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6.1 목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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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베스트셀러 SUV가 더 강력해졌다, 폭스바겐 티구안

자동차나 모터사이클 모두 시승하다보면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유독 시승기를 쓰기 어려운 차들이 있다는 점이다. 시승차가 디자인이나 성능, 각종 부가기능 등 특징이 있는 차들은 수월하게 쓸 수 있는 편인데, 딱히 뭐 하나 튀는 것 없는 차는 난감한 경우가 있다. 오늘 시승한 폭스바겐 티구안이 딱 그런 차다. 디자인이 화려하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뛰어난 성능을 내세우는 차도 아니다.

그렇지만 이것을 반대로 생각해보면, 티구안은 뭐 하나 뛰어난 것은 없지만 그런 요소들 사이에서 뒤진다고 말하긴 어려운, 최소 평균 이상의 능력치는 고루 갖추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디자인도 호불호가 갈리지 않는 무난한 느낌의 ‘독일 브랜드’스러운 디자인이고, 성능은 고성능 레이싱카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일상에서 사용하기에 적당한 수준이며, 부가기능들 역시 최첨단까진 아니어도 편리하게 사용하는데 필요한 기능들은 두루 갖추고 있다. 이렇게 두루두루 필요한 것들을 잘 갖춰 월드 베스트셀러 SUV라는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었음을 생각해보면, 티구안의 매력은 ‘무난함’에 있는 것이 아닐까?

물론 시대가 변하면 그에 맞춰 진화가 이뤄져야 한다. 티구안 역시 시대의 흐름에 맞춰 부분변경모델을 출시했다. 세대 간 간격 뿐 아니라 부분변경 간격 역시 짧지 않은 편이지만, 그래도 변화에 무심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진행해주는 점이 베스트셀러라는 위대한 칭호를 얻게 해준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3A 전략의 핵심은 구매가격, 유지비용을 낮추고 첨단기술을 도입해 대중성을 더욱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번 티구안 2세대 부분변경 모델의 포인트는 3A 전략의 도입이다. 누구나 접근하기 쉽고(Accessible), 유지비용을 낮추며(Affordable), 첨단 기술을 적극 도입(Advanced)한다는 것이 3A 전략의 주요 내용이다. 지난해 폭스바겐은 5T, 티록, 티구안, 티구안 올스페이스, 투아렉, 테라몬트까지 5종의 SUV로 수입차 시장의 대중화를 이끌겠다고 선언했는데, 여기에 3A 전략을 보태 이를 더욱 가속화하겠다는 의미이다. 이번 티구안을 시작으로 앞으로 도입되는 차량들에도 3A 전략이 모두 적용되는 만큼 폭스바겐이 수입차 시장 뿐 아니라 국내 자동차 시장 전체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성을 높이기 위헤선 가격 뿐 아니라 이러한 편의 기능과 같은 기술면에서도 평균 이상이 되어야한다.

안타깝게도 3A 전략에는 디자인에 대한 부분은 없어 대대적인 변화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 하지만 몇몇 곳에는 가볍게 볼 수 없는 변화들이 적용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헤드라이트. 눈꼬리가 살짝 길어진 정도 말고 없지 않나 싶겠지만,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보면 헤드라이트 옆면에 새겨진 ‘I.Q.LIGHT’라는 이름을 확인할 수 있다. 폭스바겐 3A 정책 중의 하나인 Advanced, 첨단 기술이 적용된 헤드라이트로, 다른 운전자에게 영향을 주지 않고도 야간에 넓은 시야를 확보해주는 다이내믹 라이트 어시스트가 적용되어있다.

트윈 도징 테크놀로지를 적용해 현행 유로 6d는 물론이고 2025년 시행되는 유로 7에도 대응 가능하다.

이러한 첨단 기술은 엔진에도 적용되어 있다. 새로 개발한 EA288 에보 엔진에는 ‘트윈 도징 테크놀로지’를 적용해 오염물질 배출량을 크게 줄인다. 기존 요소수 분사 방식은 엔진 온도가 일정 이상 오르지 않으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 시동 직후 엔진 온도가 낮은 상태에서는 오염물질 배출량이 높지만, 신형 엔진은 온도가 고온으로 오를 때까지 흡기부 주변에 요소수를 추가적으로 분사해 저온에서도 오염물질 배출을 줄여준다. 현행 환경규제인 유로 6d는 물론이고 2025년부터 시행하는 더욱 강화된 유로 7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주행 보조 시스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도 업계 평균 이상이 전 트림에 기본 적용된다.

여기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유지 보조, 차선 이탈 경고 등 통합 주행 보조 시스템인 트래블 어시스트가 전 트림에 기본 탑재된다. 이러한 주행 보조 기능들을 트림별로 차등 적용하던 기존 업계 방식을 고려하면 상당히 파격적이다. 무선 앱 커넥트, 무선 충전 패드, 음성 인식 시스템, 제스처 컨트롤 등이 갖춰진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MIB3도 마찬가지. 폭스바겐코리아의 이러한 공격적인 행보는 수입차 시장은 물론이고 국산차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셈이다.

신형 티구안 구입시 상당한 혜택을 제공해 구입과 유지에 들어가는 부담을 낮췄다.

Accessible, 즉 차량 가격 면에서도 공격적인 행보를 확인할 수 있다. 신형 티구안의 소비자가격은 4,060~4,710만 원으로 책정됐지만, 여기에 개별소비세 인하와 폭스바겐파이낸셜코리아 금융 프로그램 이용 시 5% 할인을 더하면 3,802~4,411만 원으로 내려간다. 동급의 국산 SUV를 고려하던 소비자들도 최상위 트림 풀 옵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을 만큼 진입 문턱을 크게 낮춘 셈이다. 여기에 Affordable, 유지비용을 크게 낮춰 5년/15만 km라는 무상 보증 프로그램과 공식 서비스센터에서 사고차량 보험 수리 시 5회까지 자기부담금을 무상 지원하는 사고수리 토탈케어 서비스, 블랙박스 무상장착 서비스 등까지 고려한다면 경쟁 상대를 같은 수입 브랜드가 아닌, 국산 브랜드까지도 겨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화려하진 않으나 사용의 편리함은 단연 으뜸이다.

