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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14일 목요일.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을 떨었다. 에버랜드에 가는 날이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이곳에 갈 때면 항상 설렌다. 다양한 놀이기구를 타는 재미, 갈 때마다 달라지는 화려한 구경거리를 보는 재미가 쏠쏠한 곳이다. 오늘은 놀이기구 대신 롤러코스터만큼 짜릿한 차들을 만나러 용인 에버랜드에 간다. 이곳엔 스피드웨이라는 레이싱 트랙이 있다. 꽤 잘 만들어진 서킷이지만, 아직까진 아무나 들어가서 차를 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무언가 특별한 이슈가 있을 때만 문을 연다. 그것도 한정된 사람들에게만...




“렉서스를 서킷에서 느껴보라”

스피드웨이에 들어서니 알록달록한 렉서스들이 줄지어 서있었다. 맞다. 이날 행사는 렉서스의 서킷 시승행사다. 이름도 거창하다. ‘렉서스 어메이징 익스피리언스 데이 (LEXUS Amazing Experience Day)’란다. 그동안의 ‘렉서스’ 브랜드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정말 ‘어메이징’한 행사다.



이 브랜드가 한국 진출 15주년을 맞아 마련한 이번 행사는 원래 미디어를 위한 게 아니었다. 렉서스 고객행사에 앞서 기자들을 불렀을 뿐이다. 그래서 행사는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 빡빡하지 않게 진행됐다.

렉서스 차는 편안하고 조용한 이미지가 먼저 떠오른다. 대체로 재미가 부족하다는 평이 많았다. 재미와 안전은 가까워지기 쉽지 않은 개념이다. 차를 만드는 포인트가 ‘재미’에 가까워질수록 ‘안전’과 멀어질 수밖에 없다. 안전에 신경을 너무 쓰면 여러 상황을 모두 적극적으로 통제해버리니 재미가 없다. 렉서스는 후자에 가깝다는 평이 많았다. 결국 이곳에서 행사를 진행한 건 이런 이미지를 바꾸려는 시도 중 하나다.



무엇보다 이젠 렉서스가 ‘F’로 대변되는 고성능 라인업을 갖췄다는 점이 중요하다. ‘F’는 일본을 대표하는 서킷 ‘후지 스피드 웨이(Fuji Speed Way)’의 F를 의미한다. 아울러 렉서스 퍼포먼스 드라이빙의 상징이기도 하다. 게다가 디자인도 점점 역동적으로 바뀌고 있다. 달라지는 회사 분위기를 보여주는 예다. 회사 관계자도 ‘가슴 뛰게 하는 차’를 마음껏 느껴보라고 으름장을 놓는다. 이렇게까지 자신감을 보이는 건 분명 ‘히든카드’를 준비했다는 뜻이다.




4.345km의 서킷을 달리다! - GS450h, NX200t, RC F

시승할 차는 8종. 이 중 추첨을 통해 3종을 배정받았다. 가장 먼저 타야 하는 건 GS450h다. RC F를 먼저 타고 싶었지만 마지막 순서니 나쁘지 않다. GS450h도 나름 꽤 힘이 센 차다. V형 6기통 3.5리터 가솔린엔진에다 전기 모터가 힘을 보태 총 시스템 출력이 345마력이나 된다. 최대토크도 35.5kg.m다. 게다가 엔진이 앞에 있고 뒷바퀴를 굴리는 FR방식 차다. 서킷에서 몰아붙이면 어떨지 기대됐다.



첫 번째 코너를 돌아나가며 서서히 속력을 높였다. 이어 다른 코너를 공략하며 차의 움직임을 느꼈다. 묵직하다. 코너에 들어가기 전,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조금 더 브레이크를 일찍 밟아야 한다. GS450h는 자세가 갑자기 바뀌면 차 엉덩이가 씰룩댔다. 뒷부분이 바깥으로 밀려나가려는 힘이 크다. 차 무게는 1,900kg인데 배터리가 차 뒤편에 있어서 코너를 급하게 돌려면 관성의 힘을 크게 받는다. 물론, 쭉 뻗은 코스에서 가속할 때 느낌은 꽤 시원하다.

이런 차를 공격적으로 몰아붙이려면 스티어링과 브레이킹-엑셀링을 정교하게 해줘야 한다. 코너에선 차 움직임에 맞춰 운전대를 돌리는 각도를 조절해야 하고,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도 최대한 부드럽게 다뤄야 한다. 한마디로 스포츠카처럼 거칠게 타려면 신경 쓸 게 무지 많다는 얘기다.



다음은 NX 200t를 탔다. 엔진 다운사이징 트렌드에 맞춰 내놓은 소형 SUV다. 238마력, 35.7kg.m토크의 가솔린 2.0 터보엔진에 6단자동변속기와 네바퀴굴림방식이 적용됐다. 묵직한 GS를 앞서 탔던 터라 한층 가볍다는 느낌이 든다. 배기량 차이 탓일 거다.



