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6.1 목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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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셔리에 고성능을 버무려 짜릿한 맛으로, 퍼포먼스 럭셔리 바이 메르세데스-벤츠

대형 자동차 회사들은 대부분 고성능 브랜드를 하나씩은 갖고 있다. 자사의 기술력과 성능을 뽐내기에 이만큼 좋은 것이 없으니 말이다. 여기에 내부 개발진들의 고성능 제품에 대한 의욕을 꺾지 않기 위한 회사의 의도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회사는 이러한 고성능 브랜드를 통해 모터스포츠에 참가하는 레이싱카를 제작하는 건 물론이고, 일반 고객들이 구입할 수 있는 양산 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이러한 고성능 브랜드들은 재밌는 탄생 이야기를 갖고 있는 경우가 있는데, 메르세데스-벤츠 산하의 고성능 브랜드인 AMG도 그 중 하나다. 벤츠의 신입사원이었던 한스 베르너 아우프레히트는 모터스포츠 마니아를 넘어 자동차를 튜닝해 성능을 끌어올리는데 일가견이 있었다. 하지만 회사는 아픈 역사로 인해 모터스포츠 진출을 꺼려 했고, 결국 사표를 던지고 나와 문을 연 레이싱 엔진 개발 테스트 회사에서 AMG의 역사가 시작됐다. 1960년대 말 300SEL을 튜닝해 내구레이스나 투어링카 챔피언십 등에 출전해 상위권을 휩쓸었고, 결국 벤츠에서 이들의 실력을 인정해 자회사로 편입, AMG의 기술력을 적용한 제품들을 라인업에 추가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AMG의 이름을 달고 나오는 제품은 벤츠 제품의 고성능화 버전이 다수를 차지하나, 최근에는 AMG GT와 같은 독자적인 제품들도 만들고 있으며, SL과 같은 스포츠성 강한 모델의 경우 AMG가 주도적으로 개발에 나서기도 한다. 이런 역사를 가진 AMG가 오래간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이름이 꽤 긴데, ‘퍼포먼스 럭셔리 바이 메르세데스-벤츠’라는 행사가 지난 3월 24일 경기도 용인 AMG 스피드웨이에서 개최됐다. 물론 이번 행사를 앞두고 AMG에서 GT 43 4MATIC+와 CLS 53 4MATIC+의 부분변경 모델을 출시했지만, 이 두 신제품 외에도 그동안 국내에 소개됐지만 좀처럼 만나기 힘들었던 AMG 모델들을 한자리에서 만나게 하겠다는 의도다.

그래서 아침 일찍부터 셔틀버스를 타고 AMG 스피드웨이에 도착했는데, 평소와 달리 입구 부근에서 내려야 한단다. 뭔 일인가 싶어 안내를 따라 스탠드로 이동해보니 스푼코너에 이번 행사를 알리는 현수막이 줄지어 붙어있다. 행사가 시작되고 서킷에서 줄지어 등장하는 AMG 모델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A 클래스부터 G 클래스까지 국내 출시된 AMG 전 라인업이 총출동한 가운데 차량 무리의 사이를 가르고 오늘의 두 주인공인 GT 43과 CLS 53이 모습을 드러낸다. 예전 GT 4-도어가 국내에 처음 출시됐을 때 선보였던 퍼포먼스가 아직도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는데, 이번 행사 퍼포먼스도 상당히 오래 기억에 남을 만큼 멋있었다.

퍼포먼스에 참여한 차량들을 타고 피트로 이동했다. 이제부터는 다양한 AMG들을 경험해볼 차례. 가장 먼저 오늘의 주인공인 GT 43과 CLS 53을 시승하게 됐다. 측면에서는 스타일이 비슷하다보니 구분이 쉽지 않지만 CLS 53은 테일게이트 위에 카본 스포일러를 더했고, GT는 내장된 리어 윙이 있어 별도의 스포일러가 없다는 차이로 구분할 수 있다. 서킷에서는 안전하게 최고의 성능을 발휘해가며 테스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문제는 주어진 차량은 한정돼있는데 시승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 아쉽지만 오늘 테스트해볼 모델이 워낙 많으니 다음에 기회가 되면 더 오랜 시간 확인하기로 하고 일단 한 바퀴씩만 타며 느낌만 확인해봐야겠다.

먼저 오른 차는 GT 43으로, GT 4-도어가 국내에 처음 출시됐을 때의 기억이 있어 익숙한 모델이다. 확실히 AMG 모델들은 일반 벤츠 모델과 차별화하기 위한 많은 노력들이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기어 레버 위 AMG 로고도 그렇고, 스티어링 휠 하단의 원형 컨트롤러나 기어 레버 주변의 버튼 배치 같은 것들 말이다. 찬찬히 둘러볼 새 없이 바쁘게 시트와 스티어링 휠을 조절하고 안내에 따라 서킷으로 들어간다. 워밍업을 위해 천천히 달리다가 본격적인 가속구간에서 페달을 끝까지 밟자 6기통 엔진이 모든 힘을 끌어낸다. GT 43에는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더해져 총 389마력의 최고출력이 발생한다. 제로백은 4.9초로 요즘 새로 출시되는 전기차들이 워낙 많아 그리 높아 보이지 않지만, 전기차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배기음과 진동이 주행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전기차를 만드는 브랜드들이 다양한 가상 주행음을 공들여 만드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전기차의 가속은 마치 코를 막고 사과를 먹는 기분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

인스트럭터의 안내에 맞춰 욕심내지 않고 주행하지만, 실제 레이스에 참가 중인 현역선수이기도 한 그들을 따라가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다양한 부가장비와 기능들이 더해져 있으니 거친 주행과 실수에도 이 모든걸 너그럽게 바로잡고 열심히 달릴 수 있게 도와준다. 대표적인 것이 코너링에서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해주는 전자식 리어-액슬 리미티드 슬립 디퍼렌셜이 있다. 여기에 세미 버킷 시트로 상체를 단단히 지지해주기 때문에 운전 집중도가 훨씬 높아진다.

