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G모빌리티의 앞날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벼랑 끝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데 성공하긴 했지만 국내와 해외 시장에서 쟁쟁한 제조사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특히나 시장의 흐름이 전동화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전기차 모델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 현실이었던지라 경쟁자들을 따라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 섞인 시선들이 많다. 물론 이전에 코란도 이모션이라는 전기차를 내놓은 적이 있긴 했지만 오히려 내놓지 않는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른다는 평을 받을 정도였으니 KG모빌리티가 전동화 시대를 따라갈 수 있을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KG모빌리티는 이외의 카드를 선보이며 전동화 시대에 우리는 이렇게 대응할 것이라며 토레스 EVX란 결과물을 내놓았다. 그것도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격과 주행거리에 대한 경쟁력을 갖추고 보란 듯이 선보여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미 서울모터쇼에서 어느 정도의 내용은 밝힌 부분이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더 경쟁력 있는 모습으로 전동화 시장에 토레스 EVX를 선보이는데 성공했다. 사람들의 우려 섞인 눈빛을 한 번에 날려버릴 듯한 모습으로 당당하게 등장한 토레스 EVX의 시승회에 참석해 성능과 상품성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외형 디자인은 멀리서 보면 토레스와 비슷하지만 부분적으로 전기차의 포인트를 적용해 나름의 차이점을 줬다. 가장 큰 차이가 나는 부분은 역시나 프론트 디자인으로 수평형의 LED 주간주행등(DRL)과 순차점등 턴시그널 일체형 램프로 이루어진 키네틱 라이팅 블록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미 모터쇼에서 토레스 픽업트럭과 함께 공통적으로 공개했던 앞모습이어서 그런지 이제는 조금 익숙한 모습이기도 하다. 프로젝션 타입의 상/하향등 LED 헤드램프와 프론트 범퍼를 통합한 디자인은 전기차라는 차량의 특성과 매우 잘 어울리는 모습이다.

전기차의 미래지향적인 느낌과 SUV의 강인한 이미지가 잘 어우러져 토레스 EVX의 디자인 스타일을 잘 만들어 냈는데 실제로 사람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다. 특히 토레스 EVX의 디자인 베이스가 된 토레스의 기본 디자인 평이 워낙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토레스의 디자인을 적절히 변형시켜 전기차인 토레스 EVX의 디자인을 과하지 않게 적절히 만들어 낸 것에 좋은 평가를 주는 사람들이 많다. 토레스의 디자인 평가가 워낙 좋고 소비자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아 전기픽업트럭도 그렇고 다양한 모델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KG모빌리티에게 매우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옆모습은 토레스와 전체적으로 비슷하지만 부분적으로 차이점이 느껴진다. 토레스와 마찬가지로 면과 선이 적절히 어우러져 SUV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많은 사람들이 토레스의 디자인을 칭찬하는 이유 중 하나가 단순히 프론트나 리어의 디자인이 잘 뽑힌 것만이 아니라 비율이나 밸런스가 잘 맞아 전체적인 모습이 너무 둔하지 않고 그렇다고 너무 날카롭지도 않은 적절한 모습이라는 것을 KG모빌리티 사람들도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토레스에서 눈길을 끌었던 C필러 가니쉬도 여전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다양하게 활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진 보닛의 후드 사이드 가니쉬도 눈길을 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토레스에 적용돼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았던 사이드 스토리지 박스가 삭제된 것인데 활용도가 높은 포인트라 생각했으나 토레스 EVX에는 적용이 되지 않아 살짝 아쉬웠다.

리어의 디자인도 토레스에서 부분적으로 변경된 범퍼의 모습 같은 포인트들이 눈에 들어온다. 물론 디자인의 변화가 크지 않아 두 모델을 동시에 놓고 비교를 하거나 토레스를 소유한 사람이 아니라면 잘 모를 수 있겠다. 마치 스페어 타이어가 들어가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헥사곤 디자인의 리어 가니쉬와 전기차와 잘 어울리도록 변형된 LED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가 눈에 들어온다. 토레스 때와는 달리 KGM으로 깔끔하게 정리된 레터링이 적용돼 좀 더 정리된 모습이고 리어 가니쉬에 굵직하게 붙어 있는 모델명도 당당해 보인다. 전체적인 디자인에서 자신감이 엿보이는 모습이다.

실내로 들어서면 무난하면서도 깔끔하다는 느낌이 가장 먼저 느껴진다. 화려해 보이거나 고급스럽게 보여지기 위해 기교를 부리거나 한 느낌이 없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는 생각이 든다. KG모빌리티는 토레스 EVX 인테리어의 테마를 슬림&와이드라 정의했는데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는 느낌이다. 역시나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12.3인치의 널직한 계기판과 인포콘 내비게이션을 연결한 파노라마 디스플레이다. 그래픽 수준도 나쁘지 않고 디스플레이의 반응속도도 우수하다.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이런 저런 조작을 했을 때 신경이 쓰인다거나 불편해 보이는 요소는 딱히 없었다.

