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6.9 금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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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와 풀하이브리드의 '하이브리드', 토요타 라브4 PHEV

새 차 구입을 고려 중이라면 요즘처럼 고민되는 시기가 또 있을까. 특히 전동화의 과도기에 돌입한 상황에서 어떤 차를 딱 고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내연기관을 고르자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유가는 언제 또 널뛰기할지 모르고, 전기차는 충전비가 적게 들지만 아직도 충전시간이 발목을 잡고 있는데다 늘어나는 차량 숫자에 인프라가 대응하지 못해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이면 충전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실정이니 말이다.

이도 저도 싫은 사람들, 연비는 우수하면 좋겠지만 충전으로 인한 고민을 줄이고 싶은 사람들은 그 중간에 위치한 하이브리드로 손을 뻗게 된다. 하이브리드는 토요타‧렉서스가 가장 먼저 시장을 개척한 이후 다른 브랜드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뒤를 따르는 형세가 이어져 왔는데, 그동안 하이브리드만 꿋꿋이 고집해오던 토요타가 드디어 전동화로의 일보 전진을 선택했다. 토요타는 대표 SUV 라브4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를 출시해 어떤 것이 다른지 확인해보러 미디어 시승회 현장을 방문했다.

TNGA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현세대의 라브4는 2019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이후 많은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특히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가장 먼저 도입한 브랜드인 만큼 시스템의 신뢰도는 긴 말이 필요할까. 출시 때 라브4를 시승하며 온로드는 물론이고 오프로드에서도 우수한 주행 성능을 보여줬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이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의 출시는 상품성을 개선한 부분변경 정도의 변화만이 이루어졌다. 덕분에 외관에서도 그리 낮설지 않은 모습은 오히려 반가운 부분. 보닛을 따라 날카롭게 솟은 눈매와 그릴, 범퍼 등 꾀나 공격적인 표정은 예전 그대로다. 그나마 외장에서의 변화점으로 꼽을만한 건 차량 측면과 테일게이트에 새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엠블럼이 더해졌다는 정도다.

실내에서는 변화의 폭이 크다. 우선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이 업그레이드됐다. 계기판에도 TFT 풀컬러 스크린이 탑재되었으며,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역시 기존 라브4에 탑재되던 좌우로 단축키가 빼곡하던 구형에서 업그레이드된 신형으로 바뀌었다. 아쉽게도 투박한 느낌의 공조장치 다이얼은 그대로지만. 그 아래 변속레버 옆의 주행모드 관련 버튼이 하나에서 둘로 늘어나며 선택할 수 있는 주행모드가 많아졌다.

우선 오토 EV/HV 모드는 EV모드, 즉 전기 모드를 기본으로 사용하다가 힘이 더 필요한 순간에 직렬 4기통 가솔린엔진이 스스로 작동, 개입하는, 즉 하이브리드와 EV모드를 자동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며, EV모드는 배터리 허용 범위까지 최대한 전기차처럼 모터만으로 주행을 이어가는 방식이다. HV모드는 배터리 충전량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모터와 엔진을 함께 사용하거나, 주행하는 과정에서 엔진으로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존 하이브리드와 같은 방식으로 이해하면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차지 홀드(CHG HOLD) 모드는 엔진을 작동시켜 배터리 충전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사실 이렇게 쭉 써 놓고 나면 복잡하지만, 오토 모드로 놔두면 충전량이 여유있을 때는 EV모드로, 부족한 경우엔 알아서 엔진을 작동시켜 구동과 충전을 해결해주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기존 하이브리드 모델에서는 배터리 용량이 그리 크지 않아 골목을 빠져나가거나 주차장에서 나갈 때와 같은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전기모드를 사용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 모델은 배터리 용량이 18.1kWh로 넉넉해져 최대 63km의 거리를 전기만으로도 주행할 수 있게 바뀌었다. 게다가 배터리만으로도 최대 135km/h의 속도까지 달릴 수 있다고 하니, 이쯤 되면 거의 전기차나 다름없다. 넉넉한 배터리는 엔진 외에도 5핀 완속 충전기를 이용해 충전할 수도 있어 출퇴근 왕복거리가 60km 이하라면 기름 한 방울 쓰지 않고도 전기만으로 이동이 가능할 것이다. 1회 완충에 걸리는 시간은 2시간 반(온보드 차저 6.6kW 기준) 정도면 충분하다고 하니, 퇴근 후 자기 전까지 충전하는 정도만으로 전기차의 경제적인 출퇴근을 경험할 수 있다.

