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9.27 수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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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시승에서 확인한 넥스트 제너레이션 포드 레인저 랩터의 온로드 실력은?

첫 만남이 강렬하면 기억에도 오래 남는 법. 포드 레인저도 그렇다. 2021년 첫 만남의 장소가 허허벌판 오프로드인것도 놀라운데 그 날 현장에서 경험한 레인저의 오프로드 실력은 적잖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뇌리에 단단히 박혀있다. 그 후 2년, 그 사이 레인저는 또 한 번의 세대교체를 맞이했고, 올해 초 출시 현장을 찾아 실물을 살펴보고 온 적이 있다. 아쉬웠던 건 실물은 봤지만 실력은 보지 못했는데, 운이 좋아 이 신형 레인저 랩터의 시승차를 가장 먼저 경험해볼 기회를 얻었다. 과거 시승에선 오프로드에서의 실력은 충분히 확인했지만, 온로드의 실력은 알 수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 시승에서는 오로지 온로드에서의 실력을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적게 타면 아쉬우니, 대략 1,000km쯤 달려보면 진면모를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2021년 경험했던 모델은 3세대로, 당시 캠핑 등 아웃도어 열풍이 불며 픽업트럭에 대한 관심이 올라감에 따라 세단과 SUV만을 선보였던 포드에서 레인저 시리즈의 도입을 결정하게 되어 와일드트랙과 랩터 2종을 국내에 선보였다. 그리고 오늘 시승할 모델은 4세대의 레인저 랩터로, 와일드트랙이 실용성에 초점을 둔 모델이라면 랩터는 오프로드쪽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전면 그릴에 ‘FORD’ 네 글자가 큼지막하게 박혀있다면 랩터, 포드 로고가 박혀있다면 와일드트랙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물론 차이가 그뿐만인 건 아니다. 전면에선 그릴 좌우로 범퍼까지 차체 색깔이 그대로 이어지는 구성인 와일드트랙과 달리, 랩터에서는 범퍼가 좌우로 길게 이어지는 방식이다. 그리고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건 와일드트랙은 앞문 하단에 트림명이, 랩터는 적재함 옆면에 트림명이 적혀있다는 점이다.

실내는 기본 구성으로 10.1인치 디지털 클러스터, 12인치 세로형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등을 채택한 점은 동일하지만, 랩터는 송풍구 주변, 스티어링 휠, 시트 등에 컬러 포인트가 더해져 스포티한 느낌을 강조했다는 차이가 있다. 이전 세대의 모습과 비교하면 한두 세대 정도의 차이라고 느껴질 만큼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특히 이전 세대는 가로형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을 탑재했는데, 이번 모델에서는 세로형의 스크린을 탑재했다. 

랩터의 시트는 전투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앞좌석은 착좌감도 우수할 뿐 아니라 볼스터도 높게 솟아 몸을 단단히 잡아주도록 설계된 점이 좋다. 국내 운전자들이 선호하는 대표 편의기능 중 하나인 통풍 시트 기능이 없는 건 아쉽지만 7,990만 원의 가격표를 생각하면 마지노선을 넘기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도 더운 여름에도 음료의 시원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송풍구 아래로 접이식 컵홀더를 만들어놓은 센스는 엄지를 치켜들게 한다. 뒷좌석도 공간이 널찍해 4인 가족이 타기에도 넉넉하고, 뒷좌석에도 송풍구와 USB 충전포트, 110/220V 전원 소켓까지 마련되어 있어 노트북 등 전자장비를 사용할 수 있게 고려해놓았다.

