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6.1 목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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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해치의 냄새가 난다, 제네시스 GV60

전동화가 이렇게 가까운 이야기였을까? 국산, 수입 가리지 않고 다양한 브랜드에서 각자의 색깔을 담은 전기차들을 연이어 선보이면서 이제는 길에서 전기차를 만나는 일이 일상이 됐다. 현대차그룹은 E-GMP 플랫폼을 기반으로 현대 아이오닉 5, 기아 EV6를 차례로 선보이며 전기차 대중화에 더욱 불을 지폈다. 여기에 프리미엄 브랜드인 제네시스도 전기차 GV60을 출시하며 선택 범위를 더욱 넓혔다. 같은 플랫폼을 사용하는 만큼 아이오닉 5와 EV6와의 차이를 보여주기가 쉽지 않아 보이는데, 어떻게 차별화를 시도했을지 미디어 시승회를 통해 확인해보기로 했다.

행사장에 도착해 시승 차량과 첫 대면을 하니 눈이 현란해지는 색상에 잠시 정신이 아찔했다. 형광 노랑에 가까운 이 컬러는 퍼포먼스 모델에서만 선택할 수 있는 스페셜 컬러인 상파울로 라임 색상이라고. GV60이 이렇게 옷을 입으니 젊은 층에 어필하기 좋은 해치백 느낌이 물씬 풍긴다.

제네시스의 상징인 두줄 헤드라이트와 테일라이트도 인상적이지만, 두 개의 사라진 요소, 크레스트 크릴과 사이드 미러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크레스트 그릴이야 전기차인 만큼 필요 없으니 삭제됐지만, 사이드 미러는 아이오닉 5에 적용된 것과 같은 디지털 사이드미러 방식이라 기존 미러가 사라지고 카메라가 자리하고 있다. 선명한 화질과 넓은 화각이 운전을 편하게 해주는 건 맞는데, 기존 거울식 사이드미러에 익숙해 있던지라 자꾸 바깥쪽으로 눈길을 보내게 된다. 적응까진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GV60에서 주목할만한 기술 중 하나는 ‘페이스 커넥트’라는 이름의 안면인식 기술이다. 운전석 쪽 B필러에 내장된 카메라로 운전자 얼굴을 등록해놓으면 이후엔 키를 소지하지 않아도 문을 열고 잠글 수 있다고. 직접 기자의 얼굴을 등록해 시연해봤는데, 시승하는 내내 문을 여닫는 과정에서 인식하지 못하거나 하는 일은 없을 만큼 시스템의 인식률이 우수했다. 함께 적용된 지문인식 기술은 차량 시스템의 잠금 해제 용도로, 스마트폰에 적용된 것과 비슷하다. 플로팅 콘솔의 센서에 다양한 방향으로 지문을 한 번만 등록하면 이후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등록 절차를 마치고 나면 얼굴과 지문이 GV60의 열쇠를 대신하게 된다. 여러 가족이 함께 이용하는 차라면 모두의 안면과 지문을 등록해 열쇠 공유 없이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

실내에서는 익숙한 구성들이 반갑다. 스티어링 휠 조작버튼과 도어 핸들 버튼, 공조장치 버튼 등에 크롬 소재를 사용해 훨씬 고급스러운 디자인이 인상적. 플로팅 콘솔의 크리스탈 스피어는 앞으로 제네시스 차종에 폭넓게 적용될 것으로 기대될 만큼 프리미엄 이미지를 크게 높여주는 요소다. 플로팅 콘솔은 하단부가 비어있어 다양한 물건을 수납할 수 있는데, 이 때문에 뒷좌석 탑승자를 위한 송풍구는 B필러 쪽에 배치했다. V2L 기능을 위한 콘센트는 다른 모델과 마찬가지로 뒷좌석 하단 중앙에 위치.

공간의 마법사라고 불러도 될 만큼 실내 공간 전반이 여유 있다. 성인 4명이면 편하게 탈 수 있을 정도고, 뒷좌석 중앙도 바닥면이 평평해 못 앉을 만큼 불편한 건 아니다. 슬라이딩 기능은 없지만 굳이 필요없을 만큼 레그룸이 넉넉하고, 리클라이닝 기능이 있어 장거리 이동에서도 편하게 탈 수 있겠다. 뒷좌석을 접으면 트렁크부터 1열 등받이까지 차박을 하기에도 넉넉한 공간이 나오는데, 트렁크에서 접을 수 없는 건 아쉬운 점.

기본형인 스탠다드 후륜은 뒷바퀴에 168kW의 모터를 탑재하고, 스탠다드 사륜은 여기에 전륜에 74kW 모터를 추가했으며, 퍼포먼스 모델은 전후 양쪽에 160kW 모터를 탑재한다. 퍼포먼스 모델의 실내에서는 스티어링 휠의 ‘부스트’ 버튼도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이것은 10초 동안 출력을 320kW(약 435마력)에서 360kW(약 489마력)으로 끌어올린다. 가뜩이나 강력한 토크를 지닌 전기차 중에서도 고성능 모델에 이런 기능이라니, 개발자들은 전기차 버전의 핫 해치를 만들고 싶었던 걸까?

