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12.1 목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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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움이 주는 전기차의 또다른 느낌, 폭스바겐 ID.4

전동화를 앞두고 자동차 브랜드들은 다양한 전기차들을 선보이고 있는데, 현대차의 아이오닉이나 BMW의 I, 메르세데스-벤츠의 EQ처럼 별도의 브랜드를 만들어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들과 차별화를 두고 있다. 폭스바겐은 ID로 전기차 라인업을 구분하고 있는데, 첫 번째 전기차인 해치백 ID.3에 이어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ID.4, ID.5 등으로 라인업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이 중 ID.4가 국내 시장에 처음으로 등장해 미디어를 대상으로 시승회를 진행했다. 한국 전기차 시장에서 폭스바겐이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지 시승을 통해 직접 확인해봤다.

보통 디자인에서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보여주지만, 내연기관과 전기차는 확연히 구분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폭스바겐은 어찌 이리도 한결같은지! 엠블럼을 떼도 폭스바겐 제품임을 짐작할 수 있을만큼 수수함이 느껴지는 건 내연기관이나 전기차나 똑같다. 그나마 눈매 살짝 들어올린 헤드라이트나, 범퍼와 측면의 장식들, 좌우로 길게 이은 테일라이트 등이 세련미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다. 루프 라인은 B필러부터 살짝 아래로 떨어지는 라인으로 날렵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C필러를 무광 플라스틱 커버로 덮어 마치 루프가 공중에 떠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실내 역시 외관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심플한 구성들이다. 대시보드 중앙의 큼직한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이 자리하고 있고, 디지털 계기판은 스티어링 휠 칼럼에 부착된 방식이다. 공조장치의 온도 제거는 스크린 바로 아래 터치식 컨트롤러로 조절할 수 있고 김서림 제거 기능은 스티어링 휠 왼쪽 대시보드에 배치했다. 센터 콘솔 자리에는 컵홀더 등의 수납공간만 있는데, 이 자리에 있으리라 생각한 변속기는 계기판 오른쪽에 자리하고 있다. 앞뒤로 비트는 방식으로 변속이 가능하고, 일반적인 D 모드와 함께 더 강한 회생제동을 제공하는 B 모드도 있어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도어 핸들의 스위치는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리어’ 버튼을 눌러야만 뒷 창문을 여닫을 수 있고, 꺼진 상태에선 앞 창문을 여닫는 방식을 적용했다.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에는 기본적인 미디어, 차량 설정, 전기차 전용 기능 등이 마련되어 있는데, 내비게이션은 없다. 사용자가 스마트폰을 연결할 수 있는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 등의 커넥티비티를 지원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수입차 브랜드에선 자체 내비게이션을 탑재하거나, 국산 내비게이션 업체와 협력해 국산 내비게이션을 탑재하기도 하는데, 기능의 완성도나 탑재에 들어가는 비용도 문제지만, 국가별로 설정을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차라리 이렇게 사용자에게 선택지를 주는 커넥티비티 방식이 더 낫다는 생각이다.

전기차 전용 MEB 플랫폼 덕분에 실내 공간은 널찍하다. 차량 크기가 전장 4,585mm, 전폭 1,850mm, 전고 1,620mm로 준중형 정도지만, 휠베이스가 2,765mm로 중형 모델과 비슷한 사이즈라 뒷좌석 탑승에도 불편함이 없다. 뒷좌석도 별도의 온도 조절이 가능하고 탑승자를 위한 USB-C 충전포트 2개가 있어 편의성도 확보했다. 트렁크는 기본 543L에 뒷좌석을 접어 내리면 1,575L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으며, 바닥면이 평평해지기 때문에 차박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겠다.

파워트레인은 150kW(204마력)의 전기모터를 뒤 차축 바로 앞에 배치했다. 여기에 82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으로 국내 인증 기준 406km, WLTP 기준 520km를 달릴 수 있다고 하니 실사용에서는 최대 450km 정도를 예상하면 되겠다. 이날 시승차도 86% 충전 기준으로 419km를 달릴 수 있다고 안내받아 별다른 걱정 없이 출발했다. 서울 광진구를 출발해 국도를 따라 약 90km의 구간을 달리는 코스다.

시승을 시작하고 가장 크게 느낀 건 차를 정말 부드럽게 세팅했다는 것이다. 물론 출력이 그리 낮은 모델은 아니지만, 스포티한 주행보다는 일상 주행에 초점을 맞춰 부드러운 가속이 이뤄지게끔 특성을 다듬어 놓았다. 덕분에 가다 서다가 잦은 시내에서도 운전의 스트레스가 한결 줄어든다. 이런 특성은 주행모드를 변경해도 비슷한데, 스포츠 모드도 속도가 붙는 것은 에코 모드보다 한결 빠르지만, 울컥거리는 느낌 없이 최대한 부드럽게 가속하는 특성을 보여준다.

