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3.31 금 16:30
상단여백
HOME 자동차 시승기
왕좌로의 복귀, 현대 디 올 뉴 그랜저

한국의 자동차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모델은 단연 그랜저일 것이다. 쏘나타와 함께 현대차 세단 라인업을 이끌고 있는 그랜저는 30년 넘는 긴 역사 속에서 무려 6번의 세대 교체가 이뤄졌을만큼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초기에는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이자 고급차의 대명사로 널리 알려졌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플래그십이나 고급차의 느낌이 사라지고 평범하지만 조금 큰 세단 정도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이번 7세대 모델은 다르다. 이미 이전 6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부터 ‘성공한 사람들의 차’라는 이미지를 되살리기 시작한 그랜저가 이번 7세대 모델에서는 ‘현대자동차의 플래그십 모델’임을 재확인하고자 나섰다. 과연 넘치는 자신감이 11만 명에 달하는 대기고객을 충족시킬 수 있을지 시승회 현장을 찾아 직접 확인해보았다.

이전 6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성공의 상징’을 강조하기 위해 화려함을 보여주었다면, 이번 7세대는 ‘플래그십’을 위해 전면을 가로지르는 주간주행등과 그 아래 헤드라이트와 파라메트릭 그릴의 조합으로 화려함은 덜어내고 차분함을 강조한 표정에서 이번 그랜저가 바짝 칼을 갈았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 디자인에 대해 호불호가 나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전의 화려함보다는 안정감을 보여주는 신형 쪽에 한표를 던지게 된다.

측면에서는 패스트백 스타일의 루프라인이 인상적이다. 운전석 머리 위까지 치솟던 루프라인은 서서히 내려앉다 뒷문을 지나며 뚝 떨어져 트렁크 리드에서 마무리되며 매끄러운 디자인을 보여준다. 재밌는 건 뒷문 뒤쪽으로 작은 창을 더해 묘하게 3박스 형태로 보이게 디자인된 점에서 1세대 그랜저에 대한 오마주를 이런 식으로 표현한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 후면은 볼륨감을 강조하기 위함인지 볼록하게 뒷태를 마무리했고, 그 위로 테일라이트가 가로지른다. 트렁크 리드 끝단은 살짝 치켜올려 무게감을 살짝 덜어냈다.

실내는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이 더 많다. 우선 익숙한 요소라면 디지털 계기판과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주행 모드에 맞춰 화면 색이 바뀌는 부분이나 방향지시등을 점등하면 계기판의 속도계나 회전계 중 하나에 진행 방향 후방의 상황이 표시되는 것도 그동안의 현대차그룹 제품과 동일하다.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역시 익숙한 직관적 구성이어서 사용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나머지 요소들은 새로운 부분들이 많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건 역시 스티어링 휠일 것이다. 초대 그랜저를 오마주한 1스포크 느낌의 디자인이지만 사실은 3스포크 형태로, 좌우 스포크가 칼럼쪽으로 이어지는 형태인데, 각종 기능들이 늘어난 데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다음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건 10.25인치 공조장치 제어용 터치스크린이다. 현대차그룹에선 첫 시도인데, 여기에 햅틱 반응을 더해 조작할 때의 피드백이 전달된다. 타 브랜드에서는 인포테인먼트용 스크린과 제어용 스크린만을 배치해 운전 중 조작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신형 그랜저에는 주요 메뉴들의 단축버튼과 조절용 다이얼을 상단에 배치했고, 공조장치 제어의 경우도 음성 명령으로 조작할 수 있어 시선을 돌리지 않고도 거의 대부분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어 불편함이 없을 것이다.

스포크휠 뒤쪽으로도 새로운 것이 눈에 띄는데 바로 변속 레버다. 그동안 버튼이나 다이얼 등 다양한 방식의 변속기가 적용되어 왔는데, 이번 신형 그랜저에 적용된 방식은 센터 콘솔 쪽 공간을 넓게 쓸 수 있다는 점에서 반가운 변경이다. 조작은 레버 전체가 움직이는 것이 아닌, 끝의 은색 부분을 잡고 앞뒤로 돌리는 방식이고, 주차 브레이크는 레버 옆면의 버튼을 누르면 된다. 벤츠 등 타 브랜드에서도 비슷한 방식을 사용하는 만큼 적응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겠다.

이번 그랜저의 변경점에서 가장 놀란건 뒷좌석이다. 사실 그랜저가 플래그십, 고급차의 반열에서 한 단계 내려오게 된 것은 이 뒷좌석의 변경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닐까 싶다. 뒷좌석은 ‘상석’, 즉 나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이 앉는 곳이라는 의미인데, 이 뒷좌석에 대한 편의성을 덜어내어 앞좌석으로 보내면서 ‘회장님 차’가 ‘가족을 위한 넓은 차’정도의 느낌으로 낮아졌던 것. 하지만 이번 신형은 플래그십답게 쇼퍼 드리븐으로 사용하기에도 문제 없도록 뒷좌석의 편의성을 강화했다.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역시 뒷좌석 리클라이닝 시트다. 제네시스 G90이나 기아 K9에도 탑재되던 이 기능이 한동안 현대차의 플래그십인 그랜저에 탑재되지 않았던 건데, 이번에 드디어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게 부활하며 플래그십다운 모양새를 갖추게 됐다. 여기에 전동 커튼이나 가운데 좌석 등받이에 컨트롤러를 내장하며 편의성을 더욱 끌어올렸다.

