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2.3 금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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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함과 여유로움으로 편안하게, 쉐보레 타호

솔직하게 고백하겠다. 쉐보레에서 타호를 출시하고 가격을 발표했을 때, 여러분들과 마찬가지로 ‘저걸 사는 사람이 있겠냐’고 생각했다. 쉐보레가 억대에 가까운 차량을 판매한 건 이번이 처음이고, 그 정도면 캐딜락을 비롯한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도 선택지가 다양하기 때문. 하지만 소비자들의 마음은 누구도 모르는 것일까, 시승회 현장에서 쉐보레 관계자들은 이미 올해 물량 예약이 모두 끝났다고 밝혔다. 예상 밖의 높은 인기를 보여주고 있는 쉐보레 대형 SUV 라인업, 그중에서도 대장격인 타호를 만나보러 시승회에 참석했다.

 

캠핑 문화가 널리 퍼짐에 따라 루프탑 텐트 등으로 장식한 SUV를 보는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이번 시승회 현장에는 보기 드문 보트가 등장했다. 적지 않은 무게의 대형 보트가 타호에 매달린 트레일러에 실려있는 것도 그렇고, 미국 영화에서나 등장하는 상당히 긴 사이즈의 캠핑 트레일러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타호 힘이 그만큼 좋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의미인데, 시승회 코스 중에 실제로 캠핑 트레일러 견인 체험도 마련했다고 한다. 정말 힘이 정말 좋은지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기회다.

 

쉐보레 SUV의 플래그십 모델이니만큼 일단 크기로 압도해버린다. 크기는 전장 5,352mm, 전폭 2,057mm, 전고 1,925mm로 이 정도면 SUV로 분류하는게 아니라 MPV로 분류하는게 맞지 않나 싶을 정도의 크기다. 우람한 덩치에 걸맞게 엔진룸도 상당히 높고, 휠도 22인치를 채택해 덩치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워낙 차체가 높으니 수월하게 타고 내릴 수 있도록 전동식 사이드 스텝도 더했다. 이번에 국내에 처음 선보인 타호는 5세대 모델로, 쉐보레 최신 패밀리룩을 적용했다. LED 헤드램프와 테일램프가 적용됐고, 액티브 에어로 셔터를 장착해 공기저항 최소화로 연비 향상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고 한다.

 

트래버스를 처음 시승했을 때도 크기에 상당히 놀랐는데, 타호는 그보다 더 커서 실내가 광활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특히 SUV에서 3열 좌석은 있으나 마나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굳이 사용하겠다면 초등학생 정도 아이들을 태울 수 있을 정도에 불과한데, 타호의 3열은 어른이 타기에도 충분할 정도로 공간이 넉넉하다. 2열 레그룸은 1,067mm이고 3열도 886mm로, 무늬만 7인승이 아닌, 진짜 7인승 SUV다.

 

대시보드는 캐딜락이라는 상위 브랜드가 있어서인지 플래그십임에도 고급스러움보다는 실용성이 더 강하게 느껴진다. 그래도 앞선 트래버스보다는 충분히 세련된 디자인이 반갑다. 계기판은 TFT 풀 컬러 스크린이 적용됐고, 그 뒤로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더해져 전방 도로 상황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 10.2인치 인포테인먼트 스크린은 무선 연결 기능을 더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고, 변속기는 전자식이어서 스크린 왼쪽에 배치했는데, 전부 누르는 버튼이 아니라 당겨야 하는 스위치도 있어 오작동의 위험을 줄였다.

 

1열 헤드레스트 뒤쪽으로 12.6인치 컬러 디스플레이가 기본 탑재된 점도 인상적. 가격 인상의 요인 중 하나겠지만, 지난 트래버스에서 소비자들의 구매 내역을 분석해 최상위 옵션까지 모두 선택해 적용한 것이라고. 전에는 몰랐지만 부모 입장이 되고 보니 이런 기능들이 대단히 유용하고, 기본이 아닌 경우 별도로 장착하기 위해서 적잖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게 되니 쉐보레의 선택이 꽤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서 설명한 기능들 역시 중요하지만, 한국 시장에 출시된 타호에 절대 빠져서는 안되는 기능이 있다. 바로 서라운드 비전 카메라다. 전장이 5.3m가 넘는 거대한 차량이어도 도로에서 운전하는 건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좁은 골목길이나 아파트 주차장 같은 곳은 사정이 다르다. 이렇게 거대한 차량까지 배려할 만큼 공간이 여유롭지 않으니 말이다. 평소 같으면 여유 있게 빠져나갔을 행사장도 타호를 타고 나니 신경이 바짝 곤두서게 된다. 출발하자마자 카메라로 주변을 살피며 평소보다 훨씬 더 신중하게 조향을 이어간다. 다행히 문제없이 좁은 구간을 빠져나왔지만 도로에 올라서자마자 차선을 꽉 채우는 차체를 사이드미러로 확인하니 가슴이 웅장해진다. 360도 카메라 기능은 트레일러 견인에도 유용한데, 차량 견인봉 위치에 맞춰 안내선을 표시하고 화면 확대 및 축소가 가능해 수월한 트레일러 장착에 큰 도움을 준다.

 

다행히 이렇게 큰 차체를 쉽게 운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보조기능들이 도와준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외에도 차선 유지 보조 및 이탈 경고 기능이 있어 함께 달리는 다른 차량에 민폐를 끼치지는 않아도 된다. 차선 유지 보조의 경우 적극적으로 개입해 차선 중앙을 유지해주며 달리게 하는 것이 아닌, 차선을 벗어나려고 할 때만 개입한다. 신형 트래버스와 마찬가지로 운전석 시트 햅틱 경고 시스템을 비롯한 각종 경고 시스템이 적용됐으며, 오프로드나 급경사로 주행에 도움을 주는 힐 디센트 컨트롤과 힐 스타트 어시스트 기능도 있다.

