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형 SUV가 주목받고는 있지만, 그전까진 시장의 중심에는 준중형급 SUV가 있었다. 적당한 실내 공간과 적재 공간, 넉넉한 파워 등으로 무장한 준중형 SUV 시장의 패권을 두고 많은 브랜드들이 경쟁했고, 수년째 그 시장에서 정상의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는 것이 현대자동차의 투싼이다. 2004년 처음 등장한 투싼은 아반떼 플랫폼을 기반으로 생산되어오다 지난 2020년 선보인 4세대 모델부터 쏘나타 플랫폼으로 바뀌며 더 넓은 실내공간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현대차의 새로운 디자인 철학인 센슈어스 스포티니스(Sensuous Sportiness)를 반영한 독특한 형상의 헤드라이트로 유독 더 눈에 띄며 도로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투싼이 수명주기의 절반이 되는 시점에 부분변경이 이루어졌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시승차를 받아 직접 확인해보았다.

최근의 현대차 모델들이 부분변경 시점에 거의 세대교체에 가까운 대대적인 외관 변화가 이루어졌는데, 이번 투싼은 말 그대로 부분적으로만 변화가 이루어져 오히려 좀 아쉬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이전 세대와 명확하게 구분되는 점들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가장 대표적인 부분이 헤드라이트와 그릴부로, 램프를 4줄에서 3줄로 줄이고 그릴의 세부 그래픽도 수를 줄이면서 각을 세운 디자인으로 바뀌었는데, 이전 세대에선 세련된 모습으로 여성미를 강조했다면, 이번 모델에선 강인한 모습으로 남성미를 강조했다는 차이가 있다. 후면에서는 스키드 플레이트의 리어 범퍼와 몰딩을 일체화됐고, 후면 유리의 엠블럼도 유리 안쪽으로 통합시켰다. 리어 와이퍼의 경우 이전 대비 75mm 늘어나 닦을 수 있는 면적이 넓어져 후방 시야 확보에 도움을 준다.

외관에 비해 실내의 변화폭은 훨씬 크다. 가장 먼저 대시보드 디자인이 운전석과 조수석을 분리하는 형태이던 이전과 달리, 송풍구를 중심으로 좌우를 길게 잇는 디자인을 적용했는데, 이는 외관 후면 디자인에서 테일라이트를 중앙의 라이트바로 길게 이어 차체가 넓어보이게 하는 것과 같은 목적인 것이다. 여기에 분리되어있던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이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 하나로 묶으면서 이전보다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의 위치가 높아져 시선 이동 거리를 줄였다. 공조장치 조절부는 터치식 버튼이 적용됐지만, 볼륨조절이나 온도 조절에 원형 다이얼을 배치하고 단축 메뉴에 돌출 버튼을 적용해 주행 중 조작 편의성을 확보했고, 공조장치 관련 메뉴는 음성 명령으로도 조작할 수 있어 불편하지만은 않다. 조수석 앞쪽으로는 대시보드에 약간의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소지품을 잠시 올려놓을 수 있다.

변속 레버는 최근 현대차에서 두루 사용하는 스티어링 휠 칼럼의 레버 방식으로 바뀌며 변속 레버 자리가 한결 넓어졌다. 콘솔박스 앞쪽으로는 주행 관련 기능 버튼과 무선 충전 패드, 컵 홀더 등을 배치했다. 무선 충전 패드의 경우 그동안에는 스마트폰을 올려놓으면 스스로 인식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번 투싼에 장착된 것은 하단 쪽에 작은 버튼이 마련되어 스마트폰 하단이 이 버튼을 눌러줘야만 충전되는 방식이다. 덕분에 스마트폰이 충전에 맞는 제 위치를 찾게 되어 무선충전 오류로 인한 불편함이 없고, 패드 앞쪽으로 진행상황을 알려주는 LED 인디케이터를 더해놓아 사용이 편리하다.

탑승 공간에 대해선 긴 말이 더 필요할까. 이미 4세대 모델에서부터 플랫폼이 바뀌며 준중형이라 부르기 어려울 만큼 공간이 넓어져 때문에 패밀리카로의 사용도 문제없이 소화할 수 있다. 특히 2열 시트의 경우 리클라이닝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성인 4명이 탑승해 장거리를 편하게 이동하는 것도 문제없을 만큼 넉넉한 공간을 제공한다.

