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12.1 금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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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속에 감춰진 강력한 파워를 발견하다, 렉서스 뉴 LS
렉서스 뉴 LS

개인적으로든, 사업적으로든 중요한 사람을 차량으로 에스코트해야 한다면? 아마 열에 아홉은 세단을 선택하게 될 것이다. 최근에는 럭셔리 브랜드의 SUV들이 하나 둘 선보이며 이러한 역할을 대체하려 하지만, 아직까지 사회의 분위기는 SUV보다 세단 쪽에 손들고 있다. 이런 세단의 조건이라면 우선 탑승자가 편안해야 한다. 장시간을 이동해도 불편함이 없어야 하고, 탑승자의 편의를 위한 다양한 시설과 기능 역시 갖춰져야 한다. 실내의 뛰어난 정숙성은 기본이다. 엔진 역시 만약의 상황에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평소엔 차분하면서도 필요할 때 강력한 성능을 뿜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차량에 탑승한 모든 사람의 안전을 위한 다양한 첨단 기능 역시 필수라 할 수 있다.

오늘 만난 렉서스 LS도 그런 모델에 속한다. 국내에서는 이 시장을 제네시스, 벤츠, BMW 등 경쟁 브랜드가 꽉 잡고 있어 렉서스 입장에서 쉬운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렉서스 한국진출 2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 렉서스의 시작이었던 LS의 새로운 모델을 선보였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있다는 나름의 표현이 아닐까.

렉서스는 1989년 LS를 앞세워 프리미엄 브랜드로의 출발을 선언한다. 렉서스가 겨냥한 시장은 바로 미국. ‘저가의 중소형차나 만든다’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토요타에서 별도 브랜드로 독립한 렉서스는 시장에 어필하기 위해 철저한 조사 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동원한 분석으로 제품을 준비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이렇게 만들어진 LS는 보닛 위에 여러 개의 와인잔을 쌓고 시동을 걸어 고속으로 달리는 상황을 구현, 진동과 흔들림 없는 뛰어난 승차감을 표현한 광고로 많은 이들의 머리에 각인되었다. 이런 LS가 4번의 세대교체 후 이번에 5세대 페이스리프트 모델이 국내에 선보였다. 과연 렉서스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플래그십 모델다운 위상을 이어나갈 수 있을까? 시승을 통해 만나보았다.

LS에 스핀들 그릴은 격에 어울리지 않는 세련미를 부여한 느낌이다.

최근에는 ‘렉서스’하면 ‘스핀들 그릴’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요소임에는 틀림없지만, 플래그십 세단인 LS에도 잘 어울릴까? 실물을 마주해보면 분명 세련된 느낌을 주는 건 틀림없지만, ‘프리미엄’이나 ‘럭셔리’라는 단어로 표현하곤 하는 고급스러움에 대해선 조금 의문이다. 패밀리룩으로 브랜드를 나타내는 건 요즘 추세긴 하지만, 플래그십 모델이라면 조금은 예외를 두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헤드라이트에는 화살을 연상케하는 주간주행등이 삽입되어 더욱 날카로운 표정을 만드는데, 장년층보다는 젊은 층에 어필할 만한 느낌이다.

주간주행등의 눈매가 표정에 날카로움을 더한다.

측면에선 짧은 오버행과 긴 휠베이스의 차체가 만들어내는 비율 좋은 모습이 세단에 걸맞은 안정감을 준다. 보닛 끝에서 시작한 라인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루프를 타고 넘어가 트렁크 도어 끝에서 살짝 솟구치며 마무리된다. 도어 상하단에 각을 살짝 잡아 안정감을 더하면서 창문 주변과 도어 하단에 크롬 장식을 더해 차체를 훨씬 날렵해 보이게 한다.

센터스크린이 돌출형으로 바뀌며 시인성이 개선됐다.

실내는 실용적인 인상이 강하다. 디지털 계기판이나 센터스크린, 터치패드 등 렉서스의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들이 갖춰져있지만, 경쟁사와 비교해 반 발짝 뒤처진 느낌이다. 대시보드 좌우를 잇는 크롬라인이 송풍구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점은 인상적. 센터스크린은 5세대 처음 출시 때와 달리 이번 모델에서 다시 돌출형으로 바뀌었는데 운전석 쪽으로 당겨 시인성이 좋다. 대시보드 너머에는 24인치 대형 헤드업 디스플레이(HUD)가 장착, 주행에 필요한 기본 정보와 함께 내비게이션 정보까지 함께 표시되기 때문에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리지 않고도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다.

