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6.7 수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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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한 플랫폼으로 나름의 특색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아우디 Q4 E-tron

'전기차는 특색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리는 있는 것이, 예전에는 각 브랜드에서 개발한 엔진들이 서로 다른 특성을 보여줬던 반면, 지금의 전기모터는 브랜드별 특색을 보여주기엔 어려움이 있기 때문. 여기에 같은 플랫폼까지 사용했다면 완전히 같은 차가 아닐까 생각되는데, 얼마 전 시승했던 폭스바겐 ID.4와 최근에 새로 출시된 아우디 Q4 이트론이 딱 그런 생각이 들게 할만한 모델이다. 과연 뱃지 엔지니어링일까, 아니면 브랜드마다의 특색을 보여줄 수 있을까? 아우디 Q4 이트론도 시승회가 마련되어 전기차의 도시 제주로 향했다.

당연히 Q4 이트론과 Q4 이트론 스포트백 2개 모델을 만나게 될 것이라 생각했는데, 의외의 만남으로 시승이 시작됐다. 바로 아우디의 고성능 전기 스포츠카인 RS 이트론 GT다. 재밌는 건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처음 RS 이트론 GT를 공개했던 현장에서 Q4 이트론을 만났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엔 Q4 이트론을 시승하는 현장에서 RS 이트론 GT를 함께 시승하게 된 것이다. 차고 넘치는 성능이야 이미 확인했지만, 일상에서의 주행을 경험할 기회가 없어 이번 시승이 일반도로에서의 첫 만남인 셈.

이트론 GT와 RS 이트론 GT 모두 포르쉐 타이칸과 같은 폭스바겐 그룹의 J1 플랫폼을 사용한다. 하지만 브랜드가 추구하는 성격이 워낙 다르다보니 스포츠카의 느낌보다는 고성능 세단의 느낌이 훨씬 강하게 느껴진다. 이는 주행감에서도 드러나는데, 뻥 트인 구간에서 가속을 시도했을 때도 좀 더 부드럽게 세팅하려고 애쓴 아우디 개발진들의 노력이 느껴진다. 만약 이 모델을 ‘R8의 전동화 버전’으로 콘셉트를 잡았다면 이보다는 훨씬 날카롭고 공격적인 반응을 보여줬으리란 생각이 든다. 게다가 637마력이라는 수치는 내연기관에서도 상당한 것인데, 다루기 편하니 시내 주행에서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돼 훨씬 편하게 달릴 수 있다. 이번 시승 자체가 서킷이나 통제된 코스가 아닌, 일반도로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리 빨리 달리지 못해도 다루는데 부담이 없어 가을의 제주도 경치를 감상하는 여유마저 생긴다.

여기에 잘 갖춰진 주행보조 기능들은 조금 더 오래 달려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요소다. 앞차의 속도에 맞춰 간격을 유지해주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차선 이탈방지 및 유지 보조 기능만 작동시켜 놔도 한번씩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만들어준다. 11월을 앞둔 제주지만, 온난한 기후 덕분에 이제 막 가을에 접어든 풍경이 눈을 즐겁게 만든다.

다음으로 오른 차는 Q4 이트론이다. 아무래도 보조금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점이 기존 예약자들의 이탈은 물론이고 판매에도 영향을 주지 않을까 예상했는데, 최근 전기차들의 높은 인기에 반도체나 원자재 수급난 등의 문제로 인해 차량 인도에 상당한 시간이 걸려서인지 고객들의 큰 이탈도, 판매가 예상을 밑돌거나 하는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보조금이 지원되는 Q4 이트론 스포트백의 경우에도 국고 및 지자체 보조금을 모두 합치면 300~600만 원 선인데, 가격면에서 기본형과 스포트백의 차이가 약 400만 원임을 고려하면 그냥 스타일에 맞춰 골라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는 듯하고, 하루라도 빨리 차를 받는 쪽이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10월 판매량에서도 Q4 이트론 40 모델은 957대 판매되며 월 판매 전체 3위, 전기차 중에선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할 만큼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크기는 소형 SUV 정도지만 실내는 그보다 넓다. 전기차의 장점은 넓은 공간에서 나온다. 물론 스타일을 선호한다면 공간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 그래도 헤드룸이 약간 낮아지는 정도여서 평균키 이하의 사람을 뒤에 태운다면 스포트백도 괜찮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낮아지는 루프라인을 제외하곤 나머지 구성은 Q4 이트론 기본형이나 스포트백이나 다르지 않다. 디지털 클러스터나 센터 스크린 등 다른 아우디 차량들에서도 만날 수 있는 익숙한 구성들이 보인다. 다만 이트론 시리즈가 처음 선보였던 2020년 이후 반도체 수급등에 이슈가 걸리며 이트론 GT부터 인포테인먼트 스크린 하단에 있던 터치 스크린 컨트롤러가 사라지고 다이얼 건반에 LCD 스크린을 조합한 방식으로 변경됐다. 첨단 기능이 사라진 점은 조금 아쉬움이 들지만, 실사용에선 이쪽이 좀 더 편리하기 때문에 과거로의 회귀가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같은 플랫폼이니 ID.4와 Q4 이트론 시리즈는 자연스럽게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서 브랜드간의 성격차를 느낄 수 있다. 폭스바겐은 ‘일상에서 최대한 편하게 해줄께’라는 느낌으로 만든 것 같은 반면, 아우디는 ‘이것저것 다 문제없이 할 수 있게 해줄께’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특히 이는 주행질감에서 더 두드러지는데, 폭스바겐은 철저하게 부드러움 위주로 세팅되었던 것에 비해, 아우디는 맨 처음 탔던 RS 이트론 GT만큼은 아니어도 어느정도 스포티한 느낌도 받을 수 있는 주행을 보여준다. 성능은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1.6kg‧m로 2.0 가솔린 터보 정도의 성능이지만, 일정 회전수에 도달해야만 제 성능이 나오는 내연기관과 달리 전기모터는 즉각적으로 최대한의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훨씬 더 스포티한 주행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Q4 이트론 역시 마찬가지인데, 초기 전기차들의 과도한 울컥거림을 억제해 최대한 부드러운 출발이 이뤄지도록 한 점이 좋다.