고급스러운 느낌은 없지만 가격대를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좋은 점수를 받을만한 수준이다. 운전자에게 다양한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제공하는데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버튼들의 위치나 조작감도 무난한 편이고 대시보드나 에어벤트의 위치도 적절해 주행 시 운전자를 신경 쓰게 만들만한 요소는 없다. 전체적으로 실내 디자인은 간결하게 잘 뽑은 느낌이고 KG모빌리티의 커넥티드 카 서비스인 인포콘도 음성 안내 같은 기능들을 사용해보면 점차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는 느낌이다. 안드로이드 오토 및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해 평소 사용하던 UI, UX 그대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한 것도 마음에 든다.

전기차는 첨단 기능들을 많이 지원한다는 느낌이 들도록 다양한 기능들을 가능하게 한것도 포인트다. 사용자의 스마트폰으로 도어 잠금 및 해제와 비상 경보를 컨트롤 할 수 있고 디지털 키로 트렁크 열림도 가능하다. 어라운드 뷰로 주차도 편리하게 할 수 있고 열선 및 통풍 시트도 기본으로 지원하며 앰비언트 라이트도 도어에 적용해 야간 주행시에도 감성적인 만족도를 높였다. 아쉬운 점이라면 커넥티드카 시스템인 인포콘 서비스가 5년간 무료라는 점인데 배터리 보증기간을 10년/100만km로 파격적으로 할애한 것 처럼 이런 부분도 좀 더 파격적으로 지원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요즘 전기차로 즐길 수 있는 가장 큰 혜택이 마치 차박처럼 느껴질 정도로 차박족들 때문에 실내 공간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 민감한데 토레스 EVX는 이 부분에서 상당한 장점을 가진다. 적재공간이 기본적으로 839ℓ이고 여기에 2열을 접으면 최대 1,662ℓ까지 늘어나 상당히 여유로운데 제조사의 설명에 따르면 동급의 전기차 중에서는 최대의 러기지 룸이라고 한다. 차박족들이 상당히 민감해 하는 평탄화 역시 나쁘지 않고 트렁크 아래에 있는 수납공간과 12V 소켓과 세로형 밴드, 차 안에서 문을 열 수 있는 별도 버튼 등도 지원돼 편리하다. 아쉬운 점은 실내 V2L 기능이 지원되지 않는다는 점인데 실외 V2L 기능이 지원하기 때문에 전원 케이블 연결로 사용하면 된다.

주행을 위해 시승차들이 모여있는 주차장에서 나와 도로로 나서니 바로 어제까지 운전했던 차처럼 운전이 쉽고 편한 느낌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적응하는 시간 없이 바로 몰아도 될 정도로 무난한 스타일이다. 물론 전기차라는 특징이 없지는 않지만 가속이 부드럽고 저속부터 고속까지 날카롭지 않은 차분하고 여유로운 반응을 보여준다. 덕분에 운전이 어렵지 않아 다루는데 부담이 적다. 쉽게 적응할 수 있는 차의 장점은 금방 익숙해져 이런 저런 기능들을 살펴보고 경험을 해볼 수 있다는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운전이 까다롭고 어려운 차들은 시승이 끝날 때 까지 오로지 운전만 신경 쓰다가 시승 일정이 끝나 기능들을 경험해보지 못해 아쉬울 때가 많다. 토레스 EVX 같은 차들이 그 정 반대 성향의 차라고 할 수 있다. 

최고출력 207마력, 최대토크 34.6㎏·m의 152.2㎾ 전기 모터가 앞바퀴를 굴려 주행을 하는 토레스 EVX는 내연기관 토레스와 비교해보면 배터리 때문에 늘어난 무게 때문인지 좀 더 묵직하게 나아가는 느낌이다. KG모빌리티는 배터리 때문에 늘어난 무게로 인해 서스펜션 세팅을 수정했다고 설명했는데 승차감은 나쁘지 않다. 묵직한 배터리가 하체에 평평하게 깔려있다는 심적인 느낌 때문인지는 몰라도 무게중심이 낮아졌다는 느낌도 들고 코너를 돌 때 좀 더 안정적으로 잡아주는 느낌도 든다.

현재 시장에서 비슷한 포지션의 차량들과 비교해 보더라도 승차감은 떨어지지 않고 준수한 편이다. 컴포트, 스포츠, 에코, 윈터의 네 가지 주행모드 중 선택해서 주행할 수 있는데 모두 특이성이 크지는 않고 다 무난하다. 즉 에코 모드라고 해서 전기를 아끼기 위해 언덕도 못 올라갈 정도로 빌빌대며 힘없는 주행모습을 보여준다거나 스포츠 모드라고 해서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막 튀어나가지 않는다는 의미다. 4륜 구동을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주행모드에 윈터모드를 넣은 것은 좋아 보이나 실제로 눈이 오거나 미끄러운 노면에서 어느 정도의 안정성을 보여주는지 궁금하다.