대략 살펴봤으니 이제 시승을 하러 나갈 차례. 키를 받아들고 차에 오르자 디지털 클러스터의 세레모니가 상당히 화려하다. 시동을 걸면 2.0L 바이터보 디젤엔진이 힘차게 움직임을 시작한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도로로 들어서니 땀방울이 주륵 흐른다. 담당자에게 부탁해 예정보다 차를 빨리 받았던 건 퇴근길 정체를 피하기 위함이었는데, 그런 생각은 나만 한 것이 아니었나보다. 이미 도로는 꽉 막혀 꽁무니만 따라가야하는 상황. 여기에 사이드미러로 뒷바퀴를 바라보니 좌우로 주먹 한 개도 안돼보이는 간격까지, 상당히 난감한 상황이다. 천천히 차를 둘러보다 보니 스티어링 휠에 반가운 로고가 눈에 들어온다. 두 점선을 가리키는 두 개의 삼각형, 이건 분명 차선유지보조 기능이다. 길게 고민할 것 없이 바로 작동시키자 스티어링 휠이 조금씩 움직이며 차선 중앙을 자연스럽게 유지해준다. 왕복 8차로의 대로에서 퇴근길에 오른 수많은 차들 사이에서 전장 5.4m, 전폭 2m의 거대한 차체는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는데, 다행히 이를 주행 보조 기능 덕분에 면할 수 있었다. 그제야 한숨을 내쉰다.

다음 테스트 구간은 고속도로다. 과거엔 픽업트럭이라고 ACC 기능이 빠지는 경우가 있어 아쉬웠는데, 최근 들어 조금씩 도입이 늘어나고 있고, 신형 레인저도 마찬가지다. 고속도로에 들어서자마자 ACC 기능을 작동시키니 속도를 조절해 앞차와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해준다. 여기에 차선 유지보조 기능까지 더해주면 두어 시간을 연속해서 달려도 별로 피곤하지 않다. 그렇다고 방심하지 말고 항상 전방을 주시해야 하는 건 운전자의 의무이자 필수.

여유가 생겼으니 틈틈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확인해볼 차례다. 시원한 넓이의 터치스크린은 선명한 화질로 다양한 정보를 표시한다. 한국 시장에 맞춰 한국형 내비게이션이 기본 탑재되어 있지만,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선호하는 운전자를 위해 안드로이드 오토나 애플 카플레이의 유무선 연결도 지원한다. 여기에 센스 넘치는 무선 충전 패드까지, 이런 업그레이드는 항상 반갑다.

공조장치는 기본적으로 터치스크린 내에서 조작하지만, 주요 기능들, 풍량조절이나 온도 조절, 성에 제거, 에어컨 최대 작동 등은 별도의 물리 조작계를 남겨놓은 점이 반갑다. 화면은 내비게이션 같은 주 사용 앱을 상단에 배치하고 보조 앱을 그 아래에 좌우 2분할로, 그리고 최하단에 공조장치 제어 앱을 배치해 총 4개 앱을 화면에 한꺼번에 표시하도록 되어 있는데, 화면을 조작하지 않고도 다양한 정보를 한꺼번에 파악할 수 있는 점이 좋다.

아래로는 이전과 달리 짧은 기어 레버가 배치되는데, 어차피 요즘은 거의 전자식 변속기인 만큼 굳이 공간을 많이 차지할 필요가 없다는 걸 생각하면 이런 변경은 환영이다. 대신 수동 변속을 필요로 하는 사람을 위해 스티어링 휠 뒤쪽으로 패들 시프트를 배치했다. 레버 아래로는 주행 관련 기능 버튼과 함께 주행 모드 및 사륜구동 전환 버튼이 배치되어 있다. 준비된 주행모드는 노멀(Normal), 스포츠(Sport), 슬리퍼리(Slippery), 오프로드와 험로 주행에 특화된 바하(Baja), 락 크롤(Rock Crawl), 샌드(Sand), 머드/러츠(Mud/Ruts)까지 총 7가지가 있다. 각각의 특성을 a모두 파악해보고 싶지만, 이번 시승은 온로드 성능에 초점을 맞춘 만큼 노멀과 스포츠, 슬리퍼리 정도가 전부인데, 시승 내내 바짝 마른 노면만 이어져 아쉽게도 슬리퍼리의 테스트는 하지 못했다.

