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을 되돌아보자 . 포르쉐가 르망 24 도전 20년 만에 첫 종합우승을 차지한 해다 . 당시 포르쉐는 포드나 페라리의 대배기량 레이스카에 밀려 빛을 보지 못했지만 , 5리터 12기통의 917K를 앞세워 원투 피니시를 달성했다 . 여기에 908이 3위 , 914-6GT가 6위 , 911S가 7위로 골인하며 포르쉐는 첫 종합우승을 차지한다 . 1970년은 포르쉐 ‘르망 24 일대기 ’ 클라이맥스 서곡이었다 .
포르쉐 917K
포르쉐는 거침없었다 . 마지막으로 참가한 1998년까지 총 16 차례 라 샤르트 서킷을 접수하며 경쟁자들의 도전의지를 무참히 짓밟아버렸다 . 포르쉐의 ‘뻔한 우승 ’ 탓일까 . 르망 24의 인기는 식게 되고 대회운영위는 포르쉐를 겨냥한 듯 경기규정을 새로 만들었다 . 결국 포르쉐는 1998년을 끝으로 르망 24를 비롯한 모터스포츠와 거리를 뒀다 .
“더 이상 이길 상대가 없어 흥미가 떨어졌다 ”던 포르쉐가 지난 2011년 르망 24 레이스에 복귀할 뜻을 내비쳤다 . 목표는 2014년 레이스 데뷔 , 2015년 우승이었다 . 요즘 같이 변화가 빠른 시기에 16년 공백은 강산이 서너 번 바뀌고도 남을 거다 . 한 때 모터스포츠 황금기를 이끈 팀의 귀환을 반기지 않을 이윤 없지만 긴 공백기를 어떻게 극복할지에 관심이 쏠렸고 , 더군다나 복귀 2년 만에 종합우승을 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 발표에 우려 섞인 시선이 많았다 . 강자로 군림하는 아우디 , 이에 도전하는 토요타 , 닛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높기 때문이었다 .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서곡을 시작으로 포르쉐의 르망 24 2막이 올랐다 .
포르쉐 르망 24 2막 1장은 다소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 긴 공백 기간을 거쳐 돌아온 라 샤르트는 그리 호락호락 포르쉐를 감싸주지 않았다 . 르망 24는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달리며 자동차의 성능을 평가하는 내구 레이스다 . 포르쉐는 레이스 전략 , 드라이빙 스킬 , 운도 아닌 자동차 내구력에 문제가 생기며 출전한 2대의 레이스카가 리타이어 하는 비극을 맞았다 .
강력한 안타고니스트 (Antagonist: 주인공과 대립하는 인물 )이자 , 동생인 아우디의 텃세를 녹슨 칼로 쳐내기엔 무리였다 . 녹슨 칼을 갈고 닦았으며 끊어진 갑옷의 이음새를 단단히 동여맸다 . 3인 1조로 구성된 선수들과의 팀워크를 다지며 2015 르망 24를 준비했다 .
왕의 귀환
포르쉐는 지난해와 같은 919하이브리드로 2015 르망 24시에 도전했다 . 포르쉐는 3대의 각 레이스카에 다른 리버리를 적용했다 . 포르쉐 과거의 영광 , 현재 , 미래를 뜻하는 이 3대의 레이스카는 종합우승을 목표로 경쟁자들과 자웅을 겨룰 포르쉐의 새로운 칼날이었다 . V4 가솔린 2리터 엔진과 전기모터의 결합으로 최고 출력 900마력을 뿜어내며 무게는 고작 약 870kg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
2015 르망 24가 시작되자마자 포르쉐는 왕의 귀환을 화려하게 알렸다 . 예선전을 독식하며 출전한 레이스카가 최상위 1-3 그리드를 차지했다 . 1번 그리드를 차지한 18번 포르쉐 레이스카는 지난 해 기록보다 무려 9초나 빠른 기록으로 라 샤르트를 달렸다 . 그 뒤를 이어 아우디의 레이스카 3대가 위치하며 호심탐탐 선두 자리를 노리는 형국이 됐다 .
이번 르망 24는 평탄한 기후 속에 치러졌다 . LMP2나 GTE Am 등 다른 클래스에서 종종 사고가 목격됐지만 큰 사고 없이 무난한 경기가 됐다 . 포르쉐는 출발 12시간까지 아우디와의 근소한 차이로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었다 . 하지만 그 후 F1에서 이적한 마크웨버의 17번 레이스카가 패널티를 받고 조금씩 뒤쳐졌고 결국 1, 2위를 아우디에 내줬다 .
포르쉐는 페이스를 유지하며 아우디와의 격차를 좁혀갔다 . 아우디 레이스카는 연료탱크의 용량이 적어 피트인을 자주해야 한다 . 포르쉐는 피트인 횟수가 적다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며 아우디를 압박했고 , 결국 동이 틀 무렵 F1 이적생 니코 휼켄베르크가 속한 19번 레이스카가 아우디를 제치며 1위 자리를 차지했다 .
다른 클래스의 사고로 운 좋게도 포르쉐의 17번 레이스카도 아우디를 추월하며 2위에 올랐다 . 레이스 끝나기 3시간쯤 전부터 포르쉐는 독보적인 레이스를 펼쳤고 , 결국 르망 24 복귀 2년 만에 원투피니시로 체커기를 받았다 . 이후 포르쉐의 18번 레이스카까지 리타이어 없이 5위로 들어오며 완벽한 우승을 일궈냈다 . 24시간 동안 395바퀴 , 총 5,383km를 달렸다 .
아우디 , 17 회 포디움 기록 달성
포르쉐의 이날 우승으로 16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던 아우디는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 지난해까지 13연속 승리로 포르쉐의 영광에 도전하던 아우디는 아쉽게도 신기록 수립엔 실패했지만 , 포디움 끝자락에 섰다 . 17번 참가해 13번의 우승 , 그리고 참가한 모든 대회에서 포디움에 오른 값진 기록을 달성했다 . 강력해진 포르쉐로 인해 아우디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진 못했지만 분명 지난 대회보다 강력해진 레이스카로 멋진 활약을 보인 아우디도 충분히 박수갈채를 받을 자격이 있다 .
새로운 매뉴펙처러의 참가와 F1 이적생 영입으로 내구레이스 인기가 한층 더 뜨거워졌다 . 그 상승의 프로타고니스 (Protagonist: 주인공 )는 단연 포르쉐다 . 어렵게 되찾은 왕좌를 지키는 일이 앞으로의 과제다 . 3장은 어떤 극적인 전개가 이어질지 기대된다 .
글
김종우 iamwooh@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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