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6.7 수 11:49
상단여백
HOME 자동차 시승기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타협한 아빠들을 위한 차, 포르쉐 마칸 GTS

자동차 제조사들은 다른 회사들과 경쟁을 펼칠 수밖에 없는 입장이지만, 스포츠카 브랜드들은 경쟁사 중 하나인 포르쉐에게 마음의 빚이 약간은 있으리라 생각한다. 포르쉐가 수많은 비난과 혹평 속에서 스포츠카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SUV를 시장에 내놓았고, 결국 그렇게 내놓은 제품들이 성공을 거두며 다른 브랜드에서도 SUV를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었기 때문. 그리고 그렇게 내놓은 SUV들이 각 브랜드의 판매량을 견인하는 주요 모델로 떡하니 자리잡았으니, 이 정도면 감사를 표해야 하지 않을까?

이런 분위기 변화를 이끈 첫 번째 모델 카이엔에 이어, 포르쉐는 다음으로 마칸을 등장시켰다. 준대형급의 카이엔이 성공을 거뒀으니, 그보다 한 체급 낮춘 중형급의 마칸도 성공하리라는 판단이었던 것. 그 판단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고, 지난해에는 카이엔을 근소한 차이로 앞서며 포르쉐의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이 마칸이 또 한 번의 변화로 더 강력해져 돌아왔다. 지난 3월 30일 진행된 마칸 미디어 시승회에 참가해 달라진 모습을 살펴봤다.

이번 신제품은 세대 변경이 아닌 페이스리프트 모델이다. 그런 만큼 디자인 요소에 변화가 있는 건 당연하지만, 엔진 역시 업그레이드된 건 놀라운 점. 업그레이드도 체감하기 어려운 미미한 수준이 아니라 마칸 S는 26마력, 마칸 GTS는 69마력이나 상승했다. 포르쉐에게 성능 향상은 모든 변화의 필수 요소인 걸까?

일단 외관에서 변화점은 전면부 범퍼가 있다. 분할되어있던 그릴을 블랙 컬러로 묶어 훨씬 넓어진 느낌을 주려 했다고. 측면 도어 하단의 블레이드도 새로운 3D 구조를 채택했고, 후면부 하단은 블랙컬러와 디퓨저로 스포티함을 강조하고 더블 윙 디자인의 스포일러를 추가하는 등 브랜드 정체성을 드러내는 쪽으로 진화했다.

실내에서의 가장 큰 변화는 센터 콘솔 쪽이다. 기어 레버 주변에 물리 버튼을 배치했던 전과 달리 이번에는 모두 햅틱 방식의 터치식으로 변경했다. 여기에는 공조 장치 조절을 비롯해 가변 머플러, 서스펜션 등 주행 관련 기능의 버튼도 함께 배치되어 있다. 포르쉐 브랜드인지라 카본이 덮여있어야 할 것 같은 실내지만 의외로 실내 어느 곳에서도 카본 소재는 보이지 않는 점이 신선하다.

오늘 시승할 모델은 GTS로, 2.9L V6 바이터보 엔진을 탑재해 449마력의 최고출력을 낸다. 스포츠 크로노 패키지를 더하면 제로백(0-100km/h)이 4.3초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7단 PDK와 함께 트랙션 매니지먼트, 사륜구동 시스템을 더했으니 얼마나 잘 달려줄지는 말해 뭐하겠는가. 전기 모터의 강력한 토크가 일상이 된 요즘에도 이 정도 성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주행 실력을 보여준다. 이런 주행 실력을 확인하는 건 차량 흐름이 뜸한 고속도로 같은 곳에서 잠깐씩이나 가능한데, 오늘 시승하는 코스는 성능 테스트와는 영 거리가 멀다. 왕복 2차로의 좁은 도로에 앞서 달리는 수많은 차에 신호는 왜 이리 많은지. 예상치 못하게 마칸의 일상 성능을 테스트하게 됐다.

