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10.21 목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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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속도를 더욱 높여주길, 렉서스 뉴 ES

자동차에서 편안함을 위한 필수 조건으로 넓은 공간을 꼽을 수 있는데,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차량이 쏘나타에서 그랜저로 넘어온 점만 봐도 소비자들이 편의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하며 각 브랜드의 차량이 점차 대형화되는 흐름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공식이라면 가장 큰 플래그십 모델이 제일 잘 팔려야 하겠지만, 가격적인 측면까지 고려했을 때 적정선은 준대형 정도라는 것. 렉서스에서도 최상위 모델인 LS보다도 ES가 더 높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는 것도 역시 앞서 말한 이유들이 가장 크지 않을까. 이 ES의 7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국내에 출시됐다.

특유의 스포티한 외관은 그대로지만, 요소요소에서 달라진 점들이 눈에 띈다. 렉서스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스핀들 그릴은 가로선이 추가되며 L자가 연결된 듯한 모습으로 바뀌었는데, 멀리서 볼 땐 이전과 같아 보이고 가까이서 봐야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이그제큐티브 트림과 F-스포츠 트림에는 헤드라이트가 빔 타입에서 직사각형 LED 렌즈로 바뀌었다. 최근에 전기차를 많이 만난 탓일까? 전륜구동인걸 알지만 앞뒤 오버행이 제법 길어보이는 느낌이다. 긴 차체에도 비율이 좋아서인지 어색함은 들지 않는다. ES의 크기는 전장 4,975mm, 전폭 1,865mm, 전고 1,445mm에 휠베이스 2,870mm다.

실내는 큰 변화가 있다. 드디어 인포테인먼트를 위한 12.3인치 터치스크린이 채용됐다는 점. 증강현실(AR) 기술이 도입되는 상황에서 이제야 터치스크린이 채용되는 것이 놀랍겠지만, 일본 브랜드의 보수적인 면을 생각한다면 도입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박수를 보낼만 하다(물론 아날로그 시계는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아래로는 공조장치 제어부와 스크린 제어부를 배치했고, 맨 아래로는 CD플레이어도 있다. 터치스크린도 도입한 마당에 CDP나 아날로그 시계를 유지하는 인테리어 구성을 고집이라 불러야 하는 건지, 자존심이라고 불러야 하는 건지 애매하다.

뒷좌석은 차급답게 의전용으로도 무리 없을 만큼 공간이 널찍하다. 조수석을 조절할 수 있는 버튼이 등받이 측면에 배치된 것도 이런 상황을 고려한 것인 듯. 가운데 등받이를 접어 내리면 공조장치와 오디오 컨트롤러가 나타난다. 접이식으로 컵홀더를 숨겨놓은 점은 아이디어가 좋다. 옆 창문에는 수동 선커튼이 있고, 후면은 전동식 선셰이드를 장착했다. 뒷좌석을 배려한 부분이 상당한데 기왕이면 통풍시트 기능도 더했으면 더 좋지 않을까.

오디오 시스템은 마크 레빈슨이 계속 이어진다. 깔끔한 음질은 매력적이지만 좋은 음질을 더 잘 즐길 수 있도록 다음 세대에서는 이중 접합 유리나 노이즈 캔슬링과 같은 더 강력한 소음 저감 대책을 갖춰야 한다. 기어 레버 뒤편으로는 컵홀더와 콘솔 박스가 배치돼있고, 박스 안쪽에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 패드가 자리했다.

차량을 살펴봤으니 이젠 직접 타볼 차례다. 날씨도 좋고 배터리도 넉넉하니 시동을 걸어도 차가 조용하다(하이브리드 차는 기온이 너무 낮으면 충전량이 넉넉해도 배터리 온도를 높이기 위해 엔진을 작동시킨다). 주차장을 빠져나가 속도를 올려붙이고 나서야 엔진이 움직이기 시작했음이 느껴진다.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2.5L 가솔린 엔진(D-4S)이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결합했다. 시스템에는 모터 2개가 결합해 저속부터 고속까지 전 영역에서 개입해 성능과 연비를 높인다. 시스템 총 출력은 218마력이고 최대토크는 22.5kg‧m에 변속기는 e-CVT를 채택.

