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6.9 금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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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업트럭'이 '프리미엄'을 만났을 때, GMC 시에라 드날리

2019년에도 그랬다. 왜 픽업트럭을? 시장에서 받아들여질까? 한국 도로 실정에 맞기나 할까?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듯 쉐보레 콜로라도는 출시 이후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수입 픽업 시장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고, 현재는 수입 픽업트럭 부문 판매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2023년, 또 다시 GM의 도전이 시작됐다. 그것도 같은 픽업트럭이지만, 앞에 ‘프리미엄’이 더해진 모델이다.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를 ‘출시 단 이틀 만에 초도물량 완판’이라는 결과로 입증해낸 그 모델, GMC 시에라 드날리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의 서울 마리나에서 시에라 미디어 시승회가 진행되어 얼마나 잘 달리는지, 자신감을 보인 만큼 정말 프리미엄 픽업트럭이라 불릴 자격을 갖췄는지 직접 확인해보았다.

이번 행사가 서울 마리나에서 진행된 것은 바로 간선도로로 진입할 수 있는 우수한 접근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못지않은 이유라면 시에라와 요트의 관계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둘 모두 프리미엄 이미지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는 건 물론이고, 요트의 경우 크기가 상당해 트럭 적재함보다는 트레일러에 싣는데 이를 위해 견인력이 우수한 제품이 필요하다. 그래서 시에라라면 요트 견인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모델이라는 점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리라. 실제 지난 출시 현장에서도 거대한 요트가 연결된 시에라를 행사장 앞에 전시해놓았는데, 시에라의 견인력이 4톤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닌, 진짜 실력을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로 전시했던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배경의 요트 앞에 선 우람한 덩치의 시에라는 전혀 주눅들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벌써 세 번째 만남이지만, 시에라의 거대한 차체는 영 적응되지 않는다. 차량의 크기는 전장 5,890mm, 전폭 2,065mm, 전고 1,950mm에 휠베이스 3,745mm, 무게 2,575kg이다. 국내 출시 SUV 중 가장 크다는 쉐보레 타호도 처음 탔을 때 큰 차체에 당황했지만, 시에라는 그보다 50cm는 더 길다. 여기에 위압감을 더하는 건 상당히 두툼한 전면부로, 보닛을 열고 엔진을 정비하려면 키 196cm인 기자도 별도의 발판이 필요할 만큼 상당히 높다. 여기에 GMC 로고가 큼지막하게 박혀있는 전면 그릴, LED 헤드라이트, 크롬 인서트가 더해진 범퍼 등이 대단히 미국스러운, 상남자스러운 이미지를 보여준다.

테일게이트는 총 6개 형태로 변형해 사용할 수 있다
스텝 측면 버튼을 누르면 문을 여닫을 때보다 스텝이 후방으로 더 이동하기 때문에 적재함 접근이 수월하다
작지 않은 크기의 모터사이클이지만 2대를 실을 수 있을 만큼 적재함이 넉넉하다
야외에서 활용하기 좋은 라이트와 400W 용량의 230V 전원 소켓

후면에서 가장 눈여겨볼 곳은 적재함이다. 우선 적재함 바닥면은 스프레이온 베드라이너, 즉 스프레이 코팅을 통해 미끄러짐과 흠집을 방지해놓았다. 이 적재함에 접근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적재함 후면 모퉁이 부분에 마련된 코너 스텝을 밟고 접근하는 법이 있고, 다양한 형태로 변형할 수 있는 테일 게이트를 열어 계단 형태로 바꿔 밟고 올라설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기능은 문을 여닫을 때 자동으로 펴지고 접히는 전동 스텝 측면의 버튼을 발로 눌러주면 스텝이 평소보다 더 뒤쪽으로 펼쳐져 이를 밟고 적재함에 접근할 수 있다는 것. 테일게이트를 통해 적재함에 오를 때 잡을 수 있는 손잡이가 내장되어 있고, 측면에는 400W까지 사용 가능한 230V 전원 콘센트가 마련되어 있어 야외에서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여기에 짐을 안전하게 실을 수 있도록 곳곳에 고리가 마련되어 있는데, 모터사이클을 운반하는 목적이라면 이전 출시 기사에서도 소개했듯 작지 않은 크기의 할리데이비슨 팬 아메리카와 나잇스터 2대를 동시에 실을 수 있을 정도로 적재함은 크고 넓다.

