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6.1 목 14:11
상단여백
HOME 자동차 시승기
효율 극대화한 혼다의 첫 하이브리드 SUV, 혼다 CR-V 하이브리드
혼다 CR-V 하이브리드

지난해부터 혼다의 한국 시장 철수설이 업계에 파다하게 퍼졌다. 명확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었으나, 주변 상황을 보면 그런 소문이 돌 만했다. 작년 불매운동으로 일본 브랜드들의 판매량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매출에 지대한 타격을 입은 상황에서 한국닛산도 철수를 선언(한국닛산 측은 국내 사업을 계속 이어가려는 의지가 강했으나, 닛산 본사 차원에서 한국 사업을 정리하기로 결정해 따를 수밖에 없었다)한 걸 봤으니, 혼다코리아 역시 수익이 나고 있는 모터사이클 사업부만 남기고 수익이 상당히 악화된 자동차 사업부를 접을 것이란 추측은 누구나 할 수 있었다. 혼다코리아는 자동차 사업 철수와 관련해 전혀 검토한 바 없으며 앞으로도 사업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으나 소문은 끊이지 않았다.

혼다코리아는 CR-V 하이브리드와 어코드 하이브리드를 한꺼번에 출시했다. 혼다코리아 이지홍 대표이사.

그래서일까, 혼다코리아가 CR-V 하이브리드와 어코드 하이브리드 2종의 신차를 한꺼번에 선보이고 대대적인 미디어 시승회를 실시했다. 물론 코로나-19라는 환경적인 요인도 있겠으나, 두 모델의 동시 출시와 함께 상당수의 매체를 대상으로 시승회를 진행했다는 점은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만들려는 의도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난 2월 1일부터 5일까지 전라남도 영암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과 인근 지역에서 CR-V 하이브리드의 시승회가 열렸다. 고성능 SUV도 아닌, 하이브리드 SUV를 서킷에서 시승한 것은 안전하게 혼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다양한 주행모드를 경험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혼다가 한국 시장에 선보인 첫 번째 하이브리드 모델은 아니지만, 혼다의 첫 하이브리드 SUV인 만큼 공들이는 이유가 납득이 간다.

중형 SUV(D 세그먼트)지만 디자인은 차급보다 훨씬 커보인다.

전반적인 외관은 엔진부에서 도어를 지나 후면까지 이어지는 두툼함이 수치보다 훨씬 커 보이게 한다. 전면부는 치켜뜬 눈매의 헤드라이트와 두 줄의 그릴, 그리고 아래 범퍼 장식의 조합이 날카로운 표정을 짓는다. 충분히 세련된 모습임에도 수수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최근 국산 브랜드들이 매우 급진적인 디자인의 모델들을 연이어 선보였기 때문이지 싶다. 거대한 19인치 휠은 큼직한 차체와 어우러져 시각적인 안정감을 주는 동시에 우수한 승차감을 기대하게 한다.

실내는 고급스러움 보단 실용적이란 느낌이 강하다.

실내는 화려함보다는 실용성에 초점을 뒀지만, 고급감을 더하기 위해 목재 질감의 소재와 크롬 장식으로 포인트를 강조했다. 특히 센터 콘솔 주변은 매끄럽게 하나의 면을 이루도록 구성하는 최근 트렌드와 달리, 센터 스크린 아래에 변속 버튼 등 조작부를 돌출된 형태로 배치해 사용 편의성에 초점을 두었다. 변속 버튼 좌우로는 주차 브레이크와 오토 홀드, 주행 모드 변경 버튼을 마련했고, 아래로는 스마트폰을 위한 무선 충전 패드와 USB 충전포트도 배치했다. 스마트폰은 유선 뿐 아니라 무선으로도 연결할 수 있어 실내를 깔끔하게 유지할 수 있다.

2열 폴딩 시 최대 적재량은 1,945L.로, 풀플랫이 되어 차박도 문제없다. 

탑승공간이나 적재공간 모두 차급에 어울리게 널찍한 편. 트렁크 바닥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용 리튬이온 배터리를 내장했지만 잘 설계한 덕분에 뒷좌석 등받이를 접으면 1,945L에 달하는 넓고 평평한 공간이 만들어져 ‘차박’에도 적합하다. 등받이는 뒷좌석에서 레버만 젖히면 손쉽게 접을 수 있고, 핸즈프리 파워 테일게이트가 적용되어 짐을 든 상태에서도 편리하게 트렁크를 이용할 수 있다.

직렬 4기통 2.0L 엔진이 탑재됐지만, 주 동력원은 2개의 전기모터가 담당한다.

차체 곳곳의 로고가 아니었다면 이 차를 보고 하이브리드 모델임을 깨닫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시승 당일엔 기온이 낮아 시동을 걸었을 때 엔진이 작동(일정 온도 이하에선 배터리와 모터가 적정 온도가 될 때까지 엔진을 가동한다)하기까지 하니 ‘이게 정말 하이브리드가 맞나? 혹시 인공 엔진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 보닛을 열고 직접 엔진 커버를 만져 진동을 확인해보기까지 했다. 본격적으로 주행을 시작하고 어느 정도 온도가 오르고 나서야 하이브리드 다운 정숙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저속에선 보행자 안전을 위한 인공 소음을 내지만, 실내로 유입되는 양은 크지 않다.

