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6.9 금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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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턴 시리즈의 저력을 재확인하다, KG모빌리티 DMZ 익스트림 트레일

KG모빌리티(이하 KG)가 긴 침체기를 벗어나 점점 더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사명 변경을 앞두고 선보인 토레스가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은 데 힘입은 KG는 새로운 렉스턴 시리즈를 출시하며 기세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신형 렉스턴 시리즈와 함께 비무장지대 인근을 달리는 이벤트가 마련되어 지난 11일 강원도로 향했다.

이번 신제품 출시 전에도 렉스턴 스포츠 칸의 시승이 마련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오프로드에서의 시승을 염두에 두고 이에 맞춰 차량을 준비했다가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세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면서 결국 시내에서의 시승으로 축소 운영했었다. 그 때 AT(All Terrain, 전지형) 타이어를 장착한 렉스턴 스포츠 칸을 씁쓸하게 시승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 이벤트는 그때의 한풀이 같은 느낌이 드는 듯도 하다. 하지만 국산차 중 렉스턴 시리즈만큼 오프로드에서 활약할 수 있는 모델이 어떤 것이 있나 떠올려보면 이번 시승의 구성은 진면모를 보여주기에 적합한 코스들인 것이다.

첫 번째로 함께한 차량은 KG의 플래그십 모델인 렉스턴 뉴 아레나(이하 뉴 아레나)다. 이번 변화를 요약하자면 ‘디지털화에 한 발 더’ 정도가 아닐까. 실내에선 좌우로 이어지는 송풍구와 대시보드 가니시가 전반적으로 수평 기조의 인테리어를 완성하고 있다. 그 위에 살짝 얹은 듯한 플로팅 타입의 인포티인먼트 스크린, 아래쪽의 터치 방식의 공조계 컨트롤러 등으로 세련된 느낌을 살렸다. 시트는 퀼팅 디자인을 뺐지만 베이지색 컬러를 적용해 오히려 고급스러움이 더 살아난 모습이다.

외관은 이전과 동일한 구성들이 대부분 이어지면서 일부 변화점이 더해졌다. 대표적인 것이 방향지시등으로, 램프가 순차적으로 점등되는 시퀀셜 다이내믹 턴시그널 램프가 적용되어 플래그십다운 고급스러움을 살린다. 휠 디자인도 훨씬 화려하게 변경됐으며, 호평받은 후면부 디자인은 그대로 이어진다. 

강원도 춘천에서 뉴 아레나에 올라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오늘의 숙소가 마련된 강원도 화천 평화의 댐이다. 쭉 뻗은 도로는 물론이고 와인딩 코스까지 포함되어 있어 일반도로에서의 실력은 유감없이 테스트할 수 있다. AT 타이어임을 고려해도 전반적인 승차감은 플래그십 SUV에 기대하는 수준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소음 차단을 위한 설계도 잘 이루어져 동승자와 대화를 이어나가면서도 거슬리거나 하지 않았다. 물론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중 브랜드에서 프리미엄을 목표로 만들어진 제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만족할 만하다.

파워트레인은 202마력의 최고출력과 45.0kg·m의 최대토크를 내는 이전과 동일한 2.2L 디젤엔진이다. 당장 풀체인지를 준비하기엔 시간적으로나 여력이 없어서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오랜 시간 적용되며 성능이나 품질면에서 충분히 검증이 이루어진 엔진이기에 한 번 더 적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최근의 ‘탈 디젤’ 추세를 생각한다면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데, 지난 서울모빌리티쇼에서의 발표를 보면 KG에서는 가솔린 엔진을 적용하는 대신 전동화로 넘어가는 쪽을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일단 디젤엔진 특유의 시원한 가속감이 뉴 아레나의 차체를 힘있게 밀어준다. 8단 자동변속기도 궁합이 좋아 부드러운 변속감과 함께 힘이 필요한 순간마다 빠르게 필요한 단수를 찾아간다. 특히 와인딩에서도 변속기가 제역할을 다하는데, 평소보다 조금 빠른 페이스로 와인딩 코스를 달리고 있음에도 힘이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도록 최적의 기어 단수를 찾아가는 덕분에 코너를 빠져나올 때의 재가속에서도 답답함이 없다. 여기에 엔진은 일상 주행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1,600~2,600rpm에서 최대토크가 발휘되기 때문에 효율 면에서도 부족하지 않은 11.6km/L(2WD 기준, 4WD 11.1km/L)의 연비로 경제성까지 확보했다. 여기에 더블 위시본과 멀티링크로 구성된 서스펜션 조합은 승차감과 함께 와인딩에서 빠른 자세를 잡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차체가 높은 SUV의 특성으로 인해 커브를 돌 때 좌우로의 쏠림, 롤(roll)이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는데, 덩치에 비해 생각보다 빠르게 자세를 바로잡아주는 덕분에 멀미도 덜하고 다음 코너를 준비하는 여유가 있다. 