엔진만이었다면 회전수를 상당히 올리지 않으면 조금은 답답했을 배기량이지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출력을 보태주기 때문에 낮은 회전에서도 예상보다 훨씬 시원한 가속감을 보여준다. 계기판 우측 상단으로 주행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다이얼이 배치되어 있는데, 모드에 따라 성능에 초점을 둘 것인지, 효율성에 중점을 둘 것인지가 달라진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면 엔진의 동력은 거의 대부분이 구동축으로 전달되고, 반대로 에코모드에서는 특별히 강한 힘이 필요한 경우가 아닌 이상에는 구동축과 배터리로 동력을 적절히 분배한다. 사용자의 선택에 따라 괜찮은 성능을 보여줄 수도, 놀라운 연비를 보여줄 수도 있단 뜻이다. 이날 시승에선 연비왕 선발이 진행됐는데, 가장 높은 사람은 39km/L를 기록했다고 하는데 대체 어떤 스타일로 운전한 것인지 궁금할 따름. 기자는 시승 초반에 이 부분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아서인지 22km/L를 겨우 넘겼다.

성능을 확인했으니 다음은 안전 시스템인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LSS+)의 실력을 확인해볼 차례. 긴급 제동 보조(PCS), 차선 추적 보조(LTA). 다이내믹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DRCC)과 오토매틱 하이빔(AHB)까지 4개의 예방 안전 기술로 사고를 예방한다고.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나 확인할 수 있는 PCS 기능은 존재 여부만 확인하고, 일단 쉽게 확인할 수 있는 DRCC와 LTA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기능을 작동시키자 고속도로 운전이 한결 편안하다. DRCC는 잠깐씩 물 마시는 정도까지는 용인해주는 수준. 요즘 국산차가 내비게이션 기반으로 속도를 조절해주는 기능까지 갖춘 상황에서 조금 미흡해 보일 순 있겠지만 한국 시장만을 겨냥한 것이 아닌, 전 세계 시장을 모두 고려하는 모델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 LTA의 경우 차선은 잘 따라가는 편이지만 조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편은 아니다.

센터 스크린은 가로로 긴 화면을 분할해 다른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한 점이 좋다. 하이브리드 모델답게 동력 흐름도를 확인하거나 상세한 주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메뉴도 갖춰져 있다. 다만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전반에선 아쉬움이 남는데, 내비게이션은 국산을 탑재하긴 했지만 최근 볼보가 SKT와 손을 잡고 전용 시스템을 개발, 탑재한 제품을 출시했다는 점에서 토요타와 렉서스의 판매 대수를 감안하면 충분히 고려할만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뒤늦게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도입하며 연비나 성능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토요타와 렉서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과 도입은 선견지명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제는 산업 전체가 부분적이 아닌, 완전한 전동화로 방향을 잡고 있는 상황이고, 경쟁사들이 장기적 안목보다는 전동화의 과도기를 극복하기 위한 단기적 방안으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리 효율성 높고 성능 좋은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라고 해도 내연기관이라는 약점이 상존하는 이상 시한부 판정을 받은 것이나 다를바 없다. 이번 ES도 그렇고 토요타와 렉서스의 다른 모델들이 이제는 조금씩이라도 전동화에 발맞춰 가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세단 시장이 예전 같지 않은 모습이지만, 그래도 수요는 꾸준하다. 그렇기에 꾸준한 수정, 보완으로 지속적인 신제품을 내놓고 있는 상황인데, 변화의 속도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래도 꾸준하다는 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이제는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간. 이제는 그만 만나야 할 때다. 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버린 전기차 버전의 ES를 출시하던지, ES를 단종하고 완전히 새로운 이름의 전기차로 돌아오던지 하는 결심이 필요한 순간이 왔다. 어느 쪽이든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빠르게 순응하고 맞이할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브랜드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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