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브랜드하면 예전에는 독일 3사 정도만이 꼽혔으나, 최근에는 여기에 함께 이름을 올리는 브랜드가 있다. 바로 스웨덴의 강자 볼보다. 안전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국내에서의 인기도 크게 상승하고 있으며, 최근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현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편의성까지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 이번에 볼보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졌다고 해 무엇이 달라졌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강원도 고성에서 진행된 시승회 현장을 찾았다.

볼보자동차코리아는 2020년 SK텔레콤과 협약을 맺고 300억 원을 투자해 통합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 2021년 신형 XC60을 시작으로 국내 출시되는 모든 제품에 탑재하고 있다. 여기에는 한국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자랑하는 내비게이션인 티맵을 비롯해 ‘아리아’로 인공지능 음성비서 서비스인 누구(NUGU),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플로 등 다양한 기능들을 탑재해 수입차 시장에서 적극적인 현지화를 통해 고객 편의성을 크게 끌어올렸다. 여기에 이번 2024년형 모델부터 더욱 업그레이된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데, 어떤 것들이 제공되는지를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이번 시승회가 마련된 것이다.

시승은 XC40과 S60으로 이루어졌다. 먼저 S60을 운전하며 주행 중 기능들을 체험해보기로 했다. 시동을 걸고 목적지는 미리 설정해놓은 ‘볼보 시승하러 가자’라는 말로 시승 코스가 내비게이션에 자동으로 표시됐다. 이것은 새롭게 탑재된 기능 중 하나인 루틴 설정으로, 예를 들어 ‘집에 가자’라거나 ‘회사 가자’라는 명령어를 입력해놓고 각 명령어에 어떤 행동, 내비게이션 경로 안내나 공조장치 온도 설정 등을 한 번 입력해 놓으면 이후에는 각 명령어를 말하기만 하면 저장된 행동들을 수행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규칙적인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특정 시간을 지정해 루틴을 실행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

이러한 루틴은 사용자가 지정하는 것만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패턴이 반복되면 시스템이 사용자에게 루틴을 추천하기도 한다. 그러면 사용자는 이를 음성으로 실행할 수도 있고, 만일 감기가 심하게 걸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화면에 표시되는 루틴 중 하나를 선택해 실행하는 것도 가능하다. 특히 이 화면을 통해 선택할 수 있게 한 것이 대단히 반가운 이유는 모든 기능의 명령어를 다 알고 있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요 기능들은 음성 명령으로 실행하지만, 그렇지 않은 기능이나 루틴의 경우 화면에 표시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 빠르게 실행할 수 있게 해 더욱 편리하다.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도로로 나섰다. S60의 실내가 조용하긴 하지만, 심심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너무 조용하면 잠이 올 수도 있다. 아리아를 불러 음악을 재생하는 건 이제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여기에 플로에서도 다양한 추천 재생목록을 표시해주기 때문에 상황이나 기분 등 여러 조건에 맞게 구성된 추천 음악들을 한꺼번에 재생할 수 있게 했다. 맨날 원치 않았던 ‘TOP100’ 대신 멀리까지 나와 시승하는 기분을 살리기 위해 ‘여행지에서 듣기 좋은 노래’를 선택하자 차의 분위기가 확 바뀐다.

시승차는 S60 B5로, 2.0 가솔린 터보엔진에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해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성능을 낸다. 물론 볼보의 제품들이 안전을 위해 최고속도가 180km/h로 제한되어 있지만, 성능까지 제한된 것은 아니다. S60의 제로백(0-100km/h)은 6.7초에 불과해 외관에서 풍기는 느낌과 달리 꽤나 파워풀한 모습을 보여준다. 덕분에 고속도로에 진입하며 흐름에 맞추기 위한 가속이나 앞차를 추월하기 위한 가속 모두에서 힘이 부족하다는 걸 느낄 일이 없다. 최고속도의 제한이 조금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실제 도로에서 아무리 바쁘고 급하더라도 그 정도까지 내달릴 일도 없을뿐더러 나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위험하게 만들 수 있다.

외관은 ‘차분함’이란 단어로 요약할 수 있겠다. 최근 디자인이 산으로 간다는 느낌이 꽤 강하게 드는 브랜드들이 몇몇 있는데, 그런 와중에 볼보의 디자인을 보니 답답했던 속이 편안해지는 느낌이다. 토르의 망치로 불리는 헤드라이트와 볼보 로고가 중심을 잡고 있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조합이 조금 수수해보일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너무 과하지 않아 보기에 훨씬 편안함이 느껴진다.