그렇다고 앞좌석 편의기능이 뒤떨어지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전동식 시트가 적용되고, 익스클루시브 트림부터는 에르고 모션 시트가 적용되어 쿠션 확장이나 스트레칭 모드 등을 이용할 수 있고, 캘리그래피 트림에서는 천연가죽 시트가 나파가죽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어 고급스러움이 더욱 배가된다.

내외부를 살펴봤으니 이제는 성능을 확인할 차례다. 시승차량은 스마트스트림 3.5 엔진이 탑재된 캘리그래피 사양이다. 탑승하는 순간부터 이 차가 플래그십이었음을 깨닫게 할 만큼 시트나 내장재 모두 고급스러움이 흐른다. 여기에 뒷좌석에 앉아봐야 이번 신형의 변화를 더욱 확실히 체감하겠지만, 살짝 떨어지는 루프라인이 키 196cm을 허락하지 않는다. 아쉽지만 뒷좌석은 카메라가방에 양보하고 열심히 운전석에서 성능만 확인하는 수밖에.

출발하면서 느낀 첫 번째는 플래그십에 걸맞은 정숙성이다. 플래그십이 우수한 정숙성을 갖춰야 하는 건 당연한데, 기본적인 방음대책, 흡음재나 이중접합유리 등의 사용 외에도 액티브 로드 노이즈 캔슬링(ANC-R)을 더해 노면에서의 소음까지 잡아 실내는 그저 고요하기만 하다. 오디오 시스템은 보스로, 흠잡을 데 없는 음질 덕분에 소음을 덮기 위한 음악이 아닌, 즐기기 위한 음악을 듣게 된다.

기존 3.3에서 스마트스트림 3.5로 업그레이드됐지만, 실제 오른 배기량은 130cc 정도로 얼마되지 않는데 비해 성능 변화의 폭은 크다. 최고출력은 300마력으로 이전 대비 10마력 상승했고, 최대토크는 36.6kg‧m으로 1.6kg‧m 올랐다. 이는 신형 엔진에 다양한 신기술이 적용됐기 때문. 대표적인 것이 '연속 가변 밸브 듀레이션(CVVD)'으로, 쉽게 흡배기 밸브의 여닫는 시간을 자유롭게 변경해 효율과 성능 두 상이한 특성을 모두 실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외에도 직분사 방식(GDi)과 MPi 방식을 혼합해 각각의 장점을 모두 취하는 '듀얼 연료 분사 시스템'에 GDi 인젝터를 연소실 정중앙에 배치해 연소 속도를 끌어올리는 '센터 인젝션' 방식 등이 적용됐으며, 이 외에도 '통합 열 관리 시스템', '마찰 저감 무빙 시스템' 등 다양한 신기술이 적용되어 성능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조용하지만 힘있게 밀어주는 엔진 덕분에 고속도로 합류 과정에서 속도를 올려붙이는데 주저함이 없다. 가볍게 밟아주는 것만으로도 금방 규정속도에 도달할 만큼 파워는 차고 넘친다. 고속 주행을 테스트하기엔 이날 교통 흐름이 상당해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리 아쉬움이 없는 건 N 모델이 아닌, 그랜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차선 유지 보조와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능까지 작동시키니 신경써야 할 것들이 확 줄어들어 운전석에서도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승차감도 말이 필요 없다. 신형 그랜저의 콘셉트에 맞춰 당연히 서스펜션을 부드럽게 세팅한 덕분이라 생각했는데, 여기에도 첨단 기술이 적용됐다. 바로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으로, 전방 카메라와 내비게이션을 통해 노면 상황에 적합한 세팅이 즉각적으로 적용되어 승차감을 끌어올리는 기능이다. 이걸 테스트해보려면 다양한 도로 조건, 고속도로와 와인딩 등 여러 코스를 달려봐야 하지만, 오늘의 시승은 반환점을 갔다가 제시간에 돌아오기에도 빡빡할 만큼 교통 흐름이 상당하다. 아쉽지만 와인딩에서의 실력은 다음에 확인하기로 하고 열심히 달려갔다.

이 외에도 갖춰진 기능들이 상당하다.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은 신형 K8에서도 만난 적이 있었는데, 내비게이션이나 각종 레이더 등의 정보를 파악해 미리 최적의 단수로 변경해 주행 안정성을 높인다. 중립 주행 제어는 연비를 높이기 위해 타력 주행 시 자동으로 변속기를 중립, 즉 엔진과 변속기를 분리해 부하를 줄여 타력 주행 거리를 늘림으로써 연비 향상에 도움을 준다. 이 외에도 후진 가이드 램프나 진동으로 경고를 주는 스티어링 휠, 스마트폰 살균 장치 등 새로 적용된 안전, 편의 기능들이 늘어났다.

이쯤 되면 이번 그랜저가 플래그십다운 자세를 되찾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브랜드, 특히 한 집안 식구인 기아와 제네시스까지 겨냥하겠다는 것인지 아리송할 따름이다. 그만큼 이번 그랜저의 변화는 상상 그 이상이기 때문. 물론 제네시스 브랜드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현대차는 대중 브랜드를 지향하고 있지만, 이번 신형 그랜저에서는 그 공식을 깨뜨리듯 타 브랜드의 플래그십을 위협할 만한 강력함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까지 준비되고 있어 그랜저의 상승세는 계속 이어질 듯하다. 신형 그랜저 하이브리드 모델의 경우에도 조만간 시승이 예정되어 있으니 기사를 통해 한 번 더 소개하도록 하겠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송지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상단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