엔진이야 차고 넘치는 힘이 있으니 크게 신경 쓸 건 없지만, 의외로 연비도 나쁘지 않다. 복합 연비가 7.6km/L(GTS 사양)이니, 고성능 모델치고는 꽤 준수하다. 고속도로에서 무리하지 않으면 10km/L 이상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 수준. 주행모드도 노멀부터 스포츠, 스포츠 플러스, 인디비주얼(개별 설정)까지 다양하기 때문에 취향에 맞춰 선택하면 되지만 워낙 고성능 모델이라 일상 주행에선 노멀 모드로도 부족함을 느낄 일은 없겠다.

의외였던 부분은 서스펜션이다. 가뜩이나 고성능 모델인 GTS니 고성능의 스포츠 에어 서스펜션이 탑재되는 건 당연한 일인데, 그 때문에 승차감, 특히 고속도로나 서킷이 아닌 노면이 좋지 않은 도로에서의 승차감은 최악일 것이라 예상했지만, 직접 달려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감쇠력이 우수하다. 물론 여기서의 ‘우수하다’는 건 스포츠 모델치고 그렇다는 것이지, 프리미엄 세단과 같은 정도를 말하는 건 아니다. 여기에는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PASM) 기능이 더해진 덕분인데, 각 서스펜션의 감쇠력을 도로 상황이나 운전자가 선택한 설정에 맞춰 알아서 조절한다고. 도로의 요철이나 포트홀 같은 곳에서도 맹렬하게 진동이 전해져 온다거나 하진 않으니 조금만 부드럽게 운전하기 위해 애쓴다면 일상에서의 주행도 문제없이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다.

주행 보조 기능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기본 탑재되고, 차선 유지 보조 기능도 추가할 수 있다. 차선 변경 보조는 사이드 미러 안쪽면에 위치한 램프로 측후방에 접근하는 차량이 있는지 알려주는 기능인데, 안전을 위한 기능이니 기본 사양으로 넣어주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차선 이탈 경고는 방향지시등 점등 없이 차선을 넘으려 하면 스피커로 짧게 소리가 나는 정도여서, 시트에 진동을 넣는다거나 좀 더 길고 높은 톤의 소리로 알려주는 등의 친절함이 더해지면 좋을 듯하다.

경유지에 들러 잠깐의 휴식을 마치고 다시 출발하는데 출구 안내 방향이 들어왔던 곳과 조금 달랐다. 무슨 일인가 했더니 가벼운 오프로드를 체험할 수 있는 코스를 마련한 것. 작은 자갈이 깔린 가벼운 오프로드라고 해도 포르쉐 차량을 타고 들어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다행히 마칸은 차량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오프로드 모드로 세팅하면 알아서 차고가 상승하고, 일반 주행 모드로 되돌리면 원상복구된다. 이 기능은 화물 적재 시에도 적용할 수 있어서 트렁크 벽면의 버튼으로 차고를 낮춰 짐을 수월하게 실을 수 있다. 에어 서스펜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덕분에 재미와 편의성 모두를 잡은 것이다.

누구나 911을 꿈꾸지만, 현실을 고려하면 가족 모두가 탈 수 있고 짐 실을 공간도 넉넉한 SUV가 정답일 것이다. 포르쉐가 카이엔으로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건 이처럼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적절히 타협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했기 때문이다. 마칸은 이렇게 타협을 결정한 소비자들이 포르쉐에 좀 더 쉽게 다가올 수 있게 한 새로운 방안이다.

포르쉐 엠블럼을 달고 있고 여기에 고성능을 뜻하는 GTS라는 이름이 덧붙었으니 마칸 GTS의 성능이 얼마나 뛰어난 지에 대해선 타보지 않아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시승으로 의도치 않게 일상에서의 실력 위주로 테스트해봤지만 생각보다 훨씬 편안하게 탈 수 있는 패밀리 SUV로도 손색이 없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이 차를 구입한 아빠들은 달려보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느라 조금 힘들겠지만, 현실과의 타협으로 이상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게 만드는 차, 그것이 바로 마칸 GTS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송지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상단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