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hold back!”

어떤 노면과 환경, 기후에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 지프(Jeep) 브랜드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었던 행사였다. 바위를 하나씩 넘을 때마다 사람들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온몸으로 느껴지던 불편함은 짜릿함으로 바뀌고, 두려움은 성취감으로 바뀌었다. 어떤 길이든 다닐 수 있다는 자신감 마저 생겼다.




주말 뜨겁게 달군 지프캠프 2015

어느덧 11회째를 맞는 지프 캠프(Jeep Camp 2015)는 FCA코리아가 2004년부터 매년 열어온 행사다. 올해는 5월24일부터 25일까지 1박2일간, 경기도 포천 비둘기낭캠핑장에 JEEP 특설행사장을 마련하고 오프로드 마니아들을 불러모았다. 참가자들은 4대 1의 경쟁을 이겨낸 지프 오너 100팀과 함께 올해부터 시작된 지프 챌린지 50팀을 합해 총 150팀, 총 600여명이다.





안전요원들의 수신호를 이해해야 안전하다. 큰 사진은 앞으로 오라는 신호, 아래 왼쪽부터 멈춤, (사고 등으로) 코스 폐쇄, 오른쪽으로 운전대를 돌려라.

참가자들은 안전교육과 함께 오프로드 드라이빙 스쿨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한다. 드라이빙 스쿨은 외부 투어 코스에 앞서 인위적으로 만든 오프로드 코스를 달려보고 감각을 익히는 순서다. 자칫 방심하면 큰 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안전 교육은 필수다.



또 가족 단위 참가자들을 위한 다양한 행사도 마련됐다. 커다란 열기구를 타볼 수 있었고, 텐트에 걸어놓는 장식인 가랜드 만들기, 지프 물통 만들기, 대형 젠가 게임, 대형 알까기 등 가족이 함께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짚차’ 타고 오프로드 체험해보니…

요즘엔 SUV(Sport Utility Vehicle)라는 말로 대신하고 있지만, 아직도 ‘짚차’ 라는 말이 익숙한 사람이 많을 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동차 관리법에서도 ‘지프형 자동차’라는 말을 썼으니 그럴 법도 하다. 짚이건 지프건 결국 오프로드의 대명사 ‘Jeep’의 여러 특징에서 온 말이라 보면 된다.



지프 브랜드의 여러 차종 중 ‘랭글러’는 전형적인 오프로더다. 요즘 나오는 랭글러는 70여년 전쯤, 전장을 누비던 군용 ‘짚차’의 증손자쯤이라 보면 되겠다. 생김새도 닮았고, 주행 특성도 그렇다. 일반적인 자동차들이 가지 못하는 길도 랭글러는 거뜬하다. 동그란 헤드램프, 7개의 세로 구멍이 뚫린 라디에이터 그릴, 차체 밖으로 툭 튀어나온 휠하우스, 커다란 타이어, 네모 반듯하게 각이 진 겉모양 등은 이 차의 상징이다.



먼저 오프로드 연습 코스에서 몸을 풀었다. 네 바퀴 모두를 굴리는 4WD 모드 중에서도 로우(Low)기어를 넣으란다. 앞으로 재빨리 달려나가는 대신 천천히 큰 힘을 내기 위한 모드다. 가속 페달을 밟아도 움직임이 둔하다. 큰 바위를 지나는 록-크롤링 등 오프로드에서의 미세한 조작이 필요할 때 유리하다. 랭글러는 네 바퀴 모두를 굴릴 땐 앞뒤에 같은 힘(50:50)을 준다.

로우기어를 넣는 법은 차종마다 다르지만 랭글러는 시속 2~3km로 서행하며 기어를 중립(N)에 놓고 4WD 전환레버를 움직여 4L로 바꿔줘야 한다. 투박하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4WD 레버를 당길 때 느껴진 뻑뻑한 느낌도 꽤 좋다. 계기반을 보니 ESP가 꺼지고 4WD 램프에 불이 들어온다. (그랜드체로키나 체로키는 멈춰 선 상태에서 기어를 중립에 놓고 4WD LOW 버튼을 누르면 알아서 로우기어가 들어간다.)



오프로드 연습 코스는 대부분의 험로를 ‘안전하게’ 재현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코스에 진입했다. 가장 먼저 마주한 건 경사로. 옆에서 볼 때와는 확실히 다르다.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아직까진 연습 코스다. 얌전히 앞으로 나아가면 곧은 내리막이다. 물론, 실제 산길은 얌전하지 않다. 오르막 뒤에 어떤 길이 이어지는지 보이지 않는다. 굽은 내리막길이면 최악이다. 동료가 길을 확인해 주는 것도 방법이겠다.



다음은 도하 구간. 말 그대로 강을 건너는 코스다. 인위적으로 만든 코스여서 랭글러의 머플러가 잠길 수준의 깊이다. 물을 헤치며 나아가는 쾌감이 짜릿하지만, 심하게 튀기진 못했다. 다음 참가자들의 쾌락(?)을 위해 남겨둬야 했다.



