이싱 수트와 슈즈에 선글래스까지. 완전 딴 사람이다. 심지어 예선 성적은 4위다.

“평소엔 연습할 때 랩타임이 잘 나오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이번엔 세팅 바꾼 뒤 생각보다 잘나왔어요. 인제 서킷 풀코스는 처음이라 코스를 익혀야 할 부분도 많고, 주행 영상 보면서 연습 많이 했는데 결승전엔 어떨지 궁금하네요.”
 

K3 쿱 챌린지 레이스 경기장면

결승전 네 번째 그리드에서 출발했지만, 3위 자리는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시작부터 순위다툼이 치열했다. 다른 선수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고, 사고에 휘말리며 코스를 벗어나기도 했다. 20위권까지 떨어졌다가 차근차근 순위를 올려 최종 14위로 경기를 마감했다.

2015 시즌 순위(5라운드까지)를 살펴보니 6위에 이름이 있다. K3 쿱 챌린지레이스엔 총 45명이 참가하고 있으니 6위면 꽤 좋은 성적이다. 그렇지만 그의 목표는 언젠간 3위 안에 드는 거란다. 그리고 즐기면서 타는 것. 그게 그의 최종 목표다.

“레이싱을 하면서 딱히 큰 목표가 있는 건 아니에요. 지금까지 4위가 최고 성적이어서 3등 이내 순위를 기록하고 싶긴 하죠. 그렇지만 나이가 젊은 것도 아니고, 즐기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탈 수 있을 때까지 계속 즐길 겁니다.”

그의 바람처럼 계속 즐길 수 있는 자동차 문화가 이어지길, 자동차 마니아들의 놀이터가 커지길 기대해 본다.


이승원 선수의 K3 쿱 소개

“일단 겉모양 보면 아시겠지만 팀 데칼도 똑같이 맞췄어요. 같이 차 타는 분들이거든요. 그리고 이 차는 기아자동차의 K3 Koup이죠. 원형을 바탕으로 규정에 맞춰서 튜닝을 했어요. 속을 살펴보면 안전을 위한 롤케이지, 레이싱 버킷 시트, 5점식 안전벨트, 차양막이 있고, 휠과 브레이크 패드도 레이싱용으로 교체했죠. 그리고 기아차가 엔진 헤드커버 개선품을 줘서 이젠 과격하게 타도 엔진오일이 넘치지 않아요. 이게 제가 타는 차예요.”

KSF는 원메이크(One-make) 레이스다. 같은 차종, 같은 성능의 차로 승부를 가리는 대회여서 드라이버의 실력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클래스는 제네시스 쿠페 챔피언십, 벨로스터 터보 마스터즈, K3 쿱/ 아반떼 챌린지 레이스로 구분되며, 이승원 선수는 기아차가 후원하는 ‘K3 쿱 챌린지 레이스’로 클래스를 옮겼다. 챌린지 클래스는 프로선수가 아닌, 다양한 직업의 일반인들이 참가하고 있어 모터스포츠의 ‘등용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기아차는 KSF 대회를 통해 받은 피드백을 양산차의 성능개선에 반영하고 있다. 최근 K3 쿱 터보엔진의 부품 개선도 이런 활동의 일환이다. 일상 주행에선 문제가 없지만 ‘가혹조건’인 레이스 상황에선 엔진오일이 역류하는 문제가 발견됐고, 연구소에서 새로 만든 엔진헤드커버를 참가선수들에게 무상으로 교체해줘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이런 개선작업들은 양산차에 조금씩 적용될 수 있는 요소며, 모터스포츠를 후원하며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다.

글/ 박찬규 기자 star@ridemag.co.kr
사진/ 박찬규 기자, 문서우 기자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