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로 거듭난 미니 쿠퍼가 이젠 디젤로 국내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다. 이미 지난 4월경에 시승회를 통해 3세대 미니 쿠퍼를 시승해 봤지만 디젤로 돌아온 미니 쿠퍼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핵심은 디젤엔진을 탑재해 연비를 강조한 모델이라는 점이다. 2세대 미니 쿠퍼 디젤 모델은 작지만 당차게 도로를 박차고 나가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지만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에 귀가 괴로웠다. 3세대 미니 쿠퍼D는 과연 어떻게 변했을까?





3세대 미니 쿠퍼, 더 이상 작지 않다

미니 쿠퍼는 지난해 11월 18일 영국 옥스퍼드 공장에서 처음 공개됐고, 국내에는 올해 4월 10일 파주 출판단지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오리지널 미니를 만든 알렉스 이시고니스는 지금의 미니를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2세대 미니도 전혀 작지 않아서 미니스럽지 않다고 하던 차에 3세대 미니는 더 커졌다. 2세대에 비하면 차체 길이는 98mm 길어졌고, 폭은 44mm, 높이는 7mm 커졌다. 이렇게 커지면 공기투영면적이 넓어져 저항을 많이 받겠지만 차체를 유선형으로 다듬어서 공기저항계수는 오히려 0.33에서 0.28로 2세대보다 낮아졌다.



미니 쿠퍼는 쿠퍼와 쿠퍼S로 크게 나뉜다. 기본은 동일하지만 엔진의 배기량과 각종 디테일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다. 물론 이런 점들이 주행감각에서 차이를 만들어 내지만 역시 파워를 제외하면 크게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은 적은 편이다. 미니 쿠퍼D는 연비를 강조한 모델답게 쿠퍼S의 화려한 디테일은 포함하지 않는다. 시승한 모델은 1,496cc 배기량을 가진 3기통 디젤엔진이다. 최고출력은 4,000rpm에서 116마력을 발휘하고 최대토크는 1,750rpm의 영역에서 27.6kg·m을 발휘한다.



시승은 추석연휴 전날인 9월 5일부터 11일까지 일주일간에 걸쳐 이루어졌다. 귀성길과 귀향길을 오가는 상당히 긴 구간, 그리고 성묫길을 오가야 하는 만큼 고속도로와 도심주행을 구간별로 다양하게 오갈 수 있었다. 하지만 휴일에 일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함께 작용했다. 미니 쿠퍼D의 연비확인은 이번 시승의 핵심인 만큼 공인연비를 우선 확인해 봤다. 당당하게 1등급임을 자랑하는 가운데 도심연비는 리터당 17.3km, 고속도로연비는 22.7km였다.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미니 쿠퍼가 리터당 13km 내지 15km에 약간 밑도는 연비이므로 디젤엔진 미니 쿠퍼D가 확실히 우수한 연비를 가진 것은 확실했다.



미니 쿠퍼D에 채용된 스마트키는 3세대 미니 쿠퍼에 처음 적용된 것으로 이제야 적용을 했다는 것이 놀라울 정도로 이미 스마트키는 보편화된 일이다. 하지만 2세대의 키를 꽂는 방식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미니 쿠퍼D는 토글 버튼으로 시동을 거는데, 다른 브랜드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시동방식이다. 낮게 깔리는 배기음을 토하며 미니 쿠퍼D가 눈을 떴다. 주행모드는 모두 3가지다. 그린-미드-스포츠로 나뉘는데, 모드에 따라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과 엔진의 반응이 달라지면서 모드별로 독특한 주행감각을 선사한다.



미니 쿠퍼D의 인테리어는 화려하다. 작은 실내에 많은 버튼들이 아웅다웅하며 붙어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LED 써클 불빛들이 화려하게 반짝이는 센터페시아다. 비상경고시스템과 컨트롤 디스플레이 장치가 몰려 있어서 전방과 계기판을 제외하면 가장 운전자의 눈이 자주 쏠리는 곳이다. 여기서 각종 정보와 내비게이션 그리고 엔터테인먼트가 작동한다.



미니 쿠퍼D는 구조는 FF방식을 채택한 차다. 3박스 구조의 짧은 휠베이스는 전륜구동방식이라도 주행의 즐거움을 온전히 운전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효율적인 구조다. 미니 쿠퍼D는 이런 방식에 가장 최적화되어 있다. 특히 과격한 코너링에서도 뒷바퀴가 미끌려도 불안하기 보다는 고카트를 타는 것과 같은 즐거움이 느껴지는 모델이다.