대부분 전기모터로 구동이 이뤄지며, 효율이 떨어지는 고속구간에선 엔진이 직결 클러치를 통해 동력을 차축으로 직접 전달한다.

파워트레인은 2개의 모터와 2.0L V-TEC 엔진을 조합한 구성이다. 최근의 일반적인 ‘하이브리드 시스템(혹은 마일드 하이브리드)’이라고 하면 내연기관이 주 동력원을, 전기모터가 보조 동력원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혼다의 i-MMD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역할을 바꿔 모터가 주 동력원을 담당한다. 따라서 저속에서는 순수 전기모드로 주행 가능하고, 고속에서는 전기모터보다 내연기관의 효율이 더 우수한 만큼 직결 클러치를 통해 엔진 동력을 직접 차축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동안 이 분야에선 경쟁사인 토요타가 대부분 관련 기술의 특허를 보유하며 앞서나가고 있었으나, 혼다는 나름의 독창적 방식으로 개발해 특허 침해를 피하면서 하이브리드 제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 동력 흐름은 디지털 계기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동력원이 바뀐다고 해서 주행 감각에 변화가 생기는 건 아니고 단지 배기음이 크게 들리냐 아니냐의 차이 정도다. 실시간 4WD 시스템도 상황에 맞춰 2WD(전륜)와 4WD를 오가며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배기음이 조금 아쉽지만, 차의 특성을 생각하면 납득할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하이브리드라고 해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효율 중심의 세팅이라 파워풀한 주행 감각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고속 구간으로 접어들게 되면 직렬 4기통 자연흡기 가솔린엔진으로 주행하는 것이라 쭉쭉 뻗는 감각은 많이 부족하다. 배기음도 많이 억눌린 느낌으로, 이 부분에 대한 기대는 접어둘 것. 하지만 고효율 SUV로 CR-V 하이브리드는 좋은 선택이다. 그리고 이 차는 고성능 SUV가 아닌, 패밀리 SUV를 표방하고 있다. 아름다운 배기음은 시빅 타입 R 같은 고성능 모델에 양보하자.

똑똑한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에 조용히 이동할 때 사용할 EV 모드를 빼곤 딱히 쓸 일이 없을 듯하다.

변속기는 e-CVT가 탑재됐는데,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오가는 사이에서 매끄럽게 동력을 전달한다. 별도의 수동모드가 탑재되지 않은 건 그만큼 최적의 효율을 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세팅했다는 의미로 보인다. 스티어링 휠 뒤편 패들은 변속용이 아닌, 회생제동 기능의 단계를 변경하기 위한 용도다. EV 모드와 ECON 모드, 스포츠 모드를 선택할 수 있지만, CR-V 하이브리드를 구입했다는 건 효율을 중시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혼다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알아서 똑똑하게 주행모드를 바꿔주기 때문에 정숙성이 필요한 상황에서의 EV 모드를 뺀 나머지는 굳이 필요한가 싶다.

레인 와치 기능은 우측 차선 변경시에만 작동한다. 사각지대를 줄여주지만 숄더 체크가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에서 해남 땅끝마을까지 진행된 일반도로 시승에서 운전자 보조 기능(ADAS)을 테스트해보니 전반적으로 큰 이질감 없이 작동한다. 차선 유지 기능(LKAS)의 조향 개입도는 꽤 높은 편이지만 1차선 도로에선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안전을 위해서도 좋은 선택이라 생각된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나 후측방 차량 경고와 같은 기능도 원활한 편. 레인 워치 기능은 우측으로 차선 변경 시 내장 카메라가 후측방 상황을 센터 스크린에 비춰 사각지대를 없애주고 주의를 환기시키지만, 만일을 위해 꼭 숄더 체크를 같이 해주자. 안전은 ‘과유불급’이 아닌 ‘다다익선’이니 말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반사판 방식을 사용했지만 밝기도 우수하고 선명하게 정보를 표시하기 때문에 계기판으로 시선을 보낼 일이 별로 없어 안전운전에 도움 된다.

연비나 효율성, 실내 공간, 안전‧편의 사양 등을 생각하면 CR-V 하이브리드가 충분히 괜찮은 선택지지만, 가격이 아쉽다. 국내 가격인 4,770만 원(4WD 투어링)은 대표적인 라이벌인 토요타 라브4 하이브리드(4,627만 원)와 비교해도 높은 편이며, 국내 시장에서는 경쟁자가 하나만이 아니라는 점, 그리고 현 상황에서 판매량을 더욱 끌어올려야 하는 만큼 지금보다 낮은 가격으로 같은 일본산 경쟁 모델은 물론이고 국산 모델과도 붙어볼 만한 가격을 책정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혼다코리아에 있어서 CR-V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중요한 모델이다. 혼다코리아가 자동차 사업을 시작한 초창기 시장에서 자리를 잡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현재도 어코드와 함께 브랜드를 견인하는 역할을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와 달리 판매량이 급격히 줄어든 이 시점에서, 그리고 전 세계적인 전동화의 흐름에서 혼다 CR-V 하이브리드의 등장은 늦은 감이 있다. 이번 CR-V 하이브리드를 시작으로 함께 선보인 어코드 하이브리드, 그리고 순수전기차 혼다 E로 이어지는 혼다의 전동화가 앞으로 더욱 속도를 붙이길 기대한다.

<저작권자 © 라이드매거진,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송지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상단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