역시나 많은 사람들이 토레스 EVX의 출시 전부터 배터리에 대해 가장 궁금해 했는데 KG모빌리티는 그런 사실을 매우 잘 알고 있다는 듯이 배터리 보증기간을 국내 최장 수준인 10년/100만㎞으로 내걸고 모든 우려와 걱정을 한방에 날려버렸다. 사실 토레스 EVX는 출시 전부터 중국의 BYD가 공급하는 리튬인산철(LFP) 블레이드 배터리가 적용된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말들이 많았는데 KG모빌리티가 약속한 10년/100만㎞이란 수치는 업계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기도 하지만, 소비자로 하여금 배터리 성능에 대한 제조사의 자신감이라고 받아들이기에 충분하다 할 수 있다. 실제로 전기차와 관련된 커뮤니티의 반응을 살펴보면 10년/100만㎞이란 보증기간에 대해 사람들의 평가가 매우 긍정적이라는 사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리튬인산철이라는 배터리의 특성상 우리나라의 겨울을 나봐야 안다고 말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KG모빌리티는 겨울에도 배터리 성능을 유지하는 EV 열관리 시스템이 있어 걱정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자신 있어 하는 모습이다. 참고로 LFP 배터리는 외부 충격에 강하고 화재 위험성이 낮아 내구성이 뛰어난 것이 특징인데 셀투팩 공법으로 제작된 토레스 EVX의 배터리는 단위 면적당 에너지 밀도를 20%까지 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18인치 휠이 장착되어 있는 시승차의 경우 1회 충전 시 주행가능거리가 433㎞에 달해 경쟁 모델들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 수치를 보여준다. 물론 BYD가 전기차 시장에서 글로벌 1, 2위를 다투는 제조사긴 하지만 아직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좋지 않고 특히 리튬인산철 배터리의 경우 겨울철 효율성에서 삼원계 배터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배터리의 성능에 대한 평가는 좀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용량은 넉넉하지만 회생제동을 넣어 남은 전원을 신경 쓰며 운전하고 싶어 하는 사용자들도 배려했다. 회생 제동은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운전하면서 신경은 쓰고 싶지 않지만 남은 배터리 용량에 신경을 쓰는 사람들을 위해 주행 상황에 따라 회생제동 단계를 알아서 조절하는 스마트 회생제동 시스템도 지원한다. 자율주행과 관련된 부분도 상당히 수준이 높은 편인데 능동형 주행안전 보조기술인 인텔리전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IACC)를 포함한 보조 시스템을 비롯해 다양한 기능들을 지원한다. 차 주변 상황을 전, 후측방 4개의 센서를 통해 인식하고 능동적으로 차를 제어하는 BSD 시스템과 지능형 속도 제어, 자동 차로 변경 등 총 24개의 ADAS 기능으로 장거리 이동 시 운전자의 피로를 줄여가며 편하게 운전할 수 있다. 토레스 EVX의 가격을 생각하면 안전과 관련된 기능들의 지원은 매우 적극적인 편이다.

아마도 KG모빌리티는 토레스 EVX를 만들고 출시하면서 선택과 관련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던 배터리부터 가격, 보증기간 까지 아마도 많은 선택의 연속에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토레스 EVX를 시장에 내놓았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하나하나의 고민들이 모두 다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토레스 EVX는 벼랑 끝까지 갔다가 사명을 바꾸고 돌아와 기사회생한 KG모빌리티에게는 무조건 성공해야 하는 모델이자 내연기관의 아픈 역사를 뒤로하고 전동화 시장에서 새로운 평가를 받고자 하는 모델이니 더욱 중요한 모델임에 틀림없다. 그래서 10년/100만㎞이라는 배터리 보증기간을 내세웠을 것이고 E5 4,750만원, E7 4,960만원이라는 가격까지 신중하게 책정했을 것이다. KG모빌리티 담당자들은 이것들을 정하느라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시승기의 제목에 토레스 EVX가 KG모빌리티의 불씨에 기름을 부을 수 있을까? 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토레스 EVX가 시장에서 성공하면 KG모빌리티의 비상에 기름을 붓는 모델이 될 수도 있고 만일 실패하면 다시 비상하려 날개를 펼치고 있는 KG모빌리티의 날개를 꺾는 모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토레스 EVX는 KG모빌리티에게 그 정도로 중요한 모델이자 KG모빌리티의 역사를 놓고 봐도 중대한 기점에 있는 중요한 모델이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초기 구매한 사람들에게 차량의 인도가 시작되고 있다. 이제 부터가 진짜 시작인 셈이다. KG모빌리티에게 기사회생의 기회를 준 토레스가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초반보다 나중에 힘을 얻어 중장기 베스트셀러가 된 것처럼 토레스 EVX 역시 그렇게 되어 KG모빌리티의 비상에 중요한 도움이 되는 베스트셀러 모델이 될 수 있기를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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