탑승공간은 이전과 동일한, 준중형 SUV에 기대하는 정도를 만족시킨다. 뒷좌석은 약간의 리클라이닝 기능이 가능하며, 앞좌석은 통풍과 열선 기능이, 뒷좌석은 열선 기능이 탑재되어 편의성을 높였고, 뒷좌석 탑승자를 위한 송풍구와 2개의 USB-C 타입 충전포트가 마련되어 있다. 트렁크 공간은 준중형급 사이즈임에도 적당한 공간 배분 덕분에 넉넉하고, 2열 시트를 접어 내리면 차박 등의 용도로 사용하기에도 문제없을 만큼 광활한 공간이 만들어진다.

오늘의 시승은 롯데타워를 출발해 남양주 카페를 다녀오는 30km 정도의 길지 않은 코스다. 준비를 마치고 시동을 걸고 출발 준비를 마치지만 엔진이 작동하는 소리는 아직 들리지 않는다. 이 정도는 이전 하이브리드 모델에서도 경험했던 것이니 그리 놀랍지 않다. 구동에 좀 더 많은 힘이 필요한 주차장 오르막에서는 엔진이 작동하겠거니 생각했지만, 꽤 깊은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가는 내내 시종일관 차는 조용하기만 하다. 차량 흐름이 많은 올림픽대로를 지나 고속도로에 접어들어 규정속도에 도달했는데도 엔진은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기가 생겨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봤지만 엔진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평지에서 힘이 모자라 엔진이 작동하는 걸 보기에는 자칫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속도를 낮추고 전기모드를 차지홀드로 바꾸자 그제야 엔진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엔진소리 한 번 듣기 꽤나 힘들다.

주행 모드는 에코와 노멀, 스포츠 3개가 있다. 에코는 가속은 굼뜨지만 그만큼 차체가 울컥거리는 일이 없어 편하게 운전하기 좋고, 스포츠는 2,487cc 직렬 4기통 엔진이 모터와 힘을 합쳐 발휘하는 306마력의 시스템 총출력으로 시원한 가속을 보여주지만 세심하게 조작하지 않으면 울컥거리며 승차감을 떨어뜨린다. 취향은 각자의 선택이지만, 잠깐의 시승이 아닌 오랜 시간 보유해서 타게 된다면 점점 편한 에코 모드 쪽을 자주 이용하지 않을까 싶다.

주행 모드에 따라 다이얼 중앙의 색이 바뀐다

에코나 노멀 모드로 맞춰놓고 달리면 전력이 남아있는 한 엔진 소리를 들을 일은 거의 없을 만큼 개입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덕분에 전기차와 같은 정숙함을 경험할 수 있어 좋은데, 상황이나 필요에 따라서는 기존 풀 하이브리드처럼 엔진이 적절히 개입하기도 하니 장거리 주행 시엔 충전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인프라가 아직 부족한 요즘엔 가장 최적의 선택이 아닐까.

주행보조 기능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이탈방지, 처선 유지보조 등의 기능이 탑재되어 있고, 각종 제동보조 기능, 보행자 안전 기능 등이 두루 갖춰져 있다. 최근 수입차들은 유무선 연결기능을 지원해 내비게이션을 아예 탑재하지 않거나, 아니면 국산 브랜드들과 손을 잡고 탑재하는데, 이번 라브4 PHEV에는 LG U+와 손잡고 U+ 드라이브를 탑재, 익숙한 구성의 내비게이션을 지원한다. 여기에 경로를 설정해놓으면 계기판에서도 곧 가야 하는 방향을 알려주기 때문에 편리하다.

토요타 라브4 PHEV는 어떤 사람들이 선택하면 좋을까? 먼저 시승을 통해서든, 지인의 차량을 통해서든 전기차의 장점을 한 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이 관심을 가질 것이고, 그렇지만 평소에는 시내 위주로 다니면서도 장거리 주행을 할 일이 제법 생겨 이동 중 충전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덜 받고 싶은 사람에게 제격일 것이다. 시내 주행에서는 전기차로, 장거리 주행에선 하이브리드 차로 이용할 수 있는, 전기차와 풀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하이브리드’가 이런 PHEV 모델이니 말이다. 가격은 5,570만 원으로 보조금이 빠진 엔트리급 전기차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그 차이를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되는 비용으로 계산한다면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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