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3.6.7 수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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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똑똑해진 월드 클래스 베스트셀러, 폭스바겐 파사트 GT

‘폭스바겐의 베스트셀러’하면 비틀, 골프 등 떠오르는 모델이 여럿 있겠지만, 현재의 베스트셀러는 단연 파사트 GT다. 전 세계 중형 세단 중 최초로 누적판매 3,000만 대를 달성한 파사트는 우리나라에도 지난 1990년대 중반 4세대 모델이 처음 소개된 이후 지금까지 3만 5,000대 이상 판매되며 폭스바겐코리아의 효자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파사트 GT가 수명 중반을 맞아 첨단 시스템 탑재와 내·외관 업그레이드 등 부분변경이 단행됐다. 지난 1월 6일 경기도 가평 골든트리 카페에서 신형 파사트 GT를 만났다.

외관은 8세대 오리지널 모델과 거의 동일하다

외관은 숨은그림찾기 하듯 달라진 점을 찾아봐야 할 정도로 8세대의 모습을 거의 그대로 이어받았다. 눈에 띄는 가장 큰 변화점은 후면 머플러 주변 디퓨저 형상이 사다리꼴에서 평행사변형으로 바뀌었다는 정도. 모습이 바뀌지 않았다고 해서 진부해 보이는 건 아니다. 전체 모습은 단정하게 슈트를 차려입은 듯한 모습이다. 다만 여러 평행선으로 이뤄진 라디에이터 그릴과 헤드라이트의 조합으로 완성된 전면부는 못생긴 것도, 잘생긴 것도 아닌, 그 중간 어디쯤이지만 독일 브랜드라서 납득하게 되는, 그런 모습이다.

실내에서 신형 파사트 GT의 가장 큰 변화를 느낄 수 있다

많은 변화가 이루어진 건 실내 쪽이다. 부분변경이지만 최신 트렌드에 맞춰 세련미를 더한 덕분에 오리지널 8세대의 느낌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최상위 모델인 프레스티지 4모션 모델에는 대시보드 주변 트림에 새롭게 실버 버치 소재를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한층 끌어올렸다. 스티어링 휠도 새로운 기능 추가에 맞춰 스포크 주변 디자인을 변경하고 새로운 조작 버튼들이 추가됐다. 계기판의 디지털 콕핏은 2세대 제품으로,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인 MIB3와 연동해 표시 정보의 변경은 물론이고 내비게이션을 표시해 운전중 시선 이동을 최소화한다.

새로운 MIB3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는 주행 보조 시스템 IQ.드라이브의 상세 설정도 가능하다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달라졌다. 최신의 MIB3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 무선 연결이 가능한데, 초기 설정을 위해 한 번은 USB 케이블로 연결해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터치스크린 하단에는 센서가 내장되어 제스처 컨트롤이 가능하고, 손을 쓰기도 어렵다면 ‘안녕, 폭스바겐’이라고 외쳐 음성 명령을 실행할 수도 있다. 제스처 기능의 경우 인식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만 직접 화면을 터치해 조작하는 것에 비해 직관성이 떨어져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시트는 나파 가죽을 사용하고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편의기능을 두루 갖췄다

시트는 프레스티지 이상 트림에 나파 레더를 사용해 촉감이나 지지력 모두 좋다. 또한 메모리 시트, 마사지 기능, 전동식 요추 지지대, 열선/통풍 시트 등의 기능을 넣어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구성을 두루 갖췄다. 콘솔 박스 커버를 암레스트로 활용할 수 있게 한 아이디어는 센스가 돋보인다. 뒷좌석은 공간 구성이 좋아 성인도 불편함 없이 탑승할 수 있는 수준. 촬영을 위해 뒷좌석에 탑승해봤는데, 중간 정도에 시트가 위치한 상태에서도 무릎이 앞좌석 등받이에 닿아 불편하지 않은 수준으로, 평균 키 정도 성인 4명이면 꽤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겠다. 트렁크는 기본 586L에 트렁크 입구 상단의 버튼으로 뒷좌석 등받이를 접어 최대 1,152L까지 확장할 수 있다. 양손에 짐을 가득 든 상태에서도 트렁크를 열 수 있는 파워 테일게이트 기능도 편의성을 높이는 기능이다.

2.0 TDI 엔진은 전과 동일하지만 아쉬움이 없을만큼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준다

파워트레인은 이전과 동일한 직렬 4기통 2.0 TDI 엔진을 7단 DSG와 결합해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성능을 낸다. 디젤 엔진 특유의 터보 랙은 어쩔 수 없지만, 이것만 감안한다면 충분히 재밌는 주행도 가능할 만한 구성이다. 다만 시승 며칠 전 내렸던 눈으로 도로 곳곳에 채 녹지 않은 눈, 블랙 아이스, 염화칼슘 덩어리 등 여러 위험요소가 산재해있어 적극적인 테스트가 불가능한 건 아쉬운 부분. 하지만 이런 중형 세단의 본질인 ‘가족을 태우고 차분하게 달리는’ 상태를 경험하기엔 이보다 최적의 조건이 없을 것이다. 가족을 태우고 뒷바퀴를 날릴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시승 코스는 카페를 출발, 가평 시내를 지나 춘천을 거쳐 고속도로를 타고 다시 출발지로 복귀하는 100km 남짓 거리다. 인스트럭터의 안내에 따라 파사트들이 줄지어 도로로 달려나갔다.