이곳을 빠져 나오자 통나무 다리가 보인다. 강사가 앞에서 타이어 위치를 보며 운전대를 돌리라고 신호한다. 이어진 코스는 가로로 놓인 통나무를 밟고 지나야 하는 구간이다. 차가 이리저리 요동치기 시작한다. 네 바퀴가 따로 논다. 운전대도 멋대로 돌아간다. 일반적인 그립으론 손을 다치기 십상이다. 손바닥으로 눌러주는 듯한 느낌으로 운전대를 쥐고, 엄지손가락은 운전대 안쪽이 아니라 위에 올려둬야 한다. 바퀴가 바위나 통나무같이 커다란 장애물을 만나면 스티어링 휠이 제멋대로 움직이는데, 이 때 엄지손가락을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신 없는 통나무 구간을 지나자 큼지막한 바위들이 수줍게 놓여있다. 랭글러 전용 코스와 이외 차종 코스로 나뉘어 있다. 전용 코스에 쌓인 바위가 훨씬 크다. 덜컹덜컹, 삐걱삐걱. 온갖 소리가 들리며 차체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다행히 바닥에 닿진 않았다. 바위나 장애물을 지날 땐 바퀴로 밟고 지나야 한다. 최대한 접지력을 살릴 수 있고, 지상고를 높여 차체 손상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오프로드 특성을 타고 난 차는 창문 밖으로 몸을 내밀어 주변 장애물을 살피기 쉽게 설계돼 있다. 주변을 잘 살피는 것도 요령이다.

바위를 지나면 사면과 웅덩이다. 뭐, 이 정돈 거뜬하다. 이미 충분히 거친 구간을 지나왔다. 꾸준한 힘을 내며 자세를 잡아야 하는 트랙션 구간은 일정한 엔진회전수(RPM)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이어 오후엔 실제 산길을 달리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말 그대로 거친 ‘와일드(Wild)’ 투어와, 부드러운 ‘마일드(Mild)’코스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었다. 와일드는 지장산 오프로드 코스를 ‘정복’하는 게 목표, 마일드는 주변 어울길을 달리며 ‘체험’하는 게 목표다. 강을 건너는 코스도 있었지만 현지 사정으로 취소됐다.




1등 상품 ‘랭글러’… 제1회 지프 챌린지 열려

올해 처음 시도하는 지프 챌린지는 지프 캠프의 이벤트 중 하나다. 1차전 온라인 미션, 2차전 오프로드 챌린지 형태로 진행됐다. 1차전은 온라인 참가접수 후 4월13일부터 5월10일까지 4주간 매주 새롭게 주어지는 총 7개의 미션을 수행하고, 포인트를 획득하는 방식이다. 총 참가자는 1400명. 이중 포인트를 가장 많이 획득한 50명이 이번 2차전 최종라운드에 진출해 실제 오프로드에서 기량을 겨뤘다.



참가자들은 주어진 시간 동안 여러 오프로드 코스를 돌파하며 포인트를 쌓았다. 모든 라운드를 마친 후 가장 많은 포인트를 획득한 사람들은 결승전에 진출, 같은 차종으로 같은 코스를 돌파하며 실력을 겨뤘다. 지프 챌린지 최종 우승자에게는 ‘지프 랭글러’ 1대가 부상으로 주어졌다.



결승전 채점 방식은 단순하다. 언더범피, 모굴, 경사면 등 전체 코스를 도는 시간을 재 가장 빨리 돌파한 사람이 우승이다. 비공인 오프로드 레이스(?)지만 페널티도 있다. 코스에 놓인 고깔을 건드리면 페널티, 하체가 장애물에 닿아도 페널티, 운전자와 동승자가 안전띠를 안 매도 페널티다. 1개당 5초씩 최대 30초까지 가산되며, 페널티 7개 또는 코스이탈은 실격이다. 따라서 완주를 목표로 해야 한다. 빨리 가려 하다 보면 페널티가 늘어난다.

결승전은 희한하게 튜닝된, 직접 몰고 온 차로 승부를 내는 게 아니라, FCA코리아가 미리 마련해둔 랭글러 사하라 5대 중 한 대를 몰아야 했다. 차 성능이 아닌, 운전자들의 실력을 겨뤄 우승자를 가리기 위함이다.



참가자들과 관중들의 열기는 뜨거웠다. 난생 처음 보는 방식의 레이스여서 더 그랬을 거다. 예쁘게 포장된 도로 위를 잽싸게 달리던, 그간 봐오던 자동차 경주와는 다른, ‘거친 매력’이 최고다. 차체 어딘가가 바위에 부딪혔는지 둔탁한 소리가 자주 들렸고, 차가 뒤집힐 듯 기울어진 아슬아슬한 모습도 자주 연출됐다. 우승하면 ‘랭글러’의 주인이 될 수 있다. 그들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됐다.




새로운 자동차 문화의 한 축이 되길…

지프 캠프는 처음보다 규모가 많이 커졌다. 누구나 한 번쯤 꼭 오고 싶은 행사가 됐다. 지프 챌린지 같은 새로운 시도도 늘어났다. 매년 행사를 이어오며 새로운 컨텐츠에 대한 고민이 커진 것 같다. 소비자 특성 탓이다. 오프로드를 사랑하는 거칠고 적극적인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선 보다 ‘자극적’이어야 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이는 ‘안전’과 직결돼 있어서 무작정 자극적인 환경으로 내몰 수도 없다. 그래서 적정 선을 찾는 게 중요하다. 특히 참가자들에게 많은 정보를 주는 건 기본이다. 외부 코스를 돌 때라던가, 행사장 내에서 이벤트를 진행한다던가. 차는 투박하지만 이런 행사는 투박해선 안 된다. 자극적이지 않더라도 충분히 코스와 차를 즐길 방법은 많다. 서로가 함께 부딪치고 만들어가는 행사로 거듭나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나라 자동차 문화의 한 축으로 크길 바란다.

글, 사진/ 포천(경기)=박찬규 기자 star@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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