전기차에서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는 배터리일 것이다. 아우디 Q4 이트론 시리즈의 경우 82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어 기본형은 368km, 스포트백 사양은 357km를 주행할 수 있다고 한다. WLTP 기준으론 520km를 인증받았는데, 그러면 실주행에선 400km 이상은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제주도의 시승코스는 해안도로는 물론이고 한라산 주변의 산악도로 등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코스여서 주행거리에 그리 좋은 영향을 주긴 어려운 곳이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주행 후 전비는 6.4km/kWh로, 인증받은 복합전비 4.3km/kWh(기본형, 스포트백은 4.1km/kWh)보다 훨씬 우수한 수치를 기록해 좋은 운전습관을 가진 사람이라면 충분히 높은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번 시승회 참가자들 중에는 7.5km/kWh를 기록했을 정도라고 하니, 수치상의 주행거리에 너무 부담가질 필요는 없을 듯하다.

장식처럼 보이는 요소들도 주행거리에 영향을 미칠 만큼 공기역학적 설계가 적용됐다

이러한 주행거리가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2톤이 넘는 차체면 다른 전기차와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라 여기서는 차별점이 드러나지 않는다. 차량의 전반적인 형상을 공기역학적으로 설계해 기본형은 0.28Cd, 스포트백은 0.26Cd의 우수한 공기역학계수를 달성했으며, 차체 곳곳의 요소들 역시 공기역학적으로 최적의 효율을 내도록 설계하여 파츠의 장착 유무에 따라 주행거리가 개당 약 20km까지도 차이날 만큼 은근히 중요한 부분이다. 이런 요소들이 모이고 모여 높은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

편의장비는 튼실하다. 일단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있는데, 증강현실 기술을 더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작동 시 앞차와의 간격을 표시하고 내비게이션 설정에 따른 경로 안내도 한다. MMI 내비게이션 플러스는 센터 스크린 뿐 아니라 운전석 계기판에도 정보를 띄워주기 때문에 시선을 크게 돌리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국산 내비게이션만큼 안내가 충실하진 않다. 그래도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를 사용할 수 있는 아우디 스마트폰 인터페이스가 탑재되어 있으니 취향대로 선택하면 된다. 다만 이 경우 헤드업 디스플레이의 증강현실 안내는 받을 수 없다는 점은 알아둘 것.

한라산을 관통하는 산악도로들은 생각보다 깊은 커브길이 이어지는 와인딩 코스들이 몇몇 존재한다. 과도하게 욕심만 부리지 않으면 꽤 재밌게 달릴 수 있는데, 이 타이밍에 Q4를 타고 있어 좀 아쉽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의외로 잘 달려주는 모습에 깜짝 놀랐다. 우선 머리를 돌려나가는 과정이 꽤 빠르고 정확하다. 앞서 시승했던 ID.4의 부드러움은 성능적인 부분 뿐 아니라 움직임에서도 부드러워 ‘재미는 없지만 편하게 탈 수 있는 차’로 평했었는데, 아우디는 같은 성능이지만 좀 더 빠릿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덕분에 와인딩에서도 공격적으로 달리고 싶게 만드는 부분이 있다.

물론 장점만 있는 차는 아니다. 가장 취약점은 역시 ‘후륜구동’이라는 점이다. 자동차의 특성 상 겨울철에도 주행을 이어갈텐데, 저온 주행거리야 보조금을 받기 위한 최소치에 조금 미달한 정도여서 큰 문제가 아니지만, 갑작스럽게 눈이라도 내리면 옴짝달싹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린다. 잠시 잊고 있었던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지난해 초, 전국적인 폭설이 내렸고, 당시 강남 지역에 내린 폭설로 인해 후륜구동 차들은 오도가도 못하고 결국 도로 한가운데 방치되어야 했던 적이 있는 만큼 차에 체인 같은 장비를 반드시 챙겨놓거나 미리미리 타이어를 교체해 놓아야 난감한 상황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전동화의 흐름에 발맞춰 아우디 역시 다양한 모델을 선보이며 전기차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이번 엔트리 모델인 Q4 이트론은 출발에서 조금 삐끗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좋은 판매량을 유지한 만큼 앞으로 충분히 순항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문제는 얼마나 발빠른 제품 수급이 이루어지느냐인데, 폭스바겐 그룹 뿐 아니라 최근 수입 브랜드 전반이 한국 시장에 상당한 공을 들이는 점을 생각하면 소비자들의 갈증을 빠르게 해소시켜줄 수 있는 수준은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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