보편적이지 않은 변속기 조작법으로 당황하기도 했다.

센터 콘솔에는 공조장치와 미디어를 제어하는 버튼과 다이얼이 배치됐고, 아래로는 CD 플레이어(…)가 있다. 기어 레버는 위아래로 움직이는 방식이 아니라, 왼쪽으로 잡아당긴 후 위나 아래로 당겨 변속하게끔 구성했고 아래로만 당기면 주행 중에 스티어링 휠 뒤 패들 시프트를 이용한 수동모드를 이용할 수 있다. 벤츠의 경우 스티어링 칼럼의 레버를 사용하듯 브랜드마다 각각의 변속 방식과 도구를 사용한다지만, 보편적인 형태와는 조금 동떨어진 점은 아쉽다.

장인들의 손길을 거친 시트는 보기에도 좋고 실제 앉아보면 더 좋다. 열선, 통풍 기능에 마사지 기능까지 더해져 장거리 운전도 거뜬하다.

실내 상당 부분을 덮고 있는 가죽은 렉서스 장인들의 숙련된 기술과 수공예 기술이 결합해 만들어진 결과물로, 깔끔한 마감처리는 기본에 스티치를 더해 디테일을 살렸다. 천장 마감재도 울트라 스웨이드를 적용하는 등 곳곳에 적용된 고급 소재로 프리미엄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시트는 등받이 좌우 양쪽이 솟아 상체를 더욱 단단히 지지하며, 열선, 통풍 기능이 내장됐다. 장거리 운전에 도움이 되는 마사지 시트도 반가운 기능으로, 콘솔 박스 바로 앞 시트 모양 버튼을 눌러야만 활성화할 수 있다. 뒷유리와 뒤쪽 창문은 선셰이드(가림막)가 내장되어 프라이버시 보호와 함께 더욱 우수한 햇빛 차단 효과를 내며, 선루프는 앞쪽과 뒤쪽이 각각 별도로 열리는 방식이다.

리클라이닝 기능으로 뒷좌석 탑승자의 편안함을 극대화할 수 있다.

플래티넘 사양에 탑재되는 오토만 시트는 최대 48˚까지 눕힐 수 있어 뒷좌석 탑승자의 편안함을 극대화한다. 다리 받침이 내장되어 키가 커도 편안한 자세를 취할 수 있고, 조수석을 앞으로 당기고 헤드레스트를 접어내려 전방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뒷좌석 중앙 등받이를 접어내리면 터치스크린이 내장되어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나 공조장치, 시트 상태 등을 제어할 수 있다. 플래티넘 모델의 경우 앞 좌석 헤드레스트 뒤편에 11.6인치 LCD 모니터가 장착되며 앞뒤 시트 포지션에 따라 모니터 각도가 알아서 조절된다고 하니, 의전용 차량으로 사용하건 가족들을 편안하게 태우는 용도로 사용하건 어느쪽이든 부족함 없겠다. 오디오 시스템은 마크 레빈슨 시스템이 총 23개의 스피커를 통해 뛰어난 음질을 보여준다. 

V6 트윈 터보 가솔린엔진이 본 실력을 드러내면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날렵한 모습을 볼 수 있다.

파워트레인은 2종으로 출시된다. V6 3.5L 트윈 터보 가솔린엔진을 탑재한 LS500과 V6 3.5L 자연흡기 가솔린엔진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더한 LS500h로 나온다. 최고출력은 가솔린 모델이 422마력/6,000rpm, 하이브리드 모델이 359마력/6,600rpm이며, 최대토크는 가솔린 61.2kg‧m/1,600~4,800rpm, 하이브리드 35,7kg‧m/5,100rpm이다. 이 차에는 차분한 스타일이 더 잘 어울리겠지만, 그래도 LS의 진면모를 경험해보고 싶은 욕심이 더 크다. 이런 기자에게 주어진 시승차는 가솔린 모델. 조용히 마음 속으로만 환호성을 지른다.

차분한 주행에선 프리미엄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다운 정숙성을 보여준다.

