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5.30 화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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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가 나타났다, Jeep CHEROKEE



요즘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유형은 단연코 SUV(Sports Utility Vehicle)라 할 수 있다. 대중 브랜드는 물론 프리미엄 브랜드와 그간 고성능 스포츠 모델만을 만들어온 브랜드들도 앞 다퉈 SUV모델을 생산하고 있다. 또한 전통적인 트럭 섀시를 기반으로 한 대형 SUV부터 중형, 소형으로 크기가 다양해졌다.



SUV 하면 누구나 쉽게 떠오르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Jeep(이하 지프)다. 2차 세계대전을 다룬 영화나 드라마에 단골로 등장하는 ‘지프차’는 최초 모델 윌리스(Willys)MB로 첫시작을 알렸다. 전장을 누비며 미국이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데 기여한 윌리스 MB는 전후에도 탁월한 오프로드 주행성능과 승리자의 이미지로 큰 인기를 끌며 승용, 레져용, 농·축산업용으로 용도를 넓혀 갔다.



체로키는 1974년 당시 지프 왜고니어 SJ플랫폼을 기반으로 개발된 스포티한 2도어 SUV로 데뷔했다. 왜고니어는 트럭 섀시를 바탕으로 개발됐지만 고급스러운 실내와 승차감으로 대형 SUV의 시초라 여겨질 만큼 큰 의미가 있는 모델이다. 같은 플랫폼으로 개발된 체로키는 중형 SUV로 전천후 주행 능력과 트럭 못지않은 유용성, 보다 날렵하고 스포티해진, 현재 SUV의 모습과 유사한 형태로 등장했다. 헨리 포드 박물관의 큐레이터 로버트 케이시는 체로키를 ‘현대적인 SUV의 출발점’이라 평하기도 했다.



1984년부터 2001년까지 생산된 체로키 2세대는 새로운 지프 XJ플랫폼을 기반으로 이전 세대에 비해 전장은 21인치, 전폭은 6인치를 줄였고 전고 역시 4인치를 줄여 좀 더 날렵해지고 여성도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도심형 SUV로 거듭났다. 1986년부터 매년 10만대 이상 판매되며 꾸준한 인기를 누린 체로키는 2002년 북미 시장에서 지프 리버티에게 자리를 넘겨줬고(수출명은 체로키를 그대로 유지) 한국에서는 2007년 3월까지 판매됐다.



3세대 체로키는 북미시장에서는 12년, 한국시장에서는 7년만의 원조의 귀환을 알리는 모델이다. 체로키의 공백 기간에 지프 브랜드는 여기저기 떠돌며 힘든 시기를 거쳤지만 이제는 FCA(Fiat Chrysler Automobile) 그룹에 속해 안정적인 제품 개발과 생산을 이룰 수 있게 됐다. 이탈리안 감성이 만난 아메리칸 정통 오프로더는 어떤 느낌일까?



이탈리안 미남으로 거듭난 카우보이



체로키의 첫 이미지는 날카롭고 세련된 느낌을 강하게 풍긴다. 2세대 체로키는 전통적인 박스형 외관에 모서리를 둥글게 다듬은 형태였다면 3세대 체로키는 유선형으로 외관을 다듬어 부드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준다. 하지만 전면부는 날카로운 각을 살려 부드럽고 매끄러운 레이아웃과 상반되는 이미지를 준다. 이탈리안의 손길로 유럽차 다운 외형을 지녔지만 곳곳에 아메리칸 오프로더의 아이덴티티를 숨기고 있다. 차를 살펴보면서 이 포인트를 찾는 것도 큰 즐거움을 준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7개의 세로 슬롯이다. 윌리스 MB부터 이어온 세로로 긴 슬롯과 양 옆에 위치한 원형 헤드라이트는 지프의 대표적인 아이덴티티다. 하지만 체로키에서는 원형 헤드라이트 위치에 주간 주행등과 방향표시등이 위치하고 그 아래쪽에 야간주행등을 장착했다. 위로 치켜 올라간 주간주행등은 강인한 첫 인상을 준다. 사다리꼴 휠 아치 또한 지프의 전통적인 모습이다. 다각형 형태의 휠 아치는 플랫 타이어 상태에서도 주행이 가능하도록 고안된 형태다. 루프엔 기본적으로 루프레일이 설치돼 있어 루프 박스나 백을 설치할 수 있다.