이러한 파격적인 혜택으로 무장한 티구안이지만, 디자인을 중시하는 소비자에겐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 외관 뿐 아니라 실내도 마찬가지. 세련미를 기대하기엔 평범에 가까운 디자인은 ‘독일 브랜드답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한다. 하지만 이렇게 무난한 실내는 처음 타더라도 수년간 타온 것처럼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굳이 어떤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 버튼을 찾아 헤매는 수고를 덜어주기 때문에 디자인에 대해 그리 신경 쓰지 않는다면 오히려 장점으로 적용하게 된다.

디젤 SUV에 기대하는 만큼의 성능을 보여준다. 주행모드가 있지만 이용 빈도는 많지 않을 듯.

실제 주행 성능도 다른 부분들과 비슷할 정도로 무난한 수준이다. 직렬 4기통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50마력/3,000~4,200rpm, 최대토크 36.7kg‧m/1,600~2,750rpm의 성능을 낸다. 기본적인 성능이 놀라울 정도의 고성능도 아니고, 그렇다고 불편함이 느껴질 정도로 성능이 낮은 것도 아닌 무난한 정도로, 디젤차에 기대하는 수준을 만족시킨다. 에코, 노멀, 스포츠, 인디비주얼(개인 설정)의 4개 주행 모드는 엔진 회전수와 변속 타이밍에 차등을 두는 정도.

자동차 전용도로나 고속도로 등에선 규정속도만 지키면 20km/L의 연비는 쉽게 나온다.

하지만 연비를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전륜구동 모델 기준 복합연비가 15.6km/L에 고속 연비는 17.6km/L에 달하지만, 실제로 자유로를 달려보니 20km/L도 우습게 넘어간다. 아직도 디젤차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물론 환경적인 부분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앞서 설명했던 트윈 도징 테크놀로지로 질소산화물의 배출량을 크게 줄였을 뿐 아니라 CO2 배출량도 가솔린 모델보다 낮은 121g/km로 우수하니 친환경적인 면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아도 되겠다.

서스펜션을 조금 단단하게 세팅해 승차감은 약간 떨어지지만 그만큼 주행 안정성이 높아졌다.

SUV인 만큼 커브구간에서는 좌우로 쏠리는 ‘롤’이 나타나지만, 생각했던 것보단 크지 않다. 대신 승차감, 노면의 요철 등으로 인한 충격은 승차감을 우선시하는 국산에 비해 조금 덜 걸러지는 편. 이 말인 즉 승차감은 조금 양보한 대신 주행 성능 쪽의 비중을 높였다는 것이다. 커브에서의 롤을 줄이기 위해 서스펜션 세팅이 조금 단단하지만, 그만큼 노면을 잘 물어주기 때문에 확실한 그립력이 안정감을 높여준다.

중앙의 움푹 파인 곳에 풍량 조절을 마련해 빛의 세기로 확인 가능하며, 터치 외에도 스와이프 방식으로 조절할 수 있어 편리하다.

MIB3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반응 속도도 민첩하고 이해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어 좋다. 내비게이션은 조금 적응이 어려울 수 있겠으나, 스마트폰 무선 연결을 지원하니 국산 내비게이션 등을 연동해서 사용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여기에 무선 충전 패드까지 있어 어지럽게 널려있는 충전 케이블이 사라지는 점은 반가운 부분. USB는 모두 C타입이 내장되어 있지만 무선 충전 패드가 있으니 크게 신경쓰이지 않는다. 공조장치는 3존(운전석, 조수석, 뒷좌석) 방식에 메인 제어부는 터치 방식이지만, 운전 중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되는 풍량 조절 기능을 중앙에 한 층 낮게 설계한 덕분에 보지 않고도 조작이 가능할 뿐 아니라, 풍량 조절 시 클릭으로 터치하는 방식 외에도 손을 댄 채로 좌우로 이동하는 ‘스와이프’ 방식으로도 조절이 가능하게 한 점은 아이디어가 좋다. 프레스티지 트림에 더해지는 HUD는 반사판 방식으로 선명하게 표시되고, 현재 속도와 ACC 기능 설정 상태, 내비게이션을 안내한다.

나이가 먹을수록 달라지는 것 중 하나는 입맛이다. 어릴땐 어른들이 맛있다고 하던 것들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이가 먹을수록 어느새 나 또한 그들의 입맛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밥도 마찬가지다. 먹으라니까 먹긴 했지만, 당시엔 ‘밥이 달다’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갓 지은 밥을 한술 떠 입에 넣고 자근자근 씹다보면 밥의 단맛을 느낄 수 있다. 과하지 않은 은은한 단맛이 있기에 다른 반찬들과의 조화로 맛있는 한 끼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폭스바겐 티구안은 ‘밥’ 같은 차다. 무언가 화려하거나, 특출나다고 말하기는 좀 어렵다. 외관부터 실내까지, 성능이나 기술적인 면에 있어서도 딱히 이게 뛰어나다고 말할만한 부분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적잖은 시간동안 베스트셀러로 자리잡아온 것이다. 여기에 새롭게 공격적인 전략까지 더한 만큼 국산 브랜드들은 티구안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해보인다. 탄탄한 기본기와 좋은 가격, 첨단 기술로 무장한 티구안이라면 충분히 위협이 될 만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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