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6.1 목 11:07
상단여백
HOME 자동차 시승기
한계를 뛰어넘어 그 이상을 보여준 경차의 신기원, 현대 캐스퍼

다양한 신제품들의 홍수 속에서도 이만큼 주목받은 모델이 또 있었을까? 카니발, 그랜저, 팰리세이드 같은 크고 웅장한 모델이 아님에도 엄청나게 주목받았던 바로 그 모델, 현대자동차의 캐스퍼가 드디어 고객인도를 앞두고 미디어 시승회를 실시했다. 짧지 않은 시간동안 경차를 타고 있는 입장에서 캐스퍼의 등장은 반가운 일이다. 경차라서 포기하고, 경차라서 아쉬워해야만 했던 다양한 기능들을 고스란히 탑재하고 등장한 캐스퍼가 상향 평준화의 기준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처음 본 외관에선 웃음이 절로 터져 나왔다. 분명 경차임을 알고 만났지만, 이렇게 아담할 줄이야. 수치상으로 인지하는 것과 실물을 보는 차이는 생각보다 꽤 크게 다가왔다. 그래도 기존 경차들보다는 좀 더 듬직한 느낌이 드는 것은 역시 SUV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일까?

그래도 머릿속에선 귀엽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 건, 우선 전면부의 깜찍함 덕분일 것이다. 헤드라이트가 보여주는 뚱한 표정의 눈매, 주간주행등으로 더한 볼터지가 합쳐지면 퉁명스러운 표정을 짓고 잇는 사내아이를 보는 듯하다. 예전 베뉴가 처음 나왔을 때도 꽤 귀엽다고 생각했는데, 캐스퍼는 한 수 위다. 최근 현대차 디자인의 주요 요소 중 하나인 파라메트릭 주얼 디자인을 라디에이터 그릴에 촘촘하게 박아 넣었는데, 큰 이질감 없이 잘 어우러진다.

측면에선 도어 하단에 검정색으로 몰딩을 더해 차체에 강인함을 더하는 효과를 줬다. 여기에 더해진 무려 17인치(!)의 큼직한 휠은 SUV다운 박력을 연출하는 동시에 승차감을 높여줄 요소다. 연비라면 15인치가 낫겠지만, 길게 소유할 생각이라면 17인치로 승차감을 높이는 게 더 이익이지 싶다. 앞뒤 펜더쪽은 근육질의 느낌을 살짝 가미했는데, 이것마저도 박력보다는 귀여움이 더 크게 다가온다.

후면은 전면의 디자인과 이어지는, 마치 수미상관식의 구성을 보여준다. 파라메트릭 주얼 패턴의 라이트바가 좌우로 길게 이어지는데, 로고 주변에선 삼각형의 크기를 줄여 로고의 집중도를 높였다. 브레이크 등과 방향지시등은 아래쪽 범퍼에 동그랗게 배치해 뒷모습에서 또 다른 표정을 보여주는 듯하다.

실내는 최근 현대차가 공간 설계에 얼마나 진심인지를 보여준다. 우선 대시보드 쪽은 우뚝 솟은 센터 디스플레이와 송풍구, 아래로 이어지는 센터 콘솔이 전체의 중심을 잡는다. 디지털 계기판은 사실 중앙의 4.2인치만 LCD 방식임에도 풀 LCD처럼 보인다. 디자인의 승리. 로고 없는 스티어링 휠은 그동안 현대차에 탑재되지 않았던 디자인인데, 캐스퍼에만 적용될 것인지, 디자인 변경의 시발점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겠다.

보통 대시보드에 소지품을 올려놓는데 실내가 지저분해지기 쉽다. 이 점을 방지하기 위해서인지 중앙 송풍구와 센터콘솔 사이, 조수석 쪽 크래시 패드와 글러브박스 사이에 작은 수납공간을 마련해 스마트폰 같은 작은 소지품을 놔둘 수 있도록 했고, 옆으로 USB 충전포트도 배치했다. 도어 빈은 책 한 권 정도 담을 정도의 수준. 실내 공간을 최대한 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컵홀더를 팔걸이 아래로 배치했다. 덕분에 시트와 센터 콘솔 사이로 공간이 마련되어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를 어렵지 않게 이동할 수 있다. 팔걸이와 컵홀더 모두 운전석과 일체화시켜 시트와 함께 움직인다.

