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6.1 목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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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함께 어디든 달려가자, 쉐보레 트래버스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 이후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많은 수혜를 받은 건 대형 SUV일 것이다. 물론 대형차에 대한 수요는 계속된 것이지만, 해외여행을 다니던 사람들이 이를 즐기지 못하게 되자 여윳돈을 활용해 자동차를 새로 구입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며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여기에 캠핑, 특히 차박이 유행한 것도 이러한 열풍에 더욱 부채질을 했다.

브랜드마다 대형 SUV를 앞세워 이러한 소비자들을 공략하는 가운데, 꽤 발빠르게 시장에 진입한 것은 쉐보레로, 미국 현지에서 높은 인기를 얻는 대형 SUV인 트래버스를 들여와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 트래버스가 2022년을 맞아 주행보조기능과 편의사양, 신규 트림 추가 등으로 업그레이드되어 돌아왔다. 지난 2월 15일 미디어 시승회가 개최되어 현장을 찾아 달라진 모습을 확인해보았다.

웅장한 차체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넉넉한 공간을 제공하기 위한 5.2m의 긴 전장은 미국 차다운 모습이다. 이 넓은 공간에 단 7개의 좌석뿐이니 5인 이상의 가족을 편하게 태우고 싶다면 이만한 모델이 없지 싶다. 국내 시장에선 현대 스타리아와 기아 카니발 등의 모델과 경쟁하게 되는데, 고속도로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일이 별로 없다면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트래버스도 좋은 선택지가 될 것이다. 특히 국내 출시된 SUV 중 3열 좌석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모델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외관에선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은 없으나, 새롭게 하이컨트리 트림이 추가되며 무광 갈색의 그릴이 더해져 주를 이루던 은색의 크롬 그릴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시승차는 이번에 새로 선보인 최상위 트림 하이컨트리지만, 실내는 그렇게까지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아니다. 그래도 시트나 도어 핸들, 콘솔 박스 등에 가죽 소재를 적용해 그나마 체면치레는 했다. 쉐보레가 대중성을 추구하는 브랜드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 그래도 앞뒤 2개의 선루프와 헤드레스트의 로고, 도어 입구의 플레이트 등이 최상위 트림임을 느끼게 하는 요소다. 산업 전반을 강타한 반도체 수급 문제로 인해 우선 출고 옵션으로 2열 시트 열선과 통풍 기능을 배제한 점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보여준다. 이번 신형은 화물 적재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3열 시트에 파워 폴딩 옵션을 더했다. 가뜩이나 큰 덩치에 뒷문에서도 3열에 바로 팔이 닿지 않는 트래버스의 특성을 고려하면 꼭 필요한 옵션이라 반갑긴 한데, 최상위 트림에만 적용된다. 하위 트림에서도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줄 수는 없었을까?

이제 본격적으로 시승을 나설 시간. 적잖은 눈이 흩뿌리는 날씨에 하이컨트리 로고 위에도 눈송이가 살포시 내려앉았다. 마치 눈이 쌓인 설산으로 가라는 듯한 계시처럼 느껴지지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목적지를 향해 출발했다. 3.6L V6 가솔린엔진은 기대했던 대로 차분함을 보여준다. 다운사이징이 대세인 최근의 흐름에는 조금 뒤처지지만, 즉각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자연흡기 엔진의 매력은 언제나 반갑다. 최대출력 310마력, 최대토크 36.8kg‧m의 성능은 시내는 물론이고 고속도로에서도 충분한 힘을 보여준다. 최근 친환경 트렌드와 요소수 등의 문제로 디젤 차량이 외면받고 있어도 MPV쪽 시장에서는 예외였는데, 이 정도면 성능에 대한 우려로 걱정할 필요는 없을 정도다. 다만 연비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데, 하이브리드나 순수 전기와 같은 유류비 부담을 덜 수 있는 파워트레인이 필요하지 않을까. 요즘처럼 유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과거 쉐보레에서 출시했던 올란도 같은 LPG SUV 형태가 떠오르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주행보조 및 안전 기능 중에선 이번에 새로 추가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도 눈에 띄는 요소지만, 그보다 체감적으로 다가오는 건 햅틱 시트 기능이다. 앞차와의 간격이 일정 이하로 좁혀지면 긴급 제동 기능이 작동하며 계기판과 헤드업 디스플레이 자리의 LED 경고등, 그리고 시트의 햅틱(진동) 기능으로 위험한 상황임을 알려주는 것이다. 특히 시트의 진동 기능은 운전자가 전방 주시에 소홀하거나 심지어 졸고 있을 때 위험 상황을 확실하게 알려줄 수 있어서 안전운전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런 안전기능은 가격 인상의 요인이 되더라도 기본 트림에 넣어준다면 ‘안전’으로 이름 높은 브랜드 이미지에 더욱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트래버스는 이전 모델과 달리 서스펜션 세팅이 변경됐다. 이전 모델은 온로드와 함께 오프로드 주행까지 염두에 두고 부드럽게 세팅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온로드쪽으로 좀 더 초점을 두고 전보다 단단하게 세팅했다는 것. 하지만 이 말이 오프로드를 달릴 수 없다는 뜻은 아니다. 트랙션 모드에서도 오프로드 모드는 여전히 지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프로드 달리기 실력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뜻인데, 직접 오프로드를 달려보며 확인해보기로 했다.

