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6.1 목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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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그십의 경쟁력을 높이다, 기아 더 뉴 K9

현대차그룹 산하의 두 브랜드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플랫폼이나 엔진, 기술 등을 공유하며 서로 협력하는 관계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모든 면에서 그런 것만은 아닌 듯도 하다. 각 브랜드 간 신차 출시 일정 정도는 조율하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에선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우위를 점하는 쪽은 기아다. 같은 차급의 모델의 경우 현대차에 비해 늦게 출시되어 판매량 면에서는 조금 떨어지지만, 출시 후 평가에 대해선 동급의 다른 현대차 제품에 비해 호평받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런 분위기에 합류하지 못하는 모델이 있다. 바로 기아의 플래그십 모델 K9이다. 현대차에는 동급 모델이 없어 상위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맞붙어야 하는데, 제네시스는 프리미엄 브랜드를 추구하는 만큼 그동안은 아무리 플래그십이라고 해도 대결 구도를 그리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새롭게 출시된 더 뉴 K9이라면 어떨까? 지난 6월 29일 더 뉴 K9 미디어 시승 행사가 개최되어 직접 확인해보았다.

가장 먼저 든 인상은 큰 덩치로 인한 부담감이었다. F 세그먼트, 대형 세단으로 분류되는 긴 전장은 주차장의 좁은 통로에서 자칫 어딘가 긁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부담감때문에 긴장감이 먼저 다가온다. 크기는 전장 5,140mm, 전폭 1,915mm, 전고 1,490mm에 휠베이스 3,105mm로 제네시스 G90과 G80의 중간 크기인데, 가격이나 제품 포지셔닝에 있어서도 둘 사이 정도로 보면 될 듯하다. 전반적인 디자인은 전면부 그릴이나 헤드라이트 등 이전 세대에서 약간의 개선과 수정이 이뤄진 정도로, 대대적인 변경이 가해지지 않은 것은 주 수요층을 고려한 부분이 아닐까 생각된다.

에르고 모션 시트 덕분에 운전석에서도 최상의 편안함을 경험할 수 있다.

시승차는 3.8 가솔린 모델 중 상위 트림인 마스터즈에 뒷좌석 편의성을 높인 베스트셀렉션 II가 제공됐다. 촬영 장비를 실으려고 뒷문을 열자 널찍한 뒷좌석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확실히 대형 세단다운 넉넉한 공간이다. K9이 쇼퍼 드리븐 위주로 구성됐다고 해도 운전석에 부족함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다. 운전석 역시 뒷좌석 못지않게 편안하다. 우선 차에 타면 최근 도입이 늘어난 에르고 모션 시트가 몸에 착 감겨와 편안함을 높인다. 여기에는 스트레칭 기능 뿐 아니라 신장과 체중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최적의 자세를 맞춰주기도 하고, 속도에 맞춰 볼스터(옆구리 부분)를 조여 몸을 단단히 고정해주는 기능도 있다.

실내는 베이지와 블랙의 조합으로 차분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실내는 베이지색 내장재와 검정색 대시보드 커버 사이에서 우드 소재 트림이 둘 사이의 대비를 조화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다만 갈색이 아닌 검은색 우드 소재는 살짝 이질감이 든다. 전반적으로 디지털 방식 조작계가 아닌 물리적 버튼을 배치했고, 곳곳의 주요 기능 버튼과 가니시에 금속 소재를 더해 포인트를 강조하며 고급감을 높였다. 12.3인치 TFT LCD 방식의 계기판은 앞서 선보인 K8과 동일하지만, 새롭게 14.5인치의 대형 센터스크린으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보강했다. 스티어링 휠 역시 버튼과 레버에 금속 소재를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높였다. 변속기는 버튼이나 다이얼 타입이 아닌 레버 방식을 채택했는데 주차 버튼은 별도로 빼 조작 실수를 방지했다.

K9의 메인은 뒷좌석이다. 최상위 옵션을 선택하면 프리미엄 브랜드의 경쟁모델 못지 않은 구성이 갖춰진다.

이 차의 백미는 역시 뒷좌석. 운전석뿐 아니라 뒷좌석까지 퀼팅 나파 가죽 시트를 비롯해 실내 곳곳에 고급 소재들이 적용되어 프리미엄 브랜드의 동급 모델과 비교해도 부족함 없는 구성들이다. 가운데 좌석은 등받이를 접어 내리면 시트와 인포테인먼트 컨트롤러가 배치되어 시트 등받이 조절 및 스트레칭 기능을 사용할 수 있고, 팔걸이 부분을 열면 작은 수납공간도 배치되어 있다. 팔걸이 커버를 열지 않고도 스마트폰 무선 충전을 할 수 있도록 설계한 점은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부분. 옵션으로 추가된 뒷좌석용 듀얼 모니터는 엔터테인먼트 재생뿐 아니라 차량 공조 장치 제어나 지도 확인 등이 가능해 이동 중에도 다양한 정보 확인이 가능하다.