시승 초반엔 주행모드를 바꿔봐야겠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다. 이유는 굳이 바꿔야 할 만큼 파워가 부족한 느낌이 들지 않았으니 말이다. 신형 레인저 랩터에 탑재된 2.0L 바이터보 디젤 엔진은 10단 자동변속기와 조합을 이뤄 최고출력 205마력/3,750rpm, 최대토크 51.0kg‧m/1,750~2,000rpm의 성능을 낸다. 최대토크가 이미 실용영역에서 전부 뿜어지는 상황이니 힘이 부족하다고 느낄 새가 없었던 것. 그래도 실력은 테스트해봐야 하고, 얼른 목표를 달성하고 싶은 마음에 주행모드를 바꾸고 페달에 힘을 더하자 우렁찬 엔진음과 함께 힘있게 치고 나가기 시작한다. 가솔린만큼의 폭발적인 건 아니지만, 디젤 특유의 가속감이 속도계를 힘차게 밀어올린다. 계속 이렇게 달리면 좋겠지만, 연비가 걱정되어 그리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얼른 규정속도까지 줄이고 말았다.

레인저 렙터의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9.0km/L로, 상당히 낮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 정도 파워에 2.5톤에 가까운 차체를 생각하면 납득할 수 있다. 1,000km 가까이 달린 전체 시승에선 9.4km/L까지 확인했는데, 성격이 느긋하고 연비 중심으로 주행한다면 10km/L도 충분히 넘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연비가 아쉬운 대신 3,500kg의 강력한 견인력을 갖추고 있어 트레일러나 캠핑카를 끄는 것도 거뜬하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리 신경쓰일 부분도 아닐 것이다.

오프로드 특화모델인 만큼 온로드에서의 승차감은 말할 필요가 있을까. 노면에서 올라오는 자잘한 진동은 잘 걸러줘서 시트로 전달되는 건 ‘존재감’ 정도일 뿐 불쾌한 충격을 경험한 일은 시승 내내 한 번도 없었다. 의외였던 점은 와인딩에서의 성능으로, 이 큰 덩치의 모델이 좌우 커브가 이어지는 와인딩을 달리는데도 뒤뚱거리거나 하지 않고 빠르게 자세를 바로잡는다는 점이었다. 이 차이의 이유는 금방 알 수 있었다. 바로 폭스제 쇼크 업소버 덕분으로, 기본적으로 고성능 서스펜션은 일반 서스펜션보다 대응폭이 훨씬 넓다. 예를 들어 일반 서스펜션이 20에서 40까지의 충격을 흡수하는 성능이라면, 고성능 서스펜션은 1에서 60까지 더 넓은 범위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 따라서 일정 수준까지는 온로드나 오프로드 모두 별다른 세팅 변경 없이도 우수한 주행 실력을 도와준다. 물론 일정 기간 사용 후 점검과 오버홀이 필수이긴 하지만, 그래도 즐거운 주행을 만들어준다면 이 정도는 감내해야 한다.

목표로 했던 1,000km에서 몇십km 모자란 상태로 시승을 마무리했지만, 온로드에서 만난 신형 레인저 랩터는 의외로 불편하지 않은, 즐겁고 편하게 달릴 수 있는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는 업그레이드된 디지털 클러스터와 SYNC4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각종 주행보조 기능도 한몫했고, 넉넉한 파워의 2.0 바이터보 디젤 엔진이나 빠릿하게 제자리를 잘 찾아가는 10단 자동변속기도 빼놓을 수 없다. 가족들과 함께 캠핑카나 트레일러를 끌고 자주 여행을 다닌다면, 그러면서도 가끔씩 인적 드문 산으로 길을 찾아 떠난다면, 이미 선택지는 정해져 있는 것 아닐까? 온로드에서도 편하고, 오프로드에선 지형을 가리지 않고 잘 달려주는 레인저 랩터면 어떤 길을 만나도 걱정할 필요가 없을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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