이런 부드러움은 와인딩에서도 이어진다. 전기차들은 무거운 차량 특성을 고려해 핸들링을 가볍게 세팅하는 경우가 많은데, 짧은 커브가 연이어 나타나는 와인딩 구간에서도 ID.4는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핸들링을 보여준다. 여기에 SUV라는 차량 특성을 고려해도 좌우로의 흔들림이 상당히 덜하다. 차량 하부에 배치한 배터리 덕분에 무게중심이 아래에 위치해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덜 흔들리게 되는 것. 스포티함이나 날카로움은 없지만 부드러운 특성으로 세팅된 ID.4가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다.

대부분 전기차들은 스티어링 휠 뒤편의 패들을 이용해 회생제동 단계를 조절하는 것과 달리, ID.4는 선택지가 변속기에서 선택할 수 있는 D와 B 2가지 뿐이다. D에서는 내연기관 엔진브레이크 수준의 회생제동이 걸리고, B에서는 그보다 조금 더 세게 걸리긴 하는데 완전한 원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한 수준은 아니다. 물론 B에서는 더 적극적으로 회생제동이 이뤄지는 만큼 배터리 효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지만, 그만큼 더 섬세하게 조작해야 하기 때문에 취향에 맞춰 선택하면 된다.

주행보조 시스템인 IQ.드라이브에는 다양한 기능들을 마련해놓았고, 가장 대표적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선 유지 보조도 당연히 갖추고 있다, 이 두 기능을 활성화해놓고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면 처음엔 계기판과 윈드스크린 하단의 IQ.라이트를 통해 경고를 보내는데, 그럼에도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으면 순간적으로 제동을 걸어 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고 경고하고, 그래도 잡지 않으면 비상등을 점등하고 차량을 서서히 멈춰 세운다. 멈춰 세우기 전 단계까지 테스트해봤는데, 탑승자에게 순간적으로 꽤 강력하게 충격이 전해지기 때문에 잠시 한눈을 팔았던 사람도 바로 다시 운전에 집중하게 되겠다. 물론 이런 강력한 경고에도 스티어링 휠을 잡지 못하고 도로 한가운데 멈춰섰다면 운전자가 위험한 상황은 아닌지 주의 깊게 살펴보자.

편의기능으로는 앞서 소개한 윈드스크린 하단의 IQ.라이트와 승하차, 도어 잠금 및 해제, 충전 상황, 전화 수신 등의 정보도 알려주며, 에르고 액티브 전동 시트를 장착해 마사지, 메모리 시트, 승하차 시 자동 시트 조절, 열선, 허벅지 지지대, 요추 지지대 등의 기능을 지원하는데, 아쉽게도 통풍 시트는 빠져있다. 마사지 기능은 장시간 운전 시 허리에 누적된 피로를 풀기에 적당한 수준이긴 한데, 마사지와 통풍시트 중 어떤 것이 더 나을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ID.4의 가격은 예상하듯 5,490만 원으로 책정됐다. 여기에 651만 원의 국고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고 지자체별 보조금까지 더하면 4천만 원대 중후반 정도의 가격으로 구입 가능하다. 일반 및 동력계 부품은 3년 주행거리 무제한, 고전압 배터리는 8년/16만 km(선도래 기준) 보증을 제공한다. 이 외에도 사고차량 보험 수리시 자기부담금을 5회까지 무상 지원하는 사고 수리 토탈케어 서비스(최초 1년, 주행거리 무제한, 사고 1회당 50만 원 한도)를 지원하고, 연말까지 ID.4를 인도받는 고객에게는 ‘채비’ 충전 네트워크에서 쓸 수 있는 20만 원 상당 충전 바우처와 웰컴 키트를 제공한다.

독특한 ID.4의 주행 특성에 처음에는 의문이 들었으나, 곰곰히 생각해보면 답은 의외로 어렵지 않았다. 일상에 적합한 제품을 선보이는 폭스바겐 브랜드니 당연히 그에 맞게 주행의 편안함을 위주로 세팅한 것이고, 한 집안에서 조금만 눈을 돌리면 포르쉐 타이칸 같은 정말 강력하고 스포티한 모델이 있으니 말이다. ID.4가 운전의 재미는 조금 떨어지겠지만, 나와 내 가족이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재미는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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