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3.31 금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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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클래스의 인기를 전기로 이어간다, 메르세데스-EQ EQE

전동화로 접어들며 자동차 시장의 판세가 완전히 뒤바뀌는 듯 했다. 신생업체 테슬라가 전통적인 자동차 브랜드에서 만든 전기차보다 효율과 성능이 뛰어난 제품들을 연이어 선보이며 시장을완전히 장악해버리는 듯했다. 그러나 이대로 앉아서 시장을 고스란히 내줄 수는 없는 일. 발빠르게 대응에 나선 다른 브랜드들은 서둘러 제품을 하나 둘 선보이며 라인업을 늘려갔다. 여기에 테슬라의 약점으로 지목된 승차감이나 소음 유입 등 경험 부족에 따른 문제들을 완전히 해결하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메르세데스-벤츠도 그 중 하나로. EQ 브랜드를 통해 다양한 전기차를 선보여 왔다. 중형 SUV EQC를 시작으로 소형 SUV EQA, 플래그십 세단 EQS를 차례로 출시했다. 그리고 메르세데스-벤츠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끈 E-클래스의 전기차 버전인 EQE를 출시, 지난 12일 시승회를 개최해 현장을 찾았다. 과연 전기차의 E-클래스도 내연기관처럼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벤츠의 전동화에 속도를 더해줄 수 있을까?

첫 만남인 EQE의 모습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전기차는 당연히 효율성이 좋아야 하고, 이를 위해 최대한 공기역학적인 설계를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물론 이런 관점에서야 EQE의 모습이 이해 가지 않는 건 아니지만, 문제는 대부분이 기대하는 E-클래스의 전기차 버전과는 모습이 꽤 달라졌다는 것. 특히 그릴이 위치하던 부분을 경사지게 다듬어내니 기존 E-클래스의 느낌보다는 완전히 새로운 모델처럼 보이는데, 엠블럼만 가리면 다른 브랜드 제품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느낌이 크게 달라졌다. 다행히 그릴 중앙의 대형 엠블럼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살짝 아래로 처진 모습이 눈에 거슬리는 건 기자뿐만은 아닐 것이다.

측면에서 눈길을 끄는 건 왼쪽 앞 펜더에 위치한 슬롯으로, 이 곳을 누르면 워셔액 주입구가 나타난다. 이렇게 배치한 이유는 일반인은 엔진룸을 열 수 없게 설계했기 때문. 서비스센터에서만 열 수 있게 해놨다는데, 기존 내연기관만큼의 유지보수가 필요 없는 전기차이니 이런 구성방식을 납득하게 된다. 후면은 트렁크 리드 끝에 스포일러를 더해 공기역학적 효과를 높였고, 다른 EQ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좌우 라이트를 하나로 이은 구성으로 차체를 넓어보이게 했다.

실내는 S-클래스와 비교할 수 있을만큼 널찍하다. 실내공간 크기를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3,120mm로, 2940mm인 E-클래스는 물론이고 3,105mm의 S-클래스보다도 넓다. 이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을 기반으로 전기차를 만든 것이 아닌, 대형 전기차 전용으로 개발한 모듈형 아키텍처 EVA2를 기반으로 만들어졌기 때문. 물론 널찍한 공간에 전기차의 특성을 고려해 개방감 넘치는 형태로 구성할 수도 있었겠지만, 이 차의 구매층은 기존에 내연기관 자동차를 소유했을 가능성이 높고, 그런 사람들에게 최대한 익숙함을 주기 위해 앞좌석 좌우를 센터 콘솔로 구분지었다. 물론 차량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샤프트가 없으니 콘솔 아래쪽으로 추가 수납공간을 더해놓은 점은 전기차이기에 가능한 구성일 것이다.

대형 스크린을 탑재하는 EQS와 달리 EQE에는 계기판과 센터 스크린 2개가 있고, 대시보드에는 브랜드를 각인시키기 위한 목적인지 삼각별을 촘촘히 박아넣었다. 계기판이나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은 내연기관 모델에서 보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 계기판은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은 12.8인치로 큼직해 시원하다. 차이라고 한다면 계기판에는 전력계와 함께 회생제동에 대한 안내가 더해졌다는 점이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도 전기차 전용 메뉴들이 더해진 건 물론이고, 내비게이션 역시 전기차에 특화된 일렉트릭 인텔리전스 내비게이션이란 것이 탑재됐다. 이 내비게이션은 속도, 냉난방은 물론이고 지형이나 주변온도까지 고려해 최적의 경로를 안내한다는 것.