이번엔 CLS 53으로 옮겨탈 차례. CLS는 쿠페 스타일의 세단인데, AMG가 만졌으니 잘 달리기야 하겠지만, 서킷에서는 어떨지 궁금했다. 우선 실내는 앞서 시승한 GT 43과 마찬가지로 AMG의 손길을 거쳤음이 확연히 드러나는 구성인데, CLS 쪽은 실내 많은 부분을 카본으로 덮었는데, 국내 출시되는 사양에 기본적용되는 것이라고. 확실히 남심을 저격하는 포인트를 잘 알고 있는 듯하다.

주행에서 놀란 건 성능도 있지만, 예상외로 시트에서도 깜짝 놀랐다. 코너에 들어가 스티어링 휠을 돌리기 시작하니 자연스럽게 선회방향 반대쪽, 즉 원심력 방향의 볼스터가 부풀어 오르는 것이 아닌가. 바로 CLS 53에 적용된 멀티 컨투어 시트로, 일상에서는 편안하게, 트랙에서는 안정적인 승차감을 제공하기 위한 선택인 것. 아이디어가 좋다.

두 신제품의 맛보기 시승을 마치고 다음으로 경험해볼 모델은 이곳 스피드웨이와 가장 잘 어울리는 모델, AMG GT다. 앞서 시승한 GT 4도어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적당히 타협한 느낌이라면, AMG GT는 오로지 이상 중심의 모델인 셈이다. 이날 시승한 모델들은 대부분 벤츠에서 먼저 선보인 모델들을 기반으로 AMG의 손을 한 번 더 거친 것이지만, AMG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AMG GT 시리즈 중 주행 본능에 충실힌 AMG GT야 말로 이번 행사의 주인공인 GT 43이나 CLS 53보다 이 곳 스피드웨이에 더 잘 어울리는 모델이 아닐까?

확실히 다른 모델에 비해 작은 4.5m의 차체와 1.7톤이 조금 안되는 가벼운 무게에 4.0L V8 바이터보 엔진을 더하니 강력함은 앞선 두 모델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현실과의 타협이 이렇게나 큰 차이를 보여주는 부분이었나? 여기에 뛰어난 제동력의 세라믹 브레이크, 라이드 컨트롤 서스펜션 등 고성능의 장비들을 더해놓으니 달리고, 서고, 돌아나가는 서킷에서의 모든 과정이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AMG GT다. 순수한 질주 본능을 보여주는 AMG GT의 강렬함은 단연 으뜸이다.

마지막 시승은 A45의 차례다. 국내에서는 인기를 얻지 못하는 해치백 스타일이지만, 해외에서는 이러한 해치백에 고성능 엔진을 탑재한 핫 해치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월드 랠리 챔피언십에 참가하는 차량들의 스타일을 봐도 이해가 가지 않을까? 이걸 AMG의 손길을 거쳐 더욱 강력하게 만들었으니 재미는 확실하게 보증된 셈.

AMG라는 이름답게 당연히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겠지만, 문제는 예상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 새로 개발한 엔진은 고작 2.0L 4기통 엔진이지만, 트윈 스크롤 터보차저를 더해 최고출력이 무려 387마력/6,500rpm, 최대토크도 48.9kg‧m/4,750-5,000rpm에 달한다. 외계인을 고문한 것인가 싶은 성능에, AMG GT보다 약간 더 가벼운 1.6톤의 가벼운 무게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가벼운 움직임을 보여준다. 근래에 전기차들도 여럿 시승하며 가속력에서 놀랄 일은 별로 없겠거니 생각하고 있었는데, A45의 움직임은 처음 경험하는 사람이라면 분명 놀랄만한 수준이다. 가장 긴 시간의 시승이 이뤄졌지만, 달리기 시작한 순간부터 내릴 때까지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만큼 운전에 몰입하고 있었다. 인스트럭터의 끝났다는 말이 이렇게 아쉽게 들린 적이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자동차를 선택하는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AMG를 선택했다는 것은 메르세데스-벤츠의 고급스러움에 AMG의 고성능을 함께 경험하기 위해서다. 물론 여기서 선택이 조금 더 갈리는데, 앞서 말했듯 이상과 현실에서 적당한 타협이 필요하다면 GT 43이나 CLS 53 같은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고, 좀 더 운전의 재미에 초점을 둔다면 A45 같은 모델로, 그리고 꿈을 현실로 가져오고 싶다면 AMG GT 같은 모델이 답이 되는 것이다. 어떤 모델을 선택하든, AMG는 선택한 사람이 후회하지 않을 만큼 뛰어난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 장담한다.

각각의 특징이나 개성이 워낙 뚜렷하니 기회가 된다면 직접 경험해보고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한데, 가까운 딜러를 방문해 시승차를 타볼 수도 있지만, AMG의 성능을 제대로 확인하고 싶다면 용인 AMG 스피드웨이에서 진행되는 AMG 드라이빙 아카데미도 추천한다. 차량의 성능을 안전한 트랙에서 직접 확인해볼 수 있고, 여기에 운전에 필요한 기술 학습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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