코너링은 GS와 달랐다. 당연하다. NX는 SUV여서 무게중심이 높다. 내리막 코너 구간에선 훨씬 섬세하게 다뤄줘야 한다. 타이어에 최대한 차의 하중을 실어가며 부드럽게 몰아붙이자 훨씬 순해졌다. 차 스스로 스티어링 조향 각도를 분석하고, 운전자가 의도하는 타깃 코너링 라인을 계산해 바퀴 별 토크를 배분한다고 한다. 타이어가 조금 더 넓고, 서스펜션이 더 단단했으면 훨씬 재미가 있었을 거다. 무게는 1,840kg. 브레이킹은 GS가 느낌이 훨씬 좋았다.



그리고 NX200t의 실내는 젊은 느낌을 주려고 많이 노력했다. 깔끔하지만 빨간색 박음질로 나름 멋을 냈다. 렉서스에 따르면 LFA, IS에서 시작된 렉서스 스포츠 인테리어의 정체성을 담아냈다고 한다.




온 몸이 즐거운 ‘RC F’

마지막으로 가장 기대했던 RC F를 탈 수 있었다. 전시된 LF-A를 타볼 수 있을 거라 기대했지만 타볼 순 없었다. 그렇다 해도 RC F는 충분히 이름 값을 하리라 예상됐다.

필요한 제원부터 살펴봤다. V8 5.0 가솔린 엔진이다. 최고출력 473마력(PS), 최대토크는 53.7kg.m다. 8단 SPDS(스포츠 다이렉스 시프트)변속기가 맞물리고, 브렘보 브레이크가 적용됐다. 차 무게도 1,824kg이다. 휠베이스는 2,730mm, 타이어는 전륜에 255/35ZR19, 후륜에 275/35ZR19 규격을 쓴다. 숫자만 놓고 봐도 딱 스포츠카다.



생김새도 공격적이다. 입을 떡 벌린 듯한 커다란 그릴, 날카롭게 노려보는 듯한 헤드램프, 탄탄한 엉덩이까지. 참 잘 달리게 생겼다. 보닛 위에도 뜨거운 엔진을 식히려는 구멍이 뚫려있다.



인테리어는 렉서스다웠다. 다른 렉서스 스포츠 모델과 닮았으면서, 깔끔한 느낌이다. 시트는 몸을 잘 지탱해준다. 가장 마음에 드는 건 계기반이다. 게임 화면을 보는 듯하다. 장난스러워 보이지만 막상 달릴 땐 잘 보여서 좋다. G-포스 디스플레이도 주행 상황을 보여주니 운전할 때 도움이 된다.



성능을 제대로 느껴보기 위해 스포츠 S 플러스 모드로 바꿨다. 가속할 때 사운드가 꽤나 독특하다. 높은 엔진 회전 수에서 배기 사운드가 바뀐다. 박진감 넘치는 소리다. 듣기 좋다. 액티브 사운드 컨트롤(ASC, Active Sound Control) 덕분이다. 전자적으로 소리를 합성해 듣기 좋은 소리를 만들어내는 기능이다.



코너링은 어딘가 이상한 느낌이었다. 앞 뒤 그립이 달랐다. 특히 코스 진입속도가 조금만 빨라도 뒤가 여지없이 미끄러졌다. 몇 번이나 카운터 스티어링을 해주면서 코너를 탈출했다. 코너가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용인 서킷에선 고성능 차를 타고 많이 달려봤다. 코너 별 한계치는 그 차들에 맞춰져 있지만, RC F가 그보다 못하다곤 생각하지 않았다. 게다가 앞서 달리는 RC F는 같은 속도, 같은 라인에서 거의 미끄러지지 않았다.

차에서 내려 타이어를 확인해봤다. 뒤 타이어가 앞 타이어와 다른 브랜드의 제품이 끼워져 있었다. 앞 타이어는 사이드월이 단단한 제품이었고, 뒤는 비교적 부드러운 제품이었다. 게다가 많이 닳아있었다. 아쉬웠다.




변화하는 렉서스, 앞으로도 이어가길…

렉서스는 브랜드 고유의 ‘오모테나시(환대)’와 함께 RC F로 대표되는 ‘렉서스 퍼포먼스’를 알리기 위해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 무엇보다 ‘렉서스’ 같은 보수적인 브랜드의 서킷 시승행사는 꽤 반가운 일이다.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또 렉서스는 ‘커넥트투’ 라는 문화공간을 운영 중이다. 이날 행사에도 그곳의 컨텐츠를 그대로 옮겨왔다. 결국 이 브랜드 차를 타는 사람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는 것과, 문화형성을 통해 브랜드에 대한 관심과 충성도를 높이려는 전략인 셈이다. 문화를 만들기 위해선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함이 중요하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이어가길 기대해본다.

글/ 용인(경기)=박찬규 기자 star@ridemag.co.kr
사진/ 박찬규 기자, LEX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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