편의장비는 한국 시장을 위해 상당히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열선 및 통풍시트는 물론이고, 멀티 컨투어 시트는 앞좌석 탑승자들에게 6종류의 마사지 프로그램을 제공해 장거리 이동에도 몸에 쌓이는 피로를 줄여준다. 직접 실행해보니 생각보다 꽤 시원하게 마사지를 해줘서 깜짝 놀랐다. 물론 안마의자와 비교하면 안되는 것이, 이보다 강하다면 운전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말이다. 또한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이 더욱 빛을 발하는 오디오 시스템에는 총 15개 스피커로 이뤄진 부메스터 사운드 시스템이 탑재됐다. 여기에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지니뮤직과 손을 잡고 무손실 음원(FLAC)을 제공한다고 하니 음악을 즐겨듣는 사람이라면 더욱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대형 헤파(HEPA)필터를 더한 공기청정 패키지, 충전하는 동안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내 미니 게임 기능 등 다양한 편의 기능을 갖추고 있다.

파워트레인은 최고출력 215kW, 최대토크 565Nm의 모터를 뒤 차축 앞에 탑재했으며, 차체 하단에 88.89kWh 배터리를 장착해 1회 충전으로 471km의 주행거리를 인증받았다. 생각보다 큰 차체에 싱글모터라니, 부족하지 않을까 싶겠지만, 막상 달려보면 그런 기색은 전혀 느끼지 못할 만큼 잘 달려준다. 시승 전 차량을 소개하면서 성능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없었던 것은 사륜구동인 4MATIC이나 AMG EQE도 곧 출시 예정이라 그랬겠지만, 그래도 거대한 차체를 힘있게 밀어붙일 만큼 제로백(0-100km/h) 6.4초의 파워는 내연기관 이상의 강력함을 느낄 수 있다. 다행히 이런 파워로 인해 울컥이는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다이내믹 셀렉트로 에코, 컴포트, 스포츠, 인디비주얼 4개의 주행모드를 만들어놨으니 느긋하게 달리고 싶다면 에코나 컴포트를, 파워풀한 주행을 경험하고 싶다면 스포츠를 추천한다. 다만 스포츠 모드는 EQE의 파워를 즉각적으로 쏟아내는 만큼 코너에서는 컨트롤에 주의가 필요하다. 후륜 구동이라 섬세하지 못한 조작은 곧바로 뒷바퀴를 미끄러트릴 수 있기 때문. 물론 각종 안전 기능들이 갖춰져 있지만, 통제 범위를 넘어선다면 아무리 뛰어난 기능이 있어도 사고로 이어진다는 점을 명심하자.

회생제동 기능은 D+. D, D- 3단계에 자동 설정인 D 오토 모드까지 4개의 주행모드를 지원한다. D 오토의 경우 앞차와의 간격이나 교통상황 등 여러 가지 정보를 반영해 회생제동 단계를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기능이다. 취향대로 선택하면 되는데, 개인적으로는 내연기관의 엔진 브레이크와 비슷한 감각을 선호하다보니 D- 쪽이 가장 자연스럽게 주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

보통 엠비언트 라이트는 차량의 편의사양에서 설명하는 편인데, EQE는 다르다. 이 엠비언트 라이트의 역할이 단지 실내 조명 색을 바꾸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조명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전달하기 때문. 주행 모드를 변경하면 이에 맞춰 색상이 변하고, 차선 변경 시 후측방에 차량이 가까이 있다면 엠비언트 라이트의 색상을 바꿔 경고해주는 등 기존 엠비언트 라이트보다 훨씬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름도 앞에 ‘액티브’를 더해놓아 차이를 보여준다.

주행하면서 주행보조 및 안전 기능 패키지인 ‘드라이빙 어시스턴스 패키지 플러스’는 S-클래스와 동일한 사양이 탑재된 덕분에 주행 보조 기능들 정도만 체험해봤지만, 존재만으로도 확실히 든든함이 느껴진다. 여기에 길눈이 어두운 사람들을 위한 증강현실 기술이 더해진 내비게이션은 카메라로 촬영된 화면에 가야하는 경로를 표시하기 때문에 운전자가 헤멜 일을 줄여줘서 훨씬 도움되겠다.

‘전기차는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잘못 생각한 것이다. 물론 과거와 달리 모터를 통해 차의 특성을 달리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자동차를 구성하는건 엔진만은 아니니 말이다. 한 대의 차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부품들이 갖춰져야 하고, 자동차 제조사의 노하우는 이러한 부품들을 어떻게 구성, 조합하는가도 있다. 최초의 자동차를 만든 때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온 기술과 노하우를 전기차에도 이어가고 있는 메르세데스-벤츠가 만든 네 번째 전기차 EQE, 오랫동안 브랜드를 유지해온 비결을 제품에 고스란히 녹인 덕분에 소비자들이 삼각별에 기대하는 바를 충실히 보여주는 만큼 E-클래스에서의 인기를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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