한참을 구불거리는 산길을 달리다 보니 어느새 저 아래 계곡으로 파란 물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의 숙소가 위치한 평화의 댐에 담긴 것이다. 오늘의 숙소는 텐트. 짐을 던져놓고 느긋하게 주변을 둘러보고 있자니 오늘의 또 다른 이벤트, 오프로드 코스 체험이 시작된다. 아무 차나 고르면 된다길래 가장 가까운 차를 타려고 보니 렉스턴 스포츠 칸 쿨멘(이하 쿨멘)이다. 온로드 시승보다 오프로드로 먼저 실력을 살펴보기로 하고 선두 차량을 따라 달려가기 시작했다.

쿨멘의 외관은 거대한 차체에 더해진 각진 라디에이터 그릴이 꽤나 거칠고 박력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뉴 아레나와 마찬가지로 슬림한 LED 안개등과 다이내믹 LED 턴시그널 램프가 적용되어 투박한 느낌을 싹 걷어냈다. 실내 역시 뉴 아레나와 동일하게 변화가 이뤄졌는데, 그보다 눈길을 끄는 건 새로 투입된 인텔리전트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IACC) 기능이다. 하지만 이걸 테스트하기엔 온로드 주행이 그리 길지 않으니 둘째 날 시험하기로 하고 일단 오프로드 주행을 위한 마음의 준비를 마쳤다.

인근에 위치한 오프로드로 진입하기 전 사륜 고속 모드(4WD HIGH)로 바꾸라는 인스트럭터의 무전이 들려온다. ‘생각보단 코스가 험하진 않겠다’ 생각하며 기어를 중립으로 바꾸고 변속레버 아래 다이얼을 돌려 산길을 오르기 시작한다. 요 근래 비가 오지 않아 땅이 마르긴 했지만 그렇게 힘들거나 한 코스는 아니어서 주행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지난 여름 내렸던 폭우로 간간이 낙석이 도로 일부를 점령한 곳도 있었지만 조금만 주의하며 피해서 지나갈 수 있을만큼 길도 넉넉해 가벼운 마음으로 느긋하게 달려나갔다. 임도라고는 해도 기본적으로 노면에 여러 요소들, 배수로 등이 지나가기도 해 제법 거칠지만, 그래도 기대했던 이상의 우수한 승차감이 인상적이다. 다이나믹 서스펜션은 높이를 10mm 더 높였고, 차체와 데크의 마운팅 러버를 확대 적용해 충격 흡수 성능을 강화한 덕분에 뒷좌석에 앉았음에도 몸이 요동치는 일이 거의 없었다. 

언제까지나 비단길만 달리면 좋겠지만 산길에서 그런 걸 기대하는 건 역시 무리다. 앞선 행렬이 멈춰서더니 사륜 저속 모드(4WD LOW)로 바꿔달라는 무전이 들려온다. 조금 긴장하며 다이얼을 돌리고 계기판의 점등을 확인한 후 다시 주행을 이어나간다. 확실히 조금 전과는 달리 노면도 거친 데다 경사도 상당해 안전벨트만으로는 몸을 지탱하기가 어려워 손잡이를 단단히 잡게 된다. 앞차와 부딪히거나 앞차 바퀴에서 튀어 오른 돌로 앞유리가 깨지는 등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차간거리는 넉넉하게 벌려주고 급격한 가감속보다는 부드럽게, 그러면서도 꾸준하게 속도를 유지해주는 것이 오프로드에서 잘 달리는 비결. WRC에 출전한 것도 아니고, 그렇게 달렸다간 남아날 차도 없으니 말이다.