슬롯 방식의 스마트폰 무선충전 패드는 아이디어가 좋다.

K9은 3.3 터보와 3.8 자연흡기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시승차는 3.8L V6 가솔린엔진이 탑재되어 최고출력 315마력/6,000rpm, 최대토크 40.5kg‧m/5,000rpm의 성능을 낸다. 5.0 타우 엔진은 수요 부족으로 인해 이번 페이스리프트에서 제외된 듯한데, 친환경에 초점을 둔 다운사이징의 추세를 고려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

정숙성이 뛰어나 쇼퍼 드리븐에 적합하다.

3.3L 터보엔진이었다면 좀 더 파워풀한 성능을 경험할 수 있겠지만, 3.8L V6 엔진도 아쉽지 않은 실력을 보여준다. 시종일관 조용하고 차분한 움직임 속에서도 가속 페달에 힘을 더하면 순식간에 규정속도를 뛰어넘을 정도의 성능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오너 드리븐이 더 많은 차량이라면 여유 있는 성능을 갖춘 3.3 터보 쪽이 낫겠지만, 쇼퍼 드리븐이 주가 되는 차량이라면 오히려 차분하고 부드러운 움직임을 보여주는 3.8 가솔린이 더 적합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정숙성이 뛰어나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변경하면 엔진이 좀 더 높은 rpm까지 회전하지만 소리의 변화가 크게 다가오지 않는 건 뛰어난 방음 대책 덕분일 것이다. 차량에 적용된 모든 유리는 이중접합 차음 글라스가 적용된 덕분에 앞좌석이든 뒷좌석이든 외부 소음이 거슬리지 않는 점은 좋다. 여기에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더해 극강의 정숙성을 구현해도 좋지 않았을까 싶은데, 앞서 말한대로 K9의 포지셔닝 때문에 기능을 배제한 것이 아닌가 싶어 안타깝기도 하다.

3.3T보다 성능은 낮지만, 315마력에서 부족함이 느껴지는 건 아니다.

승차감은 기대했던 그대로를 보여준다. 어떤 노면을 달려도 진동이나 충격이 상당히 희미해져 몸으로는 무언가를 지나갔음을 느끼게 할 정도의 흔적만이 전달될 뿐이다. 앞뒤 모두 멀티링크 서스펜션을 탑재한 것도 이유겠지만, 여기에 전방 카메라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기반으로 서스펜션 세팅을 변경하는 프리뷰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노면 상황에 맞춰 최적의 세팅으로 맞춰주기 때문이다.

도로 상황을 파악해 최적의 상태로 알아서 변속기를 바꿔주는 기능도 갖췄다.

현대차그룹의 뛰어난 ADAS 기능은 K9에도 그대로 이어지지만, 이 중 가장 주목해야 할 기능은 그룹 최초로 적용된 전방 예측 변속 시스템이다. 카메라와 센서, 내비게이션 등의 정보를 기반으로 변속기를 최적의 주행 상태로 맞춰주는 시스템이다. 예를 들어 커브 구간에서는 안정적인 코너링을 위해 자동으로 다운시프트가 이뤄지고, 고속도로 합류 지점에서도 주행차로에 원활하게 합류할 수 있는 속도까지 빠르게 맞출 수 있도록 다운시프트가 이뤄진다. 이 밖에도 앞차와의 거리 조절이나 내리막 구간, 과속 카메라 등 상황에 맞춰 적절한 기어 단수로 알아서 변속해준다. 이 기능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사용하지 않고 운전자가 직접 운전하는 상황에서 스마트 모드를 선택했을 때 활성화되는데, 직접 운전하든 차량에 운전을 맡기든 보다 편하고 최적의 상태로 운전할 수 있게 도와준다는 점에서 이번 K9의 개발 철학인 ‘사람을 향해 있다’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름이나 엠블럼 등으로 플래그십만의 특별함을 더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1시간 남짓의 짧은 시승이지만 K9의 플래그십다운 갖춤새는 확인할 수 있었다. 다만 딱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플래그십 모델을 선택하는 이유는 남들과 다른 나만의 특별함을 원하기 때문인데, K9에는 이 부분이 부족하다. 별도의 이름, 혹은 별명이나 차별화된 엠블럼 등으로 K9를 선택하는 사람들에게 심리적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요소가 필요하다. 과거 현대 에쿠스, 쌍용 체어맨 등의 모델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는 마케팅 비용도 많이 들고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꾸는데 적잖은 시간이 소요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K9은 기아라는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인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검토해봐야 하지 않을까? 더 뉴 K9은 그래야 할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 K9이 브랜드에서 갖는 위상으로 보나, 성능과 구성, 품질 등 모든 면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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