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5.30 화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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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과 비효율의 중점에 선 스포츠 쿠페, 시로코 R-라인



현대인들은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이끌어내야만 하는 데 모든 역량을 투입해야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혹자는 효율성의 시대라고도 표현한다. 자동차도 이런 시대의 흐름에서 벗어날 수 없다. 고유가 시대에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효율을 발휘하기 위해 각 자동차 브랜드별로 엔진 메커니즘을 개선하거나 플랫폼을 구성하는 소재를 변화시키는 등 연료 소비 효율을 끌어올리기에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행태는 소비자들에게도 나타나고 있다. 비교적 연료값이 저렴한 디젤엔진 기반의 자동차를 선택하거나 좀 더 공간 활용성이 좋고 다목적으로 사용가능한 SUV나 MPV를 찾게 된다. 도로 위 지나가는 자동차를 둘러 봐도 다들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효율성을 떠나 ‘순수한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위한 자동차들을 보는 것은 점차 어려워 지고 있다.



효율성이란 잣대로 자동차를 판단한다면 쿠페나 스포츠 모델의 존재는 모순 투성이다. 더 많은 연료를 소비하면서도 탑승객과 적재물을 위한 공간은 턱 없이 부족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종류의 자동차를 언젠가는 꼭 소유하고 싶은 드림카로 여기는 것은 자동차란 소비재가 단지 효율성이란 잣대로 평가하기엔 너무 감성적이기 때문이다. 바람을 느끼며 달리는 드라이빙의 즐거움은 아무리 효율성을 강조하는 시대에 포기할 수 없는 이상향이다.



폭스바겐의 시로코는 효율성으로 무장한 브랜드의 이단아 같은 모델이다. 4인승 3도어로 어느 정도 타협은 봤지만 태생부터 국민 모두를 위한 자동차를 지향하는 브랜드의 목적에 위배 되는 존재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시로코는 올 해로 출시된 지 40년 된 폭스바겐의 터줏대감 중 하나이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에 시승한 시로코는 2008년 출시된 3세대 시로코의 페이스리프트 모델로 폭스바겐의 고성능 모델인 R의 외형으로 꾸민 R-line 모델이다. 효율성과 비효율성의 중점에 선 스포츠 쿠페 시로코 R-line는 어떤 느낌일까?



Get Set, 언제든지 달려 나갈 공격적인 모습



시로코 R-line은 해치백 5세대 골프를 기반으로 만든 3도어 쿠페다. 날렵한 유선형의 루프라인이 C필러를 지나면 급작스레 하강하는 전형적인 해치백 구조다. 이전 모델에 비해 앞뒤 범퍼와 라이트가 달라졌고 빵빵한 볼륨을 자랑하던 뒤태도 요조숙녀처럼 차분해졌다.



가장 큰 변화는 앞범퍼와 헤드라이트다. 헤드라이트의 모양을 새롭게 다듬었고 주간주행등도 라이트 속에 장착했다. 원형으로만 구성된 이전 모델에 비해 좀 더 날렵해지고 세련된 모습이다. 앞범퍼의 모습은 7세대 GTI와 GTD와 디자인을 같이한다. 안개등과 방향지시등이 위치한 범퍼 하단부에 3줄의 블레이드가 추가돼 레이시한 감성을 배가 시킨다.



옆태와 뒤태는 여전히 볼륨감이 넘치지만 이전 모델에서와 같이 과장된 느낌이 많이 줄어 차분하다. 하지만 R-line 사이드 스커트가 적용돼 차분함 속에서도 스포츠 쿠페의 본성을 숨기지 않았다. 뒤태는 시로코 R-line의 하이라이트다. 볼륨감 넘치는 펜더와 근육질 몸매를 연상하게 하는 뒷범퍼가 어우러져 육감적인 몸매를 과시한다.



외형에 비해 심심한 실내는 아쉬워



글래머러스 한 볼륨으로 멋을 낸 외관을 감상하다가 실내를 살펴보면 살짝 맥이 풀린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골프 7세대 GTI와 GTD와 크게 다르지 않다. D컷 스티어링 휠엔 R-line각인이 새겨져 있고 스포츠 쿠페답게 패들시프트가 위치한다. 대시보드의 특별한 점은 센터페시아 위에 스포츠 인스트루먼트 다이얼이 위치한다는 점이다. 오일 온도계와 터보 부스트 게이지, 그리고 크로노미터로 구성돼 있다.



