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좋은 주말, 마음 맞는 여섯 명. 차를 빌려 서울 근교로 갑자기 떠났다. 가족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이다. 일 하는 곳도 비슷하다. 종종 여유로운 한강 시민공원을 찾긴 하지만 요즘처럼 날씨 좋은 주말엔 인파가 몰려 여유롭지 않다. 그래서 찾은 곳이 경기도 연천 한탄강변에 있는 땅에미소캠핑장이다. 서울에서 파주 방향으로 자유로를 달려 임진강 따라 올라가는 길도 한적하니 좋다. 중간에 전곡리 선사유적지를 지나는데 거긴 아이들과 함께할 때 들르면 좋다. 어쨌든 우리의 목적은 광고 카피처럼 분명하다. “아무 것도 안 하고 싶다. 더 격렬하게”
여럿이 함께라면 MPV가 해답!
한 시간 넘게 달려야 해서 캠핑장에 자리 예약을 할 겸 전화를 했다. 얼른 오란다. 늘 다니던 길이 공사중이니 뒤편 산길로 돌아오라는 당부도 이어졌다. 기억에 그 길은 분명 비교적 깨끗한 오프로드다. 뭐, 괜찮다. 이미 우리가 빌린 차는 ‘코란도 투리스모’다. 2년 전쯤 시승행사에서 오프로드 성능을 체험한 적이 있다. 차를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쌍용자동차는 SUV의 명가로 꼽히지 않던가! 전자식 4WD시스템으로 전천후 주행 능력을 갖췄고, 고강성 서브프레임을 프론트에, 리어엔 체어맨W와 같은 서브프레임을 적용했다.
빌린 건 11인승이다. 9인승과 다른 점은 2열(운전석과 조수석이 1열이다. 2열은 그 뒤 자리를 뜻한다)과 4열 가운데 시트를 쓸 수 있다는 거다. 11인승의 2열과 3열은 사람이 앉을 수도 있고, 등받이를 접으면 테이블로 써도 된다. 각 시트는 체형에 맞춰 앞뒤 간격을 조절할 수 있고, 등받이 각도 조절도 된다. 여섯 명이 함께했으니 4열은 자연스레 짐칸이다.
역시 여럿이 놀러 갈 땐 MPV(다목적차)가 최고다. 분위기부터 다르다. 차 한대로 뚝딱 해결된다. 캠핑용 의자 여섯 개, 타프와 텐트, 테이블, 화로 등 이런저런 캠핑 장비들을 싣고도 ‘브롬톤(Bromton)’ 자전거를 넣을 공간이 있었다. 브롬톤은 고급 접이식 자전거다. 접는 방식이 ‘마법’같다는 평을 받을 만큼 과학적이다.
코란도 투리스모, 의외의 성능
어느덧 한 시간쯤 넘게 달렸을까. 목적지가 가까워졌나 보다. 비포장 산길이 이어진다. 오르막을 올라갈 때 여럿이 타고 짐까지 실었음에도 힘이 달린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한국형 디젤엔진’이 탑재됐다며 자신 있어 하던 쌍용차 직원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산이 많은 한국 지형에 최적화 했다는 건데, 이건 어려운 기술적 내용을 일반인들이 알기 쉽도록 말을 갖다 붙인 거 같다.
코란도 투리스모에 탑재된 e-XDi200 LET(Low End Torque) 디젤엔진은 낮은 엔진 회전수(RPM)에서도 큰 힘을 낼 수 있다. 36.7kg.m의 최대토크가 1,500rpm부터 2,800rpm 사이에서 뿜어져 나온다. 가속 페달을 깊숙이 밟지 않아도 충분한 힘을 낼 수 있다고 보면 쉽다. 이런 힘을 E-Tronic 벤츠 5단 자동변속기가 묵직하게 바퀴에 전달한다. 최고출력은 155마력(ps@4,000rpm)이다.
그리고 이 차는 덩치도 크고 무게중심이 높은 편이다. 대형 SUV에 타고 내릴 때와 느낌이 비슷하다. 오프로드에 특화된 차종을 탔을 때 주로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탁 트인 시야’도 특징이다. 창문을 열면 바로 아래를 내려다보며 노면을 살필 수 있다. 실내에선 바닥에 굴곡을 없애야 하는 데다 아래엔 구동장치, 프레임 등 구조적 특성 탓에 차체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물론, 단단한 차체, 차 뒤집히는 걸 막아주는 ARP, 차 자세를 유지해주는 ESP 등 안전도 챙겼으니 안심된다.
세단이나 SUV처럼 열리는 스윙형 도어는 취향에 따라 호 불호가 갈렸다. 타고 내려야 하는 공간이 슬라이딩 방식 도어보다 좁아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문을 크게 만들면 되지만, 그만큼 여는 데 넓은 공간이 필요해지니 한계가 있다. 반대로 장점도 있다. 슬라이딩 도어는 무겁지만 스윙형 도어는 아이들이나 여성들도 쉽게 여닫을 수 있다. 또 타고 내릴 때 도어가 도로를 가로막게 돼 이륜차와의 사고를 막아줄 수 있다.
캠핑장에서의 ‘존재감’ 느껴져
캠핑장에 도착하자 차에서 사람이 우루루 내린다. 짐도 계속 쏟아져 나온다. 승합차의 큰 매력이다. 혼자(또는 둘이서) 타프 치고, 텐트 치려면 얼마나 힘든 지 직접 해본 사람(특히 아빠들)은 공감할 거다. 낑낑대고 있을 때 주변에서 여럿이 뚝딱 해치우면 그게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 그래서 가끔은 미니멀 트렌드에 맞춰 혼자 떠나는 ‘솔캠’이 그리워질 때도 있었다.
이번엔 단출하게 다닐 때와 확실히 달랐다. 손이 많으니 타프와 텐트, 테이블, 의자 세팅도 척척척 순식간이다. 준비해온 먹을 거리도 자연스레 늘어놓는다. 가져온 자전거도 타고, 원반던지기, 다트게임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타프 옆에 세워둔 코란도 투리스모가 바람도 막아주고, 맏아들처럼 듬직하게 느껴진다. 6명 이상 차에 타면 버스 전용차로도 달릴 수 있다. 다음 번엔 아이와, 다른 가족들과 함께 떠나야겠다. 올 여름 휴가, 가을 레저 활동을 위한 차 선택지에 한 대가 더 늘었다.
글
박찬규 star@ridemag.co.kr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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