트레일러나 캠핑카 연결을 위한 장비와 기능들이 두루 탑재되어 있다. 기어레버 아래에는 트레일러 무게에 따라 브레이크 압력을 조절하기 위한 버튼들이 있다

이걸로 적재가 아쉽다면, 혹은 캠핑카를 보유하고 있다면 시에라가 좋은 선택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트레일러 히치 리시버와 커넥터, 히치 라이트 등이 제공되고, 혼자서도 트레일러 등을 쉽게 연결할 수 있도록 히치뷰 카메라와 트레일러 어시스트 가이드 라인 기능을 갖추고 있다. 캠핑카를 연결하든, 모터사이클이나 자전거 이동용 트레일러를 연결하든 최대 4톤까지 견인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니 능력이 부족할 것이란 걱정은 전혀 필요 없다. 여기에 트레일러 연결 상태에서 안전한 주행을 위한 스웨이 컨트롤 기능을 더한 스태빌리트랙 자세 제어 시스템, 트레일러 하중에 따라 브레이크 압력을 조절할 수 있는 통합형 트레일러 브레이크 시스템, 트레일러의 영역까지 감지하는 사각지대 경고 시스템 등도 있다. 급격한 조작을 피하고 부드럽게 운전하면 나머지 부분들은 신경쓰지 않아도 차가 알아서 컨트롤해줄 것이다.

큼직한 터치스크린에 다양한 정보들을 표시하며, 스마트폰 무선 연결 기능도 지원해 편리하게 쓸 수 있다

프리미엄 모델답게 실내에서는 그에 걸맞은 장식과 장비들을 볼 수 있다. 우선 중앙의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은 근래 본 것 중 가장 큰 13.4인치 터치스크린이 탑재되어 내비게이션부터 각종 정보들을 시원시원하게 표시한다. 내비게이션의 경우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무선으로 지원하기 때문에 기본 탑재된 것이 없어도 불편하지 않다. 또한 큰 덩치를 주차하거나 좁은 곳을 통과해야 할 때를 위해 차량 주변 360도를 카메라를 통해 모두 선명한 화질로 보여주고 장애물이나 사람이 범위 안에 있을 경우 경고를 보내주기 때문에 걱정을 덜어준다.

뒷좌석 레그룸은 플래그십 세단 못지 않을만큼 넓다

‘프리미엄’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만큼 앞좌석의 편안함은 말할 것도 없고, 뒷좌석 역시 불편함 없이 탈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널찍하다. 2열 레그룸의 크기가 무려 1,102mm로 다리를 쭉 뻗고 탈 수 있으니 장거리도 거뜬하지만, 프리미엄 세단이나 SUV와는 다른, 마치 비행기의 비상구 앞 좌석 같은 편안함을 연상하면 된다. 이런 픽업트럭의 뒷좌석은 승차감이 불편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지만, 시승하며 직접 뒷자리에 앉아보니 실시간으로 감쇠력을 조절해주는 리얼타임 댐핑 어댑티브 서스펜션 덕분에 차체가 과도하게 튀거나 하는 느낌이 없어 놀랐다.

일반적인 곳들 외에도 구석구석에 수납공간이 숨어있다

픽업트럭답게 실내 곳곳에 수납공간을 마련해놨는데, 조수석 글러브박스와 대시보드의 추가 수납함이 있고, 2열 시트를 들어올리면 그 아래로도 수납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주행 모드 조절 장치는 보통 기어 레버 주변에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차량 특성을 고려할 때 중요도가 낮다고 판단했는지 좌측 무릎 앞 대시보드에 배치되어 있다. 대신 주변으로 컵홀더 등 수납공간이 널찍하게 마련된 점은 좋다.