실내 디자인은 아프리카의 모로코, 이탈리아 나폴리만의 베수비어스산, 미국의 그랜드 캐니언 등의 명소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 됐다. 전체적으로 곡선이 많이 사용됐고 메탈 느낌의 은회색 플라스틱 마감재를 사용했다. 이 마감재의 색상은 각 버튼들의 백라이트 색상과 일치를 이루고 있어 탑승자의 야간 주행 감성까지 생각한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다. 외형과 마찬가지로 유러피안 감성 속에서도 오프로더의 특징을 살짝 보여주고 있다. 두툼한 그립감의 스티어링 휠, 언밸런스하게 큰 기어 시프트와 도어손잡이는 거친 오프로드를 질주했던 선대 체로키의 감성을 느끼게 한다.

전면 유리 밑에 윌리스 MB의 실루엣을 새겨 넣은 앙증맞은 인테리어도 찾아 볼 수 있다. 8.4인치 터치형 멀티미디어 커맨드 센터는 체로키의 모든 공조시스템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현재 차량 상태등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설계됐다. 또한 한국어 음성인식 기능이 내장돼 있고 한국형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장착해 국내 소비자의 욕구를 만족시켰다. 다만, 내비게이션의 경우 시대에 뒤떨어지는 그래픽과 알아보기 힘든 주행 경로 설정, 복잡한 사용법 등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



겉보기 보다 뒷좌석은 좁은 편이지만 좌석을 앞뒤로 조정할 수 있어 탑승자에 맞게 좌석을 조정하면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 뒷좌석 시트 각도와 쿠셔닝도 적당해 장시간 탑승해도 편안한 승차감을 전해준다. 트렁크 용량은 기본 824리터로 넓은 편이며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555리터까지 확보 할 수 있다. 트렁크 양 옆에는 스킨 스쿠버 장비를 걸 수 있는 지지대(옵션사항)가 설치돼 있고 트렁크 덮개를 열어 수납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동급 최초 9단 변속기 적용



세련된 이탈리안 감성이 묻어나는 내·외관이지만 보닛 속은 거친 카우보이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시승차는 2리터 터보에코 디젤 엔진을 사용한 2.0모델이다. 피아트 그룹에서 사용하는 멀티제트2 엔진으로 지프 모델로는 처음으로 체로키에 사용됐다. 최고출력 170마력(4,000rpm), 최대토크 35.7kg·m을 발휘하며 복합연비는 리터당 14km에 이를 정도로 준수한 편이다. 체로키는 동급 최초로 ZF사(社)의 9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했다. 4.7:1의 1단 기어비로 보다 빠른 스타트가 가능하고 조밀하게 구성된 기어비로 차체의 떨림이나 진동 없이 부드러운 이동이 가능하다. 또한 도로 상황에 맞게 기어를 쪼개서 사용할 수 있어 연료효율에도 큰 도움을 준다.



체로키에는 지프의 안전장비 기술을 집적시켰다고 할 정도로 다양한 안전장비가 장착돼 있다. 차선이탈방지 경고-플러스 시스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플러스, 전방추돌 경고-플러스 시스템, 사각지대 모니터링 시스템, 후방 교행 모니터링 시스템 등이 탑승자의 안전을 지켜주고 있다. 차선이탈방지 경고-플러스 시스템은 크라이슬러 그룹 모델로는 최초로 체로키에 적용된 기술이다. 시속 60km~160km 로 주행 시 방향지시등을 점등하지 않고 차선을 변경하거나 차선을 이탈하면 스티어링 휠이 방향을 바로 잡고 진동, 경고음 등을 통해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오프로드, 지프 체로키의 홈 코트