오프로드에 들어서 트랙션 모드 다이얼을 오른쪽으로 돌려 오프로드 모드로 세팅했다. 노면 상황에 맞춰 구동력을 분배해 최적의 주행이 가능하도록 한다고. 기어를 D에 놓은 채로 속도를 조금씩 높여나가도 움직임은 매끄럽기만 하다. 뒷바퀴 한쪽이 헛도는 느낌이 간간히 들기는 하지만, 그래도 일정하게 트랙션을 유지하기 때문에 차체가 미끄러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달려나갈 수 있는 것.

물론 이렇게 달리며 주파 성능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프로드라면 뒷바퀴를 미끄러트리며 달려주는 재미 또한 느껴봐야 하지 않을까? 기어를 L로 내리고 과감하게 가속 페달을 밟아주자 기대했던 대로 차량 후미가 슬슬 미끄러지기 시작한다. 5m 넘는 큰 덩치가 뒤를 날리며 주행하는 모습은 외부에서 본다면 꽤 웃기겠지만, 직접 운전하는 입장에선 그저 재밌을 뿐이다. 자꾸 더 강하게 달려보고 싶다는 본능이 살그머니 머리를 내밀지만, 이성이 필사적으로 억제하며 간신히 참아냈다. 확실히 슈퍼 SUV라는 별칭을 달기에 충분한 실력이다.

2019년 첫 출시 당시에는 LT 레더부터 프리미어 라인까지 조금 더 낮은 트림부터 선택이 가능했지만 신형은 한 등급 높은 LT 레더 프리미엄이 기본 사양이다. 여기에 같은 LT 레더 프리미엄이라도 가격이 640만 원 오른 5,540만 원이며 프리미어의 경우 651만 원이 오른 5,975만 원의 가격표가 매겨졌고, 시승한 하이컨트리는 6,515만 원(모두 개별소비세 인하분 미적용)에 달한다. 이걸 국산 모델과 비교하면 상당히 비싼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전량 미국 현지에서 수입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리고 다른 동급의 수입 SUV와 비교한다면 그렇게까지 불합리한 가격은 아니다. 다만 국산 모델과 수입 모델이 혼재되어 있는 브랜드 상황에서 수입 제품을 선택했을 때 서비스 등의 특별함으로 차별화가 이루어져야 소비자들 역시 선택에 대한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넓은 공간에 대한 욕심은 사람이라면 당연한 것이다. 여기에는 집은 물론이고 차 역시 마찬가지다. 나와 내 가족이 편안하게 이동하기 위해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고, 이를 위해 점점 더 큰 차로 바꿔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변화다. 넉넉한 탑승공간과 적재공간, 그리고 말로만이 아닌, 누구나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3열 시트까지, 온로드와 오프로드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넉넉한 엔진과 사륜구동 시스템, 쉐보레의 방대한 네트워크로 빠르고 편리하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점도 충분한 메리트다. 올해 전국 방방곡곡의 숨은 명소를 찾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신형 트래버스를 선택해보는 건 어떨까? 가족들과 함께 많은 짐도 걱정 없고 차박도 충분할 만큼의 공간이 있다. 혹시 이걸로도 모자라다면 캠핑 트레일러 정도도 거뜬하게 끌 수 있는 실력도 겸비하고 있다. 이제 남은 건 떠나려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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