앞좌석 두 개의 도어만을 배치한 모델답게 양 쪽 문의 길이가 상당히 길다. 프레임리스로 처리해 스포츠 쿠페의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앞·뒤 좌석 모두 세미 스포츠 시트가 장착돼 있다. 기대하지 않았지만 뒷좌석은 상당히 좁다. 성인 두 명이 앉을 수 있을 정도며 175cm의 평균키의 남성이 탔을 때 꽤 좁고 불편하게 느껴졌다. 선루프는 열 수 없고 틸팅만 가능하다.



적재공간은 생각보다 좁지 않았다. 해치백이긴 하나 스포츠 모델의 감성을 살리기 위해 해치도어를 짧게 만들어 적재함에 일반 세단보다 높은 턱이 존재한다. 기본 적재용량은 312리터이며 뒷좌석을 접으면 최대 1,006리터까지 확보할 수 있다. 3도어 해치백의 관점에서 보면 그리 크다고 할 수 없지만 스포츠 쿠페 측면에서 보면 꽤 넉넉하다고 할 수 있다.



가슴을 울리는 배기음과 시원한 가속감



시로코 R-line에는 7세대 골프 GTD에도 사용하는 2리터 직렬 4기통 TDI엔진이다. 이와 함께 6단 DSG가 맞물리며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8.4kg·m의 성능을 나타낸다. 이전 엔진에 비해 출력은 14마력, 토크는 3kg·m 상승됐다. 특히 최대토크가 발휘되는 구간이 1,750 ~ 3,250rpm까지 넓게 퍼져 있어 디젤엔진의 장점인 토크감을 폭넓게 사용할 수 있다.



요즘 거의 모든 자동차에 포함된 버튼식이 아닌 키를 꼽고 돌리는 방식이라 클래식한 감성을 준다. 시동을 걸면 과장된 외형과 다르게 조용히 엔진이 돌아간다. 고성능 스포츠카에서 느낄 수 있는 소리만큼을 기대하진 않았지만 인테리어를 봤을 때 빠졌던 맥이 한 번 더 빠진다. 하지만 가속페달을 밟고 움직이기 시작하면 이런 느낌을 싹 날려버릴 수 있다.

같은 엔진을 사용하는 7세대 골프 GTD에서 들을 수 없던 ‘그르렁’소리가 가슴을 울리는 느낌이다. 초반에 토크가 집중된 디젤엔진답게, 중저음의 배기음 사운드에 맞게 초기 거동은 상당히 즉각적이고 재빠르다. 정지 상태에서 가속페달을 급하게 밟으면 몸을 지그시 시트 속으로 누르는 중력가속도를 체험할 수 있다. 스포츠로 드라이빙 모드를 변경하면 중저음의 배기음은 한층 더 까랑해지며 가속페달 반응도 더욱 민감해진다. 고 rpm의 회전음을 만끽하라는 듯 변속타이밍도 살짝 늦어진다.



넓고 낮은 차제로 인해 발군의 코너링 주행감각을 느낄 수 있다. 더욱이 18인치 휠에 장착된  단면폭 235mm, 편평비 40의 피렐리 신투라토 런플랫 타이어가 지면 마찰력을 극대화해 빠른 속도에도 미끄러짐 없이 정확한 라인을 그리며 코너를 탈출할 수 있다. 이 타이어는 실링(Sealing)이 내장돼 있어 못이나 뾰족한 요철로 인한 펑크를 자체적으로 봉합한다.



고속주행시 차체의 안정감도 매우 좋다. 골프 7세대 GTD보다 전폭이 10mm정도 넓고 서스펜션도 좀 더 단단해 낮게 ‘착’깔려 가는 느낌을 받는다. 유선형의 보디 라인으로 풍절음 유입도 상당히 억제된 느낌이며 노면 소음도 잘 걸러낸다. 제조사가 밝힌 시로코 R-line의 복합연비는 리터당 14.8km다. 이 정도의 주행감각을 주면서 연비 효율성까지 살뜰히 챙기는 모델은 찾기 쉽지 않을 정도로 메리트가 있다.



시로코 R-line은 해치백 기반으로 적재공간과 탑승공간을 놓치지 않았고 연료소비 효율이 좋은 디젤엔진과 듀얼클러치를 장착해 효율성을 단단히 챙겼다. 이와 함께 자동차 본연의 다이내믹한 드라이빙 감각도 잊지 않은 실속파 스포츠 쿠페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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