꽤나 힘겨워 보이던 마지막 오르막길을 통과하니 차를 돌릴 수 있을 만큼 제법 넓은 공간이 펼쳐진다. 한쪽으로는 건물의 잔해가 눈에 들어오는데, 여기가 바로 평화의 댐 건설 당시 전두환이 방문해 건설 현장을 지켜봤던 일명 ‘전두환 초소’가 있던 자리라고. 현재는 흔적만 남아있는데, 발돋움을 하면 저 아래로 물이 들어찬 평화의 댐이 눈에 들어온다. 잠시 둘러보는 동안 타고 온 차량들은 다시 내려가기 좋게 정리가 끝나있다. 돌아가는 길은 뉴 아레나로 옮겨타고 오프로드를 달릴 차례. 짐을 옮기고 신호에 맞춰 앞차를 따라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리막은 문제될 것이 있을까 싶겠지만, 문제는 경사. 사륜 저속 모드로 올라야 할 만큼 상당한 경사도를 자랑했던 곳을 내려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브레이크에서 발이 미끄러지면 금세 속도가 붙어 위험하고, 땅이 잘 말라있어 브레이크를 급하게 잡으면 아래로 쭉 미끄러지다 앞차와 충돌할 수도 있기 때문. 물론 섬세한 브레이크 컨트롤이 가능하다면 상관없지만 이게 어렵다면 주저 없이 내리막 속도를 제어해주는 힐 디센트 컨트롤 기능을 작동시키자. 최저 5km/h부터 최고 30km/h까지 차가 알아서 속도를 제어해주기 때문에 스티어링 휠 조작에만 신경쓰면 된다. 전자식 파워 스티어링(R-EPS)은 이질감은 없으면서도 가볍고 매끄럽게 조작할 수 있어 빠른 방향 전환이 가능하다. 이날 코스가 전반적으로 헤어핀 커브가 있거나 할만큼 험난한 코스는 아니었지만, 노면에 있는 장애물을 그대로 밟으면 아무리 렉스턴 스포츠 칸이라 하더라도 승차감이 몹시 불편하므로 이를 최대한 피하기 위한 조작이 필요하고, 그래서 짧은 구간을 느린 속도로 주행하고 있음에도 손이 꽤나 바빠진다.

승차감은 뉴 아레나나 쿨멘이나 대동소이하다. 전반적인 구성이 비슷한 데다 시승한 렉스턴 스포츠 칸에도 리프 서스펜션 대신 멀티 링크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다만 확실하게 느끼는 차이는 정숙성으로, 구조상 쿨멘은 실내 공간이 적어 외부 소음이 더 많이 유입될 수밖에 없기 때문. 하지만 긍정적인 변화점으론 과거 렉스턴 스포츠 칸에서는 적재함과 탑승공간이 분리된 구조로 인해 험지 주행 시 적재함에서 소음이 유발됐으나, 이 부분에 대한 개선도 이뤄진 덕분에 불편한 소음이 들리거나 하지 않았다.

안전하게 내려와 캠핑장에 마련된 오늘의 숙소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이튿날에는 이번 행사의 이름에 걸맞은 DMZ, 비무장지대로 들어갈 차례다. 최종 목적지는 강원도 고성의 통일전망대로, 이른 아침부터 적잖은 거리를 달려가야 한다. 오늘 함께할 모델은 렉스턴 스포츠 칸 쿨멘, 국산 픽업트럭의 실력을 확인할 차례다. 

