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님, 올해 국내 수입 대형 세단 판매 순위가 어떻게 되나요?”
이런! 생각보다 어려운 질문이 던져졌다. 대형 세단을 사려던 지인의 뜬금없는 공격(?)이다. 뭐, 일단 상위권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벤츠, BMW, 아우디 같은 독일 프리미엄 3사의 이름이 있을 거다. 문제는 순서다. 확신이 서지 않았다. 심지어 나머지 브랜드들의 순위까지 생각해보니 갑자기 머리가 아파온다. 그동안 바쁘단 핑계로 집계를 게을리 한 점이 후회됐다.
차를 좀 안다는 지인들에게 같은 질문을 했다. 비슷한 반응이다. 우물쭈물. 내 모습이 그랬을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라이드매거진’ 기자들에게도 물어봤다. 3위권까지는 쉽게 맞췄지만 그 이후 순위는 제각각이다. ‘나만 어려운 게 아니었군....’ 안도의 한숨을 쉼과 동시에 오기가 발동했다. 수입차협회 홈페이지에서 대형차 판매량을 하나하나 따져봤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5년 1월부터 5월까지 국내 수입된 대형세단의 판매 1위는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다. 무려 5284대나 팔렸다. 다음 주인공은 선두와 격차가 크지만 아우디 A8이 BMW 7시리즈를 따돌리고 두 번째 자리에 올랐다. 아우디 A8의 판매량은 618대. 3위 BMW 7시리즈는 476대다. 여기까진 어느 정도 예상해볼 수 있다.
4위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크라이슬러 300C가 차지했다. 301대나 팔렸다. 다음 순위론 재규어 XJ를 떠올린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쉽게 168대로 5위다. 렉서스의 기함 LS는 128대로 6위, 그 다음은 폭스바겐 페이톤과 혼다 레전드가 나란히 61대를 팔았다.
흥미로웠다. 지인들에게 다시 연락해 소식을 알렸다. 벤츠 S클래스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는 점에 많이 놀라는 눈치였다. 완전 변경돼 상품성이 높고, 세대교체를 앞둔 경쟁 차종들의 공백이 큰 게 아니겠느냐는 의견들이 많았다. 그리고 크라이슬러 300C가 4위라는 점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재규어나 렉서스를 제친 결과여서 그런가보다.
갑자기 300C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유수의 명차들 사이에서 나름의 입지를 굳힌 비결이 뭘까. 큰 덩치에 비해 합리적인(?)가격 탓일까. 플래그십 차급에선 그것만으론 설명하기 어려운 결과다. 이 차를 수입하는 FCA코리아 관계자에게 매력을 물어봤다. 그는 우선 ‘전통’을 꼽았다. 나름 뼈대 있는 모델이어서 이 차의 매력을 찾는 사람이 꾸준하다고 설명했다. 다음으론 미국과 유럽 감성이 골고루 녹아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동안 투박한 미국차였다면, 이젠 세련미를 더해 감성 품질을 높였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용히 300의 역사 자료를 건넸다. 올해로 데뷔 60년째란다.
크라이슬러의 아이코닉 모델, ‘300C’
크라이슬러 300은 1955년 C-300이란 이름으로 데뷔했다. C-300은 고성능 2도어 쿠페로 5.4리터 V8 헤미엔진이 사용됐고, 최고출력이 300마력이나 됐다. 당시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엔진출력을 가진 자동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최고시속 역시 205km로 동급 자동차보다 10km이상 빨랐다.
이후 1965년까지 300○라는 모델명이 붙은 300 레터시리즈로 꾸준히 출시됐다. 1956년 300B는 당시 승용차 최고속도를 기록했고, 1957년 출시된 300C는 유려한 외관으로 가장 아름다운 미국차에 선정됐다. 1960년 300F는 300시리즈 최초의 모노코크 바디를 채택했으며 1964년 300K는 총 3,647대가 판매되며 300 레터시리즈 최다 판매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크라이슬러는 1965년 300L이후로 300 레터 시리즈의 생산을 잠시 중단했다. 1999년 300M을 통해 34년 만에 잠시 부활했으나 현재 우리가 접하는 크라이슬러의 300은 2005년 시작된 새로운 300이다. 당시 크라이슬러는 클래식 300인 C-300 출시 50주년을 기념해 300, 300투어링, 300리미티드, 300C를 발표했다.
이어 크라이슬러는 2011년 풀 체인지를 거친 2세대 300을 출시했다. 2009년 피아트와의 합병으로 FCA의 자회사로 거듭난 크라이슬러의 2세대 300은 미국적인 동력성능과 유럽적인 디자인을 적절히 융합했다는 평을 받았다. 크라이슬러는 1세대와 같은 구성에 네바퀴굴림방식 모델인 300C AWD를 추가했다.
출시 60주년, 새로운 크라이슬러 300C 온다
300은 분명 크라이슬러의 핵심 모델이다. ‘Car of TEXAS', 'AAA Arizona Top Vehicle', 'Ward's 10 베스트 인테리어’ 등 여러 상을 받았다. 아울러 새로운 300C는 미국 JD파워의 자동차 초기 품질조사에서도 대형차 부문에서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300C는 전통을 바탕으로, 유럽 감성을 담은 미국 대형 세단이다. 게다가 신형은 현대적 감각으로 무장했기에 경쟁력도 충분하단다. 새로워진 이 차가 다음 달 7일이면 우리나라를 찾는다. 치열해지는 수입 대형차 시장의 경쟁에서 어떤 결과를 이어갈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글/ 박찬규 기자, 김종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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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star@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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