수입 디젤엔진 차량답지 않게 체로키의 엔진음은 꽤 큰 편이다. 실내로 유입되는 소음 또한 상당한 편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 편이 지프의 감성에 운전자를 빠져들게 만들어 나쁘지 않다. 세련된 도회적 이미지의 외형과는 다른 귓가에 울리는 우렁찬 엔진음은 온로드와 오프로드를 넘나드는 체로키의 야누스적 매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프로더의 특징상 낮은 rpm에서 최대토크를 발휘할 수 있게 세팅돼 초반 치고 나가는 맛이 일품이다. 민감한 페달반응은 익숙하지 않을 땐 주의해야 한다. 근육질 몸매를 떠오르게 하는 시트는 착좌감이 좋다. 인체공학적으로 시트 쿠션을 배치해 오프로드 주행 시 안정된 자세를 유지하게 한다.



지프의 도심형 SUV답게 온로드에서 세단과 같은 부드러운 주행감각을 선사한다. 도심주행시 9단까지 변속할 경우가 드물어 변속기의 장점을 느끼기 힘들지만 고속 주행시 그 장점은 크게 부각된다. 시속 100km 이상에서도 1,500rpm 이하의 유지하면서 꾸준히 속도를 높여간다. 이는 전 세대의 6단 변속기에 비해 10-15%정도 연료 소비를 감소시켜 연료 소비 개선에 도움을 준다. 낮고 유선형 차체는 공기저항을 줄여 풍절음 유입이 적고 고속에서도 안정적인 주행감을 선사한다. 스포츠모드로 주행하면 엔진 힘을 최대한 사용할 수 있게 4,000rpm 부근에서 변속이 이뤄지며 충격 없이 빠르게 변속이 이뤄진다. 지프의 4륜구동 시스템은 온로드에서도 그 능력을 뽐낸다. 특히 고속으로 코너를 돌아나갈 땐 차체의 쏠림 없이 안정적인 코너링을 보여준다.



체로키가 현대적 도심형 SUV의 시작점이라고 하지만 지프의 유전자를 속일 수 없는 법, 진정한 지프의 기술력을 체험해보려면 오프로드를 달려 봐야한다. 70여 년 간 축적된 오프로드 돌파 기술은 셀렉-터레인 지형설정 시스템에 응축돼 있다. 자동(Auto), 스노, 스포츠, 샌드/머드 4가지 모드를 간편하게 조그다이얼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다. 모드 선택에 따라 구동 계통의 컨트롤 모션, 전자식 브레이크 컨트롤러, ESC, 변속기 컨트롤러, 엔진 컨트롤러 등 최대 12항목의 시스템 설정이 상황에 따라 유기적으로 조절돼 최적의 주행상태를 유지한다. 오토로 온로드를 주행하면 상황에 따라 뒷 차축과 구동축을 분리해 효율적인 연비 소비를 가능케 한다.



시승 간 이용한 오프로드는 큰 암석과 나무뿌리 등 요철이 많고 등판각도가 30도를 상회하는 곳으로 체로키의 오프로드 성능을 느껴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온로드에서 가볍게 느껴졌던 스티어링 휠은 오프로드 주행에서 장점으로 작용한다. 최대 토크가 초반에 발휘돼 정지 상태에서도 파워풀하게 장애물을 쉽게 돌파할 수 있다. 등판각도가 30도 이상인 경사구간을 올라갈 땐 휠이 지면을 움켜쥐고 올라가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안정적이고 꾸준히 밀고 올라간다. 다만 온로드 주행 시 느낄 수 없었던 노면 소음은 오프로드에서 유입이 심한 편이며 전 세대에 비해 낮아진 차체와 서스펜션으로 큰 암석과 같은 장애물을 돌파하는 정통 오프로더의 주행 능력을 보여주기엔 부족한 면이 많다.



SUV의 범람의 시대, 다양한 SUV들이 출시돼 소비자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요즘 등장하는 수많은 SUV들은 SUV 본연의 오프로드 성능 순화시킨 ‘귀공자’ 도심형 SUV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체로키는 도회적인 세련된 이미지를 풍기고 있지만 일탈하고 싶을 땐 언제든지 탑승자를 모험의 세계로 안내해줄 진짜 SUV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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