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트랙스가 독일산(産) 심장을 이식받았다. 엔진으로 부족했는지 변속기도 바꿨다. 힘도 세지고 튼튼해졌는데 얼굴은 그대로다. 과연, 예쁘고 착하기까지 한 경쟁 차들을 이길 수 있을까?



한국지엠은 쉐보레 트랙스의 새로운 모습을 강조하기 위해 시승행사를 열었다. 영종도의 직선 구간에서 고속주행을, 배까지 타고 건너간 작은 섬에선 좁고 구불구불한 와인딩 구간과 아주 짧지만 비포장도로까지 체험할 수 있었다.


‘위스퍼 디젤’이란 별명의 새로운 1.6 디젤 엔진



아무리 둘러봐도 트랙스 디젤은 가솔린 모델과 다른 점을 찾기 어려웠다. 큰 기대를 갖지 않고 차에 오를 수밖에 없었다. 우선, 동승석부터 체험했다. 운전자와 한참을 대화하다보니 이 디젤차라는 게 문득 생각이 났다. 그만큼 조용해서가 아닐까. 직접 운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엔진 회전수가 낮을 땐 거의 들리지 않던 엔진음은 4,000rpm쯤 되니 날카로운 소리를 쏟아냈다. 그 외에는 시동 걸 때 들려오는 진동과 소음이 전부일 만큼 체감할 수 있는 '디젤 스트레스'는 적은 편이었다.



트랙스에 적용된 엔진에는 ‘위스퍼 디젤(Whisper Diesel)'이란 별명이 있다. 속삭이듯 조용해서 붙은 이름이란다. 이 차의 1.6 CDTi 엔진은 독일 오펠 社가 만들어 ‘모카(Mokka)‘에 적용한 엔진과 같은 거다. 최고출력은 135마력(PS,@4,000rpm), 최대토크 32.8kg·m(@2,250rpm)로 동급에선 가장 힘이 세다. 르노삼성 QM3가 90마력/22.4kg·m, 쌍용 티볼리 디젤이 115마력/30.6kg·m이다.




달려보니... “핸들링, 고속주행도 수준급”



직선 도로에서는 속도를 올려 달렸다. 한 번에 확 빨라지는 게 아니라 꾸준하게 가속됐다. 그리고 예상과 달리 고속에서 꽤 안정적이었다. 차고가 높은 SUV여서 공기저항을 많이 받을 텐데도 고속 풍절음이 적은 편이라 놀랐다.



저속에서 최대토크를 발휘해 꾸준히 그 힘을 유지하는 세팅도 제법 맘에 든다. 초반 가속력이 생각보다 좋았다. 시속 100km에 이르렀을 때 엔진회전계는 2,000rpm을 조금 넘는 수준. 최대토크를 낼 수 있는 영역이다. 이 차에는 3세대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기존에 비해 20% 효율을 개선한 변속기다. 강력해진 출력에 최적화된 기어비를 갖췄다는 게 쉐보레 측의 설명이다. 디젤엔진에 대응하는 변속기를 얹고, 엔진 특성에 맞춰 변속 타이밍을 설정했다는 얘기다.



구불구불한 와인딩 구간에서도 무척 안정적인 자세를 보여줬다. 무게중심이 낮은 편이어서인지 코너를 돌 때 SUV 특유의 쏠림과 출렁임이 적었다. 덕분에 연속되는 코너를 빠르고 안정감 있게 돌 수 있었다. 가솔린보다 무게가 늘어난 디젤 모델이라 좀 더 단단하게 잡아줄 필요가 있어서 서스펜션에 손을 댔다고 한다. 가솔린 모델보다 더 단단한 느낌을 받았다.



비포장도로에선 충격이 온몸으로 전달됐다. 잘 포장된 도로에선 단단하게 느꼈던 서스펜션은 비포장도로에선 딱딱하게 느껴졌다. 이래저래 들려오는 소리도 컸다. 돌이 휠하우스로 튀면서 나는 소리인지 서스펜션이나 차체에서 나는 소리인지는 분간이 어려웠다. 전형적인 오프로드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한, 시골 흙길 구간을 잠시 지났을 뿐인데 ‘운전피로도’가 ’급상승’했다. 도심형 SUV라서 오프로드는 버거운 모양이다.




균형 잡힌 세팅에 만족, 연비와 디자인 차별화는 아쉬워



트랙스 디젤은 엔진이나 변속기, 운전감 등 어느 하나 튀지 않고 균형 있게 잘 어우러진 모습을 보였다. 평소엔 도심을 오가면서 주말에 가끔 레저를 즐기는 젊은층을 겨냥한 차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스 오디오 시스템은 듣기 좋았다. 20~30대 연령층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도 2,195만원부터 시작해 2,495만원 사이다. 사회초년생의 첫 SUV로 고민해볼 만하다.



다만 아쉬운 부분은 연비다. 리터당 14.7km를 달릴 수 있는 연비는 동급 차종에 비해 많게는 리터 당 3.8km나 떨어진다. 게다가 최근 출시되는 신차들에 비해 내외관 디자인이 세련되지 못하다. 디자인은 주관적이어서 호불호가 나뉘긴 한다. 특히 인테리어의 소재나 디자인이 개선되었다면 훨씬 좋았을 것 같다. 어쨌든 ‘신차’니까.



쉐보레는 9월부터 전 차종의 시승차를 2,000대나 투입해 두 달 동안 적극적인 마케팅 공세를 펼치겠다고 밝혔다. 디자인이나 제원만 보고 차를 고를게 아니라 직접 타보고 차를 선택하라는 의미다. 트랙스 디젤도 반드시 몰아봐야 알 수 있는 차가 아닐까 싶다. 차에 오르기 전에는 세련되지 못한 디자인에 시큰둥했었지만, 신나게 달려보니 마음이 달라졌다.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지만 달리는 즐거움만큼은 기억에 남는 차다. 이런 즐거움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될지 지켜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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