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 운송 시장에서 라스트 마일 쪽은 그동안 스타렉스와 포터가 지배해왔지만, 이제는 분위기가 바뀌었다. 이 시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탈디젤화와 전동화로, 특히 한때는 ‘클린 디젤’이라 불릴만큼 높은 성능과 연비로 사랑받았던 디젤이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받으며 퇴출되는 분위기가 됐고, 여기에 전동화까지 더해지며 디젤 엔진 중심의 스타렉스와 포터는 설 자리를 잃게 됐다. 정부의 정책 또한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은 서울 시내를 비롯해 6대 특별시 및 광역시에서 운행을 제한하고 어린이집 차량은 경유차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등 강력하게 규제하는 분위기로 돌아서며 새로운 대안이 필요했고, 이런 상황에서 제조사 역시 정부의 정책에 맞춰 새로운 차량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런 대표적 차종 중 하나가 현대자동차의 스타리아로, 기존 스타렉스의 뒤를 이을 모델이자 앞으로 현대차에서 선보일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의 기반이 되는 플랫폼의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일단 먼저 MPV와 카고 2종으로 제품을 선보여왔는데, 2.2 디젤과 3.5 LPG 2종의 파워트레인에 새롭게 1.6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가 더해졌다. 지난 3월 22일 스타리아 하이브리드가 출시를 선언, 하루 전날 미디어를 대상으로 진행된 시승회 현장을 찾아 무엇이 달라졌는지 살펴보고 하이브리드는 기존 파워트레인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시승해보았다.

스타리아는 아직도 따끈따끈한 모델이다. 2021년 처음 출시되어 이제 만 3년에 도달하는 모델로, 수명 주기의 절반 정도를 지나고 있는 셈. 첫 선을 보였을 당시에는 모두가 고개를 갸우뚱했던 전면부 디자인이지만, 지금은 그랜저를 비롯해 현대차 신제품들의 패밀리룩 디자인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모양새다. 기존 자동차 디자인을 생각하면 과도하게 큰 창문은 외관에서 볼 땐 언밸런스해 보이지만, 막상 차에 탑승하면 이 대형 창문이 오히려 뛰어난 개방감을 선사하는 요소가 된다.

실내도 이전과 동일한 모습으로, TFT 스크린이 적용된 계기판과 12.3인치 대형 디스플레이, 터치식 공조장치 등 현대차에서 두루 쓰이는 구성들. 버튼식 변속기는 전반적으로 평이 좋지 않은데 향후 부분변경 때 바뀔지는 알 수 없는 것이, 레버식을 채택할 경우 1열 좌우로 오갈 수 있는 공간에 영향을 주기 때문. 따라서 예전 레버식 변속기보다는 최근 전기차로 도입이 늘어난 칼럼식 변속기가 될 가능성을 조심스레 점쳐본다.

첫 변화는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에서 찾을 수 있는데, 하이브리드가 적용된 만큼 전용 메뉴를 신설해 에너지 흐름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리고 연비와 전기모터 사용량 등 경제적인 운전에 도움을 주는 정보들을 배치해놓았다. 물론 이런 정보는 계기판에서도 간략하게 확인할 수도 있다.

시승차는 라운지 모델 7인승이어서 2열에 프리미엄 릴렉션 시트가 장착된다. 구매를 고민할 때 9인승을 선택해 고속도로의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생각하는데, 2열에 타는 사람의 편안함에 초점을 맞춘다면 이 라운지 7인승이 훨씬 나은 선택이라는 생각이다. 특히 196cm의 기자도 다리를 뻗고 누워갈 수 있을 만큼 넉넉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현재까지 그 어떤 MPV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매력 포인트다. 3열은 시트를 앞뒤로 조절할 수 있어 짐 여부에 따라 트렁크와 탑승 공간의 비율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다만 ISOFIX는 장착되어 있지 않으므로 3열에 아동을 태워야 한다면 벨트 고정식 카시트를 사용해야 한다.

시승은 쇼퍼 드리븐 체험으로 시작됐다. 3년 전 첫 출시 때도 예상치 못한 쇼퍼 드리븐에 당황했었는데, 여전히 남이 운전하는 차를 탈 일이 별로 없어 아직도 어색하기만 하다. 차량이 출발하자마자 시트를 완전히 눕혀 최대한 편한 자세를 취해봤다. 누운 채로 달려가는데 전과는 다른 느낌이다. 예전에는 요철 등에서 차량 후방이 통통 튀는 느낌이 들었던 반면, 이번 하이브리드에서는 이런 부분이 상당히 감소해 훨씬 편안하다. 하이브리드 시스템 탑재로 무게가 늘어서가 아닐까 생각했지만, 관계자의 설명에 의하면 디젤 엔진보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더 가볍다고 한다. 실제 제원상으로도 2.2 디젤에 비해 하이브리드가 10kg 더 가벼우니, 서스펜션 세팅에서 변화가 있지 않을까 추측한다.