 

파워트레인은 6.2L V8 직분사 가솔린엔진에 10단 자동변속기 조합으로 최고출력 426마력, 최대토크 63.6kg‧m의 성능을 낸다. 다른 차에서 이 정도 성능 수치면 ‘폭발적인 가속력’과 같은 표현도 모자랄만큼 뛰어난 파워를 경험할 수 있겠지만, 워낙 큰 차체다 보니 ‘시원하다’ 정도의 느낌이다. 물론 이 차로 최고의 성능을 계속 경험하다간 순식간에 바닥나는 연료계에 눈물 흘리게 되겠지만. 물론 쉐보레에서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어 연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기능들을 더해놓았다. 전면의 액티브 에어로 셔터를 비롯해 스타트 앤 스톱, 엔진 실린더 비활성과 기능도 연비를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특히 실린더 비활성화의 경우 예전엔 4개 실린더 비활성화만 가능했지만, 새로 적용된 ‘다이내믹 퓨얼 매니지먼트’ 시스템은 더 넓은 영역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실린더 활성화와 비활성화를 오가는 과정에서의 이질감이 사라지고 훨씬 부드럽게 작동한다. 실제 시승에서도 가감속을 반복하는 구간들이 많았지만, 체감만으로 실린더가 얼마나 비활성화됐는지를 알 수 없을 만큼 자연스럽게 작동했다. 물론 여기에 하이브리드를 더했다면 훨씬 더 나았겠으나, GM은 하이브리드 없이 바로 전동화로 넘어가는 그림을 그리는 듯하다. 아쉬운 부분.

 

반환점인 양지 리조트에선 스키장 슬로프를 이용한 오프로드 코스 체험과 앞서 설명한 캠핑 트레일러 견인 체험이 준비되어 있었다. 먼저 오프로드 코스 체험을 진행했는데, 오래전 콜로라도와 트래버스 국내 첫 출시 때도 경험해본 적이 있어 그렇게 어렵진 않았다. 사륜구동(고속/저속) 모드를 비롯해 디퍼렌셜 잠금 등 오프로드 주행을 위한 다양한 기능들이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도로 환경에 맞는 설정과 무리하지 않는 절제심만 갖춘다면 가족들과 더욱 다양한 곳으로의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스키장 슬로프는 전날 내린 비로 인해 일부 진흙밭으로 변해버린 곳도 있어 차체가 경사를 따라 미끄러지기도 했지만, 그것 또한 오프로드 주행의 재미. 이리저리 바쁘게 스티어링 휠을 돌려가며 차체를 바로잡아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재미가 꽤 쏠쏠하다.

 

오프로드 체험을 마치고 캠핑 트레일러 견인 체험을 위해 장소를 옮겼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예상보다 훨씬 거대한 캠핑 트레일러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국내에서도 캠핑 문화가 널리 퍼지며 차 뒤에 매달아 견인하는 캠핑 트레일러도 꽤 보급됐지만, 이 정도 크기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타호의 견인력을 보여주기 위해 쉐보레에서도 많은 곳을 수소문해 간신히 구했다고 하는데, 길이만도 대락 10m 가량에, 무게는 3톤에 달한다고 하니 3,493kg의 견인력을 갖춘 타호의 실력을 보여주기는 안성맞춤이다.

 

진행요원의 안내에 따라 트레일러를 매달고 움직이는데, 3톤의 트레일러가 매달려 있으니 경사나 요철에 따라 차량에 무게가 더해지며 주행감각이 확 달라져 신경이 곤두선다. 다행히 3.5톤의 견인력이 허세는 아닌지 큰 문제없이 견인을 이어가지만, 자꾸 뒤쪽에 매달린 차를 의식하지 못하고 평소와 같은 반경으로 회전하려 들었으나 다행히 동승한 안전요원의 안내 덕분에 대형 사고를 일으키진 않았다. 마지막 출발지로 돌아가기 전 경사로에서 브레이크로 멈췄다 가보라는 말에 당황했다. 아무리 성능이 우수하다지만, 뒤에 3톤에 달하는 트레일러를 매달고 경사로에 멈추라니? 안전요원의 말을 믿고 브레이크를 밟아 세운 상태에서 브레이크를 더 깊이 밟아주자 힐 스타트 어시스트 기능 덕분에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차가 뒤로 밀리거나 하는 일 없이 든든하게 서 있는다. 여기서 조언대로 강하게 가속 페달을 밟자 다시 힘을 내어 트레일러를 끌고 오르막을 오른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 건 나뿐이었을까?

 

쉐보레의 타호 출시는 대형 SUV의 높은 인기를 상징하는 모델이다. 이제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벗어나 때론 여유를, 때론 휴식을 즐기는 공간으로 변화했다. 자동차가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며 사람들은 더 넓은 공간을 원하기 시작했으며, 제조사들이 점점 더 큰 차량을 선보이는 와중에 ‘최종 보스’격이라 할 수 있는 미국산 SUV 타호가 등장한 것이다. 연비의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크기와 연비는 반비례할 수밖에 없는 부분. 그래도 가족들을 좀 더 편하게, 안락하게 태우고 싶다면, 그리고 더 다양한 곳을 여행하고 싶다면 타호가 정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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