거대한 차체에 캠핑카나 트레일러까지 함께 끌고갈 수 있는 능력은 강력한 엔진에서 비롯된다. V8 6.2L 자연흡기 가솔린엔진은 10단 자동변속기와 조합을 이뤄 최고출력 426마력/5,600rpm, 최대토크 63.6kg‧m/4,100rpm의 성능을 낸다. 시승에서는 트레일러 없이 고속주행과 시내주행 등을 경험해봤는데, 과거 쉐보레 타호나 트래버스, 콜로라도 등의 모델에서도 경험했던 이 거대한 엔진은 강력함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2.6톤에 가까운 거대한 차체임에도 밟는 족족 강력한 파워로 땅을 박차고 나아가니 규정속도를 넘기는 건 정말 순식간으로, 0-96km/h(0-60mph) 가속도 5.4초에 불과할 만큼 상당히 괴물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시내 구간 등 힘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순간에는 일부 실린더를 비활성화시켜 연비를 높인다

물론 요즘같은 시대에 이런 고배기량 엔진이 부담스럽다고 느끼겠지만, 복합연비는 6.9km/L로 덩치에 비해 꽤나 우수하다. 이런 연비가 가능한 이유는 상황에 따라 실린더를 제어하기 때문으로, 시내처럼 속도를 많이 내지 못하는 구간에서는 일부 실린더를 비활성화시키는 방법으로 연료 소비를 최소화하기 때문이다.

조금 좁은 도로에서만 주의를 기울이면 되는 정도일 뿐, 운전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시승 전 가장 신경쓰였던 부분은 과연 이 미국산 괴물의 덩치가 한국 도로에서 문제 없겠냐는 것이 가장 우려되는 점이었다. 겉보기와는 달리 실제 운전해보면 그렇게까지 차선을 가득 채우거나 하는 느낌은 아닌데, 롱 휠베이스의 플래그십 대형 세단 정도의 느낌으로 이해한다면 그렇게까지 운전이 부담되거나 하진 않는다. 그 대신 외관에서도 상당했던 시에라의 높이는 실제 탑승해보면 달라진 시야를 느낄 수 있는데, 시승하면서 주변 차량과 비교해 보니 5톤 트럭이나 시내버스와 운전자 눈높이가 비슷해졌음을 볼 수 있었다. 시야가 높아질수록 더 넓은 시야를 확보할 수 있으니 안전에도 도움이 되는 건 덤.

다양한 주행 보조 기능이 있지만 차선 유지 보조가 빠진 건 조금 아쉽다

주행보조 기능으로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이탈 방지, 사각지대 감지 등의 다양한 기능들이 있지만 차선 유지 보조 기능은 없다. 아무래도 반도체 부족과 물량 확보 등이 가장 큰 이유로 보이는데, 향후 이 문제가 어느 정도 해소되면 GM의 첨단 주행보조 기능인 '슈퍼 크루즈'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밖에도 여러 안전 기능들도 만날 수 있는데, 기본 적용된 햅틱 시트 기능은 시트 진동을 통해 운전자의 주의를 확실하게 환기시켜 안전에 큰 도움을 주는 만큼 보다 많은 GM 차량들에 적용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시 단 이틀만에 초도물량 100대가 모두 완판되며 시장에 훌륭하게 안착한 GMC 시에라 드날리, 수입 픽업트럭이라는 생소한 시장을 쉐보레 콜로라도로 개척한 GM이 또 한번 ‘프리미엄 픽업트럭’이라는 새로운 시장 개척에 성공하며 2023년부터 좋은 출발을 보여주고 있다. 수입차 시장에서 시작된 GM의 좋은 흐름이 이후 출시될 5개의 신제품으로 이어지며 상승세를 계속 가져갈 수 있을지 앞으로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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