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보니 온 거리가 좀비로 뒤덮여 있다. 사람들은 사방에서 습격해오는 좀비를 피해 도시 밖으로 탈출하고, 몇몇 용감한 사람들은 식량과 무기를 챙겨 좀비의 습격에 대비하고 있다.’ 물론 현실은 아니다. 미국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드라마 ‘워킹데드’에 등장하는 좀비가 세상을 뒤덮은 마치 묵시록적인 세계의 이야기다.



사람에 따라 약간은 허무맹랑하게 들릴 수 있는 좀비 이야기는 지금이 21세기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갈수록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영화나 드라마는 물론이고 소설 같은 시장에서도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다. 게다가 이제는 소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 광고에도 심심치 않게 등장해 사람들의 소비패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이러한 좀비 트렌드에 편승해 자사의 모델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결과물이 꽤나 흥미롭다. 



작년 현대자동차는 코믹-콘이라는 만화 컨벤션 행사에서 '엘란트라 ZSM'이라는 특별 모델을 공개했다. 미국에서 엘란트라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이 차는 다름 아닌 아반떼다. ZSM은 ‘좀비 서바이벌 머신’의 줄임말로, 아반떼 승용차에 극한의 상황에서 좀비를 무찌르고 탈출하기 위한 장갑과 무장을 장착했다.




엘란트라 ZSM의 앞쪽에는 몰려드는 좀비를 불도저처럼 밀어내기 위한 거대한 블레이드가 장착되었고, 이 블레이드에는 스파이크가 달려있어 강력한 돌격 무기의 역할도 겸한다. 창문은 강철 창살로 보강해 좀비의 공격에 버티도록 했고, 지붕에는 해치와 강력한 라이트를 달아 사방에서 몰려오는 좀비를 향해 사격할 수 있다.




아스팔트가 아닌 험로도 달릴 수 있도록 타이어는 랠리카와 비슷한 비포장도로용을 장착했다. 바퀴에 달린 커다란 뿔과 칼날은 옆을 스쳐 지나기만 해도 좀비들을 쓰러트릴 수 있으며, 트렁크에도 후방의 좀비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와 라이트가 장착되어 있다. 이만하면 더 이상 승용차가 아니라 장갑차라 불러야 하지 않을까?



만화나 게임에서는 세월이 지나면 적들도 강력해지고, 주인공들은 더욱 강력한 무기를 얻는다. 올해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벨로스터 터보 ZSM은 작년의 엘란트라 ZSM보다 더욱 강력해졌다.



오렌지색 ‘비타민’ 컬러 벨로스터 터보는 온 몸을 철판으로 둘렀다. 차체는 물론 유리창까지 철판으로 덮고, 마치 장갑차의 관측창 같은 틈을 내어 사방의 시계를 확보했다.



전방의 헥사고날 후드는 벨로스터 터보의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듯하지만, 잘 보면 입을 벌리고 있는 괴물의 이처럼 커다란 톱날이 박혀있다. 게다가 후드 양 측면에는 다가오는 좀비를 썰어버리기 위한 엔진 톱 두개가 어금니처럼 날을 세우고 있다.



접근해오는 좀비 뿐 아니라 멀리서 다가오는 좀비를 상대하기 위해 보닛 위에는 차내에서 원격으로 발사할 수 있는 2개의 기관총이 전방을 겨냥하고 있고, 양쪽 측면에는 화염방사기가 장착되어 좀비의 접근을 견제한다. 보닛에는 모래주머니를 겹겹이 쌓아 묶어놓았는데 이는 차의 전방 장갑을 두껍게 강화시키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벨로스터 터보 ZSM의 뒷면 또한 전방과 마찬가지로 장갑이 보강되어 있다. 범퍼에는 특이하게도 칼이 달려있고, 좌우 네 개의 바퀴에는 로마의 전차처럼 원형 톱날과 창이 달려있다.




하지만 역시 보는 이를 압도하는 것은 지붕에 장착된 큐폴라(돔 형태의 관측창)와 기관총일 것이다. 기관총 사수는 마치 전차처럼 지붕의 큐폴라에 상반신만 내밀고 사방의 좀비를 향해 캘리버50 기관총탄을 퍼부을 수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료가 떨어지고 차가 부서져 꼼짝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가오는 좀비와 맞서 싸우기 위한 최후의 무기도 준비되어 있다. 뒷 유리창 위에는 못이 박힌 야구방망이가 비치되어 있으며 차의 지붕에는 위급 상황을 알리기 위한 확성기, 무전기 안테나가 달려있다. 인테리어는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지만, 위급시를 대비한 응급 약품이 구비되어 있다고 한다.



현대가 좀비 묵시록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후의 병기를 준비한 것은 종말의 날을 대비하기 위한 것일까? 사실 현대자동차는 드라마 워킹데드를 후원하는 스폰서 기업 중 하나다. 현대자동차는 드라마 워킹데드에 투싼을 비롯한 다양한 차를 후원하는 한편, 좀비를 무찌르고 살아남기 위한 차를 꾸며볼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인 '좀비 찹샵(Zombie Chop Shop)'이라는 프로그램을 공개한 바 있다. 이번에 공개된 벨로스터 ZSM 역시 좀비 찹샵을 통해 꾸밀 수 있는 모델 중 하나이며, 벨로스터 ZSM 실차는 미국의 Galpin Auto Sports가 현대와 콜라보레이션으로 제작했다.

현대자동차의 색다른 좀비 마케팅은 현재 국내에서 펼치고 있는 감성 마케팅과는 방향성이 정 반대지만 묘한 매력이 있다. 비록 국내에서 이런 결과물을 직접 볼 수 없어 아쉽긴 하지만 그래도 세계 각 시장에서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하는 현대자동차의 이러한 시도와 투자는 높게 살만하다. 시간이 지나서라도 국내 모터쇼 등을 통해 실물을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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