타자마자 느낀 점은 프리미엄 브랜드의 플래그십 모델답게 정숙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공회전이나 저속에선 하이브리드 모델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소음을 잘 억제했다. 기본적인 NVH 대책도 우수한데 여기에 액티브 노이즈 컨트롤 기능까지 더했기 때문. 가속 페달에 힘을 더해야 엔진이 조금씩 존재감을 알리기 시작하지만, 확실히 소음 차단이 우수해 귀 아프지 않은 수준에서 듣기 좋은 정도로 그친다.

가속 페달에 힘을 더하는 만큼 LS의 진짜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엔진의 전반적인 세팅은 차분함 위주다. 섬세하지 않은 조작에도 불구하고 크게 울컥거리는 일 없이 진중함과 묵직함을 보여준다. GA-L 플랫폼과 전자 제어 에어 서스펜션의 조합이 어지간한 충격이나 진동을 다 걸러내는 덕분이다. 계기반 우측 상단에 작게 튀어나온 다이얼을 돌려주면 주행모드가 바뀌는데, 스포츠 플러스 모드로 LS의 숨어있던 진짜 실력을 꺼내 본다. 가속 페달에 힘을 보태자 큰 덩치가 무색해질 만큼 맹렬하게 튀어나가는 것이 마치 사냥감을 기다리다 목표물을 포착하고 튀어 나가는 한 마리 치타를 보는 듯하다. 2.3톤의 무게를 이렇게 가볍게 움직이게 하는 강력함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20인치 휠이 채용돼 안정감은 물론이고 의외의 민첩함까지 숨기고 있다.

예정된 시승 코스에서 살짝 빠져나와 짧은 와인딩 코스로 들어선다. 엔진 성능이 뛰어나니 핸들링에서도 만족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LS에는 기계식 풀타임 사륜구동과 함께 센터 디퍼렌셜에 토센 LSD를 적용해 접지력과 코너링 성능을 높였다고. 고저차가 제법 있는 짧은 와인딩 코스에 들어서 스티어링 휠을 빠르게 돌렸지만, 상상하던 이미지와 달리 버벅이거나 찢어지는 소리 하나 없이 조용하고 매끄럽게 코너를 돌아나간다. 오기가 생겨 조금 더 가속 페달에 힘을 보탰지만, LS의 한계치를 이끌어내기엔 실력도, 도로 사정도 좋지 않다. 순식간에 끝나버린 와인딩 코스에 입맛을 다셔보지만 과한 욕심은 금물이라는 생각을 되새기며 다시 시승 코스로 돌아간다.

기본 내장 내비게이션과 함께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까지 지원한다.

주행을 보조하는 편의‧안전 기능도 두루 갖춰져 있다. 렉서스 세이프티 시스템 플러스가 기본 탑재되어 총 4가지의 예방안전 기술을 제공한다.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레이더와 카메라를 통해 선행 차량을 감지, 자동으로 속도를 조절하며 정체 구간에서도 매끄럽게 작동한다. 차선 추적 어시스트 기능은 완만한 커브나 차선 감지가 어려운 경우 아스팔트나 연석 경계선까지 인식해 주행을 보조하는데, 개입도는 조금 낮은 편이다. 이 밖에도 각종 제동 보조 시스템(긴급, 후측방 및 주차 보조)을 비롯해 어댑티브 하이빔 시스템, 파노라믹 뷰 모니터 등이 있다. 편의 기능으로는 리어 시트 리클라이닝(럭셔리, 플래티넘 사양),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 등이 있다.

렉서스 LS는 쇼퍼 드리븐과 오너 드리븐 양쪽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구성에, 피가 끓어오르면 적당한 수준의 스포츠 주행도 거뜬히 소화할 수 있는 모델이다. 렉서스의 시계 바늘이 조금 늦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자동차 본연의 목적인 ‘편안한 이동’과 ‘운전의 즐거움’을 모두 찾을 수 있다는 점에서 렉서스 LS는 정말 매력적이다. 다음 세대에선 지금 이 실력을 그대로 이어가면서 다른 브랜드들과 발걸음을 맞춘다면 독일 브랜드가 장악하고 있는 전 세계 프리미엄 시장에서 더욱 존재감을 발산할 수 있으리라 예측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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