사실 캐스퍼에서 뒷좌석에 대한 기대는 그리 크지 않았다. 경차니까. 특히 기자의 키가 196cm로 상당히 커서 운전석 뒤편 좌석은 거의 짐을 놔두거나 키가 상당히 작은, 어린이 정도나 앉기 적당한 수준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캐스퍼에는 슬라이딩과 리클라이닝 기능을 더했다. 경차에 이런 기능이 들어갈 줄 누가 알았을까. 덕분에 평균 키 정도의 성인 4명이면 편안하다고 말하긴 어려워도 불편하지 않게 이동할 정도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짐이 많다면 뒷좌석을 슬라이딩으로 조절해 트렁크를 조금 더 넓게 쓸 수도 있고, 캐스퍼의 자랑인 1열 풀 폴딩 시트까지 더해지면 자유로운 시트 구성으로 화물 적재부터 차박까지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경차의 활용성을 높이는 이런 변화들이 반갑다.

파워트레인은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1.0 엔진과 카파 1.0 터보엔진 2종으로 출시된다. 보통 차이는 후면의 엠블럼 등으로 구분되는데, 캐스퍼는 전면에서 구분된다. 터보엔진 선택 시 전면에 2개의 흡기구가 범퍼에 추가되기 때문. 연비는 당연히 자연흡기 방식이 우수하지만, 오랫동안 타온 경험에 비춰보면 터보엔진으로 덜 답답하게 운전하는 쪽이 좀 더 낫다고 본다. 물론 1.0 엔진에 터보차저를 더했다고 ‘폭발적인 가속력’ 같은 걸 보여주진 못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추월을 위해 큰 결심을 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성능은 스마트스트림 가솔린 1.0이 76마력/9.7kg‧m, 카파 1.0 터보엔진이 100마력/17.5kg‧m다. 적지 않은 차이는 답답함과 시원함의 차이로 나타난다. 고속도로에 올라 달려보면 차이가 확연한데, 1.0 터보엔진을 얹은 캐스퍼는 체감적으로 1.3~1.5L 자연흡기 엔진 정도의 성능과 비슷하게 느껴진다.

이번 캐스퍼의 백미는 각종 주행보조 및 안전 기능들이 아닐까. 경차에서 그동안 보기 어려웠던 다양한 첨단 ADAS 기능이 대거 투입됐다. 기능들이 잘 작동하는가에 대해선 말이 필요 없다. 그동안 시승했던 현대차와 기아의 신제품들과 다른 점 없는 매끄러운 작동을 보여줬다. 물론 이로 인해 가격이 상승했지만 충분히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고, 가격이 불만이라면 다른 선택지들도 충분히 있으니 그쪽을 고려하면 된다. 오랫동안 경차를 타온 입장에서 이런 주행보조기능들은 돈을 더 내고라도 선택하고 싶었으나 그동안은 그럴 수 없었던 것이 아쉬웠는데, 이번 캐스퍼는 기본 사양부터 전방 충돌방지 보조, 차로 이탈방지/차로 유지 보조, 하이빔 보조 등의 주행 보조 및 안전 기능이 탑재되어 있으며, 커튼 에어백 및 조수석과 운전자간 충돌을 막는 앞좌석 센터사이드 에어백 등 7에어백 시스템, TPMS 등의 안전 장비도 더해졌다. 옵션을 추가하거나 상위 트림을 선택하면 스탑 앤 고 기능을 더한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내비게이션 기반 크루즈 컨트롤, 전방/후측방/후방교차 충돌방지, 험로주행모드 등도 더할 수 있다. ‘경차에는 너무 과한 거 아니냐’고 생각하면 안 된다. 경차를 타는 사람들도 더 안전하게, 더 편하게 운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그 시작이 바로 캐스퍼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캐스퍼 출시와 함께 다양한 혜택들을 함께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는 생애 첫차 구입을 고민하는 사회 초년생들을 겨냥한 운전 연수 지원과 차량 사고 시 유형이나 규모에 따라 외장 수리부터 신차 교환 서비스를 제공한다. 오래간만에 내놓은 만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제품과 각종 프로모션을 통해 보여줬고, 소비자들은 사전예약 숫자 1만 8000대를 넘긴 역대급 결과로 화답했다.

경차 시장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근거 없는 것이 아니었다. 소비자들의 선택은 경차를 외면하고 있었고, 경차의 수익성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현대차가 캐스퍼를 통해 경차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만큼, 다른 브랜드에서도 이에 견줄만한 모델로 경차 시장의 부흥을 이끌어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송지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상단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