굽이굽이 좁은 지방도에서도 쿨멘은 예상보다 좋은 달리기 실력을 보여준다. 큰 덩치지만 좁은 코너에서의 발놀림도 꽤 사뿐한 덕분에 숏코너가 이어지는 와인딩 코스에서도 경쾌하게 달려나간다. 2.2L 디젤 엔진이 큰 덩치를 잘 밀어줄지 걱정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202마력의 최고출력과 45.0kg·m의 최대토크는 힘있게 차체를 밀어줄 뿐 아니라 최대 3톤의 견인력까지 갖추고 있어 캠핑 트레일러나 요트 등을 견인할 수 있을 만큼 힘이 넉넉하다. 그리고 앞서 탔던 렉스턴 뉴 아레나가 8단 자동변속기인 것과 달리 쿨멘은 6단 자동 변속기라서 상대적으로 엔진 회전수가 높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용구간에서 최대토크가 발생하도록 세팅된 덕분에 시승 내내 귀가 따가워 괴로웠던 적은 없었다. 

산길을 한참 달리고 내려오니 자주 다녀 익숙한 6번 국도를 만나게 된다. 잠시 휴게소에서 휴식을 취한 뒤 고성으로 가기 위해 선택한 코스는 진부령이다. 인근의 미시령이나 한계령에 비해 해발고도는 낮지만 그래도 고갯길이고 굽이굽이 커브가 이어지는 구간이 펼쳐진다. 앞서 지방도에서 경험했던 발놀림은 그대로 이어져 가볍게 고개를 넘어 동해안 지역으로 들어선다. 이제는 쭉 뻗은 7번 국도를 합류해 달릴 차례. 이곳에서라면 새로 추가된 IACC 기능을 테스트해보기 충분하다. 기능을 작동시키니 확실히 운전이 훨씬 편해진다. 여기에 차선 유지 보조 기능까지 더해지니 편리함이 2배로 늘어난다. 차선 유지보조의 경우 타 브랜드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편인데, 약간의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지만, 없는 것보단 확실히 있는 게 편리한 기능이다. 

한참을 달리니 드디어 통일전망대 표지판이 눈에 들어온다. DMZ에 들어가기 위해 신고절차를 거치고 간단한 안보교육을 받은 후 드디어 통일전망대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검문소에서 인원을 점검한 후 이어지는 뻥 뚫린 구간에서 잠시 쿨멘의 가속 성능을 테스트해봤다. 가솔린 특유의 날카로움은 없지만 듬직하게 밀어주는 파워에 속도가 빠르게 치솟는다. 실력을 확인했으니 안전하게 속도를 줄이고 드디어 통일전망대로 들어섰다. 주차장에선 군용 차량으로 개조된 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를 만날 수 있었는데, 일반도로는 물론이고 도로가 제대로 깔려있지 않는 군사지역까지도 달려야 하는 모델로 렉스턴 시리즈가 낙점된 것에서 왜 국내에서 꾸준하게 사랑받고 있는지 느낄 수 있었다. 

통일전망대에 오르자 저 멀리 해금강 지역이 눈에 들어온다. 미세먼지로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렴풋이 보이는 풍경마저도 꽤나 절경이었다. 남쪽에서 이어진 도로와 철도는 북쪽으로 이어져 어디가 끝인지 보이지 않았는데, 최근의 암울한 정세에 언제 이 곳을 달릴지 알 수 없지만, 언젠가는 누구나 자유롭게 허가받지 않고 달릴 수 있는 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후세에게 빚을 남길 수는 없으니 현세대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통일전망대를 끝으로 DMZ 익스트림 트레일의 모든 행사가 끝을 맺었다. DMZ 인근에서 온로드부터 오프로드까지 다양한 코스들을 새로운 렉스턴 시리즈들과 달리며 느낀 건 이름이 바뀌었지만 실력은 어디 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국산 프리미엄 SUV로 많은 사랑을 받아온 렉스턴, 그리고 유일한 국산 픽업트럭의 명맥을 지켜온 렉스턴 스포츠와 렉스턴 스포츠 칸, 세대를 거듭하면서도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데는, 그리고 내연기관의 시대가 끝나더라도 사라지지 않고 전동화로 계속 이어질 수 있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여기에 이번 업그레이드로 승차감이나 상품성을 더욱 끌어올린 만큼 앞으로 KG 모빌리티의 플래그십 라인업으로 부활을 이끄는 또다른 축이 되어줄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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