사실 부스트 기능 없이 풀 가속을 해봐도 순식간에 규정속도를 돌파할 정도의 가속력이 짜릿함을 넘어 무서워질 지경이다. 여기에 부스트 모드까지 사용하면 제로백(0-100km/h)에 걸리는 시간은 단 4초. 슈퍼카 정도나 돼야 경험할 수 있던 수치가 전동화 시대에선 훨씬 친숙해졌다. 이 때 계기판에 부스트 시간이 표시되는데, 화면 전체적으로 고속으로 빨려드는 듯한 그래픽이 더해져 몰입감을 배가시킨다. 에르고 모션 시트는 볼스터를 높여 몸을 단단히 잡아주는 기능이 있는데, 스포츠 모드에서는 항상 활성화되고, 컴포트 모드에서는 일정 속도를 넘어서면 볼스터가 몸을 잡아줘 ‘속도가 빠르니 긴장하라’고 알려주는 듯하다.

내비게이션과 카메라를 이용한 프리뷰 전자제어 시스템이 탑재돼있는데, 티 나지 않게 개입하는 덕분에 시종일관 차분함을 유지한 채 주행을 이어간다. 고성능을 추구하고는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편안한 이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보니 서스펜션은 조금 무른 감이 있는데,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조금 아쉽기도 하다. 그래도 GV60이 다른 GV 시리즈들처럼 SUV의 높이가 아닌, 세단과 SUV의 중간 정도다 보니 출렁거림이 심해 불편하거나 하진 않다.

고속으로 달려봐도 공기역학적 설계 덕분에 규정속도까진 풍절음은 들리지 않는다. 여기에 노면 소음 저감(ANC-R) 기능에 전기차 특화 NVH 대책이 더해진 덕분에 실내는 전기차에 기대하는 정숙함을 경험할 수 있다. GV60이 이 정도인데, 앞으로 나오게 될 상위 모델들은 대체 어느 정도의 수준을 갖추게 될지 궁금하다.

현대차그룹의 ADAS 기능은 완성 단계에 가까워지고 있는 모습이다. ACC보다 진화한 고속도로 주행보조 기능이나 차선유지보조 같은 기능들은 완전한 자율주행이 이뤄지기 전까진 이를 넘어설 만한 기능을 탑재한 경쟁모델은 어려워 보일 정도다. 여기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더욱 진화해 증강현실을 이용한 내비게이션을 탑재했다. 기본적으로 내비게이션 지도를 표시하다가 교차로나 진출입로, 골목 등이 가까워지면 화면을 범퍼에 내장된 카메라 영상으로 전환, 실시간 화면 위에 화살표 등을 더해 진행 방향을 알려주는 방식이다. 직관적인 안내는 장점인데, 카메라가 낮은 위치에 있어 운전자의 시야 높이와 다른 점은 조금 아쉬운 부분. 기아 EV6는 HUD를 이용한 증강현실 안내 방식이어서 시야를 뺏기지 않아 좋았고, 길 안내 측면에선 보다 확실하게 정보를 전달하는 GV60쪽의 방식이 좀 더 낫다고 느껴진다.

시승 중 경유지에선 재밌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바로 GV60과 함께 개발 중인 무선 충전 시스템이 그것. 현재는 시범 사업 단계여서 직접 경험해볼 순 없지만, 활성화되면 설치된 공간에 차량을 주차하는 것만으로 인증부터 충전까지 알아서 진행될테니 훨씬 편리하게 전기차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시범 사업 후 보급을 확대하려면 적용 차종을 늘려야 하는데, 현대차그룹 산하 브랜드로 한정할지, 아니면 타 브랜드와도 손을 잡을지에 따라 보급 속도가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시장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전통적인 자동차 브랜드들에서 각자의 계획에 맞춰 신제품을 하나 둘 선보이고 있으며, 여기에는 대중 브랜드와 프리미엄 브랜드, 슈퍼카 브랜드들까지도 모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리’라는 요소까지 사라진 전기차에서 각자의 개성을 보여주는 것은 더욱 쉬운 일은 아니다. 이번 제네시스 GV60은 크리스탈 스피어나 페이스 커넥트 기능과 같은 요소들로 현대나 기아와 차별화하긴 했지만, 이 정도로는 ‘제네시스’라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선택한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에는 조금 부족한 면이 있다. 앞으로 제네시스도 다양한 전기차 라인업을 확대해나갈 예정인 만큼 향후 선보이는 모델들에선 차별화된 프리미엄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이 탁월한 것이었음을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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