테일게이트가 경사져있어 적재공간에 손해를 보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막상 트렁크를 보면 드넓은 공간에 어지간해선 좁다고 느낄 일은 없을 듯하다. 좌우로 분할된 2열 시트를 접어내려 원하는 구성으로 공간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고, 모두 접어 내리면 꽤 넓은 공간이 평평하게 만들어져 많은 짐을 싣거나 차박 같은 용도로 사용하는 것도 문제 없겠다. 2열을 모두 사용하는 상황에서 약간의 적재 공간이 더 필요하다면 바닥면을 한 단계 낮춰 설치하는 식으로 추가 공간 확보도 가능하다.

파워트레인은 이전과 동일하게 1.6 가솔린 터보, 1.6 가솔린 터보 하이브리드, 2.0 디젤 3종으로 구성됐다. 최근 디젤을 단종시키는 추세에서 의외의 선택이었는데, 다음 세대에서는 아마도 다른 제품들과 같은 수순을 밟게 되지 않을까. 시승차는 1.6 가솔린 터보로, 7단 DCT와의 조합으로 최고출력 180마력, 최대토크 27,0kg·m의 성능을 낸다.

전기모터가 힘을 보태주는 하이브리드 사양이 있어 상대적으로 아쉽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래도 예상외로 꽤 시원하게 달려주는 덕분에 추월이나 가속 상황에서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에 DCT도 상황에 맞춰 빠르게 변속 단수를 찾아가기 때문에 터보 랙만 감안하면 급가속도 그리 답답하지 않다. 서스펜션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구성인데 승차감은 조금 단단한 편이지만 불편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오히려 단단함이 느껴지기 때문에 스포티한 주행도 안정적으로 소화할 것으로 기대되지만, 눈이 내려 좋지 않은 노면 상태 때문에 이 부분을 확인할 수 없어 아쉬웠다. 다만 시승 중 우연히 비포장길을 달릴 일이 있었는데, 도심형에 초점이 맞춰진 모델인 만큼 충분히 속도를 줄이지 않으면 동승자들의 원성을 한몸에 받을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준중형급 모델이지만 정숙성은 상위 차급 못지 않게 우수해졌다. 이번 모델에는 앞바퀴 스트럿에 2방향 다이나믹 댐퍼를 장착해 노면에서의 소음을 줄였고,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앞유리에만 적용하던 전과 달리 1열 도어에까지 확대 적용했으며, 바닥 카펫, 운전석 하단 커버 및 전륜 휠가드, B필러 및 C필러 등에 흡차음재나 보강재 적용을 늘리는 등 전반적으로 정숙성을 크게 높였다고. 덕분에 겨울철 분위기에 맞는 잔잔한 음악을 들을 때도 크게 볼륨을 높이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았다.

안전 및 주행보조 기능은 최신 모델답게 다양하다. 일단 주행보조 기능의 경우 고속도로 주행보조 및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이 탑재되어 있어 고속도로나 전용도로에서 정체구간을 만나도 피로가 크게 줄어든다. 특히 차선을 변경하는 차량에 대한 반응도 빠르기 때문에 갑작스런 급정거로 인한 불편함도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차선 유지보조 기능의 경우 조향 개입이 약간 강한 편이어서 운전자의 오조작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듯하다. 충돌 방지 기능도 전방, 후측방, 후방 등 다양하게 갖춰져 있는데, 전방 충돌 방지의 경우 설정에 따라 운전자의 반응보다 빠르게 기능이 작동하기 때문에 조금 불편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조금 예민하게 작동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밖에도 주행중인 노면을 판단해 최적의 주행모드를 자동으로 선택해주는 오토 터레인 모드, 고속 주행 시 강풍을 만났을 때 조향 및 제동 제어로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횡풍 안정성 제어 등의 기능도 갖추고 있다.

편의 기능으로는 우선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있다. 한 번 맛들이면 좀처럼 끊기 어려운 대표적인 편의 기능인데, 준중형급에선 좀처럼 적용되지 않았던 만큼 이번 적용이 반갑다. 그리고 카페이와 연계해 실물카드 없이 통행료 결제가 가능한 e-하이패스, 디지털 키 2, 실내 지문 인증 시스템 등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 또한 이런 편의 기능들은 물론이고 차량 주요 전자제어 연계 기능을 최신 상태로 쉽게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능도 적용됐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강력한 모습을 보여온 투싼이지만, 이번 신형은 더 강력해져 경쟁자들이 자리를 넘보기 더욱 힘들어 보인다. 특히 실내외의 변화를 통해 대폭 향상된 상품성과 뛰어난 정숙성, 그러면서 한결같은 넓은 실내 공간 등으로 무장하고 있는 만큼 전동화가 이뤄지기 전까지 당분간 클래스 선두의 자리를 계속 지켜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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