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X4 xDrive30d M Sport Package / BMW X3 xDrive30d M Sport Package



처음엔 아무 생각 없이 2리터급 모델이라 생각했다. 페달을 밟을 때도 “역시 BMW!” 라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요즘엔 워낙 변종이 많고, 신기술들이 왕창 들어가면서 쉽게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출시 행사 때 본 차는 2리터 모델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고민해봐도 이 급에서 나올 만한 성능이 아니다. 힘이 넘친다. 이럴수가! 자세히 살펴보니 3리터 디젤 모델이었다.


BMW X4는 X3와 뭐가 다르지?

두 차는 정말 많은 걸 공유한다. 다른 점을 찾는 게 빠르다. 앞모양은 똑 닮았다. 헤드램프와 범퍼, 보닛과 BMW의 상징인 키드니 그릴까지 그렇다. 차 가운데 기둥인 B필러를 중심으로 뒤로 갈수록 낮아지는 지붕이 큰 차이점이다. X4의 테일램프는 4시리즈와 닮았다. 옆으로 길게 뻗어있다.  반면 X3는 3시리즈와 닮았다. 큼지막하지만 날카로운 모양을 지녔다.



BMW X4는 X3를 가지고 만든 쿠페형 SUV다. 그런데 BMW는 이 차의 구분을 두고 스포츠 액티비티 쿠페(Sport Activity Coupe) 즉, ‘SAC’라고 부른다. 같은 말이지만 뭔가 더 ‘있어’ 보인다. 어쨌든 네모 반듯하게 각진 모양이 아니라 지붕의 선이 트렁크까지 길게 뻗은 형태다. 다이내믹해보이면서도 꽤 예쁘다. 지붕 형태는 X4를 구분 짓는 핵심이다.



X3는 그냥 SUV가 아니라 스포츠 액티비티 비히클(Sport Activity Vehicle: SAV)이라고 부른다. 역동적이고, 활동적인 자동차라고 생각하면 된다. X4와 달리 SUV들의 전형적인 모양새 탓에 터프하고 단단한 이미지다. X4가 세련된 도련님이라면 X3는 모범생 같은 느낌이다. 튀진 않지만 깔끔하게 옷 잘 입는 녀석 같다.


주행성능도 똑같아?



결론부터 말하면 달릴 때 느낌이 달랐다. X4가 X3보다 약간 더 스포티했다. 물론 온-로드에서의 느낌이다. 스타일 때문만은 아닐 거다. 차를 과격하게 몰아보면 X4를 탈 때 조금 더 안정적인 느낌이 드는데, 시트 포지션이 약간 더 낮은 것 같다. X3는 험한 길에서도 왠지 모를 자신감이 생긴다.



달리기 실력은 두 차 모두 기대 이상이다. 8,000만원이 넘는 차 급에서 기본기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우습다. 이 차를 만든 사람들에게 실례다. 밟으면 밟는 대로 튀어나가고, 운전대를 돌리면 원하는 방향으로 깔끔하게 돌아나간다. 잘 달리는 만큼 잘 멈춰 서야 한다. 브레이크도 부드럽지만 강하게 잘 듣는다.

자세를 유지하는 능력도 꽤 뛰어나다. 노면 상태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차를 격하게 몰았을 때도 바퀴가 미끄러지는 것도 잠시, 이내 자세를 잡는다. 차체가 높아서 세단보다 더 적극적이다. BMW의 네 바퀴 굴림 방식인 xDrive도 안정감을 높이는 데 한 몫 했다. 앞-뒤 구동력을 0-100%, 100-0%까지 자유자재로 발휘한다. 필요한 바퀴에 필요한 만큼 힘을 더 준다고 보면 된다.