노면이 좋지 않았지만 시종일관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코스는 크게 세 구간으로 나뉜다. 첫 구간에서는 북한강변을 따라 좁고 구불구불한 길이 이어진다. 노면도 잘 관리되지 않아 곳곳이 패여있거나 염화칼슘이 덩어리져있어 매끄러운 주행과는 거리가 멀지만, 반대로 서스펜션 능력을 테스트하기는 제격이다. 서스펜션 구성은 앞 맥퍼슨 스트럿, 뒤 멀티링크 구성으로 승차감 향상을 목표로 소프트하게 세팅됐다. 자잘한 요철은 물론이거니와 발견이 늦은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충격을 잘 걸러준다. 다만 서스펜션이 소프트한 대신 하체는 단단해 마치 큰 나무판을 타고 물놀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독특하다. 서스펜션 세팅으로 코너를 돌아나와 자세를 바로잡을 때 좌우로 흔들림(roll)이 있지 않을까 했지만 슥 돌아나와 자연스럽게 자세를 잡고 바로 다음 코너를 향해 달려나간다. 더 세게 달려볼 수 없는 날씨가 안타까울 뿐이다. 

고속에서도 안정적인 모습은 패밀리카답다

드디어 좁은 길을 빠져나와 경춘로에 접어들며 넓은 국도 중심의 두 번째 구간이 시작됐다. 가속 페달에 과감하게 힘을 실어주자 잠깐의 멈칫거림 후 힘있게 쭉 달려나간다. 7단 DSG는 가속 흐름을 끊어짐 없이 부드럽게 이어나간다. 주행모드를 바꾸고 싶다면 변속 레버 옆에 버튼이 마련되어 있고, 레버를 당기거나 스티어링 휠 뒤편의 버튼으로 수동 조작도 가능해 취향대로 즐길 수 있다. 첫 구간에 비해 높은 속도로 코너를 돌아나가도 안정적으로 노면을 물고 달려나가는 안정감에 긴장감을 한결 내려놓는다.

트래블 어시스트는 티나지 않게 주행을 보조해 ADAS가 익숙치 않은 사람도 거부감이 덜하겠다

마지막 구간인 고속도로에 올라섰다. 여기서는 운전자 보조 시스템 ‘IQ.드라이브’를 테스트할 차례. 이번 신형 파사트 GT에는 부분 자율 주행 기술 ‘트래블 어시스트’가 폭스바겐 최초로 탑재됐다. 이는 전방 카메라, 레이더 센서, 초음파 센서를 이용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레인 어시스트, 사이드 어시스트 등 주행 보조 시스템을 통합 운영하는 것으로, 최고 210km/h의 속도까지 설정할 수 있다. 국내 도로 사정에 맞춰 규정속도를 살짝 넘는 정도로 세팅하니 앞차의 속도에 맞춰 알아서 주행한다. 운전자가 할 일은 스티어링 휠을 자연스럽게 잡고 만일에 대비하는 것 뿐. 손을 놓고 있으면 당연히 위험할뿐더러, 손을 뗀 지 15초 이후부터는 경고음을 울린 후 뒤 차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브레이크를 작동해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킨다. 물병이나 특수 장치로 손을 떼려는 위험한 운전자를 막기 위해 정전식 스티어링 휠을 적용한 것도 이번 신형의 달라진 점이다. 안전을 위한 변화는 언제나 반갑다.

장거리 주행을 피곤하지 않게 만드는 능력, 파사트 GT의 강점 중 하나다

시승을 마칠 무렵 무전기 너머에서 인스트럭터가 말하는 개인적인 소감을 들을 수 있었다. 약 3일에 걸친 시승 내내 하루 300km 이상의 거리를 달렸음에도 불구하고 저녁때 피곤하거나 하지 않았다는 것. 이유는 여러 가지일 것이다. 주행을 보조하는 IQ.드라이브 시스템일 수도 있고, 아니면 충격을 잘 흡수하는 서스펜션이나 마사지 기능을 갖춘 촉감 좋은 시트 때문일 수도 있다. 어떤 이유던, 어떤 매력 포인트 때문이건 신형 파사트 GT를 선택한다면 언제 어디서든 운전이 힘들거나 부담스러울 일은 없을 듯하다. 누구나 자연스럽게, 편안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자동차를 만드는 것, 이것이 폭스바겐이라는 브랜드의 노하우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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