실내는 세로형 센터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대시보드에 우드 트림을 더해 중후한 멋을 살렸다. 여기에 고급스러움을 끌어올리는 크리스탈 기어 레버는 자동변속기 모델임에도 자꾸 만지작거리게 될 만큼 매력이 있다. 센터 디스플레이 아래로는 약간의 단축 버튼과 다이얼이 마련되어 있는데, 공조 관련 조절 버튼이 없어 조금 아쉬울 수도 있지만, 그럴땐 과감히 ‘아리아’를 불러 시키면 된다. 따로 정해진 단어가 아닌, 원하는 내용을 말하면 인공지능이 이해하기 때문에 불편함을 느끼긴 어려울 것이다. 다만 아리아에게 시킬 수 있는 건 안전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공조장치나 오디오, 내비게이션 등의 기능만이 가능하고, 차량 기능 설정, 창문 개폐 등 안전과 연관있는 기능들은 음성 명령으로 실행할 수 없다.

시내에서는 교통신호에 맞춰 가다 서다가 반복되는데, 성격이 급한 사람이라면 그 시간이 꽤나 길게 느껴져 답답해질 것이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새로 추가된 것이 신호등 정보를 연동해 길안내를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 제주도를 여행하며 렌트카 내비게이션을 통해 경험해본 기능인데, 이는 C-ITS(Cooperative Intelligent Transport Systems, 협력 지능형 교통쳬계)의 일환으로 단순히 신호등의 남은 시간 정보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신호까지 고려한 가장 빠른 경로로 안내하고, 차량 간 사물 통신인 V2X, 차량 위치 데이터 등을 공유해 실시간 자율주행에 활용하는 등 기존 ITS의 차세대 버전으로 이해하면 된다. 이번 신형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도 같은 기능이 포함되어 내가 주행하고자 하는 방향의 신호가 들어올 때까지 남은 시간 안내도 가능하고, 신호를 고려해 가장 빠른 경로로 길안내를 받을 수도 있다. 

그리고 안전의 볼보답게 탑승자의 안전을 높이는 기능도 더해졌다. 바로 티맵 안전운전 기능과의 연동으로, 스마트폰으로 티맵을 사용해온 운전자들은 익히 알고 있는 기능인데, 사용자가 급가속이나 급제동 없이 얼마나 안전하게 주행했는지를 내비게이션 기록을 통해 평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매겨진 점수는 일부 보험사의 평가 지표로도 사용되어 일정 점수 이상인 사용자들은 보험료 할인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그동안은 자동차에 탑재된 티맵으로는 점수가 기록되지 않았는데, 이번 업그레이드를 통해 스마트폰을 켜지 않아도 안전운전 내역을 내 정보에 적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즐길 거리도 더욱 늘어났다. 기존에는 정해진 서비스 외에는 사용할 수 없었는데, 이번 업그레이드 이후부터는 티맵 스토어에서 원하는 서비스를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뉴스와 관련해 텍스트나 오디오로 정보를 받을 수 있고, 금융이나 증권 관련 정보들을 받아볼 수 있는 앱도 제공된다. 그리고 팟캐스트나 오디오북을 운전중에 들을 수도 있으며, 정차시 사용할 수 있는 웹브라우저인 비발디 등도 제공되기 때문에 유튜브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또한 OTT 서비스인 웨이브 앱도 출시될 예정이어서 차량 안에서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질 예정이다. 다만 동영상으로 제공되는 서비스는 안전을 위해 반드시 차량이 안전한 곳에 정차한 상태에서만 사용하도록 하자.

현지화는 브랜드가 제품을 판매하는 국가의 소비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이 현지화에는 메뉴를 한글화하는 건 기본이고 그 국가의 소비자들이 제품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구성들이 포함돼야 한다. 브랜드마다 각각의 방식으로 현지화를 진행하고 있는데, 최대한 한국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국의 시스템 개발 업체와 손을 잡고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개발한 볼보자동차코리아는 현지화의 모범으로 꼽기에도 부족함이 없다. 특히 기존 시스템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처음 사용하는 사람도 터치 몇 번으로 원하는 기능을 손쉽게 실행하고, 한국인들에게 가장 최적화된 내비게이션 및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운전을 할 때는 물론이고 멈춰있을 때까지도 즐거움을 제공해 차 안에 계속 머무르고 싶게 만들어낸 점은 수입차 브랜드에서 단연 으뜸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볼보’하면 ‘안전’이 가장 먼저 떠올랐겠지만, 이제는 ‘최적화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만큼 잘 만들어졌고, 편리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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