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시승한 ‘폭스바겐 골프 GTE’는 이름부터 이해해야 쉽다. 골프(GOLF)는 폭스바겐(Volkswagen)이 만든 해치백 차종으로, 수많은 자동차 회사들의 단골 벤치마킹 대상이다.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일종의 ‘교과서’처럼 여겨지고 있다. 그만큼 라인업도 화려하다. 탑재된 엔진에 따라 구분 지을 수 있고, 그 중 이름에 ‘GT’가 붙어있으면 고성능 모델이라 생각하면 된다.

GT 라인업은 연료(혹은 동력원)에 따라 나눌 수 있다. 오랜 시간 이름을 알려온 가솔린 모델 GTI, 고효율과 파워를 겸비한 디젤 버전 GTD가 대표적이다. 그리고 폭스바겐은 최근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PHEV, 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 GTE를 추가하며 GT 삼총사 라인업을 갖췄다.




열정에서 냉철함으로의 변신

GTI와 GTD는 열정으로 대변되는 ‘빨간색’이 상징이다. 스포티함을 강조하기 위한 포인트 컬러로 ‘레드’를 썼다. 그릴에 빨간 줄이 그어져 있으면 뭔가 ‘쎄’보인다. 빨리 비키라는 무언의 압박 같은 존재감을 주는 요소다. 가속 페달을 마구 밟아대고, 운전대를 이리저리 돌리는 재미가 특징이다. 그렇게 탈 수 있도록 만든 고성능 차다. 그만큼 매연을 뿌리고 다니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매우 적다고 볼 수 있겠다.

GTE는 ‘파란색’이 상징이다. 혁신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블루’를 포인트 컬러로 썼다. ‘e-모빌리티(Electric-Mobility)’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기존 GT 모델의 스포티함은 그대로 유지한 채 ‘친환경’이라는 메시지를 더했다. 겉모양만 그런 게 아니라 속까지 새로움으로 꽉 채웠다.




강한 두 개의 심장으로 차별화

GTE의 심장은 두 개다. 최고출력 150마력을 내는 1.4리터 TSI 가솔린 엔진과 102마력의 전기 모터가 힘을 모아 204마력을 낸다. 최대 35.7kg·m에 달하는 토크도 큰 매력이다. 이와 맞물리는 변속기는 6단 DSG. 듀얼 클러치 변속기지만 사실 전기 모터를 위한 클러치가 한 개 더 달려 있다. 전기 모터는 변속기와 엔진 사이에 끼워져 있다. 여기까지는 성능 좋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라는 생각에서 머물게 되지만, GTE는 PHEV다. 전기차(EV)처럼 플러그를 꽂아 충전할 수 있다.


골프 GTE 드라이브 시스템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단순히 내연기관에 전기 모터가 힘을 보태는 방식이다. 엔진은 슬쩍 힘을 뺀 앳킨슨사이클 방식을 쓰고, 전기 모터도 차 컨셉트에 따라 용량이 적은 걸 쓰기도 한다. 둘이 힘을 합쳐야 간신히 제 성능이 나온다. 친환경에 비중을 많이 둔 탓이다. GTE는 폭스바겐의 GT라인업의 한 축을 담당하는 만큼 성능이 우선이다. 전기 모터나 엔진, 어느 한 가지로도 운전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V6 스포츠카 타는 듯한 가속감

1.4리터급 하이브리드 자동차에서 생각지도 않게 6기통 엔진의 느낌을 받았다. 단지 GTE 버튼을 눌렀을 뿐이다. 성격이 달라졌다. 스티어링 휠은 묵직해지고 가속페달도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며 운전자의 의도를 빠르게 반영한다.

가속할 땐 실제보다 훨씬 빠르게 느껴진다. 사운드 액추에이터가 내는 가상의 엔진 사운드 탓이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덴 7.6초가 걸린다. GTD의 7.5초와 거의 차이가 없다. 싱글스크롤 터보차저를 탑재했음에도 부드럽고 강력한 가속감이 특징이다. 최고시속은 217km이며, 부스트시에는 222km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핸들링도 즐겁다. 뒷좌석에 사람을 태우고 달리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고압 배터리가 뒷좌석 발판 아래 설치돼 있어서 급한 코너링 시에 앞뒤가 따로 놀지 않는다. 묵직하면서 안정적이다.



그리고 속도를 줄일 때나 내리막길에선 엔진브레이크를 활용하기 위해 기어 단 수를 낮춰도 되지만, B모드를 주로 활용하게 된다. 적극적인 회생 제동을 통해 배터리 충전 효율을 높이기 위한 모드다. 계기반을 살펴보면 왼쪽에 파워미터가 있다. 바늘이 0에 있으면 준비상태고, 충전할 땐 바늘이 왼쪽 녹색 영역으로 움직인다.




전기차로 변신하는 ‘E-모드’

GTE의 주행 모드는 다섯 가지나 된다. E-모드, GTE 모드, 배터리 정지(Hold), 배터리 충전, 하이브리드 오토 등이 있으며 각각의 모드에 따라 차의 성격이 달라진다.

기어 변속 레버 왼쪽의 E-모드 버튼을 누르면 전기차가 된다. 전기로 주행할 때 최고시속은 130km며, 최대 주행 가능 거리는 50km다. 물론 배터리가 가득 찼을 때 기준이고, 기온이나 주행 스타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배터리가 미리 설정해 둔 한계에 도달하면 자동으로 엔진이 켜져 배터리를 충전한다. km당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35g에 불과하다.

늦은 밤 골목길이나 주차장에서의 ‘에티켓’모드 역할도 기대할 수 있겠다.




소리 없는 강자 GTE

‘골프 GTE’는 현실적 대안이다. 익숙한 겉모양은 물론, 운전하는 재미가 충분히 쏠쏠하면서도 환경을 생각하며 탈 수 있는 차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 폭스바겐이 자랑하는 MQB 플랫폼 덕에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는 점도 장점이다. 독일 출시 가격은 3만9,600유로(한화 약 4,647만원)다. 디자인과 가격 모두 현실적이란 점에서 대안으로 충분하다. ‘미래의 차’가 아니라 ‘지금 당장 탈 수 있는 차’다.


(글, 사진/ 박찬규 기자 star@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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