쇼퍼 드리븐을 마치고 앞좌석으로 옮겨탔다. 확실히 외관에서 보는 것만큼 차가 꽤나 높다. 운전석에 앉아 여기저기 둘러보니 확실히 차체에 걸맞게 공간이 넓은데, 이 공간을 더 넓게 쓸 수 있도록 구성에 상당한 고민을 했음이 느껴진다. 수납공간의 경우에도 곳곳에 크고 작은 수납함이 여러 곳에 마련돼있어 차내를 깔끔하게 유지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고, 보통 문을 여닫을 때 쓰는 도어 핸들은 문에 돌출된 형태로 장착되어 여기에 창문 스위치를 비롯해 다양한 조작버튼을 배치하는데, 핸들의 크기를 줄이고 각종 조절 버튼을 도어 트림 상단으로 옮겨 운전석 역시 상당히 넓게 쓸 수 있다.

시동을 걸고 도로로 나섰다. 1.6 터보 하이브리드는 시스템 최고 출력 245마력/5,500rpm, 시스템 최대 토크 37.4kg·m로 2.2 디젤에 비해서도 결코 부족하지 않은 성능을 갖추고 있어 그랜저, 투싼, 싼타페 등 중형 이상의 각종 차량에 투입되고 있는데, 대부분의 차들이 2톤 미만의 무게였던 것과 달리 스타리아는 이보다 300kg 이상 무거워 감당할 수 있을지가 조금 의문이었다. 막상 달려보니 우려와 달리 스타리아 하이브리드는 경쾌하게 속도계의 바늘을 밀어올리기 시작했다.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고 급가속을 했을 때도 예상보다 빠른 가속에 놀랐는데, 이 정도라면 성인이 모두 탄 상태의 추월 가속 등에서도 굼뜨다거나 느리다고 느끼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그냥 스타리아가 아니라 하이브리드이니, 성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연비다. 하이브리드가 고속 주행보다는 시내 주행에서 연비가 더 잘 나온다는 건 말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고속에서의 연비는 정말 형편없을까? 시승 코스에 고속 구간이 있어 연비를 확인하며 달렸는데, 앞서 급가속 등의 테스트를 진행하며 떨어져 있었던 연비가 고속도로에 올라 달리기 시작하는데 조금씩 올라 공인연비(복합)인 13km/L를 넘어서기 시작했다. 조금 속도를 높여 달린 탓에 15km/L에 살짝 못 미치는 정도는 확인했지만, 앞서 시승한 다른 기자들 중에는 17km/L를 달성한 기자도 있었다고 하니, 경제적인 부분에선 단연 하이브리드가 최강이다. 여기에 엔진이 주행 내내 작동하는 것이 아니어서 내연기관 대비 유지 보수 간격이 훨씬 더 길고, 디젤처럼 요소수 문제나 DPF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썩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주행 보조 기능이야 긴말이 필요 없을 정도인데, 하이브리드 사양에는 특별히 ‘정체구간 특화 제어’라는 기능이 들어간다. 이는 내비게이션을 통한 도로 정보와 차량 주행 상태를 바탕으로 저속 정체구간에서 변속 패턴이나 엔진 시동 시점을 변경해 가감속으로 인한 불필요한 조작을 최소화하고 승차감을 향상시켜 주는 기능이라고. 예전 기아 K9 시승에서 경험했던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이 하이브리드와 만나 이런 형태로 변화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느낀다. 이 외에도 전방 주차 거리 경고, 후방 모니터 등 보조 기능이 기본 탑재되고, 하이패스, 미세먼지 센서, 공기청정모드, 오토 디포그, 애프터 블로우 기능이 모두 포함된 풀 오토 에어컨, 8인치 디스플레이 오디오 등의 편의사양도 기본 적용된다.

전기차의 충전이나 용량 등의 단점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선 하이브리드 차량들이 늘어나는 건 반가운 일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지비를 줄여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고, 정부 입장에서는 CO2 배출량을 줄여 목표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 때문. 궁극적으로는 탈내연기관을 통해 탄소 배출량 제로에 도달해야겠지만, 당장 실현하기 어렵더라도 이러한 노력이 이어지며 조금 더디더라도 조금씩 나아가는 분위기가 이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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