추석 귀성길에 함께한 미니 쿠퍼D

도심주행에서는 미드모드로, 짧은 코너가 연속되는 국도구간에서는 스포츠 모드로, 고속도로에서는 그린모드로 주행을 감행했다. 가장 인상적인 점은 그린모드로 주행했던 고속도로 구간이었다. 서울부터 속초까지 그리고 강릉으로 이어지는 장거리 시승에서 미니 쿠퍼D는 훌륭한 연비를 보여줬다. 전술한 바와 같이 미니 쿠퍼D의 고속도로 공식연비는 리터당 22.7km다. 하지만 실 주행연비는 공식연비를 훨씬 상회하는 리터당 28km를 나타냈다. 그린모드에서는 계기판의 하단부에 현재 주행이 얼마나 연비를 아낄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게이지가 있고, 이 게이지 옆에는 그린모드로 인해 아끼고 있는 연비가 얼마나 효율적인지 수치로 계산해 보여준다.



그리고 각 모드마다 그래픽을 달리하고 LED링의 색깔을 달리해서 주행모드가 어떤 상태인지 정확히 운전자에게 전달해 준다. 또 초보 운전자도 모드에 따른 운전특성이 어떤 것인지 설명이 되어 있어서 편리하다. 예를 들어서 스포츠 주행모드에서는 LCD창에 미니 쿠퍼D가 제트기된 듯 상상하며 달리는 이미지와 함께 '최대의 Gokart-Feeling'이라고 나온다.



종합적으로 주행가능거리가 0km로 기록될 때까지 주행해보니 한번 주유로 약 600km를 주행했다. 높은 rpm을 자주 활용해 연료소모가 높은 스포츠 모드를 아예 켜지 않고 주행을 해 본다면 더 긴 주행거리도 얼마든지 가능해 보였다. 이번 시승은 먼 구간을 오랫동안 시승했기 때문에 연비에 대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연비를 강조한 많은 모델들이 짜릿한 주행감각을 놓치고 지루하기 짝이 없었지만 미니 쿠퍼D는 스포츠 모드를 통해 이런 걱정을 털어낼 수 있었다.



2세대 미니 쿠퍼에 비하면 정숙성도 탁월한 편이다. 기본적으로 미니 쿠퍼는 거주성에 있어서는 합격점을 주기 힘든 차다. 아무리 오리지널 미니보다 커진 차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차안은 비좁고 뒷좌석은 처가댁 어르신을 모시기에 죄송스럽다. 트렁크는 장모님이 주신 반찬통 몇 개를 담으면 안심이 될지 몰라도 금쪽같은 아들의 유모차를 넣기에는 턱없이 좁다. 잠시 짬을 내어 운전대를 부인에게 맡기고 2열에 탑승해 보니, 컵홀더는 풍부했고, 창문 밖으로 시원하게 비춰지는 풍경은 즐길만했다. 그러나 무릎과 허리는 긴장을 풀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디젤엔진을 탑재한 자동차는 주행시간이 길어짐에 따라 운전자의 피로도가 가솔린엔진 자동차보다 더 높아진다. 진동소음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니 쿠퍼D는 상대적으로 피로도가 낮은 편이다. 전 세대보다 훨씬 정숙해지고 안정감이 느껴진다.

특히 평지에서 엑셀링을 해서 가속한 후 페달을 밟지 않고 타력주행을 하면 주행 시 예상보다 적은 저항을 느끼게 된다. 미니 쿠퍼D에 장착된 런플랫 방식을 채택한 굳이어 이피션트 그립 타이어의 낮은 구름저항 때문일까?



구름저항이 적은 타이어도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3세대 미니 쿠퍼D 연비의 비결은 실린더를 3개로 줄이면서 디젤연료의 분사압력을 2,000bar까지 높이는 방법이 주요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국내 디젤자동차들의 분사압력은 최대 1,600bar정도다. 실린더 내부의 분사되는 디젤연료의 분사압력을 높이면 연료가 미립화되고 공기와의 접촉면적을 증가시켜 착화성이 좋아지기 때문이다. 착화성이 좋아지면 완전연소에 가까워지고 연비를 낮추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미니 쿠퍼D의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1,750rpm 영역은 도심과 고속도로를 가리지 않고 실제 운전환경에서 자주 활용되는 영역이다. 따라서 초반 가속력에 있어서 아쉬움을 느끼기 어렵고 최고속도인 시속 200km의 영역까지 시원하게 뻗어나간다. 고속도로에서 그린모드로 달릴 경우 시속 100km에서 rpm게이지는 대략 1,800rpm을 가리키고 있다.
전체적으로, 미니 쿠퍼D는 미니 쿠퍼가 가진 아이코닉한 스타일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디젤엔진을 채택해 경제성까지 확보한 모델이라고 볼 수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 특히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 열풍이 강한 지금 이 시점에서 미니 쿠퍼D는 또 어떤 활약상을 보여줄지 궁금해 진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