제원을 꼼꼼히 따져봤다. 시승차는 두 모델 모두 30d xDrive에 M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된 최고급형이다. 배기량은 2,993cc. 최고출력은 258마력(@4,000rpm)이며, 최대토크는 1,500~3,000rpm에서 무려 57.1kg.m나 된다. 무게(공차중량)도 1,820kg으로 같다. 휠베이스(2,810mm)과 너비(1,881mm)도 같았다. 그런데도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도달시간은 X4가 0.1초 빠르다. 숫자만으론 차이점이 없어 보이는데 어디서 차이가 생긴 걸까. 이는 ‘높이’와 ‘생김새’ 탓이 아닐까 싶다. X4가 54mm낮고 14mm길다.


또 다른 특징은?



앞뒤 오버행(바퀴 중심부터 범퍼 끝까지의 거리)은 X3가 짧다. X3의 프론트 오버행은 858mm, 리어는 989mm다. X4는 프론트 861mm, 리어 1,000mm다. 이런 차이는 특성을 나누는 요소다. 앞뒤 오버행이 짧아서 경사로 진입각과 탈출각이 커진다. 다닐 수 있는 곳이 조금 더 늘어난다.


X4의 트렁크 공간

반대로 X4는 천장이 낮아지면서 부족해진 트렁크 공간을 길이로 커버했다. 유모차를 세로로 실었을 때 X4는 딱 맞았지만, X3는 몇 센티미터가 모자랐다. 두 차 모두 가로로 실으면 다른 짐을 많이 싣기 어려워진다.


X4 특유의 루프라인 덕에 뒷좌석 헤드룸이 X3보다 좁다

지붕 디자인 탓에 뒷자리 머리공간은 X4가 불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막상 앉았을 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머리 윗부분 헤드라이너가 움푹 들어간 덕분이다. X3는 일반적인 SUV처럼 여유로운 공간을 느낄 수 있지만, X4와 달리 뒷자리 독서등을 켜는 스위치가 없어서 불편했다. 운전자가 켜줘야 한다.


X3의 휠

그리고 두 차 모두 M 스포츠 패키지가 적용됐다. 공기역학성능을 높여줄 M 에어로 다이내믹 패키지, 주행성능을 높이면서 스타일을 살려주는 19인치 M 경량휠, M 스포츠 패들 시프트, 시트의 너비까지 조절되는 스포츠 시트, 고급 헤드라이너 같은 여러 품목들이 덧대어졌다.

이피션트 다이내믹스(Efficient Dynamics)기술들도 돋보인다. 연료효율을 높이기 위한 기술 이름에 다이내믹을 붙여놨다. 새로운 트윈파워 터보 엔진, 브레이크 에너지 회생 장치, 에코 프로 모드, 8단 자동변속기가 어우러져서 최적의 효율을 낸다.



에코 프로 모드는 달리기 실력만큼 인상적이다. 달리다가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면 갑자기 엔진 회전 수가 1,000rpm 이하로 뚝 떨어진다. 기어를 중립에 놓은 것과 마찬가지로 달리던 힘을 손실 없이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퓨얼 컷(Fuel cut)은 내리막에서 효과적이지만 고속도로처럼 평탄한 곳에선 엔진 저항 탓에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줄어든다. 브레이크를 밟으면 바로 기어가 맞물리며 엔진브레이크 효과를 낸다.


같은 듯 다른 매력… 플랫폼 활용의 좋은 예


X4


X3

BMW X4와 X3를 비교 체험하기 전까진 생김새 말곤 어떤 차이가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했었다. 같은 플랫폼에서 태어난 형제 차종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렇지만 함께한 두 차는 분명한 개성을 갖고 있었다. 매력이 다르다. 한 브랜드 안에서 라인업이 겹칠 수 있지만 오히려 성격을 분명히 함으로써 또 하나의 장르를 만들었다. 게다가 두 차 모두 이 회사의 철학을 담아냈다. 차 성격에 따라 다른 형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차를 고를 수 있고, 그 차를 제대로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플랫폼 공용화에 대해 좋지 않은 시각이 있지만, 결국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 아닐까.


글/ 박찬규 기자 star@ridemag.co.kr
사진/ 박찬규 기자, 문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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